제2막
「아, 천만의 말씀! 그것은 하나의 가면, 유혹적인 외식일 따름」(보들레르 「가면」)
제1장 살롱
한 무리의 형사들이 도서실에서 살롱으로 내려오자, 그것을 재빨리 발견한 에이코가, 여느 때와 같이 굉장히 똑똑한 발음으로 큰 소리를 냈다.
「자 여러분, 형사님들이 내려오셨네요. 준비도 마침 다 된 듯 하니 식사를 하시죠. 테이블로 와 주세요. 오늘 밤은 북국(北國)의 맛을 마음껏 즐겨주셔야겠어요!」
요리는 에이코가 자랑할 만큼 상당히 훌륭했다. 털게 스가타모리(주:털게를 요리해서 원래 모양 그대로 낸 음식), 가리비 그라탕, 연어 버터구이, 오징어 켄친무시(주:우엉,당근,표고 등을 채썰어, 으깬 두부와 기름에 볶아서 그것을 오징어 안에 채워 찐 음식) 등은 확실히 홋카이도 특유의 메뉴였을 것이다. 그러나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홋카이도에서 자란 오쿠마나 우시코시는 이런 요리를 눈 앞에 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확실히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겠군, 하고 그들은 막연히 상상했다. 하지만 이런 것을 홋카이도의 어디에서나 항상 먹을 수 있는 것인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에이코는 의자를 빼고 불쑥 일어나서, 살롱 구석의 그랜드 피아노로 향했다.
그녀의 모습을 스포트라이트가 좇지는 않았지만, 바깥의 눈보라 소리에 도전하듯 돌연 쇼팽의 「혁명」이 당돌하게 살롱에 울려 퍼지자, 손님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일까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모두의 눈이 일제히 피아노로 쏟아졌다. 깜짝 놀란 것이다.
에이코는 쇼팽의 곡 중에서는 이 격렬한 곡을 가장 선호했다. 듣는 거라면 다른 것도 좋은 곡이 많이 있지만(단지 「이별곡」만은 웬일인지 정말 싫었다), 자신이 치기에는 이 곡이나 「영웅」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층 더 격렬하게 건반을 두드려 곡을 끝내자, 여왕의 갑작스런 명연주를 칭찬하는 박수와, 마음에서 우러난 칭송의 목소리가 디너 테이블로부터 힘차게 들려왔다. 쇼팽의 초연 때조차, 청중이 이 정도로 열광했을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사심 없이 앵콜을 원했다. 감동한 나머지 그 밖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형사들도 식사를 대접 받은 것도 있고 해서, 조심스레 박수의 무리에 동참했다.
청중을 향해 상냥하게 미소 지은 후, 에이코는 조용히 야상곡을 쳤다. 연주를 하며 얼굴을 들고, 커다란 창문을 바라보았다.
눈보라는 강해져, 절규 소리를 높이고 덜컹덜컹 창을 흔든다. 그런 때에 가루눈은 보슬보슬 유리에 부딪혀, 살짝 스치듯이 떨어졌다.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소도구라고 그녀는 느꼈다. 이 눈보라 치는 밤도, 예의 바른 손님들도, 그리고 살인조차도 자신이라는 아름다운 여왕을 찬양하기 위해 신이 준비한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다른 것을 거느리고 복종시키는 자격을 가진다. 따라서 의자도, 문도 자연히 그녀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했다.
연주를 끝내고 뚜껑을 닫지 않고 열어놓은 채, 그녀는 관객의 박수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말한다.
「피아노 뚜껑을 덮어 버리기에는 이르네요, 누구라도 이어서……」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했을 때, 아이쿠라 쿠미는 위(胃) 한 구석이 송곳으로 찔리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에이코의 의도가 이제서야 명료해졌기 때문이다.
「저의 서툰 연주 다음이니까 틀림없이 치기 쉽지 않을까요.」
그러나 에이코는 물론 가장 잘 치는 곡을 골랐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연주였다.
에이코는 건성으로 쿠사카나 토가이 등에게 관심을 돌리다가, 서서히 노리고 있는 사냥감으로 다가갔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다리가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는 어린 양떼의 주위를 천천히 배회하는 커다란 늑대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의 연기는 상당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시는 대단한 분이 계셨네요!」
라며, 자못 지금 바로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여자다운 찢어지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이 살롱에서 누군가 제 피아노를 치는 걸 꼭 한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아이쿠라 쿠미 씨.」
라고 에이코는 말했다. 관객들은 긴장한 나머지 마른 침을 삼켰다.
파랗게 질려 겁먹은 듯이 패트론(역주: 후원자. 여기서는 성적인 의미가 포함됨, 키쿠오카를 뜻한다)과 에이코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보아하니, 쿠미는 피아노를 못 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못 쳐요, 저는.」
이라고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 누구도 들은 적이 없는,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낮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에이코는 이 승리가 여전히 뭔가 부족한 듯 했다.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니, 이 애는 타이프 같은 걸 배우느라 바빠서, 피아노를 시킬 시간이 없었습니다, 에이코 씨, 아무쪼록 오늘은 저를 봐서라도 좀 봐주십쇼.」
결국은 키쿠오카가 거들었다. 쿠미는 고개를 숙인 채였다.
그것보다 에이코 씨의 피아노를 좀 더, 라며 키쿠오카가 언제나처럼 바다코끼리 같은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바로 점수를 버는 포인트라는 듯 카나이도 열심히 이야, 에이코씨 피아노는 훌륭하십니다, 또 듣고 싶군요, 하면서 동의했으므로, 에이코는 결국 스스로 피아노 쪽으로 유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질리지도 않고, 쿠미를 제외한 장사꾼들의 박수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라는 시시한 것을 장황하게 적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손님들이 식후의 홍차를 다 마셨을 즈음, 오쿠마의 요청에 의해 언뜻 보기에도 원기 왕성해 보이는 아난(阿南) 순경이 경찰 모자에 눈을 뒤집어 쓰고 도착했고 모두에게 소개되었다.
에이코가, 그러면 아난씨와 오쿠마씨는 12호실에서 주무시겠어요, 하고 말했다. 12호실에 머물고 있던 토가이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을 향해 그녀는,
「토가이 군은 8호실로 옮겨서 요시히코와 같이 있어줘.」
라고 했다.
토가이는, 그리고 쿠사카 일행도, 12호실 옆인 13호실은 넓으니까, 8호실이 아니라 왜 13호실의 쿠사카와 토가이를 같은 방으로 배정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기를 둘러싼 라이벌끼리 한 방에 있게 하는 것은 거북할 거라는 여자다운 배려라고 보였다.
그렇다면 쿠사카가 8호실로 옮겨야하는 것이 아닌가. 12호실보다 쿠사카가 지금 있는 13호 쪽이 넓은 것이다. 형사 두 명을 재우는 데는 13호실 쪽이 낫다. 이것은 아마도 쿠사카가 의사국가시험이 임박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적인 시간에는 혼자 있게 해 주는 편이 공부가 더 잘 될 것이 틀림없다.
「우시코시 씨와 오자키 씨는 키쿠오카 씨 옆방인 지하 15호실이 비어있으니까, 그곳에서 주무세요. 곧 준비를 시키겠어요.」
「황송합니다.」
우시코시 형사가 4명을 대표해서 말했다.
「잠옷은 안 가지고 오셨죠?」
「예, 없습니다만, 그런 건 필요하지 않은데.」
「파자마를 몇 장 준비는 해 놨지만, 4명 분은 없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우리 서(署)의 센베 이불(주:센베 과자처럼 얇은 이불)이랑 비교하면 천국이죠.」
「그럼 칫솔 등은 여유분이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유치장이군 하고 오쿠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유치장에서는 용의자에게 칫솔을 준다.
「죄송합니다.」
「아뇨, 저희들을 지켜주시는 걸요.」
「힘내지 않으면 안 되겠구만요.」
두 잔째의 블랙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하마모토 코자부로는 키쿠오카 에이키치에게 말을 걸었다. 당뇨병을 지구의 종말처럼 두려워하는 키쿠오카의 두 잔째도 물론 블랙이다.
키쿠오카는 아까부터 창문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물방울이 맺혀 흐려진 유리창 너머로, 사악한 흉기의 파편과도 같이 눈송이가 기세 좋게 흩날린다.
겨울이 되면, 이 주변은 이런 거친 밤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있었다. 유리창 두 장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따뜻한 장소에 있을 수 있는 것을 큰소리로 신에게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어떻습니까, 키쿠오카씨, 땅끝의 눈보라는.」
「네에……, 아주 대단하네요. 전 처음입니다, 이런 대단한 눈보라를 경험한 것은. 뭐랄까, 집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뭔가 연상되는 것은 없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니, 뭐 별로. 여기가 들 한가운데의 외딴집이라서. 누군가가 말했지만, 대자연 속에서는 인간이 고안해서 만든 것 따위는 아주 작은 두더지굴입니다. 무력한 것이죠. 폭풍에 끊임없이 두들겨 맞고 있는 것처럼.」
「정말, 그런 것 같군요.」
「전쟁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예? 왜 또 갑자기?」
「핫핫하, 갑자기 떠올라서 말이지요.」
「전쟁 말씀이십니까……, 좋은 기억은 없는데……. 하지만 여기 온 뒤로는 처음입니다, 이런 밤은. 여름에는 이런 일은 없었으니까요. 마치 태풍 같습니다.」
「우에다군의 원념(怨念)일지도 모르겠군요.」
코타로가 말했다.
「노,농담은 그만하세요. 오늘밤은 잠이 드는 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소리도 그렇고, 게다가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말이죠……, 피곤하긴 한데, 이런 때에는 오히려 잠이 안 오더라구요.」
옆에 있던 카나이가, 이때 감봉(減俸)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 효과적으로 말을 거들었다.
「사장님, 차를 대기할까요……라며 우에다가 베개맡에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키쿠오카는 얼굴이 뻘개지며 격노했다.
「마,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정말이지, 마,말도 안 되지 않느냐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쓸데없이!」
「키쿠오카 씨.」
「예?」
「그래서 말인데, 요전에 드린 수면제 아직 남아있습니까?」
「네, 두 알 정도, 남아있습니다만……」
「아니, 그럼 됐군. 오늘밤 드실 건가요?」
「네, 그렇군요. 그럴까 하고 생각하던 참입니다.」
「그럼 됐습니다. 나는 쿠사카 군에게 또 받아 와야겠군요. 키쿠오카 씨도 두 알 다 드시는 게 좋을 겁니다. 몇 번 복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오늘 같은 밤은 한 알로는 잠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어차피, 오늘밤은 빨리 올라가서 자고 싶네요. 대단한 일이 벌어져 가지고.」
「그게 좋겠지요, 우리들 늙은이들은요. 그리고 가능한 한 문단속을 엄중하게 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문 잠그는 걸 잊지 않도록. 집 안에 살인범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설마요! 하하하」
키쿠오카는 언뜻 보기에는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모릅니다. 만약 내가 살인마이고 당신을 죽이려고 노리고 있는지도 모릅지요.」
「하하하하하하!」
키쿠오카는 더더욱 크게 웃었지만, 이마에는 땀이 나 있다. 그 때 우시코시 사부로가 코자부로의 곁에 와서, 잠깐 괜찮으시겠습니까 하고 말하여, 코자부로는 쾌활하게, 아, 괜찮습니다 라고 했다. 경관의 무리를 보니, 우시코시를 제외한 세 명은 테이블의 한편에 얼굴을 맞대고, 소근소근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
코자부로가 키쿠오카에게 등을 돌리고, 우시코시와 이야기를 시작했으므로, 키쿠오카는 쿠미 쪽으로 다시 돌아앉았다.
「저, 쿠미, 네 방에는 침대에 전기담요가 있나?」
그러나 그의 비서는 평소와는 달리 지독히 심기가 불편했다.
「그런데요.」
그녀의, 언제나 뭔가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듯한 표정은 변함 없었지만, 고양이같이 커다란 그 눈은 거의 패트론 쪽을 향하고 있지 않다. 어떤 것에 토라져 있는 것이다.
「뭔가, 좀……, 미덥지 않지 않나?」
「별로.」
대답도 쌀쌀 맞았다. 당신 정도는 아니에요 하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아니, 나야 지금까지 전기담요 한 장으로 잔 적이 없어서, 좀 미덥지 못해서 말이지. 따뜻한 거야 괜찮다고 해도. 네 방에는 이불 여유분 없어?」
「있어요.」
「어디에 있었나?」
「수납선반.」
「어떤 이불이었어?」
「깃털이불.」
「내 방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원래는 자는 방이 아니라서. 침대도 좁아서 떨어질 거 같다. 쿠션은 좋지만. 너도 봤지? 응? 그런 의자, 이렇게 앉는 곳을 앞을 향해서 죽 늘인 것 같은, 뭐 긴 의자니까, 머리맡 쪽에 등받이가 붙어 있어. 정말 괴상한 물건이야.」
「그래요?」
대답이 너무 짧아서, 그 둔한 키쿠오카 마저 애인의 이상에 눈치를 챘다.
「무슨 일 있어?」
「별로.」
「별로가 아니잖아, 엄청 퉁명스럽잖아.」
「그런가요.」
「그렇다고.」
이 대화를 보면, 아무리 키쿠오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작은 목소리도 낼 수 있는 것 같다.
「못 참겠어?」
「안 되겠는데. 하아, 점점 피곤해 지네. 잠시 방에서 이야기하자, 나는 어차피 벌써 잘 생각이었어. 지금 인사 좀하고 방에 올라갈 테니까, 좀 있다가 티 안 나게 내 방으로 와. 스케쥴 상의 하러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키쿠오카는 일어섰다. 그러자 테이블의 구석에서 오쿠마가 재빨리 알아보고,
「아, 키쿠오카씨, 만약 쉬실 거면 문단속 엄중하게 하기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잠금쇠를 잊지 마시구요. 참혹한 일이 있은 후니까요.」
라고 말을 걸어왔다.
번역:모모깡
교정:decca님
Thanks to amaco양
2005.09.06 18:52
[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2막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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