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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오 마시의 로데릭 알린 총경이 나오는 단편입니다.
번역은 milkwood님. 번역자의 허락으로 올립니다. 번역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옮길 수 없으며 저작권에 문제 있을 시 삭제합니다.



장(章)과 절(節): 리틀 코플스톤 마을의 수수께끼

나이오 마시(Ngaio Marsh)

전화가 울리자 트로이는 햇빛을 너무 많이 쬐어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에서 런던에서 온 전화려니 하고, 정원에서 집안으로 들어와 전화를 받았다.
“어.”
낯선 목소리가 우물쭈물 말했다.
“알린 총경님 계십니까?”
“지금 출타 중이신데요.”
“아, 이런.”
전화 상대는 풀이 죽어서 말했다.
“어, 그럼 전화받으신 분이 사모님이십니까?”
“네.”
“아, 그렇군요. 저는 티모시 베이츠라고 합니다. 절 모르시겠지만.”
그 목소리는 동경하는 투로 고백하듯 말했다.
“그렇지만, 몇 년 전에 남편분을 만나뵌 적은 있지요. 뉴질랜드에서요. 총경님이 언제 한 번 고향에 오거든 연락을 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여기 사신다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는 글쎄,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그런데 결국 별 소용은 없게 되었군요.”
“죄송하게 되었네요.” 트로이가 말했다.
“남편은 일요일 밤에는 돌아올 거에요. 아마……”
“그러십니까! 이런, 그거 다행입니다. 저는 지금 스타 앤 가터 술집에 있거든요. 아시죠? 그러니까……”
상대방은 말꼬리를 다시 흐렸다.
“아, 그럼요. 남편도 기뻐할 거에요.”
트로이는 남편이 진정으로 기뻐하기를 바라며 대답했다.
“저는 서적상입니다.”
그는 비밀을 털어놓는 투로 말했다.
“고서적을 취급하죠. 남편께서 이전에 제 가게에 오셨거든요. 항상 반가운 손님이셨습니다.”
“아, 그러네요!”
트로이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저도 이젠 똑똑히 기억나네요. 남편이 가끔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러셨습니까? 그러셨군요! 음, 그러니까 사모님도 아시겠지만요, 전 여기 사업상의 일 때문에 온 겁니다. 아, 물건을 팔려고 온 게 아니니까 그런 오해는 마세요. 일종의 탐사 여행이라고나 할까요. 거의 탐험이나 다름없죠. 남편분도 흥미있어할 것 같아서요. 항상 묘한 물건을 알아보는 눈이 있으신 분이시니까요. 아니,”
상대방은 성급히 말을 덧붙였다.
“상업적 의미에서가 아니고요. 신비롭고 특이한 일이라는 측면에서 묘한 물건이라는 뜻이죠. 그렇지만 이런 얘기는 지루하시겠죠.”
트로이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확실히 말해주었다. 실지로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 목소리에는 기묘하게 과장된 기색이 어려있어서 트로이도 그 목소리에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모님이 어디 계신지 알겠네요. 지금 총경님 댁이 제가 있는 쪽에서 보이거든요.”
상대방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말을 들은 후에는 집에 오라고 청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는 엄청난 기운이 솟는 것 같았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정말 그래도 될까요? 지금요?”
“그럼요. 오 분 후에 들러주세요.” 트로이가 말했다.
트로이는 그가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환호성을 작게 내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베이츠는 외양도 목소리와 똑 같은 사람이었다. – 작은 키에 안경을 낀 중년 남자로 약간 단정치 못한 옷차림. 베이츠가 오솔길을 따라 올라올 때 그가 어마어마하게 큰 성경책을 양팔로 배에 꼭 끌어안고 오는 것이 보였다. 베이츠는 어렵게 모자를 벗으면서 열광적인 상태에 빠졌다.
“참 제 꼴이 우습지 않습니까!” 그는 외쳤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그는 정원 의자에 자기 짐을 세심하게 올려놓았다.
“자, 이제 됐습니다!” 그는 소리쳤다.
“그럼! 처음 뵙겠습니다!”
트로이는 베이츠를 집안으로 안내하고 음료수를 대접했다. 그는 세리주를 고른 뒤 창가 자리에 앉아서는 옆에 성경을 놓았다.
“제 왜 이런 특이한 짐을 들고 나타났는지 궁금하시겠죠? 물론 저 물건에 호기심이 드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는 길고 흥미로운 설명에 접어들었다. 그 성경책은 오래되고 희귀한 책으로 뉴질랜드에서 각종 난관을 헤친 뒤 찾아낸 것이었다. 이 얘기를 하는 내내 그는 마치 책이 저절로 열려서 자기 얘기를 망치기라고 할 것처럼 각진 작은 손으로 성경을 꼭 누르고 있었다.
“이 책이 정말로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의심할 바 없는 진품이라서가 아니고요……”
그는 트로이를 향해 음모를 꾸미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갑작스레 성경책을 폈다.
“이거 보십시오!”
베이츠는 부탁했다.
그는 겉장을 보여주었다. 트로이가 보니 겉장에는 작고 기울어진 초서체로 책의 소유주들의 이름이 빽빽이 들어차있었다.
“맨 위, 왼쪽 위요. 거기를 보십시오.”
베이츠가 외쳤다.
트로이는 읽어보았다.
“켄트 주 리틀 코플스톤 마을 크랩트리 농장. 어머, 이 마을에서 나온 거네요?”
“아하! 그렇죠. 그럼 그 이름들을 보세요. 알린 부인. 이름을요.”
거기에는 웍스태프라는 가문의 출생과 사망날짜가 기입되어 있었다. 1705년에 시작되어 1870년 윌리엄 제임스 웍스태프의 출생으로 끝나 있었다. 여기서 목록은 일단 끊겨 있었지만, 그 후에 세 개의 이름이 붙어서 이어져 있었다.

스튜어트 세익스피어 하뎃 (Steward Shakespeare Hadet) 사망: 1779년 4월 5일 화요일. 사무엘하 서 1장 10절
나오미 발버스 하뎃 (Naomi Balbus Hadet) 사망: 1779년 8월 13일 토요일. 예레미야서 50장 24절
피터 룩 하뎃 (Peter Rook Hadet) 사망: 1779년 9월 12일 월요일. 에스겔서 7장 6절

트로이가 올려다보자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던 베이츠의 눈길과 마주쳤다.
“그러면 말입니다.”
베이츠가 물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린 부인?”
“글쎄요.”
트로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크랩트리 농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그 농장은 말 그대로 농장으로 데스(De’ath)씨가 주인이고, 크립트리 저택은 하트양 (Miss Hart)이 주인이죠. 아, 그러고 보니 농장과 저택 둘 다 원래는 웍스태프라는 가문의 소유였다는 말을 들은 것 같네요.”
“부인 말은 꼭 들어맞습니다. 그럼! 하뎃 가문은 어떻게 된 거죠?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요?”
“리틀 코플스톤 마을에서는 하뎃이라는 가문은 들어본 적 없어요. 그렇지만……”
“물론 들어보신 적 없으시겠죠. 그도 그럴 것이 리틀 코플스톤 마을에는 하뎃이라는 가문은 없었으니까요.”
“그러면 어쩌면 뉴질랜드에 있었던 게 아닐까요?”
“날짜를 보세요, 알린 부인, 날짜를요! 1779년에는 뉴질랜드는 식민지가 아니었어요. 더 자세히 보세요. 주소 밑에 점 두개씩 계속 붙어 있죠? 위와 똑같다는 뜻의 표시죠. 그러니까 ‘켄트 주 리틀 코플스톤 마을, 크랩트리 농장’이라는 뜻이 됩니다.”
“저도 그런 것 같군요.”
“물론 그러시겠죠. 부인 말씀이 딱 맞습니다. 이거 보세요! 여기 계속 성경 인용이 되어 있는 게 보이시죠. 웍스태프 가문에 있어서 성경구절은 일상적으로 바치는 헌납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것 때문에 신경쓰실 필요는 없고요. 그렇지만 이 하뎃 가문 세 사람에게 붙어있는 구절을 자세히 보세요. 그냥 찾아보기만 하세요! 제가 책갈피를 껴 놓았습니다.”
그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물러서더니만 세리주를 한 모금 마셨다. 트로이는 무거운 책장을 한 웅큼 넘겨서 첫번째 책갈피가 끼워진 구절을 찾아냈다.
“사무엘하서, 일 장 십 절.”
베이츠씨가 눈을 감고 읊었다.
그 절 밑에는 희미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가 엎드러진 후에는 살 수 없는 줄을 내가 알고 그의 곁에 서서 죽이고 (So I stood upon him, and slew him……)” 트로이는 읽었다.
“그게 스튜어트 세익스피어 하뎃의 고별사였죠.”
베이츠가 말했다. “다음을 찾아보십시오.”
다음은 예레미야서 50장 24절이었다.
“내가 너를 잡으려고 올무를 놓았더니 네가 깨닫지 못하여 걸렸고(I have laid a snare for thee and thou are taken).”
트로이는 베이츠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건 나오미 발버스 하뎃을 위한 거죠. 그럼 피터 룩 하뎃 것을 찾아보십시오. 에스겔서 칠 장 육 절입니다.”
책장은 마지막에 책갈피가 끼워진 부분까지 파다닥 넘어갔다.
“끝이 왔도다, 끝이 왔도다. 끝이 너에게 왔도다. 볼지어다 그것이 왔도다. (An end is come, the end is come: it watcheth for thee; behold it is come)”
트로이는 성경을 덮었다.
“참 불쾌한 구절들이로군요.”
트로이는 말했다.
“그리고 참으로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한테는 남편분의 전문분야 같아보이는데요.”
“글쎄, 로리라고 해도 1779년까지 거슬러서 수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그 참 유감입니다!”
베이츠는 명랑하게 외쳤다.
“그럼 베이츠씨는 이 모든 구절로부터 1779년에 하뎃 가족에게 뭔가 추잡한 일이 벌어졌을 거라고 결론을 내리신 건가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아내고 싶어서 죽겠어요. 죽을 지경이라 이거죠. 고맙습니다. 한 잔 더 마실 수 있을까요? 정말 맛있군요!”
그가 너무 편안하게 앉아서 즐거워보이길래 트로이는 점심식사까지 하고 가라고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트양이 오실 거에요.”
그녀는 말했다.
“하트 양이 웍스태프 가문으로부터 크랩트리 저택을 구입하신 분이죠. 코플스톤에 돌아다니는 소문이 있다면 하트양이 바로 알고 있을 거에요. 오늘은 저보고 수확제 경품에 그림 한 점을 기부해달라고 하셔서 그 그림 때문에 오시는 거고요.”
베이츠는 대단히 흥분했다.
“누가 압니까!”
그는 소리쳤다.
“가까이에 있는 웍스태프 가문 한 사람이 멀리 있는 하뎃 가문사람 둘보다 나을지. 저는 부인의 영원한 종이 되겠습니다, 알린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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