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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탑

살롱 옆의 계단을 방문객을 줄지어 데리고 올라가면서 코자부로는 말했다.
「내가 낼 수수께끼란 말이지, 실제로 하찮은 것이지만, 이 집을 세웠을 때 이런 날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여 만들어 둔 것이라네.
여러분은 이 관 옆, 내 방이 있는 탑 아래에 있는 화단이 뭔가 이상한 모습이랄까, 모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나? 수수께끼란 그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또 왜 거기에 있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지. 뭐 단지 그뿐이라네……」
머지않아 계단은 점점 폭이 좁아져서, 막다른 곳이 되었다. 거대한 검은 철문이 마치 그 곳이 이 세상의 끝이라고 하는 듯 앞길을 막아서고 있다. 그 시커먼 문에는 주름상자(역자주:카메라나 아코디언에 붙은 것) 같이 쇠가 올록볼록하게 표면에 용접되어 있어서 조각가의 전위작품을 생각나게 하였다. 멋없고 거대한 모뉴먼트(monument; 기념물).
코자부로가 어떻게 하는지 모두가 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앞에 있는 벽에 늘어뜨려진 쇠사슬을 끌어당겼다. 쇠사슬은 둥글게 되었다. 그러자 우르릉하고 실로 요란한,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가 나며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금속문은 당연히 좌우로 당겨지거나 한 쪽이 경첩이 되어 있어 다른 한 쪽으로 열릴 것이라고 모두는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고 천천히 맞은 편으로 쓰러져 가는 것이었다.
그 주위는 외측이 지붕이라 약간 경사가 져 있기 때문에, 계단측으로 우측벽이 기울어져 나와 있어서, 계단 자체도 우측이 조금 낮아져 있기 때문에 손님들은 모두 불안한 기분으로 좁은 계단에 일렬로 나란히 서 있었다.
문은 천천히 정확히 12시를 지나는 대시계의 초침과 같이 쓰러져 가지만, 그에 따라 사람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문은 ─ 정확히는 그렇지 않지만 ─ 문으로서 실내에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쓰러져감에 따라, 그것은 정말 거대한 높이로 우뚝 솟은 금속판의 극히 일부, 아랫부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정상은 시커먼 하늘 속 어둠의 아득한 곳으로 사라져 하늘까지 닿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반대편으로 쓰러져 벽에 틈이 생기자, 갑자기 어둠 속에서 바람이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눈송이가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요란한 쇠사슬 소리가 끊임없이 계속돼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손님들 앞에 문이 거의 다 쓰러지자, 손님들은 이 문이 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간신히 이해했다.
이것은 탑으로 가는 다리인 것이다. 그리고 용접된 주름상자와 같은 올록볼록한 것은 전위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실용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즉 계단이다. 모두 안채의 계단을 제법 올라왔지만, 탑의 정상부는 그 곳보다 더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교가 거의 다 쓰러지자, 지금까지 막혀져 있던 사다리꼴의 틈에서 눈이 미친 듯이 내리고 있는 공간이 보이고, 그 반대편에 마치 종교적인 회화와도 같이, 또는 장엄한 음악이라도 들리는 듯이 탑의 정상부분이 엄숙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상부의 외관은 다소 피사의 사탑을 닮았고, 중앙에 둥근 방이 있고 그 주위에 빙 둘러 진 회랑이 있었다. 난간과 몇 개의 원주가 보인다. 그리고 중앙 방의 처마에서는 거대한 고드름이 몇 개나 달려 있어서, 격렬하게 춤추는 눈 속에서, 북단의 땅의 겨울이라는 광폭한 계절이 가진 송곳니 같이 보였다.
마치 바그너의 미발표 오페라의 한 장면 같았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무대장치. 탑의 배경은 칠흑의 암막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는 유빙이 묻힌 바다가 있는 것이었다. 방문객들은 시대에 역행한, 그것도 일본에서 한참 떨어진 장소에 끌려온 기분이 되었기 때문에, 모두 숨을 죽인 채로 사다리꼴의 틈으로부터 보이는 지옥과도 닮은 「겨울」을 보고 있었다. 마침내, 배가 안벽(岸壁, 주: 배를 대기 위해 콘크리트나 돌로 만든 곳)에 닿듯이 계단교가 철커덩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저쪽 편 탑의 발코니에 닿은 것 같았다.
「자, 다리가 걸렸소. 조금 경사가 져 있으니, 주의해서 건너 주시오.」
코자부로가 등뒤의 손님들을 돌아보면서 말했고, 그 말은 들을 필요도 없이 손님들은 다리의 난간에 달라붙어 조심스럽게 눈 속으로 나왔다.
기울어진 의자 같은 공중 계단은 많은 사람이 일시에 오르자 기우뚱하고 흔들려 사람들에게 다리 밖으로 떨어 질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만일 그렇게 되어도 난간만 잡고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모두가 본능적으로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래를 보면 3층 이상의 높이이기 때문에 상당한 공포감이 생긴다. 게다가 강하게 잡으려고 하는 난간은 얼음보다도 차갑게 식어있었다.
최초로 탑에 도착한 코자부로가 탑 쪽에서 록(lock)을 걸어 계단교를 고정하였다. 탑의 정상은 폭 1미터 정도의 회랑이 둘러져 있지만, 그곳은 처마가 충분히 덮혀져 있지 않아서 많은 양의 눈이 쌓여있었다.
계단교를 다 건너면 코자부로 방 창문이 있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2미터 가량 회랑을 둘러싼 부분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창에 불은 꺼져있다. 코자부로는 문을 열고 스르르 방에 들어가서, 방에 불을 켜고 재빨리 나왔다.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회랑에 흘러나와, 그걸로 어떻게든 발을 헛디딜 불안은 없어졌다. 코자부로는 눈이 들이치는 회랑의 문을 지나서 우측으로 돌아간다. 일행도 쌓인 눈에 주의를 하면서 건너고 있었다.
「나의 수수께끼란 이 탑의 아래에 있는 화단의 모양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지라는, 단지 그것뿐인 문제이지만, 좀 크기 때문에 화단의 정중앙에 서서 보면 모양은 잘 알 수 없어. 전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코자부로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난간에 상체를 기대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 전경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장소가 어디냐 하니까, 그게 여기라는 게야.」
하마모토 코자부로는 눈 속에 서서 난간을 가볍게 두 번, 세 번 탁탁 두드렸다. 사람들이 코자부로의 옆에 서자, 자신들의 발끝을 천천히 내려다 보았다. 거의 3층의 높이의 밑에 확실히 화단이 있고 뒷뜰의 조명이나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 또 1층의 살롱에서 새어 나오는 빛 덕에 코자부로가 말한 대로 화단의 전경이 보였다. 하얀 눈을 덮어써서 크리스마스 케이크처럼 보인다. 모양이 실루엣에 의해 뚜렷하게 보인다(그림2).



「아아, 이런 모양이었습니까!」
원주에 기대며, 쿠사카 슌은 소리 지르듯이 말했다. 바람 소리도 다소 강했고, 추웠기 때문이다.
「호오! 이거야말로 볼만하군요.」
키쿠오카 에이키치는 언제나처럼 큰소리를 냈다.
「지금은 눈이 쌓여서 꽃이나 잎의 색깔을 즐길 수는 없지만, 심어져 있는 곳은 봉긋하게 올라와 있어서 오히려 알기 쉽다고도 할 수 있겠지. 쓸데없는 요소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부채꼴이군요.」
「음, 부채꼴이라든지 부채를 나타낸다는 단순한 것은 아니겠지요?」
쿠사카가 말했다.
「아아, 별로 뭐 부채라든지, 부채가 그려져 있다는 건 아니야.」
코자부로가 대답한다.
「탑을 둘러싼듯한 모양으로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저런 모습이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까?」
「흠, 바로 그런 것이지.」
「직선이 하나도 없어…….」
「흠! 쿠사카군, 과연 좋은 것을 지적했어, 바로 그 부분이 포인트라고 해도 좋다네.」
「어때, 카지와라군. 이 화단의 수수께끼 어떻게, 알 거 같은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그러……면, 이것이 어떤 것인지 어떠한 성질을 가진 것인지 알게 되면 나에게 가르쳐 줄 것. 단 말해 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네. 이 괴상한 화단은, 유빙관이라는 건물의 이 곳에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가진다, 여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야. 건물과 세트로 생각해 주길 바라네. 원래, 이 건물이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도 바로 이 화단 모양 때문이거든. 그것을 잘 연결시켜 생각하시게.」
「이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이라구요?」
쿠사카가 놀라며 물었다. 코자부로는 말없이 두 세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화단의 이상한 모양과 이 건물의 경사 ─, 라고 쿠사카는 화단에 빨려 들어갈 듯 낙하하는 눈을 보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그렇게 하고 있으니, 기묘한 모양을 부조(浮彫)로 한 흰 벽을 마주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눈이 마치 무수한 다트의 화살처럼 표적을 향해 날아 간다. 점점 평형감각을 잃고 화단에 낙하할듯한 기분도 들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마도 안채처럼 이 탑도 화단 쪽으로 쓰러져 가듯 기울어져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잠깐 ─‘, 쿠사카는 생각한다.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아닐까? 탑의 기울어짐과 그 위에 낙하할 듯한 감각, 불안, 그러한 생각이 관계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엄청나게 난해한 수수께끼가 된다. 그런 막연하고 추상적인 내용으로부터, 대체 어떤 것을 끌어내라는 것일까? 일종의 선문답인가?
부채 ─, 이것은 일본적인 것의 상징이다. 그것을 높은 탑에서 내려다 볼 때, 그 위에 낙하할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은 탑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 탑이란 어떤 사상을 상징하고 있다 ─ 뭐 그런 종류의 수수께끼인 것인가 ─?
아니,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야, 라고 그는 금세 생각이 바뀌었다. 하마모토 코자부로라는 사람은 서양사람 같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 막연한 정서적인 것 보다 좀 더 확실한, 즉 답을 들었을 때 모두가 일제히 납득하는 소리를 할 듯한 대단히 명쾌한 수수께끼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것은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는, 게다가 을 부린 퍼즐이 틀림없을 것이다……. 쿠사카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진행시켜 간다.
한편, 토가이도 물론 이 퍼즐에 대해 쿠사카 이상의 정열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도형을 스케치하고 싶습니다만…….」
토가이가 말했다.
「물론 상관없지만, 지금 준비가 안되어 있군.」
관의 주인이 대답했다.
「추워요.」
라고 에이코가 말했다. 일행 전원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제군. 언제까지나 이런 곳에 있다가 감기 걸리면 안되지. 토가이군, 다리는 저 대로 둘 테니까, 나중에 스케치하러 오게. 내 방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지만, 이 정도 사람수로는 약간 비좁군. 살롱에 돌아가서 카지와라군이 대접하는 뜨거운 커피라도 마시지 않겠소이까?」
손님들 중에 이의가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동은 이 김에라는 생각으로, 그대로 회랑을 둥글게 일주하여, 다리의 계단으로 향했다.
슬슬 다리의 계단을 내려가서 안채가 가까워짐에 따라, 익숙해진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모두 마음으로 안심하기 시작했다.
이 때, 눈은 아직 내리고 있었다.


amaco & 草野正宗에게
번역: 모모깡
교정: decc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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