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생존자, 잰 버크

by decca posted Mar 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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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milkwood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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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한 생존자(UNHARMED) - EQMM 독자상, 매커비티상 수상작

- 잰 버크(Jan Burke)

지금은 작은 감방을 왔다갔다하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잡소리는 못 들은 척 하려고 하고 있어.
그 사람들이 방금 저녁 식사를 갖다 줘서 맘 잡고 밥 좀 먹어보려고 해. 신디가 죽은 후로 이틀동안,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지 뭐야. 여기 관리자들은 뭐가 내 입맛을 당기는지 전혀 알지도 못 하고.

사람들이 나를 두 어 번 보러 왔었어. 아직도 마음을 정할 수가 없겠지. 난 그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걸 바라봤어 그 사람들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내가 왜 그녀를 구하지 않았는지 알아내려고 하면서 내가 그녀를 죽인 것인지 아니면 단지 사고였던 것 뿐인지 궁금해하고 있더라고. 내가 무죄란 것을 확증할 수도 없지만 마찬가지로 내가 유죄라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해줄까. 스스로 판단해 봐.
내가 마지막으로 입맛을 잃었던 건 신디와 있을 때였어. 우리는 매일 저녁 그랬던 것처럼, 그 날 저녁도 함께였지.

그녀는 내 앞에다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식사를 놓아 주었어. 나는 요리를 바라다봤지. 그녀가 매일 저녁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느라 수선을 떨면서 건성으로 더듬더듬 말하는 소리를 반쯤 흘려 들으면서 말이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그녀는 미식가를 위한 요리사는 아니었어. 비프 스튜라고 만든, 그레이비 소스에 들어있는 입맛 떨어지는 고깃덩이를 억지로 먹을 수도 없었다니까. 내가 요리에 대해서 아는 건 쥐뿔도 없긴 하지만, 때로 나가서 먹는 것도 싫지는 않아. 내 스스로 먹을 걸 구할 수도 있다고. 꿈같은 얘기지. 신디는 절대 내가 자기 눈 앞에서 안 보이게 놓아주질 않았으니까.

눈 앞에서 안 보인다고. 정말 형편없는 단어 선택이야, 알렉스.

신디는 장님이었어. 내가 그녀에 대해서 느낀 의무감, 내 천성의 일부였던 보호의식이 내 안에 솟아나 난 곧 부끄러워졌지. 고해 성사하는 기분으로 나는 그 맛없는 꿀꿀이 죽을 싹싹 다 먹어치웠지.

내 말을 오해는 하지마. 나는 죄의식이나 동정심으로 신디를 만난 게 아냐.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가 장님이란 건 알고 있었지. 그 때는 그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녀와 함께 사는 것은 내가 이제껏 몰랐던 목적 의식을 주었지.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

그렇지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신디가 내 삶을 장악했어. 내가 그렇게 하도록 허락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겠지. 처음에는 나는 힘에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 나는 그녀가 삶의 장애를 돌파하도록 이끌어주고 있었지. 그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건 나도 전적으로 그녀에게 의존적으로 되어가고 있었다는 거야. 단지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동반자로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필요가 되어준다는 느낌으로도.

난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어. 고백하자면, 길가에서 친엄마를 만난다고 해도 못 알아볼 거야. 신디는 안정을 주었고, 한 곳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내가 얼마나 갈망해왔는지 모를 거야. 그렇지만,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기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 만으로는 내가 얼마나 그녀를 필요로 했는지 설명할 수 없어. 처음에 그녀가 내가 아낌없이 주었던 칭찬과 애정이 내게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어.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 같았지. 그렇지만 요즘에는 칭찬과 애정도 아주 짜게 찔끔찔끔 흘리더라고.

어떤 사람들은 내가 배은망덕하다고 말할 거야. 결과적으로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잘 살았으니까. 나는 동냥을 구걸하는 노숙자도 아니었으니까. 나 같은 환경에 가방끈도 짧은 많은 친구들은 나와 같은 위치에 있어도 이렇게 잘 살지 못했을테지.

우리 친구들에게는 우린 여전히 서로에게 헌신하는 것으로 보였어. 그들 중 누구도 내가 그런 헌신을 지겨워하고 있다거나 내가 그렇게 하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 심지어 신디가 얼마나 요구가 많은지 아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우리의 관계는 이상적이었어.

나는 혼란스러워져서 머리를 긁으면서 그에 대해서 생각했지. 신디는 물론 그 소리를 들었어.
“알렉스! 당장 머리 긁는 것 그만 둬!”
그녀는 딱딱거렸어. 나는 아무런 말 없이 부루퉁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의자로 갔지. 나는 그녀가 옳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최근에 머리를 긁는 신경질적인 버릇이 생겼는데, 그게 그녀의 신경을 박박 긁었나봐. 확실히 나도 거슬렸어. 우리의 신경질적인 습관이 서로를 성나게 하기 시작한 거지.

상황을 똑바로 봐, 알렉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그녀의 모든 면이 너를 성나게 했잖아.

아마도 내가 불필요하게 짜게 점수를 주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 특히 그녀의 신체적 장애를 고려해 볼 때 말야. 그녀와 나와의 관계를 통해서 나는 다른 눈 먼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그 사람들이 시력만큼이나 성격도 다양하다는 걸 알았지. 솔직하게 말해서 그 사람들 중 다수와 친구가 되거나 아니, 친구 이상이 되었다면 더 행복했을 거야. 신디가 눈이 좀 만 더 잘 보였다면 나를 거의 미칠 지경까지 몰고 갔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잡힌 상태였어. 내 생활을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결코 그녀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어. 아니, 내 마음에서도. 밤에는 나는 때때로 도망쳐서 나 혼자 사는 꿈을 꾸고는 했지. 이런 꿈이 얼마나 생생했던지 나는 깜짝 놀라서 깨고는 했어. “무슨 꿈을 꿨어, 알렉스?” 신디는 잠결에 물었지. “꿈 속에서 뛰어가고 있었어?”

당신에게서 도망가고 있었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소용없었을 거야. 그녀는 항상 그런 질문을 한 다음에 다시 잠이 들어버렸으니까. 내 꿈 같은 걸 상관이나 했겠어?

나는 그녀가 설거지를 마친 다음에 혼자 휘파람을 부는 걸 들었어. 그 빌어먹을 휘파람 소리가 제일 끔찍했지. 나는 갖은 신음소리를 내서 그게 얼마나 거슬리는 소리인지 눈치를 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전혀 내 말을 이해 못 하니까.

그래, 물론 흔해빠진 변명인 건 알아.

그녀가 저녁 산책을 나가자고 할 때는 나는 정말 신선한 공기를 기꺼이 마실 준비가 되어 있었지. 나는 근처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유유한 산책을 기대했어. 어쩌면 친근한 이웃을 만날 기회일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우리 건물 문 밖으로 나가서 돌려고 하자 신디가 나를 세게 붙잡아서 나는 거의 균형을 잃을 뻔 했지.

“아, 아냐. 알렉스. 어디로 가려는 지는 알겠는데. 우리는 공원에 가는 게 아냐. 오늘 저녁은 아냐.”

그래, 좋아. 인정하지. 하루 중 이 때에는 공원을 뛰어다니는 예쁜 여자애가 있었어. 그리고 그녀와 나는 서로를 갈망하는 다정한 표정을 교환했지. 그렇지만 더 이상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신디가 내 옆에서 60센티미터도 떨어지질 않는데?

신디는 내가 자기와 자기의 요구에서 잠깐만 주의를 딴 데로 돌려도 잘도 집어내고는 했지.

나는 곧 공원 생각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졌어. 신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버릇없고 퉁명스러운 어조로, “왼쪽으로, 알렉스.” “오른쪽으로, 알렉스”라고 하면서 나를 조종했어. 정말 파트너 대신에 심부름하는 어린애처럼 취급받는 건 모욕적인 일이야.

난 갑자기 이게 그녀가 꿈꾸는 우리 인생의 일상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녀는 절대 나를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을 거고, 나를 의지하기는 하겠지만 신뢰하는 동반자로서는 아니었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은 아니야. 내가 그녀와 이제껏 해온 것 만큼 잘 살아 나갈 수 있는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거야. 그녀는 나한테 의지해서 내가 골목에서 골목을 돌아가는 것을 안내하고, 물건에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고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녀 옆에서 자주기를 바랬지. 그렇지만 내 자신의 욕구 -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은 -는 그녀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거야. 그녀가 주도권을 쥔 거지.

“천천히 가, 알렉스!”

명령 좀 그만 해! 나는 화가 나서 생각했어. 도대체 자기가 원하는 걸 좀더 부드럽게 알려줄 수는 없는 거야?

그녀는 갑자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 그게 진짜 휘파람이었다면, 신에게 맹세코 진짜 휘파람이었다면 그런대로 참고 살아갈 수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교차로를 향해서 걷고 있었을 때, 그녀가 이빨 사이로 휘파람을 불었던 거야. 높낮이도 없고, 미친 듯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 나는 그 소리가 너무나 신경에 거슬려서 울부짖고 싶었어.

그 순간 그녀가 길을 건너가자고 했어. 트럭이 한 대 오고 있었지. 나는 트럭을 보았지만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 의심할 여지 없이 젊은 운전수는 신호가 바뀌기 전에 빨리 지나가려고 신호등 색깔 말고는 아무 것에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어.

신디가 나를 붙잡았어.

나는 귀를 긁으려고 잠깐 멈췄지.

신디는 균형을 잃고 커브 길에서 넘어지면서 나를 붙들고 있던 손을 놓쳤어.

나는 그냥 그대로 놓아 두었어.


다시 일거리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아마도 사람들에게 내가 다음 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설명해야겠지. 친절하게 해 줄 생각이 있다면 한가지 더 말해 줘. 휘파람 부는 사람은 절대 싫어.











맹인 여성 사고로 사망

한 젊은 맹인 여성이 어제저녁 매디슨 가와 오크가 사이의 코너 길에서 뺑소니 차에 의해 사망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는 신시아 판워스 (24)로 백인 남성이 모는 푸른색 트럭에 치었다고 한다.

맹도견과 함께 있던 판워스는 신호등이 바뀌려는 순간 길을 건너려다 헛디뎠다. 사고를 목격한 제임스와 로이스 처치에 따르면 개는 길을 건너지 않았지만 판워스가 길을 건너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신원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다른 여자 목격자에 따르면 개가 귀를 긁으려고 걸음을 멈추자 펀워스가 균형을 잃고 넘어져 트럭이 다가오는 길 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맹도견 조련사는 그 개의 훈련과 적응 과정에 대한 재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 개의 행동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그 개는 다친 곳 없이 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