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소시민 컴플렉스

by Dr.Lee posted Jun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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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잠깐 긁적였던...부끄러운 작품인데 심심해서 올려봅니다.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길.



조용하게 일은 처리되고 있었다.  K또한 조용한 밤의 일부로서 침묵할 뿐이었다. 허락은 맡았던가? 쓸데없는 습관에 K는 움찔하고 말았다.
여기에 있을것도 숨어 지켜보는 것도 허락받은적은 없다. 분명 들키는 날엔 벌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K의 삶이었으므로.

175센치에 갸날픈 몸매. 아마도 20대초반일 곱상한 청년은 아까부터 시체를 열심히 토막내고 있었다. 톱이 소리를 내며 움직일 떄마다 K는 뒤틀리는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하느라 긴장해야했다. 그것은 실로 고문이었다.  K는 사실 그시간 따뜻한 방 이불속에서 단꿈에 젖어 있어야 했다.  괴로운 상황에서 자신을 원망하는것, 그것 또한 K의 특기였다.

조금은 진정이 되어 정성스레 토막내어지는 시체에 관심이 끌렸다. 죽인채 가져온 것일까...분명 남자가 도착한 이후부터 시작된 톱질은 충분히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문득 그 생각 자체가 평범한 자신에게는 도를 지나친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들어 K는 그만두었다. 슬그머니 자리를 떠서 도망치고 말았다.

K는 갈등한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정의감과 평범한 사람으로서 범죄에 연루되기는 싫다는 피해의식이 맹렬히 싸우고 있었다. K는 달리기 시작했다. 솟아오르는 정의감.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행동으로 인한 쾌감. 사회에의 책임감! 모든게 다 만족스러웠다.

경찰서를 향해 뛰었다. 벌써 며칠 전부터 이주위의 지리는 빠싹하게 외워둔 상태였다. 가장 가까운길로 최고의 속력을 내며 K는 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이 계기로 새로운 의욕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조금은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될것이 분명하다. 숨이 차온다. 의식이 약간 몽롱한 상태에 이르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K는 달리기를 싫어했다.  물론 운동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운동 후의 몽롱함과 가슴을 압박하는 그 느낌은 충분히 즐기는 편이었다. 노력없는 쾌락. 그것만큼 K의 삶을 정당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삼류대학을 나와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채 나이가 찬 지금까지도 집에서 보내는 용돈생활로 생을 이어가고 또 만족하고...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도 그녀가 주었던 쾌락만이 아쉬울뿐....

경찰서에 도착했다. 찌릿찌릿하면서 눈 앞이 캄캄해져왔다. 이대로는 하고 싶은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숨을 돌려야해. 컨트롤 컨트롤...문제는 언제나 컨트롤이다. 제대로 컨트롤 되었다면 나는 지금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을거다. 중요한 순간에의 컨트롤이 K에겐 부족했다.

숨이 좀처럼 고르게 되지 않는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문득 살인범 또한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없는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부정해야 하는 문제는 생각치 말아야 한다. 그러고보니 시체는 여자였지. 죽일놈 여자를 왜 죽여? 차여서 홧김에 그런거야? 칠칠치 못한 놈 너도 뻔한 놈이구나...

숨이 가빴던게 그쳤다. 고개를 들어 경찰서를 본다. 공포가 밀려들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 공포가... 차분한 상태에서 맹렬히 돌아가는 머리속...아까부터 머리속을 휘젓던 것은 112 신호가 아니었다.뭔가 빠뜨린 것에 대한 경고. 갑작스런 사건 탓에 잊고 있었던 일. 소시민을 벗어나는 것보다 자신에게 훨씬 중요한 일이 생각났던 것이다!

누가 누구를 신고하고 동정하고...스스로도 웃겼던지 K는 웃고말았다. 경찰서에 올 필요도 없었거니와 최소한 뛸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K는 만족한다. 소시민의 친구인 경찰, K와는 친구가 될 수없는 그들이 K가 소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약간은 대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K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벌써 며칠전부터 이 주위의 지리를 빠싹하게 외워둔 그는, 시체를 치우느라 고생하고 있을 청년에 대한 배려로 약간은 먼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