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입니다. 동쪽하늘님께서 번역해 주셨습니다.
명탐정의 법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프롤로그
내 이름은 오오가와라 반조(大河原番三), 나이는 42세이다. 현경본부 수사1과의 경부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부하를 이끌고서 현장으로 달려간다.
‘오오가와라’라는 성이 암시하듯이, 경찰내에서는 위엄있는 얼굴로 유명하다. 코밑에 수염까지 나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이봐, 뭐하고 있는 거야?”하고 소리지르면, 파출소에 근무하는 신참순사따윈,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난 어떻게 봐도 훌륭한 경부지만, 실은 그다지 큰 소리로는 말할 수 없는 결점이 있다. 그것은, 이 일을 시작한 이래 아직 한번도 수훈을 세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체포하기도 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사지휘관이라는 지위에 언제까지나 붙어있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해결이라든가 범인체포라든가를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은, 나 이외의 어떤 인물이다.
어떤 인물이라는 것은, 바로 그 유명한 명탐정 텐카이치 다이고로(天下一大五郞)이다. 구겨진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 낡아빠진 지팡이가 트레이드 마크이다. 사건관계자 일동을 모아놓고, “자 여러분”으로부터 시작해 자신의 추리를 전개하고, 마지막으로, “범인은 당신이다”하고 지팡이로 가리키는 장면을, 영화등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도 많을지 모른다.
그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현명한 독자라면 이미 아셨을 것이다. 즉 나는 텐카이치탐정 시리즈의 조수역인 것이다. 명탐정물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추리를 해대는 형사가 등장하는데, 그 피에로 짓을 연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뭐야, 그럼 쉬운 일이겠군”
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진범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고, 사건해결의 열쇠를 놓쳐버려도 절대로 괜찮고, 어쨌든 범인도 아닌 관계자
를 계속 의심하고 있으면 되니까, 이렇게 쉬운 일은 없다 - 독자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된다.
절대 말도 안된다.
우선 진범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다는 점인데,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진범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아실 것이다. 진범을 찾아내는 것은 주인공 텐카이치 탐정의 일이기 때문에, 그 추리장면이 오기 전에 내가 해결해버리면, 주인공의 존재가 무의미해져 버린다. 무엇보다도, 탐정소설로서 성립이 안되질 않는가.
마찬가지로, 사건해결의 열쇠는 놓쳐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범인도 아닌 관계
자를 의심하는 것은 괜찮지만, 만의 하나, 진범을 의심하면 안된다.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제약은 상당히 가혹하다. 틀려도, 진상에 다가가거나 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여러분에게 질문하겠는데, 절대로 진상에 다가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바로 그거다. 진상을 한발 먼저 밝혀내서, 그것을 피하는 것이 최고. 즉 나는 항상 주인공인 텐카이치보다도 먼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일부러 그 추리를 우회하면서 모든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명탐정의 법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프롤로그 (계속)
지난번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산속 깊은 곳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잔혹하기 그지없는 연속살인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세 사람으로, 모두가 젊은 여성. 사실은 범인이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중 한명이지만, 그 여성만을 죽이면 동기 때문에 자기 한 사람만이 의심받게 될거라고 생각해 나중의 두 사람도 살해했다는, 이상하다고 할까, 비현실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잔혹한 사건이었다.
그 때의 범인은,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안이며 부호였던 류진(龍神)가의 미망인이었다. 아름답고, 조용하고, 자선사업에 기부를 하고 있을 정도의 인물이므로, 도저히 살인같은 걸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사건직후부터, 그 미망인이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의 눈이 닿는 범위내에서는, 결코 그녀를 의심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에서는 과학수사가 가능한 모든 힘을 다해서, 그녀가 범인이라는 확증을 착착 얻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독자에게는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의 앞에서는 변함없이 시골의 나이 먹은 순사를 질타하고, 현실에는 있을리 없는, 20년 전에 행방불명된 살인귀를 찾는 척하는 것이다. 기분나쁜 전설에, 약간은 겁먹은 척하기도 한다.
이윽고 과학수사가 결실을 맺어, 진상이 판명되면 그다음은 쉽다.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뻔히 보이는 동기를 가진, 너무나도 음침한 남자를 체포하여 다그친다. 조만간 무죄라는 증거가 나오니까, 이번엔 여자관계가 지저분한 젊은 남자를 체포한다. 이놈도 조금 지나 석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면, 나는 팔짱을 끼고서,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번 사건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군”
하고, 언제나의 대사를 뱉어낸다.
이쪽이 이런 수순을 밟고 있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 텐카이치 탐정은 착착 수사를 진행해간다.
질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역할은 좋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면 되고, 진짜로 실마리를 찾아서, 시행착오를 거쳐 진상을 구명하면 그것이 그대로 소설의 스토리가 된다. 때때로 전혀 실마리가 잡히질 않아서 곤란해 하는 때도 있지만, 그런 때에는 내가 그런일 없도록 정보를 흘려주는 것이다.
단 그에게도 작은 제약이 있다. 그것은 만약 도중에 범인을 알아냈더라도, 최후의 살인이 일어날 때 까지, 멍청하게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무르익게 하기 위해선, 무슨일이 있어도 참지 않으면 안된다.
요즈음은 독자여러분도 여러 책을 접하여, 약간 의외의 범인이라도, 조금도 놀라주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추리따윈 제쳐두고, “범인으로서 가장 의외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눈으로 등장인물을 보니까, 상당히 높은 확률로 적중해버린다. 그런 독자에게 걸리면, 전술한 류진가의 미망인따윈, 가장 의심스런 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상황속에서, 나도 그렇고 텐카이치 탐정도 그렇고, 그녀가 범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얼굴을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멍청한 이야기다. 독자는 신경질을 내겠지만, 이쪽도 부끄럽다. 그래도 텐카이치 탐정은, 마지막에는 수수께끼를 푸니까 체면이라도 세워지지만, 내쪽은 끝까지,
“이야-, 그 아름다운 분이 범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따윌 말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조수역도 괴로운 일이 많은 것이지만, 이것도 오늘로 끝날 것 같다.
생각해보면 긴 시간 조수역을 해왔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어려운 사건들이, 눈을 감으면 어제일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그 밀실살인사건이다 ─.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너무나도 흔한 시작이라 죄송하지만, 전화가 울렸을 때, 나는 아직 이불속에 있었다. 검은색 수화기를 귀에 대자, 당직형사의 당황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경부님, 사건입니다. 나락촌(奈落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나락촌이라고 하는 것은, 산속의, 거기에서도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어떤 마을이다. 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지프에 타고서 마을로 향했다.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어젯밤 내린 눈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차가 도착할 때 까지, 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는 꼴이 되었다.
우리들을 마중나온 것은, 늙고 비실비실한 순사였다. 손을 이상한 상태로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뭐하는 거지 하고 생각했더니, 경례를 하려던 것 같았다.
들어보니, 마을에 있는 순사는 이 노인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래서야 무법지대가 아닌가. 지금까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기적이다.
노인의 안내로 현장으로 직행했다. 그곳에는 이미 마을사람들이 구경하느라고 모여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을 보더니, 뒷걸음질을 쳤다.
“오오, 경찰관님들이 오셨군”
“이걸로 이젠 괜찮아”
“분명히 저 사람이 가장 높은 사람일거야. 코밑에 수염도 기르고 계시고, 너무나도 무서워보이는 얼굴이쟎아.” 마을사람 중 하나가 나를 보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기분이 좋았다.
“자자, 비켜 비켜” 몇십년간이나 사건다운 사건을 만나본 적이 없었던 노인순사도, 일생 단한번의 화려한 무대라는 듯 힘이 넘치고 있었다.
구경꾼들 사이를 빠져나가, 우리들은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그야말로 본격추리의 정경이었다.
넓게 펼쳐진 논이 눈으로 덮여있고, 그 위에는 발자국이 점점이 남겨져 있었다. 잘 보니 그 발자국은, 몇사람인가가 왔다갔다한 자국같았다. 그리고 그 발자국 끝에는, 낡은 듯한 단층집이 두 채,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내심으로 질렸다. 또 그건가, 라는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2)
“죽은 것은, 왼쪽 집에 살고 있는 사쿠조(作藏)라는 남자입니다.” 노인순사가 말했다. “그것을 발견한 것이, 오른쪽 집에 살고 있는 텟키치(鐵吉)입니다.”
“발자국을 남긴 것은 누구요?”
“그러니까, 우선 텟키치입니다. 사체를 발견해서, 깜짝 놀라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 눈 위를 지나간 것입니다.”
“그 다음은?”
“저와 텟키치입니다.” 노인은, 왜인지 가슴을 폈다. “텟키치의 연락을 받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눈 위를 걸었습니다. 확실히 텟키치가 말한 대로 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 명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면 총 5명의 발자국이 겹쳐져있다는 것인가”
노인은 상당히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텟키치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소?”
“에에-분명히 저기에.... 아아, 있습니다 있습니다.”
얼굴이 수염투성이인, 곰같은 남자가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좋소” 나는 부하를 보았다. “그럼 현장으로 들어가보지. 텟키치, 함께 가세”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그 때 구경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구겨진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라는 이상한 차림을 한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텐카이치 다이고로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또 자넨가. 왜 이런데 있는거야?”
“오랜만입니다, 오오가와라 경부님. 실은 제 친구가 이 마을에 살고 있어서요. 어제 결혼식이 있었는데, 거기에 초대받았거든요.”
“흐음, 그런가. 하지만 아마추어 탐정이 나설 자리가 아냐. 물러서시게.”
나는 늘 하는 대사를 말했다. 명탐정물 중에는, 조수역인 경찰관이 나서서 탐정의 협력을 구한다는, 이 세상 어디에 그런 경찰이 있을소냐 라고 생각되는 패턴도 있지만, 이 텐카이치 시리즈에서는 일단 그렇지는 않은 것이다.
“수사의 방해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하나만 가르쳐 주십시오. 텟키치씨가 지나가기 전까지, 눈 위에 발자국은 없었습니까?”
나는 텟키치를 보았다. 그는 머리를 저었다. “없었습니다.”
“흐음, 그렇다는 것은” 텐카이치는 팔짱을 꼈다.
“아직이야” 하고 나는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그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눈이 내리기 전에 범인이 도망쳤다면, 발자국이 남지 않으니까.”
그러자 텐카이치는 약간 삐진 얼굴을 했다.
“전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네 기분은 알고 있어. 괜찮아, 이 텐카이치 시리즈에 트릭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어. 내 감으로는, 이번의 수수께끼는 십중팔구 [그것]이라구. 아직 이 다음에 비장의 수수께끼가 나올게 틀림없어. 그 때야말로, [그것]이다 하고 큰소리로 말하면 돼. 자네가 제일 좋아하는 [그것]이라고.”
“전 별로 [그것] 같은거 좋아하지 않아요.” 텐카이치는 부루퉁해졌다. “그런 과거의 유물을 좋아하는 탐정따윈 없다구요”
“또 또.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정말입니다.”
텐카이치가 정색했을때, 부하가 다가왔다. “저, 경부님, 슬슬 가지 않으면....”
나는 당황해서 탐정에게서 떨어졌다. 헛기침 한번.
“아-, 어쨌든 수사의 방해는 하지 않도록”
“알고 있습니다” 텐카이치도 웃는 얼굴을 만들면서 끄덕였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사쿠조의 집 현관문은 부서져있었다. 나는 옆에 버팀목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을 곁눈으로 보면서, 감히 그것에는 손대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쿠조는 화로 옆에 쓰러져있었다. 머리가 깨어져 있고, 바로 옆에는 피가 묻은 장작패기용 도끼가 떨어져 있었다. 화로의 불을 쬐고 있을 때 뒤에서 습격당했다고 생각된다.
눈을 끈 것은, 가까운 벽에 발려진 피의 흔적이었다. 튀었다고 하기 보다는 작위적으로 발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텟키치” 하고 나는 불렀다. “발견했을 때의 정황을, 자세히 설명해주게”
텟키치는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에 의하면, 그는 아침 6시에 사쿠조를 부르러 왔다. 겨울에는 둘이서 숯굽는 오두막에 가는 것이 일과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불러도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옆으로 돌아가서 창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사쿠조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었다는 것이다.
“잠깐만 기다려” 하고 나는 텐카이치 쪽을 흘낏흘낏 보면서 말했다. “왜 문이 열리질 않았나?”
“사쿠조는 자기 전에는 반드시 문에 막대기를 끼워둡니다. 도둑같은 건, 이 마을에는 없는데도요”
나는 입구로 돌아가서, 지금 처음으로 눈치챈 것처럼 막대기를 주워올렸다. “과연, 이걸 끼워두었다는 거군.”
“텟키치에게 불려서 제가 왔을 때에도 역시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노인순사가 말했다. “그래서 둘이서 몸으로 부딪혀서 문을 부신 것입니다.”
자아, 이제 드디어.
“이 집에는 다른 출입구는 없는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나는 물었다.
“없습니다.” 하고 노인이 대답했다.
“이봐 이봐, 그건 이상하쟎은가. 버팀목은 안쪽에서밖에 끼울 수 없어. 그렇다는 것은, 자네들이 들어갔을 때, 범인이 안에 있었다는 게 되네.”
그러자 노인순사와 텟키치는, 둘다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와 텟키치가 잘 조사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작은 집에 숨을 데 따윈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말이 안돼.”
“말이 안된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침묵이 우리들을 지배했다. 여기서 입을 여는 것은 누구의 역할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텐카이치를 보았다. 그러나 왜인지 그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의 옆에 서서, 귀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봐, 무슨 일이야? 명탐정이 제일 좋아하는 상황아냐. 그 선언 할거지? 할거면 빨리 해줘”
“별로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알았어 알았어. 뭐라도 좋으니까 빨리 끝내줘. 그 원패턴에, 후안무치한 선언을.”
나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서, 텐카이치에게 눈으로 신호했다. 그는 뿔어있으면서도,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경부님, 그리고 여러분”
전원의 시선이 모였다. 그는 한순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그것을 꾹 참더니, 반은 자포자기한 어조로 말했다. “이건 완전한 밀실살인사건입니다.”
에에- 하고 전원이 꾸민듯이 입을 모아서 말했다.
이리하여 밀실선언이 내려졌다.
나는 텐카이치 시리즈의 조수역을 맡은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다.
괴로운 일은 몇 개 있지만, 최근 머리아픈 것 중의 하나가 밀실트릭이다. 이게 나오면, 정직하게 말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아아, 또인가, 하는 기분이 된다.
이제 됐쟎아, 요즘은 누구도 이런거 좋아하지 않는다구, 하고 생각하지만, 몇 작품 중의 한번은 이 트릭이 나오는 것이다.
폐쇄된 방에서의 살인이라고 하는 정통적인 것에서부터, 무인도를 무대로 한 것, 우주공간에서의 사건-이런 사건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등의, 여러 가지 변형물이 있지만, 결국은 [밀실]이다. 그때마다 명탐정이 밀실선언을 하고, 우리들 조수역은 놀란척을 한다.
사실은 조금도 놀라지 않는다.
똑같은 속임수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고있는 듯한 기분이다. 다른 것은 트릭의 설명뿐이다. 그리고 설명이 달라도, 놀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미인이 공중에 떠오른다라는 속임수를, 트릭이 다르다고 해서 몇 개나 보고 있는다면 질려버릴 뿐이다.
그러나 [밀실]은 질리지도 않고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기회가 있으면 독자 여러분에게 여쭈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신들, 정말로 밀실살인사건 따위가 재미있는 겁니까?
유감스럽게도 독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지만,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듯이 생각된다. 등장인물인 우리들이 질려버릴 정도니까, 돈을 내가면서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이 사실에, 도대체 누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이상한 이야기이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사건발생으로부터 수 시간후, 나는 텟키치를 체포해서 파출소에서 추궁하고 있었다.
“빨리 자백해. 네가 했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전 아무것도 안했어요”
“웃기지마. 너하고 사쿠조가 요즘 싸움만 하고 있었다는 건, 마을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어. 논밭의 경계문제로 싸운거 아냐? 어차피 욱 해서 살해했겠지?”
“몰라요, 안했어요”
그때 비실비실 순사가 다가왔다.
“경부님, 마을사람들은 신의 벌이 내렸다고 수근대고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신의 벌이라구?”
"예, 그래서 카베카미(壁神) 저택에 모두 함께 몰려가자고들 하고 있습니다. 경부님이 마을사람들에게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카베카미가라는 건, 어제밤 결혼식이 있었던 집 말이로군.”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대부호이다. 그 집의 외아들 타츠야(辰哉)가, 옆 마을의 하나오카 키미코(花岡君子)라고 하는 초등학교 여교사를 신부로 맞아들인 것이다. 텐카이치 탐정의 친구라고 하는 것은, 그 카베카미 타츠야같다.
“왜 모두 함께 카베카미가에 몰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
“예, 실은 이 마을에는, 촌장의 아들이 다른 마을의 여자와 결혼하면 벽 속에서 화신(化神)이 나타나 마을사람들을 벌준다는, 묘한 전설이 있습니다.”
“벽속에서?”
그래서 카베카미(벽의 신)인가 하고 추측했지만, 바보같아서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사쿠조라는 놈은 신부와 먼 친척간인 남자로, 원래 두 사람 사이를 주선한 것이 그녀석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이번 혼사에 화가 난 벽신이, 사쿠조에게 벌을 내려 죽게 한 것이다...... 라고 마을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자기들에게도 벌이 내릴지도 모르니까, 카베카미가에 가서 혼사를 없었던 것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뭐야, 웃기지도 않는 미신을 신용하고” 나는 실소했다.
“신벌이다, 그게 틀림없어” 그러나 텟키치까지, 신음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경부님도 보셨죠? 사쿠조의 집 벽에, 완전히 피가 발라져 있었어요. 그래요, 벽신님의 벌이에요.”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너, 자기가 한 짓을 얼버무리려고 그런 말 하는 거쟎아.”
“아닙니다”
“웃기는군. 신벌 따위 있을 턱이 없어.”
“하지만 경부님” 노인 순사가 끼어들었다. “만약 텟키치가 했다면, 튀어오른 피를 뒤집어썼을 텐데요. 하지만 그 때 텟키치의 옷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노친네 주제에 건방진 소리를 지껄여서, 나는 약간 당황했다.
“그런건, 갈아입으면 어떻게든 돼. 그래서 그, 지금부터 텟키치의 집을 수색할 작정이다. 피묻은 옷이 나올게 틀림없어.”
“그런게 나올 턱이 없어요, 제가 아니라니까요” 텟키치가 소리쳤다.
“상당히 수고하고 계시는군요” 그곳에 가볍게 등장한 것이 텐카이치 탐정이다. 덥수룩한 머리를 긁으면서, 빙글빙글 웃고 있다.
“흐응”하고 나는 코소리를 냈다. “아마추어 탐정한텐 볼일 없어” 언제나 하는 대사다.
“뭐,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전 텟키치씨를 변호하러 왔으니까요. 오오가와라씨가 텟키치씨를 체포한 이유는 잘 알겠지만, 그래서야 진범이 노리는 대로 됩니다.”
“자넨 왜 텟키치를 체포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그 제1.....제1의 밀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텟키치씨밖에 없다고 생각하셨지요?”
밀실 하고 말한 순간, 그는 약간 쪽팔린듯한 표정을 했다.
“제1의 밀실?” 나는 반문했다. 나 뿐만 아니라, 노순사와 텟키치도 어리벙벙해 있었다.
“눈 말입니다.” 텐카이치는 안달난 듯이 말했다. “순사님이 달려갔을 때, 눈 위에는 텟키치씨의 발자국밖에 없었습니다. 달리 범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탈출했을까. 완전히....... 완전히....... 그러니까, 밀실입니다.”
“그런 뜻인가” 나는 간신히 납득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는 없어. 사망추정시각을 산출해본 결과, 사쿠조가 살해당한 것은 눈이 내리기 전이다. 그러니까 범인의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이상할 것 없네. 내가 텟키치를 체포한 것은, 동기가 있기 때문이야.”
“눈이 내리기 전...... 아아, 그렇습니까?” 텐카이치는 맥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나서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다른 쪽은 아직 수수께끼가 그대로 있쟎습니까? 사쿠조씨의 집은, 입구에 안쪽으로부터 버팀목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 상태로 범인은 어떻게 탈출했을까. 그거야말로 정말로, 뭐라고 할까.........”
“밀실이겠지”
“그렇습니다.” 텐카이치는 끄덕였다.
나는 턱을 문질렀다.
“그러고보니, 그런 수수께끼도 있었군”
“그런 수수께끼라니........ 그게 이번회의 메인이라구요. 오오가와라씨도, 좀 더 대단하게 다루어 주십시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5)
“그런말 해도 말이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 밀실,밀실 하고 소란을 떠는 것도 창피하거든. 자네에게 맡기겠네. 어차피 마지막에는 자네가 해결할테니까.”
“그런 무책임한” 텐카이치는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어쩔수 없으니까, 마지막은 제가 맡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분위기가 무르익어주지 않으면, 저도 하기가 어렵다구요”
“그 기분은 알겠네만, 이제와서 밀실로 분위기를 띄우라고 하는 것도 심한 소리야.”
“불평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가장 괴로우니까요”
“그렇게나 괴로운가?”
“당연하지요. 밀실 수수께끼 풀이 따위....... 아아, 하고 싶지 않아. 또 미스테리 매니어나 비평가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거야” 텐카이치는 꺼억꺼억 울기 시작했다.
“울지마. 알았어 알았어, 말하는 대로 하지” 나는 태세를 가다듬고서, 어조를 바꾸어 말했다. “으음, 물론 밀실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생각할 작정이다. 어쨌든, 아-, 뭐라고 할까, 밀실은 커다란 수수께끼니까” 너무나 창피한 나머지,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렇습니다, 커다란 수수께끼입니다.” 텐카이치도 확 자세를 바로하고 있었다. “밀실의 수께끼를 푸는 것이야말로, 진상해명의 지름길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네는, 뭔가 알아낸 모양이군”
내가 묻자, 텐카이치는 지팡이로 바닥을 딱딱 두드렸다.
“어느 정도는”
“그럼 그걸 가르쳐주게”
“아니오, 아직입니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닙니다.”
실은 여기에서 시원하게 말해버리면 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되겠지만, 그래서야 이야기가 계속되질 않기 때문에, 이렇게 얼버무리는 것이다. 나도 귀찮게 파고들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가, 그거 어쩔수 없군.”
“그것보다 오오가와라씨, 이제부터 카베카미가에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좀 조사해보고 싶은 것이 있거든요”
“흐음, 뭐 괜찮겠지”
나는 텟키치를 그대로 두고 파출소를 나섰다. 아마추어 탐정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경부가 갑자기 협력적이 되거나 하는 것이, 이 텐카이치 시리즈의 특징의 하나이다.
카베카미가에 가자, 과연 마을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우리들은 그들을 헤치면서 저택에 들어갔다.
카베카미가의 당주는, 사에코(小枝子)미망인이었다. 젊고 미인으로, 아무래도 결혼할 만한 아들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선대 당주의 후처라는 것이었다.
“이거 모처럼의 경사스런 혼사에 마가 끼어버렸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들이, 아니 이 제가 곧 범인을 체포해 보이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망인은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저는 마을사람들에게서 무슨 말을 들어도 상관없습니다만, 서로 좋아서 결혼한 젊은 두사람이 불쌍하니까요”
“예, 그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몇 번이고 끄덕였다.
이 시점에서 독자 여러분은, 이 여자가 수상하군 하고 노려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고전적 추리소설의 패턴에서는, 여자를 보면 범인이라고 생각해라, 라는 것도 있지만, 정말로 그러한 타입이다. 그런 건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역할상 그녀를 의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에코 미망인 다음에는, 어제 갓 시집온 키미코를 만났다. 이쪽도 꽤나 미인이다. 살해당한 사쿠조와는 먼 친척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어두운 기색은 없다.
“사쿠조씨의 집에 무언가 개구멍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텐카이치가 갑자기 물었다.
“개구멍? 아니요” 그녀는 머리를 저었다. “왜요?”
“실은 사쿠조씨는,” 텐카이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밀실상태에서 살해당했습니다.” 하고 한껏 연극조의 어조로 말했다.
“밀실” 키미코는 당혹스런 얼굴을 하고서는 중얼거렸다. “밀실이라는게 뭐지요?”
텐카이치는 크게 당황했다. “밀실을 모르십니까?”
“죄송합니다. 공부가 부족해서.....”
텐카이치는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밀실에 대해서 강의했다.
“뭐야, 그런건가” 설명이 끝나자, 키미코는 웃었다. “그런거, 별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아요?”
텐카이치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밀실 수수께끼를 풀지 않으면, 진상을 알 수 없습니다.”
“어머나, 그래요?” 키미코는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괜찮지 않나요? 범인을 잡고 나서, 어떻게 밀실로 했는지 들으면 되는 거에요. 전 별로 듣고 싶지도 않지만요”
나는 옆에서 듣고 있다가, 혀를 차고 싶어졌다. 이러니까 젊은 여잔 곤란하다. 하지만 키미코는 무신경하게 말을 계속했다.
“무엇보다 트릭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거에요. 밀실 수수께끼? 호호, 진부하다 못해 웃을 기분도 안 나는군요”
텐카이치의 볼은 굳어진 채였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6)
이야기는 점점 진행되어, 종막에 다가갔다. 이미 이 마을에서 4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수사가 계속 늦는 것은, 언제나의 패턴이다.
나는 지금까지 텟키치를 포함해 3명의 인물을 체포하고 있다. 어떻게 봐도 범인같지 않은 사람이나, 명백하게 독자를 잘못 이끌기 위해 등장시킨 듯한 인물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수사는 벽에 막혀, 나는 예의 대사를 내뱉고 있다. “이번 사건만큼은, 아무래도 감당할 수가 없군” 이라는 대사이다.
그리고 드디어 텐카이치의 수수께끼 풀이시간이 되었다.
카베카미가의 거실에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이게 되었다. 나도 당연히 출석하는 것이지만, 거기에서 곤란한 일이 발생했다.
텐카이치가 투정을 시작한 것이다. 수수께끼풀이 따위 하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구. 모두 기다리고 있어.”
“그럼 범인만 맞추도록 할게요. 그걸로 되겠죠?”
“이봐 이봐, 그건 말도 안돼. 이번회의 표제는 밀실살인사건으로 되어있다구. 밀실 수수께끼 풀이를 해주지 않으면, 독자들이 용서하지 않을거야.”
“거짓말” 하고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지면을 발로 찼다. “독자들도, 밀실따윈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게 틀림없어.”
“그런 생각 하지 말라니깐. 자 빨리 안으로 들어가. 주요등장인물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구.”
“그 사람들도 심하쟎아요. 조사도중에, 제가 밀실 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마다, 쿡쿡 하고 웃기 시작하는 거에요. [밀실은 트릭의 왕이다] 하고 제가 말했을 때에는, 순사 할아버진 노골적으로 비웃었다니까요.”
“그런말을 했나?”
“했습니다”
그거야 비웃겠지 하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어쨌든 오늘은 참고서 수수께끼 풀이를 해주게. 모두들 정숙하게 듣고 있도록 해둘테니”
“독자가 책을 집어던져도 난 몰라요”
“알았어, 알았어. 그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방에 들어오서, 태도를 싸악 바꿨다. 가슴을 펴고, 거만한 태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말한다. “흐음. 아마추어 탐정이 뭘 한다는 거야”
그때 텐카이치가 들어왔다. 전원의 시선이 모였다.
“그럼, 여러분” 하고 언제나의 대사를 그가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저의 추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텐카이치의 이야기는, 사쿠조 다음에 살해당한 세사람의 일부터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로 설명이 되지만, 요컨대 세사람은 범인을 알고 있어서, 그걸 빌미로 공갈하려고 하다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럼 사쿠조씨는 왜 살해당했는가. 그는 어떤 인물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비밀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예전에 기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숨기기위해, 그 인물은 벽신의 벌처럼 꾸며서 사쿠조씨를 살해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즉 벽에 발려진 피이고, 출입 불가능한 상태-”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방 구석에 있던 사에코 미망인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앗 하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어서, 그녀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어머니” 아들인 타츠야가 달려가서 안아올렸다. “어머니, 뭘 하시는 거에요?”
“타츠야..... 미안...... 해” 사에코 미망인은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범인이었어요?”
“이런일이”
“슬픈 일이로군”
“설마 저 분이 범인이라고는”
마을사람들이 한마디씩 비탄의 말을 했다. 울기 시작한 사람도 있어서, 실내는 소란해졌다.
나는 앗 하고 옆을 보았다. 텐카이치는 아연해져 서 있었다. 수수께끼 풀이 도중에 범인이 자살해버렸기 때문에, 얼빠진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오가와라씨” 그는 멍해져서 말했다. “돌아가도 될까요?”
“안돼” 나는 그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밀실 수수께끼 풀이를 하고 나서 가”
텐카이치는 반쯤 울 듯이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하라는 거에요?”
“어쩔수 없네. 재빨리 해치우면 돼”
그는 불쌍한 표정으로 마을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변함없이 각자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7)
“그럼 여러분, 여기서 밀실 수수께끼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는 겨우 각오하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다. 할머니 한 사람이 이쪽을 보았으나, 핑 하고 코를 풀더니, 다시 저쪽을 향했다.
“그날 밤에는 굉장히 눈이 내렸습니다. 실은 바로 이 눈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범인은, 대설이 될 것을 예상하고, 그날 밤을 택한 것입니다.”
“잠깐, 무슨 얘길 하는 거에요?”
“탐정역을 맡은 녀석이야. 밀실이 어쨌다든가 하고 있군”
“뭐야, 그렇담 됐어”
“그것보다 유체를 옮기자구”
청년단의 사람들이 사에코의 유체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모두가 줄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쿠조씨의 집은,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었습니다. 지붕에 눈이 쌓이면, 집 전체가 비뚤어질 정도로 노후화되어있었던 것입니다.” 텐카이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듣고 있는 것은 나와 순사 노인 뿐이다. 실은 노인도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내가 팔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밀실을 만들어 낸 것은 눈이었습니다. 눈의 무게로 집이 미묘하게 비틀려, 그 결과 현관 문이 열리지않게 된 것입이다. 그리고 범인은 그것을 계산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팀목을 끼워놓았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막대기를 문 옆에 두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이것이 밀실의 진상입니다.”
텐카이치가 이야기를 끝냈을때에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으음, 그랬었나” 나는 어쨌든 신음을 내 보였다. “그건 몰랐군. 이번에도 자네에게 한판 뺏겨버린 것 같군.”
나는 순사 노인을 팔꿈치로 찔렀다. 너도 뭔가 말해 라는 신호다. 노인은 천천히 텐카이치를 올려다보았다.
“저어, 요컨대 출입문이 기울어져서 열리지 않았다는 건가요?”
“뭐 그렇습니다.”
“하아아....”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 노친네, 이상한 소릴 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금단의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어쨌다니... 그러니까.....”
정말로 견디기힘든 침묵 끝에, 텐카이치는 와악 하고 울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완전히 손쓸 도리가 없다.
고리타분한 책을 읽게되신 독자들도 불쌍하지만, 수수께끼풀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탐정또한, 상당히 괴로운 것이다.
<역자후기> 코멘트 환영합니다... 전체적으로 패러디적 요소가 많은거 같은데... 잘 모르고 지나가는 부분도 있을 거 같아서요
그나저나 1장이 7개로 쪼개지다니... 어쩐지 도배가 되어버렸군요.. 으음...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1)
우시가미(牛神)저(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라는 보고가 아침 첫 번째로 들어왔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현경본부 수사1과의 경부인 나, 오오가와라 반조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단,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독자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터이다. 이제부터 만날 사건관계자들도, 그런건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우시가미저는 산속에 지어진 북구풍의 단독주택이었다. 살해된 우시가미 사다지(貞治)는 유명한 유화화가라고 했지만, 나는 모르는 이름이었다.
우리들이 달려가자 서양식 거실에 다섯명의 남녀가 모여있었다.
“뭐야, 저 녀석들은” 비싸보이는 가죽 소파에 앉아있는 다섯명을 곁눈으로 보면서, 나는 그 지역순사에게 물었다.
“어제, 이 집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한사람은 가정부, 두사람은 우시가미 사다지의 친척, 다른 두사람은 사다지의 제자이고 나머지 한사람은,” 거기까지 말하고 난 젊은 순사는 어리둥절해 했다. “어, 나머지 한사람이 없네”
“아직 남은건가”
“예. 그게 묘한 남자인데”
“됐어. 그건 나중에. 우선은 현장을 보기로 하지.”
우시가미 사다지는 아틀리에에서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아틀리에는 떨어진 곳에 있어, 안채와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순사의 안내로 아틀리에에 들어가보니, 방 중앙에 사체가 누워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나의 주의를 끈 것은 방안의 상황이었다. 창유리가 전부 부서져서, 그 파편이 바닥에 흩널려있었다. 창문뿐이 아니다. 책장의 유리문도 부수어져 있었다. 게다가 이젤위의 캔버스는 완전히 찢겨져, 거기에 뭐가 그려져 있었는지, 이제는 알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마치 여기만 태풍이 지나간 것 같지 않은가.”
내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손을 댄 순간, 방 구석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보니, 캔버스가 몇 개나 놓여있는 가운데, 구겨진 체크양복을 입은 남자가 바스락바스락 움직이고 있었다.
“이봐” 나는 남자의 등을 향해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나.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금지야.”
남자는 빙글 돌아 이쪽을 향했다. “야아, 이건 오오가와라 경부. 수고하십니다.”
“앗, 자, 자네는” 일부러 나는 말을 더듬었다. 남자는 텐카이치 다이고로, 이 작가의 소설엔 반드시 등장하는 탐정이다. “왜 자네가 이런 곳에 있는 건가?”
“실은 피해자로부터, 어떤 조사를 의뢰받았거든요. 그래서 어제부터 이곳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순사가 말했던 묘한 남자란 것은, 이 녀석을 말하는 것 같다.
“피해자라고 하면 우시가미 사다지로부터인가. 무슨 조사인가?”
“의뢰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규칙이지만, 이런 경우는 어쩔수 없겠지요. 우시가미 화백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 같으니, 범인을 조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뭐라구? 그거 정말인가?”
“거짓말해서 무슨 득이 있겠어요?” 텐카이치는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어떤 식으로 노리고 있었다던가?”
“첫번째는 낮잠을 자고 있을 때에, 목을 졸릴뻔 했다고 합니다. 괴로워서 허우적거리다 눈을 떠보니, 이미 범인은 없었다고. 두 번째는 독약이었습니다. 커피에 설탕을 넣으려고 했을 때, 그 속에 농약이 섞여있다는 것을 직전에 깨달았다고 합니다. 빛이 반사되는 상태가 달랐기 때문에 알았다고 하더군요. 농약은 원예용으로서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경찰에 연락을 안했던건가. 아마추어 탐정따위에게 의뢰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고” 나는 사체를 내려다보면서 소리쳤다.
“화백은 경찰에게도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웬만하면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제게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으음....”
텐카이치의 말에 나는 괴로워하는 얼굴을 하고나서, 옆에 있던 부하들에게 말했다.
“어이, 뭘 꾸물꾸물 하고 있나. 빨리 사체를 조사해”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2)
우시가미 사다지는 물감투성이의 작업복 차림으로, 위를 향해 쓰러져있었다. 그 가슴에는 나이프가 찔려져 있었다. 그 외에는 외상은 없었다.
“경부님, 이걸” 부하가 바닥에서 주워든 것은 네모난 탁상시계였다. 그것도 역시 표면의 유리가 부서져 있었다. 바늘은 여섯시 삼십오분을 가리킨 채 멈춰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범행시각도 이 때쯤인가. 아니, 범인의 위장일수도 있어 - 사체를 발견한 건 누군가?”
나는 부하형사에게 물었지만,
“최초로 발견한 것은, 가정부인 요네씨입니다.” 하고 텐카이치가 옆에서 대답했다.
“하지만 저택에 있던 전원이 발견자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요”
“무슨 뜻인가?”
“여섯시 반경, 그러니까, 그 시계가 부서졌을 때쯤, 저택내에 엄청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거든요. 우시가미 화백의 소리같았습니다. 거기다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도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아직 이불속에 있던 저도 뛰쳐나갔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속속 방에서 나오셨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엔 요네씨의 비명이 들려서, 우리들은 아틀리에에 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체를 발견했습니다.”
“흐음, 그렇게 된 건가” 나는 코밑수염을 문지르면서 잠시 생각한 후에, 이윽고 부하에게 말했다. “좋아, 어쨌든 관계자들에게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 한사람씩 차례대로 여기로 데리고 오게.”
예, 하고 대답한 부하는 안채로 향했다. 그런 부하의 뒷모습을 보고서, 나는 텐카이치 쪽으로 돌아서서,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범인 찾기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군. 현장도 밀실은 아닌 것 같고.”
“그 점에는 안심했습니다.” 텐카이치도 입가의 긴장을 풀었다. “또 밀실이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아틀리에의 문에는 열쇠가 걸려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니까요.”
“용의자가 다섯명인가. 뭐 표면적으로는 자네도 의심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리즈 탐정을 범인으로 할 순 없으니까.”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간 독자가 분노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했다.
“오오가와라 씨는 외부범의 가능성도 검토하시겠지요?” 텐카이치는 눈에 놀리는 듯한 빛을 띄웠다.
“할수 없겠지.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때, 외부범을 검토안하는 경찰은 없으니까.”
이런 설정의 탐정소설에서, 범인은 밖으로부터의 침입자였습니다, 따위의 일은 일단 없지만, 과녁을 벗어난 수사를 질질 반복하는 것이, 이 텐카이치 탐정 시리즈에 있어서 나의 역할이니까 별수 없다.
“으음, 그렇다곤해도 용의자가 겨우 다섯명이라니” 텐카이치는 덥수룩한 머리를 긁었다. “이렇게나 한정된 범위안에서,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할 작정인건지.”
“설마, 자살이었습니다 따윈 아니겠지” 나는 불안을 말했다.
“설마” 텐카이치도 말하더니, 그리고나서 잠깐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래?”
“아뇨, 지금 어쩐지 작가의 얼굴빛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이봐 이봐, 농담이 아냐”
내가 낭패하고 있을 때, 부하형사가 관계자 한사람을 데리고 왔다. 나와 텐카이치는 즉시 소설세계로 돌아왔다.
부하가 데리고 온 사람은, 살해된 우시가미 사다지씨의 사촌인 우마모토 마사야(馬本正哉)라는 중년남자였다. 본인에 의하면, 외국제품의 수출을 중개하는 브로커라지만,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의심스런 분위기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 완전히 모르겠습니다. 어제까지는 그렇게나 건강했던 사다지 씨가, 갑자기 이렇게 되시리라곤...... 에, 짐작이 가는 데 말씀입니까? 그런거, 전혀 없습니다. 누가 그렇게나 좋으신 분을 죽이려고 하겠습니까. 범인은 아마도 돈을 노리고서 숨어들어온 강도일 겁니다. 그게 틀림없습니다. 형사님, 아무쪼록 한시라도 빨리 체포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마사야는 슬프게 울었다. 아니, 울었다고 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건으로 눈을 누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조금도 젖어있는 것처럼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남은 관계자들로부터도 사정청취를 했다. 그걸 일일이 써도 독자는 혼란스럴 뿐일테니까, 탐정소설 첫 페이지에 곧잘 써 있는, [주요등장인물]이라는 란을 가져오기로 하자.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3)
[주요 등장인물]
우시가미 사다지 (牛神貞治) (60)
유화화가. 우시가미저의 주인. 독신으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우마모토 마사야 (馬本正哉) (42)
자칭 해외잡화 브로커. 사다지의 사촌으로, 우시가미저에 살고 있다.
우마모토 도시에 (馬本俊江) (38)
마사야의 처
토라다 쇼조 (虎田省三) (28)
사다지의 제자. 우시가미저에 하숙
타츠미 후유코 (龍見冬子) (23)
사다지의 제가. 우시가미저 근처에서 혼자 삶.
이누즈카 요네 (犬塚ヨネ)(45)
우시가미저의 가정부
오오가와라 반조 (42)
현경수사1과 경부
스즈키 (30) 야마모토 (29)
형사와 순사
텐카이치 다이고로 (연령불명)
명탐정
“와하하하하하”
등장인물표를 보고서, 나는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일개 형사나 순사까지도 쓰여있는 것도 실소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걸작인 것은 텐카이치이다.
명탐정.
푸-하하하하하. 이-히히히히히.
인물소개에, ‘명탐정’ 이라고 할건 없쟎은가. ‘탐정’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쓰지 말라구, 창피하니까. 이 작가는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우시가미저의 응접실에서 내가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으려니, 스즈키 형사가 다가왔다.
“경부님, 이누즈카 요네를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싸악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좋아, 안으로 들여보내.”
스즈키의 재촉으로, 요네가 들어왔다. 새파란 얼굴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자네, 이건 물론 본적이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집어든 것은, 설탕 용기였다. 안에는 정제설탕이 들어 있다. 요네는 묵묵히 끄덕였다.
“여기에 독이 들어있었다는 건 알고 있는가? 독이라는 건 농약일세.”
요네는 눈을 크게뜨고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런 거, 전혀 몰랐습니다.”
“그럴까, 정말로 자네가 몰랐을까나. 이건 보통 어디에 놓아두나? 부엌이겠지? 그렇다면 가장 독을 넣기 쉬운 것은, 언제나 부엌에 있는 자네라는 말이 되네만....”
“그런........ 전 몰라요. 제가 주인님을 죽이다니........ 그런......... 그런 무서운 일을.......” 요네는 얼굴을 부들부들 떨면서 경직했다.
“그럼 묻겠는데, 오늘 아침 우시가미 화백의 비명이 들렸을 때, 자넨 어디에 있었나?”
“방입니다. 제 방에 있었습니다.”
“호오, 그걸 증명할 수 있나?”
“증명이라니...... 그건 못하지만요”
“그렇지? 그런데말야, 자넬 제외한 전원은 비명이 들린 직후에 자기방에서 나와서, 그때 서로를 목격하고 있어. 즉 알리바이가 있는 걸세.”
“저도 비명을 듣고나서 방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틀리에로 가서, 주인님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른 거에요.”
“과연 그럴까. 화백을 죽인 후, 마치 바로 지금 온 것처럼 비명을 지른 게 아닌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에요.” 요네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서, 울어봤자 속지 않아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물론 마음속으로는 이 여자가 범인일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탐정소설에 있어서 우리들 조수역이 가장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결코 명탐정보다도 먼저 진범을 찾아내거나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텐카이치 탐정이 진상에 도달할 때까지, 어긋난 수사를 해서 시간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
이 요네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몇 개나 있다. 우선 먼저 미인이 아니다. 범인이 여자일 경우, 미인이라고 설정하고 싶어지는 것은 작가의 본능같은 것이다. 다음으로 과거가 확실하다. 이래서야 숨겨진 동기라는 것도 나중에 나오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름이다. ‘요네’라는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에게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울며 호소하는 요네를 앞에 두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문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들어온 것은 텐카이치였다.
“요네씨는 범인이 아닙니다.” 탐정은 갑자기 말했다.
“뭐야 자넨. 아마추어 탐정이 나설 자리가 아냐. 물러나게.” 나는 이럴 때 늘 하는 대사를 말했다.
“자아 들어주십시오. 오늘 아침 저는 경부님께, 우시가미 화백이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목을 졸렸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너는 그 때의 알리바이를 조사해봤습니다만, 그 때 요네씨는 마을로 장을 보러 나가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으음” 나는 신음을 흘렸다. 간단하게 범인으로 몰아붙이지만, 모순이 생기면 곧 무너져버리는 것도 우리들 조수역의 역할이었다. “그럼 범인은 이 여성이 아닌가........ 으음...”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4)
“그런데 지금 저기에서 형사님께 들었습니다만, 나이프에는 우시가미 화백 자신의 지문이 찍혀있었다면서요?” 텐카이치가 물었다.
“아아, 그래. 하지만 그건 자살로 보이게 하기 위한 범인의 위장이야. 지문이라고 해도, 왼손 지문이었네. 우시가미 화백이 오른손잡이였다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어”
“하아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범인도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왼손 지문을 찍은 걸까....”
“그거야 분명히 당황했기 때문이겠지”
내가 경솔하게 단언한 때, 부하 형사가 들어왔다.
“경부님, 우시가미 사다지의 그림을 취급하고 있는 화상에게 이런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
부하가 내민 봉투에서 알맹이를 꺼내들었다. 안의 편지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우시가미 사다지의 그림은, 사다지 자신이 그린 게 아니다. 내가 그린 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우시가미 사다지는 죄를 속죄해야 할 것이다.]
“뭐야, 그럼 우시가미는 남의 작품을 훔치고 있었다는 건가?”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 지금까지 울고 있던 요네가, 얼굴을 들고서 단언했다. “주인님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쓴건가?” 나는 편지를 다시한번 읽고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잠깐 실례” 텐카이치가 옆에서 손을 내밀어 편지를 가져갔다. “지저분한 글씨체군요”
“필적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겠지.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이러니까 아마추어는 곤란하다 라는 얼굴을 만들었다.
“으음, 혹시........” 텐카이치는 머릿속으로 추리를 진행시키기 시작했을때의 버릇으로, 덥수룩한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비듬이 흩날렸다.
이미 말했듯이, 이것은 범인맞추기소설(who done it)이다. 그러면 독자가 한손에 메모를 해가면서 읽으면 범인을 알수 있는 건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고, 소설속의 단서만으로는, 아무리 애써도 진상을 해명하는 것 따윈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런 류의 소설의 실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그것은, 작품속의 탐정처럼 논리적으로 범인을 맞추려고 하는 독자따윈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파해내려고 한다.
"나, 도중에 범인 알아냈다-" 라고 말하는 독자가 때때로 있는데, 실제로 추리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고, 이 녀석이다, 하고 적당히 찍어서 맞춘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독자의 범인맞추기는 경마의 예상같은 것이다. 이번 케이스를 예로 든다면, 독자의 예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우승 후보] 다츠미 후유코.
젊고 미인. 이 사람이 범인이라면 그림이 된다. 피해자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고 있지만, 왠지 꾸민듯 하다.
[대항(우승후보와 호각을 다투는 말-역주)] 토라다 쇼조.
호남자로 묘사되고 있다. 가장 수상하지 않으니까 반대로 수상하다.
[다크호스] 우마모토 부부 중 어느 한 쪽.
재산이라는 동기가 빤히 보이기 때문에, 이건 아마도 작가가 독자를 미스리드하기 위한 캐릭터.
[예상외] 이누즈카 요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실은 악녀였다 라는 반전도 있을 수 있다.
[진짜 예상외] 형사 중 누군가.
때때로 이런 소설도 있기 때문에, 일단 고려해두기로 한다.
[번외] 자살 또는 자작극. 또는 전원이 한패.
이상과 같은 예상을 세워놓고, 자 어디 덤벼봐 하고 독자는 단단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범인이 되어도, "역시 그렇군, 그것도 생각했는데" 하고 말하는 것이다.
"어이, 괜찮아?" 나는 출연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텐카이치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그가 수수께끼 풀이를 하기로 되어있는 것이다. "정말로 독자의 의표를 찌를 만한 진상인 거겠지?"
"맡겨주십시오" 텐카이치는 자신만만이다.
"하지만말야, 이 주요등장인물중의 누가 범인이더라도, 독자는 놀라지 않을거라구"
"그렇겠죠"
"진짜 여유가 있군. 이봐, 아무리 이런 타입의 소설이라고 해도, 작가라든가 독자가 범인이었습니다 라는 것 따윈 아니겠지"
"그런 건 없습니다. 게다가 아마도, 그런 것도 최근의 독자들은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정말로 그말 그대로였기 때문에, 나는 신음소리를 냈다.
거실의 문이 열리고, 부하형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모두 모였습니다만."
"좋아, 그럼 갈까" 텐카이치를 데리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관계자 전원이 모여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아-, 이번 사건에 대해서 텐카이치 군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의 추리따위 들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제발 부탁한다고 하기 때문에, 들어보기로 하겠다." 언제나 하는 대사이다.
내가 자리에 앉자, 텐카이치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럼 여러분," 이것도 역시 언제나 하는 첫마디다. "이번의 사건은 정말로 기묘했습니다. 정말로 저도 혼란되고 말았습니다만, 드디어 진범을 발견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구야?"
"누구에요?"
관계자 사이에서 소리가 났다.
"그것은," 텐카이치는 휘익 일동을 둘러보며 말했다. "남성입니다."
오, 하고 술렁임이 일었다.
"당신, 당신이군요"
"아냐, 내가 아냐"
"저도 아닙니다."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관계자를, 자자, 하고 텐카이치가 가라앉혔다.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5)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범인인 '그'는, 오랫동인 우시가미 사다지 씨의 그늘속의 존재로서 만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은 우시가미 씨에게 가로채여, 우시가미 씨의 작품으로써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시가미 씨로부터 그에게로, 무엇 하나 보답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드디어 분노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원한을 폭발시켜, 드디어 우시가미 씨를 살해하기에 이르른 것입니다."
"누군가, 그게?" 나는 일어서서 관계자들을 노려보았다.
"누군가요?"
"누굽니까? 빨리 가르쳐주십시오"
"그는," 텐카이치는 젠 체하며 심호흡을 하고나서 계속했다. "그것은, 우시가미 사다지 씨의 안에 사는, 또 하나의 인격입니다."
"................." 전원이 침묵하고 탐정을 응시했다.
"우시가미 씨는 어릴 적, 병치료를 위해서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전문적 기술 생략)......... 우뇌에 별개의 인격이 생겨나, 그 인격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사해본 결과, 우시가미 씨는 오른손잡이일텐데도, 그림붓에는 왼손의 지문이 찍혀있었습니다.왼손의 움직임은 우뇌가 관장하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예의 고발문의 글자가 엉망진창이었던 것은, 왼손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 인격은 우시가미씨의 주된 인격을 증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주된 인격이 자고 있는 사이에, 그의 목을 조르려고 하기도 하고, 커피 설탕에 독을 넣기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잘 되질 않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드디어, 나이프로 가슴을 찔렀습니다."
"아틀리에의 유리가 산산히 부서져있었던 것은 어째서인가?" 왠지 거실 분위기가 나쁜 것을 느끼면서 나는 질문했다.
"그것은 거기에 우시가미 씨의 모습이 비추였기 때문입니다. 착란한 별개의 인격이, 우시가미 씨의 모습을 보고서, 마지막 한조각까지 파괴했습니다. 거울도 시계도 창유리도. 그리고 캔버스도 완전히 찢겨져 있었습니다만, 거기에는 우시가미 씨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으-음" 나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건 자살하고는 다른 건가?"
"다릅니다. 자살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건 살인입니다." 텐카이치는 발끈해서 말했다.
관계자들은, 아직 무언가에 홀린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그랬던 건가" 나는 일어섰다. "별개 인격이 범인이었던 것인가. 이번만큼은 항복하겠네" 나는 필사적으로 텐카이치를 추켜세웠다.
"아니-,이건 오오가와라 씨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날라왔다. 줏어보니, 맥주 빈 깡통이다. 어라,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다음으로는 바나나 껍질이 날라왔다.
"어라라, 어떻게 된 거야?" 텐카이치는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나는 퍼뜩 깨달았다.
"독자들이다. 독자들이 화가나서 던지고 있는 거야"
그리고 부엌쓰레기랑, 분뇨까지 날라왔다.
"우아아, 살려줘-" 텐카이치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 날 두고 가지 마" 나도 또한 허둥지둥 달려나갔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산길 양쪽으로는, 더러워진 면같은 눈이 봉긋하게 쌓여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날도 개었고, 바람도 전혀 없다. 기분나쁠 정도로 조용해서, 지프의 엔진소리와 타이어 체인소리만이 들려왔다.
"아직 멀었습니까?" 운전수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나를 역까지 마중나와 주었던 것이다.
"앞으로 5분 정도 남았습니다." 칼라에 털이 붙어있는 점퍼를 입은 운전수는, 가벼운 어투로 대답했다.
지프는 좁은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올려다봐야 할 급사면, 왼쪽은 굴러떨어졌다간 지옥까지 가버릴 것 같은 낭떠러지다. 눈사태가 일어나면 통행은 불가능하겠군, 하고 언뜻 생각했다. 동시에, 이번회의 스토리가 대강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프가 멈춘 곳은, 경사면을 뒤로 하고 세워진 서양식 저택 앞이었다.
"이야아아, 이거이거. 수고많으셨습니다, 오오가와라 경부님" 나를 맞은 사람은, 이 저택의 주인인 야가타 덴조(矢加田伝三)씨 였다. 적당히 살이 붙어있고, 적당히 나이를 먹은 신사이다. 이 지방에서는 손꼽히는 자산가다. 세금도 잔뜩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 공무원의 좋은 스폰서인 셈이다.
"훌륭한 저택이군요" 나는 진심반, 아부반으로 말했다.
"이거야, 황송하군요. 아무쪼록 편히 지내 주십시오." 야가타 씨는 그렇게 말하고, 다음으로 나타난 손님쪽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이 저택의 완성축하일이었다. 야가타 씨에게는 시내에 훌륭한 집이 있지만, 주말은 자연에 둘러싸여 보내고 싶다고 해서, 여기에 별장을 짓게 된 것이다. 부자는 역시 하는 일이 다르다.
실은 오늘 여기에 초대된 것은 서장이었다. 그런데, 직전에 만성 요통이 도지는 바람에, 마침 비번이었던 내가 대타로 나서게 된 것이다.
널따란 파티 홀에는, 서서먹는 형식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참가자는, 대충 들은 바로는, 수십인정도. 지방 신문에 한번 정도는 얼굴이 나왔던 적이 있는 인물들 뿐이다.
이 기회에 평소 거의 먹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맘껏 먹어주지 하고, 재빠르게 요리를 접시위에 쌓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오오가와라 경부님"
나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구겨진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남자가, 둥근 테 안경 깊숙이에서 이쪽을 보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텐카이치 다이고로다.
"앗, 자네는" 나는 눈과 입을 둥글게 했다. "자네도 초대된 건가?"
"예. 저도 약간은 이름이 팔려있으니까요" 텐카이치는 코를 실룩이며, 저택 안인데도 골동품 지팡이를 휘휘 돌렸다.
"흠, 잘난척하긴. 어쩌다가 두세개 사건을 해결한 것 뿐이쟎아. 아마추어가 재수좋게 어쩌다 맞추는 데 두손들었네" 나는 예의, 사립탐정을 바보취급하는 대사를 말했다. 조수역인 경부, 라는 역할상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텐카이치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기까지 오는 길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좁더군" 나도 역시 소설세계에서 떠나, 빙긋 웃었다. "당장이라도 눈으로 묻혀버릴 것 같았네."
"동감입니다." 텐카이치도 응응 하고 끄덕였다.
"아마 이제 곧 눈이 내리기 시작하겠죠. 그것도 터무니없이 큰 눈일거라고 보고있습니다."
"그리고 통행 불능인가"
"전화선도 끊어지겠죠"
"그렇게 되면, 이 저택은 눈으로 폐쇄된다. 외부와의 연락도 불가능"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그 패턴인 듯 하군요"
"그런 것 같군. 이 작가는, 그 패턴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나는 홀을 둘러보았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점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원이 여기에 묵는 건 아니니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가버리고 남는 사람은 7,8명 정도겠지요."
"그렇담 다행이지만"
"틀림없습니다. 이 작가의 능력으로 미루어보건대, 그 이상 등장인물이 늘어나면, 구별해 쓰는게 불가능해 질테니까요"
"과연" 설득력있는 설명에, 나는 납득했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이윽고 야가타 씨의 인사가 시작되고, 절친한 사이에 있는 인물 몇 명이 축하의 말을 했다. 다음은 게임과 여흥으로 분위기가 띄워져, 잠깐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밤도 깊어가자, 텐카이치가 예언했던대로, 라고 하기보다 이런 소설의 패턴으로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것도 역시 예언대로, 손님의 대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은 사람은 사용인 두사람을 제외하면, 주인인 야가타 씨와 아야코 부인 그리고 나와 텐카이치를 포함한 5명의 손님뿐이었다.
우리들은 파티회장을 나와서, 연결복도로 이어져있는 별채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도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거실이 있어서, 다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마실일이 없을거라고 생각되는 고급술이 죄다 나왔다. 차제에 나는 별로 사양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손님들도, 야가타 씨가 가져오는 진귀한 술, 유명한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몇사람이 있으면 그 중에는 한사람 정도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지만, 오늘밤은 주당들만 모인 듯하다. 텐카이치를 봐도, 점잖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지만, 점점 피치가 올라가고 있었다.
브랜디와 스카치 몇 병이 비었을 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야가타 씨가 수화기를 들었다.
두세마디 말하던 야가타 씨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우울한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약간 일이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에, 그게, 도중의 산길에서 폭발사고 같은게 일어나서, 그 영향으로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군요. 그 때문에 당분간 길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하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텐카이치를 보았다. 그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야가타 씨에게 눈을 돌렸다. "폭발사고라니 묘하군요"
"예. 다만 원인 조사를 하려고 해도, 이렇게 눈이 많이와서는....... 게다가 무엇보다도, 길을 뚫는게 선결문제이고"
"복구하는 데 얼마정도 걸릴까요?" 손님중의 한사람, 오오코시 가즈오(大腰一男)가 물었다. 오오코시는 야가타 씨의 옛친구라고 한다. 돈은 잘 쓰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눈이 그치면 곧 착수할 수 있다는군요. 그래도 내일 하루 꼬박은 걸리겠죠" 그렇게 말하고 야가타 씨는 온화하게 일동에게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1주일 정도는, 여러분이 묵으셔도 될 정도의 준비는 되어있으니까요. 뭐, 이 기회에 편히 쉬다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하고 손님들은 머리를 숙였다.
그 후에도 우리들은, 거실에서 술을 계속 마셨다. 내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인지, 야가타 씨는 나에게 지금까지 해결한 사건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별로 나쁜 기분도 들지 않아서, '카베카미 가 살인사건' 이라든가, '살아있는 목 마을의 저주 살인사건' 이라든가, '무인도 사체 연속소실사건' 등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실은 어느 사건도 텐카이치 탐정의 공훈이지만, 그런 건 잊어버리고 있는 척을 하는 것이다. 텐카이치도 옆에서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오오코시 가즈오가 일어섰다. "저기...." 머뭇머뭇,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다. 소변인 것 같은데 파티 회장과는 건물이 다르기 때문에,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것이리라.
"화장실은 이쪽입니다. 안내하지요" 야가타 씨는 재빠르게 일어서, 오오코시를 데리고 거실을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화장실에 가려고 했을 때에는 하녀에게 안내를 시켰으면서, 오오코시에게는 상당히 신경을 써주는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좀 추워졌지요?" 아야코 부인이 말했다.
"밖엔 눈이 꽤 심하게 내리고 있겠죠?" 손님중의 한사람인, 동그란 코를 가진 하나오카(鼻岡)가 말했다. "여기엔 창문이 없으니까 알 수 없지만"
몇분후 야가타 씨는 돌아왔다. 그리고 하녀에게 명령했다. "술이 떨어졌쟎아. 전부 가져와"
"아뇨, 전 이제 충분합니다." 청년사업가인 아시모토(足本)가 손을 내저었다. "약간 취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젊으시면서" 야가타 씨는 아시모토의 글라스에 브랜디를 따랐다. 그렇게 되면 역시 싫지는 않은지, 이런 곤란한 걸, 하면서도 아시모토는 기쁜 듯이 입으로 옮겼다.
그리고나서도 1시간정도 우리들은 마시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려고 하던 하나오카가 도중에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오오코시 씨는 어떻게 된 걸까?"
"그러고 보니" 하녀가 불안한 듯한 얼굴로 전원을 보았다. "좀전에 화장실에 가신 후로, 돌아오질 않으셨어요"
"이미 방에서 쉬고 계시겠지. 걱정할 필요없어요" 야가타 씨는 이렇게 말하고, 벽시계에 눈길을 주었다. "하지만 일단 상황을 보러 가는 게 좋겠군. 자네, 잠깐 오오코시 씨의 방을 보고 오게" 하고 하녀에게 명령했다.
"어차피 취해서 뻗어있을 텐데요. 무리해서 벌컥벌컥벌컥 마셔댔으니까" 명정 상태 직전의 아시모토가 사돈 남말하듯 말했다.
하녀가 거실에 달려들어왔다. "오오코시 씨는 방에는 계시지 않는데요"
"뭐라고?" 야가타 씨는 몇 센티정도 펄쩍 뛰었다. "좋아, 그럼 저택 안을 찾아보기로 하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도 일어섰다.
“저도요” 하고 텐카이치도 말했다.
결국 전원이 찾아보게 되었지만, 오오코시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별채의 현관에서 밖으로 나가 보았다. 눈은 그쳐있었지만 정원은 새하앴다. 발자국은 하나도 없었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바로 옆에 텐카이치 탐정이 와 있었다. 주저앉아서, 정원의 눈을 만져보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아 잠깐” 텐카이치는 일어서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 같군요”
으음, 하고 나는 끄덕였다. “타이밍적으로도, 슬슬 그럴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술 마시는 장면뿐이라, 독자도 지겨워졌을 때이기도 하고”
“이번은 어떤 트릭일까요? 범인 찾기일까요, 불가능범죄일까요?”
“밀실일수도 있지” 일부러 심술궂게 말해보았다.
예상대로, 텐카이치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것만은 제발.......”
그 때 야가타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부님, 오오가와라 경부님은 어디십니까?”
“예, 지금 갑니다” 나는, 언제나의 엄격한 얼굴로 돌아와 저택으로 들어갔다.
야가타 씨는 나를 보자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그를 따라서, 우리들은 헛간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이 들어오자, 안은 놀랄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곳에 놓여있는 물건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그곳에는 케이블카가 격납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이런 곳에 케이블카가?”
나는 야가타 씨에게 물었다.
“이걸 타면, 뒷산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위에도 전망대를 겸한 오두막집을 만들었거든요. 여름에는 맥주라도 마시면서 아래 경치를 구경할까 하고요”
“하아아, 과연 생각하시는 게 다르시군요”
“그래서 이 케이블카에 무슨 문제라도?” 텐카이치가 질문했다.
“예, 실은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어서요. 혹시 오오코시 씨가 탔던 것은 아닌가 하고”
“으음” 나는 신음소리를 냈다. “좋아, 그럼 우리들도 위에 올라가 보죠”
아야코 부인과 하녀만을 남겨두고, 나와 텐카이치와 야가타 씨, 그리고 두명의 손님이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우와, 굉장한 급경사군요” 아시모토가 창밖을 보고 감탄했다. “이래서야, 걸어서 오르는 건 무리겠군요”
“오오코시 씨도 별나다니까.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에 전망대에 올라가다니” 하나오카가 느긋하게 말했다.
“오오코시 씨는 혼자서 올라간게 아닙니다.” 텐카이치가 말했다. “그렇다면 케이블카는 위에 올라간 채 일테니까요”
모두, 과연 하는 얼굴로 끄덕였다.
케이블카가 위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약 15분정도 걸렸다. 오두막을 나와서 주변을 찾아보았다. 아래와는 다르게, 이곳에는 가루눈이 아플정도로 내리고 있었다.
수색을 시작한지 약 15분 후, 오오코시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오두막 바로 옆에 쓰러져 있었지만 눈에 덮여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오오코시는 후두부를 맞았다.
무인도나, 폐쇄된 산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패턴을, 미스테리의 세계에서는 때때로 볼 수 있다. 이 텐카이치 시리즈에 있어서도, 몇작품이나 있다. 등장인물인 내가 말하는 거니까 확실하다. 당연히 이런 패턴의 작품을 환영하는 독자가 있으니까 쓰여지는 것이다.
단 여기에는, 일본에서는, 이라는 단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평론가에 의하면, 현재 서구에는 이런 작품은 전혀 없고, 이런 것을 좋아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독자뿐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일본에는 일본의 문화가 있는 거니까, 서구인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본의 독자가 유치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쓰고 싶은 작가는 쓰면 되고, 읽고 싶은 독자는 읽으면 되는 거다.
다만--, 하고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잠깐 말하고 싶다.
좀 더 머리를 짜낼 순 없는건가. 언제나 언제나 큰 눈으로 산장이 고립되거나, 태풍으로 무인도의 별장이 고립되거나 하는 걸로는, 독자 여러분들도 질려있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도 역시 어지간히 지겨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고립시키지 않으면, 어떤 점이 곤란한 것인가?
“먼저 용의자를 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의 혼잣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텐카이치가 끼어들어 왔다. “외부범행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으로, 불가능범죄였다는 것을 좀 더 선명하게 독자에게 어필할수 있습니다. 이번 상황만해도 그렇습니다. 전원이 거실에 있었는데도 오오코시 씨가 산 정상에서 살해되어 있다. 하지만 용의자는 그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싫어도 수수께끼가 깊어지게 됩니다. 이건 작가측의 사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점은 그것뿐인가?”
“아직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건 제 입장에서 말하는 겁니다만” 텐카이치는 코를 긁적였다. “탐정역이 고군분투할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겠죠. 경찰이 더해지면, 과학수사라든지 인해전술이라든지, 지능 게임의 분위기가 무너져버립니다. 고립되어 있으면, 순수하게 범인 대 명탐정의 싸움이 되니까요”
자기가 자기를 가리켜 명탐정이라고 하는 인간도 드문데, 하고 생각하고 빤히 텐카이치의 얼굴을 쳐다보았으나, 녀석은 뭔가를 오해했는지 응응 하고 몇 번이고 끄덕이고 있다.
“범인측의 장점에 대해서도 빠뜨릴 수 없겠지요. 무대가 고립되어 있으면 경찰은 개입못하고, 관계자들도 달아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범인은, 차례차례 살인을 실행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럴 마음만 있다면 전원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패턴은 명작에 있습니다만”
“그럼 한사람만 죽일 작정이라면, 고립시킬 필요는 없겠군”
“그렇다고도 단정할 수 없어요. 트릭상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과연. 장점은 잘 알았네. 하지만 단점도 있쟎나. 범인으로서는, 용의자는 많을수록 좋을텐데. 관계자가 한정된 상황 아래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워”
“그건 확실히 그렇지요” 텐카이치는 쓴 얼굴을 했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도대체 범인은 왜 이런 장소를 고르는 걸까. [저택물]같은 걸 읽으면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마을에서, 지나가는 놈한테 살해당한다는 쪽이 훨씬 붙잡힐 가능성이 낮지 않나?”
“으음” 텐카이치는 팔짱을 꼈다. “그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이런 이야긴 싫다구. 하나에서 열까지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세계란 소릴 듣는거야”
“저 하지만, 이번엔 괜찮습니다.” 텐카이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사건은, 경부님의 불만을 해소시킬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렇담 다행이지만”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자아, 보고 있어 주십시오” 탐정은 소리높여 웃으면서 일어섰다.
소설세계 쪽에서는, 나는 각자의 사정청취를 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것들이 밝혀졌다.
․ 아시모토는 오오코시에게 빚이 있어서, 그걸 갚으라고 추궁당하고 있었다.
․ 하나오카는, 오오코시의 처를 사랑하고 있다.
․ 야가타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다.
․ 사용인들은 오오코시와는 초대면이다.
이상의 사실로부터, 나는 아시모토와 하나오카를 의심하기로 했다. 물론 내심으로는, 이 두사람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 두사람에게 혐의를 걸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텐카이치 시리즈에 있어서 나의 역할이니까 어쩔 수 없다.
“으음, 이런” 사건 다음날 아침, 거실 소파에 앉아서, 나는 머리를 긁었다. “이번 사건만큼은,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군” 언제나의 대사이다.
여기에 야가타 씨가 나타났다. “대단한 경부님도, 안되시는 겁니까?”
“이야, 면목없습니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용의자는 좁혀 두었지만, 살해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그 땐 아무도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산 정상까지 가려면, 케이블카를 사용해도 편도 15분은 걸립니다.”
“그럼, 자살이라고는 생각할 순 없습니까?”
“무리입니다. 자기 후두부를 때리는 자살방법 따위, 들어본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는?”
“사고입니까........” 나는 잠시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으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술취한 오오코시 씨가, 장난 반으로 케이블카에 타고, 위의 오두막에서 내리자마자, 어떤사정으로 머리를 부딪혔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사정으로 케이블카의 스위치를 눌러서 텅빈 채 내려왔을지도.........”
어떤 사정, 이라는 말은 나와 같은 조수역 경관에게는 상당히 편리하다.
"맞아, 그래. 틀림없이 그럴거야." 나는 손을 쳤다. "야가타 씨, 그건 사고입니다. 그것밖엔 없어요."
그 때, 거실 입구에서 텐카이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모여주십시오"
그의 목소리에, 저택안에 있던 인간들이 모여들었다.
"무슨일입니까?"
"무슨일이 생겼습니까?"
전원이, 마치 사전에 협의라도 한 것처럼, 텐카이치를 둘러싸고 부채꼴로 앉았다.
"뭐야, 뭐야, 뭐야?" 나는 입을 삐죽이며 소리쳤다. "뭘 할 작정인가, 자네?"
텐카이치는, 이쪽을 보고 빙긋 웃었다.
"물론 수수께끼 풀이지요. 오오코시 씨를 살해한 범인을 알아냈습니다."
"살해라고? 흐음" 나는 코로 웃었다. "그건 사고야. 바로 지금, 그렇게 결정됐네"
"아니요 경부님. 그건 살인입니다." 가는 일동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물론 범인은 이 중에 있습니다."
오오, 하는 술렁임이 일었다.
"누구야?" 라는 하나오카.
"누구입니까?" 라는 아시모토.
모두에 이어서 야가타 씨가 물었다. "도대체 누가 오오코시 씨를 살해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텐카이치는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그 얼굴을 야가타 씨 쪽으로 돌렸다. 둥근 테 안경 안쪽에서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범인은, 당신입니다. 야가타 씨"
야가타 씨를 제외한 전원이, "에에?" 하고 놀랐다. 그리고 야가타 씨에게 주목했다.
이 저택의 주인은, 잠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가슴을 크게 올렸다 내리고는 탐정을 향해서 말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그 때 제가 거실에 있었다는 건 여러분 모두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텐카이치 군." 나도 야가타 씨를 편들었다. "오오코시 씨를 살해할 틈따윈 없었다고"
"글쎄, 어떨지요?" 그러나 텐카이치 탐정은,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오오가와라 경부님도 기억하고 계시겠죠? 최후로 오오코시 씨와 접촉했던 것은 야가타 씨입니다. 분명 화장실을 안내해주셨지요."
"말도 안돼요. 같이 있던 건, 단 2,3분이었습니다." 야가타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2,3분 있으면" 하고 텐카이치는 말했다. "후두부를 내려칠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거야 죽일수는 있겠지만, 정상까지 운반하는 건 무리쟎나" 하고 내가 말했따.
그러나 텐카이치는, 빙글 웃었다. "그게 가능합니다."
"설마"
"정말입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제 뒤를 따라 와 주십시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텐카이치는, 빙글 하고 방향을 틀어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뒤를 좇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랐다.
그는 복도를 걸었다. 방향으로 봐선 화장실을 향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화장실을 지나쳐 복도의 막다른 곳까지 갔다. 거기에도 문이 달려 있었다.
"자 그럼, 한번 봐 주십시오." 텐카이치는 문을 열었다.
우와와, 하고 놀라는 목소리가 남자들로부터 들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문 밖은 눈으로 덮여진 내리막경사였다. 휘잉휘잉 하고 눈이 섞인 찬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여기는, .........저, 정상이 아닙니까?" 하나오카가 웅얼대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텐카이치가 말했다. "우리들은, 아니 이 별채는, 우리들이 눈치채지 못한 새에 정상에 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저택에는 그런 장치가 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된 건가. 설명해주게" 하고 나는 텐카이치에게 말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즉 이 별채 전체가, 거대한 케이블카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다만 움직이는 속도는, 굉장히 느립니다. 편도 1시간 이상은 걸리겠지요. 그렇기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어젯밤에도, 이렇게 정상에 왔었던 겁니까?" 하고 하나오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 상태로 야가타 씨는 오오코시 씨를 죽이고, 그 비상구에서 밀어떨어뜨린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저택을 원래의 위치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들이 눈치채면 곤란하니까, 거실에서 술을 계속 돌렸던 것입니다. 야가타 씨로서는, 아직 저택이 이동하고 있는 동안에, 우리들이 방으로 돌아가서 창문에서 밖을 보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입니다. 오오코시 씨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에도, 야가타 씨는 일단은 걱정 없다 라는 태도를 취했었습니다. 아직 저택이 원래 위치에 돌아와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시계를 보니, 충분히 시간이 경과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갑자기 크게 난리를 피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야가타 씨. 저의 추리에 틀린 점은 없습니까?"
그러나 야가타 씨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얼어붙은 듯이 꼼짝않고 서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이 사실을 눈치챘나?" 나는 거꾸로 텐카이치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빙긋 웃었다. "오오코시 씨를 찾고 있었을 때, 경부님과 함께 정원에 나갔었지요? 그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건물에 붙어 있는 눈과, 정원에 쌓여있는 눈의 질이 전혀 달랐거든요. 마치 건물만이, 높은 곳에 갔다 온 듯이."
"그리고 실제로 건물만이 이동하고 있었다는 건가. 으-음, 두손들었네. 이번만은 자
명탐정의 법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프롤로그
내 이름은 오오가와라 반조(大河原番三), 나이는 42세이다. 현경본부 수사1과의 경부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부하를 이끌고서 현장으로 달려간다.
‘오오가와라’라는 성이 암시하듯이, 경찰내에서는 위엄있는 얼굴로 유명하다. 코밑에 수염까지 나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이봐, 뭐하고 있는 거야?”하고 소리지르면, 파출소에 근무하는 신참순사따윈,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난 어떻게 봐도 훌륭한 경부지만, 실은 그다지 큰 소리로는 말할 수 없는 결점이 있다. 그것은, 이 일을 시작한 이래 아직 한번도 수훈을 세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체포하기도 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사지휘관이라는 지위에 언제까지나 붙어있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해결이라든가 범인체포라든가를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은, 나 이외의 어떤 인물이다.
어떤 인물이라는 것은, 바로 그 유명한 명탐정 텐카이치 다이고로(天下一大五郞)이다. 구겨진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 낡아빠진 지팡이가 트레이드 마크이다. 사건관계자 일동을 모아놓고, “자 여러분”으로부터 시작해 자신의 추리를 전개하고, 마지막으로, “범인은 당신이다”하고 지팡이로 가리키는 장면을, 영화등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도 많을지 모른다.
그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현명한 독자라면 이미 아셨을 것이다. 즉 나는 텐카이치탐정 시리즈의 조수역인 것이다. 명탐정물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추리를 해대는 형사가 등장하는데, 그 피에로 짓을 연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뭐야, 그럼 쉬운 일이겠군”
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진범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고, 사건해결의 열쇠를 놓쳐버려도 절대로 괜찮고, 어쨌든 범인도 아닌 관계자
를 계속 의심하고 있으면 되니까, 이렇게 쉬운 일은 없다 - 독자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된다.
절대 말도 안된다.
우선 진범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다는 점인데,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진범을 자신의 손으로 찾아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아실 것이다. 진범을 찾아내는 것은 주인공 텐카이치 탐정의 일이기 때문에, 그 추리장면이 오기 전에 내가 해결해버리면, 주인공의 존재가 무의미해져 버린다. 무엇보다도, 탐정소설로서 성립이 안되질 않는가.
마찬가지로, 사건해결의 열쇠는 놓쳐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범인도 아닌 관계
자를 의심하는 것은 괜찮지만, 만의 하나, 진범을 의심하면 안된다.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제약은 상당히 가혹하다. 틀려도, 진상에 다가가거나 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여러분에게 질문하겠는데, 절대로 진상에 다가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바로 그거다. 진상을 한발 먼저 밝혀내서, 그것을 피하는 것이 최고. 즉 나는 항상 주인공인 텐카이치보다도 먼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일부러 그 추리를 우회하면서 모든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명탐정의 법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프롤로그 (계속)
지난번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산속 깊은 곳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잔혹하기 그지없는 연속살인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세 사람으로, 모두가 젊은 여성. 사실은 범인이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중 한명이지만, 그 여성만을 죽이면 동기 때문에 자기 한 사람만이 의심받게 될거라고 생각해 나중의 두 사람도 살해했다는, 이상하다고 할까, 비현실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잔혹한 사건이었다.
그 때의 범인은,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안이며 부호였던 류진(龍神)가의 미망인이었다. 아름답고, 조용하고, 자선사업에 기부를 하고 있을 정도의 인물이므로, 도저히 살인같은 걸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사건직후부터, 그 미망인이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의 눈이 닿는 범위내에서는, 결코 그녀를 의심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에서는 과학수사가 가능한 모든 힘을 다해서, 그녀가 범인이라는 확증을 착착 얻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독자에게는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의 앞에서는 변함없이 시골의 나이 먹은 순사를 질타하고, 현실에는 있을리 없는, 20년 전에 행방불명된 살인귀를 찾는 척하는 것이다. 기분나쁜 전설에, 약간은 겁먹은 척하기도 한다.
이윽고 과학수사가 결실을 맺어, 진상이 판명되면 그다음은 쉽다.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뻔히 보이는 동기를 가진, 너무나도 음침한 남자를 체포하여 다그친다. 조만간 무죄라는 증거가 나오니까, 이번엔 여자관계가 지저분한 젊은 남자를 체포한다. 이놈도 조금 지나 석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면, 나는 팔짱을 끼고서,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번 사건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군”
하고, 언제나의 대사를 뱉어낸다.
이쪽이 이런 수순을 밟고 있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 텐카이치 탐정은 착착 수사를 진행해간다.
질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역할은 좋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면 되고, 진짜로 실마리를 찾아서, 시행착오를 거쳐 진상을 구명하면 그것이 그대로 소설의 스토리가 된다. 때때로 전혀 실마리가 잡히질 않아서 곤란해 하는 때도 있지만, 그런 때에는 내가 그런일 없도록 정보를 흘려주는 것이다.
단 그에게도 작은 제약이 있다. 그것은 만약 도중에 범인을 알아냈더라도, 최후의 살인이 일어날 때 까지, 멍청하게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무르익게 하기 위해선, 무슨일이 있어도 참지 않으면 안된다.
요즈음은 독자여러분도 여러 책을 접하여, 약간 의외의 범인이라도, 조금도 놀라주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추리따윈 제쳐두고, “범인으로서 가장 의외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눈으로 등장인물을 보니까, 상당히 높은 확률로 적중해버린다. 그런 독자에게 걸리면, 전술한 류진가의 미망인따윈, 가장 의심스런 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상황속에서, 나도 그렇고 텐카이치 탐정도 그렇고, 그녀가 범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얼굴을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멍청한 이야기다. 독자는 신경질을 내겠지만, 이쪽도 부끄럽다. 그래도 텐카이치 탐정은, 마지막에는 수수께끼를 푸니까 체면이라도 세워지지만, 내쪽은 끝까지,
“이야-, 그 아름다운 분이 범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따윌 말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조수역도 괴로운 일이 많은 것이지만, 이것도 오늘로 끝날 것 같다.
생각해보면 긴 시간 조수역을 해왔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어려운 사건들이, 눈을 감으면 어제일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그 밀실살인사건이다 ─.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너무나도 흔한 시작이라 죄송하지만, 전화가 울렸을 때, 나는 아직 이불속에 있었다. 검은색 수화기를 귀에 대자, 당직형사의 당황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경부님, 사건입니다. 나락촌(奈落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나락촌이라고 하는 것은, 산속의, 거기에서도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어떤 마을이다. 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지프에 타고서 마을로 향했다.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어젯밤 내린 눈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차가 도착할 때 까지, 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는 꼴이 되었다.
우리들을 마중나온 것은, 늙고 비실비실한 순사였다. 손을 이상한 상태로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뭐하는 거지 하고 생각했더니, 경례를 하려던 것 같았다.
들어보니, 마을에 있는 순사는 이 노인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래서야 무법지대가 아닌가. 지금까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기적이다.
노인의 안내로 현장으로 직행했다. 그곳에는 이미 마을사람들이 구경하느라고 모여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을 보더니, 뒷걸음질을 쳤다.
“오오, 경찰관님들이 오셨군”
“이걸로 이젠 괜찮아”
“분명히 저 사람이 가장 높은 사람일거야. 코밑에 수염도 기르고 계시고, 너무나도 무서워보이는 얼굴이쟎아.” 마을사람 중 하나가 나를 보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기분이 좋았다.
“자자, 비켜 비켜” 몇십년간이나 사건다운 사건을 만나본 적이 없었던 노인순사도, 일생 단한번의 화려한 무대라는 듯 힘이 넘치고 있었다.
구경꾼들 사이를 빠져나가, 우리들은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그야말로 본격추리의 정경이었다.
넓게 펼쳐진 논이 눈으로 덮여있고, 그 위에는 발자국이 점점이 남겨져 있었다. 잘 보니 그 발자국은, 몇사람인가가 왔다갔다한 자국같았다. 그리고 그 발자국 끝에는, 낡은 듯한 단층집이 두 채,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내심으로 질렸다. 또 그건가, 라는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2)
“죽은 것은, 왼쪽 집에 살고 있는 사쿠조(作藏)라는 남자입니다.” 노인순사가 말했다. “그것을 발견한 것이, 오른쪽 집에 살고 있는 텟키치(鐵吉)입니다.”
“발자국을 남긴 것은 누구요?”
“그러니까, 우선 텟키치입니다. 사체를 발견해서, 깜짝 놀라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 눈 위를 지나간 것입니다.”
“그 다음은?”
“저와 텟키치입니다.” 노인은, 왜인지 가슴을 폈다. “텟키치의 연락을 받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눈 위를 걸었습니다. 확실히 텟키치가 말한 대로 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 명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면 총 5명의 발자국이 겹쳐져있다는 것인가”
노인은 상당히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텟키치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소?”
“에에-분명히 저기에.... 아아, 있습니다 있습니다.”
얼굴이 수염투성이인, 곰같은 남자가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좋소” 나는 부하를 보았다. “그럼 현장으로 들어가보지. 텟키치, 함께 가세”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그 때 구경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구겨진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라는 이상한 차림을 한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텐카이치 다이고로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또 자넨가. 왜 이런데 있는거야?”
“오랜만입니다, 오오가와라 경부님. 실은 제 친구가 이 마을에 살고 있어서요. 어제 결혼식이 있었는데, 거기에 초대받았거든요.”
“흐음, 그런가. 하지만 아마추어 탐정이 나설 자리가 아냐. 물러서시게.”
나는 늘 하는 대사를 말했다. 명탐정물 중에는, 조수역인 경찰관이 나서서 탐정의 협력을 구한다는, 이 세상 어디에 그런 경찰이 있을소냐 라고 생각되는 패턴도 있지만, 이 텐카이치 시리즈에서는 일단 그렇지는 않은 것이다.
“수사의 방해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하나만 가르쳐 주십시오. 텟키치씨가 지나가기 전까지, 눈 위에 발자국은 없었습니까?”
나는 텟키치를 보았다. 그는 머리를 저었다. “없었습니다.”
“흐음, 그렇다는 것은” 텐카이치는 팔짱을 꼈다.
“아직이야” 하고 나는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그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눈이 내리기 전에 범인이 도망쳤다면, 발자국이 남지 않으니까.”
그러자 텐카이치는 약간 삐진 얼굴을 했다.
“전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네 기분은 알고 있어. 괜찮아, 이 텐카이치 시리즈에 트릭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어. 내 감으로는, 이번의 수수께끼는 십중팔구 [그것]이라구. 아직 이 다음에 비장의 수수께끼가 나올게 틀림없어. 그 때야말로, [그것]이다 하고 큰소리로 말하면 돼. 자네가 제일 좋아하는 [그것]이라고.”
“전 별로 [그것] 같은거 좋아하지 않아요.” 텐카이치는 부루퉁해졌다. “그런 과거의 유물을 좋아하는 탐정따윈 없다구요”
“또 또.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정말입니다.”
텐카이치가 정색했을때, 부하가 다가왔다. “저, 경부님, 슬슬 가지 않으면....”
나는 당황해서 탐정에게서 떨어졌다. 헛기침 한번.
“아-, 어쨌든 수사의 방해는 하지 않도록”
“알고 있습니다” 텐카이치도 웃는 얼굴을 만들면서 끄덕였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사쿠조의 집 현관문은 부서져있었다. 나는 옆에 버팀목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을 곁눈으로 보면서, 감히 그것에는 손대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쿠조는 화로 옆에 쓰러져있었다. 머리가 깨어져 있고, 바로 옆에는 피가 묻은 장작패기용 도끼가 떨어져 있었다. 화로의 불을 쬐고 있을 때 뒤에서 습격당했다고 생각된다.
눈을 끈 것은, 가까운 벽에 발려진 피의 흔적이었다. 튀었다고 하기 보다는 작위적으로 발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텟키치” 하고 나는 불렀다. “발견했을 때의 정황을, 자세히 설명해주게”
텟키치는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에 의하면, 그는 아침 6시에 사쿠조를 부르러 왔다. 겨울에는 둘이서 숯굽는 오두막에 가는 것이 일과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불러도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옆으로 돌아가서 창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사쿠조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었다는 것이다.
“잠깐만 기다려” 하고 나는 텐카이치 쪽을 흘낏흘낏 보면서 말했다. “왜 문이 열리질 않았나?”
“사쿠조는 자기 전에는 반드시 문에 막대기를 끼워둡니다. 도둑같은 건, 이 마을에는 없는데도요”
나는 입구로 돌아가서, 지금 처음으로 눈치챈 것처럼 막대기를 주워올렸다. “과연, 이걸 끼워두었다는 거군.”
“텟키치에게 불려서 제가 왔을 때에도 역시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노인순사가 말했다. “그래서 둘이서 몸으로 부딪혀서 문을 부신 것입니다.”
자아, 이제 드디어.
“이 집에는 다른 출입구는 없는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나는 물었다.
“없습니다.” 하고 노인이 대답했다.
“이봐 이봐, 그건 이상하쟎은가. 버팀목은 안쪽에서밖에 끼울 수 없어. 그렇다는 것은, 자네들이 들어갔을 때, 범인이 안에 있었다는 게 되네.”
그러자 노인순사와 텟키치는, 둘다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와 텟키치가 잘 조사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작은 집에 숨을 데 따윈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말이 안돼.”
“말이 안된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침묵이 우리들을 지배했다. 여기서 입을 여는 것은 누구의 역할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텐카이치를 보았다. 그러나 왜인지 그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의 옆에 서서, 귀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봐, 무슨 일이야? 명탐정이 제일 좋아하는 상황아냐. 그 선언 할거지? 할거면 빨리 해줘”
“별로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알았어 알았어. 뭐라도 좋으니까 빨리 끝내줘. 그 원패턴에, 후안무치한 선언을.”
나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서, 텐카이치에게 눈으로 신호했다. 그는 뿔어있으면서도,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경부님, 그리고 여러분”
전원의 시선이 모였다. 그는 한순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그것을 꾹 참더니, 반은 자포자기한 어조로 말했다. “이건 완전한 밀실살인사건입니다.”
에에- 하고 전원이 꾸민듯이 입을 모아서 말했다.
이리하여 밀실선언이 내려졌다.
나는 텐카이치 시리즈의 조수역을 맡은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다.
괴로운 일은 몇 개 있지만, 최근 머리아픈 것 중의 하나가 밀실트릭이다. 이게 나오면, 정직하게 말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아아, 또인가, 하는 기분이 된다.
이제 됐쟎아, 요즘은 누구도 이런거 좋아하지 않는다구, 하고 생각하지만, 몇 작품 중의 한번은 이 트릭이 나오는 것이다.
폐쇄된 방에서의 살인이라고 하는 정통적인 것에서부터, 무인도를 무대로 한 것, 우주공간에서의 사건-이런 사건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등의, 여러 가지 변형물이 있지만, 결국은 [밀실]이다. 그때마다 명탐정이 밀실선언을 하고, 우리들 조수역은 놀란척을 한다.
사실은 조금도 놀라지 않는다.
똑같은 속임수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고있는 듯한 기분이다. 다른 것은 트릭의 설명뿐이다. 그리고 설명이 달라도, 놀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미인이 공중에 떠오른다라는 속임수를, 트릭이 다르다고 해서 몇 개나 보고 있는다면 질려버릴 뿐이다.
그러나 [밀실]은 질리지도 않고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기회가 있으면 독자 여러분에게 여쭈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신들, 정말로 밀실살인사건 따위가 재미있는 겁니까?
유감스럽게도 독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지만,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듯이 생각된다. 등장인물인 우리들이 질려버릴 정도니까, 돈을 내가면서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이 사실에, 도대체 누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이상한 이야기이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사건발생으로부터 수 시간후, 나는 텟키치를 체포해서 파출소에서 추궁하고 있었다.
“빨리 자백해. 네가 했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전 아무것도 안했어요”
“웃기지마. 너하고 사쿠조가 요즘 싸움만 하고 있었다는 건, 마을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어. 논밭의 경계문제로 싸운거 아냐? 어차피 욱 해서 살해했겠지?”
“몰라요, 안했어요”
그때 비실비실 순사가 다가왔다.
“경부님, 마을사람들은 신의 벌이 내렸다고 수근대고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신의 벌이라구?”
"예, 그래서 카베카미(壁神) 저택에 모두 함께 몰려가자고들 하고 있습니다. 경부님이 마을사람들에게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카베카미가라는 건, 어제밤 결혼식이 있었던 집 말이로군.”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대부호이다. 그 집의 외아들 타츠야(辰哉)가, 옆 마을의 하나오카 키미코(花岡君子)라고 하는 초등학교 여교사를 신부로 맞아들인 것이다. 텐카이치 탐정의 친구라고 하는 것은, 그 카베카미 타츠야같다.
“왜 모두 함께 카베카미가에 몰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
“예, 실은 이 마을에는, 촌장의 아들이 다른 마을의 여자와 결혼하면 벽 속에서 화신(化神)이 나타나 마을사람들을 벌준다는, 묘한 전설이 있습니다.”
“벽속에서?”
그래서 카베카미(벽의 신)인가 하고 추측했지만, 바보같아서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사쿠조라는 놈은 신부와 먼 친척간인 남자로, 원래 두 사람 사이를 주선한 것이 그녀석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이번 혼사에 화가 난 벽신이, 사쿠조에게 벌을 내려 죽게 한 것이다...... 라고 마을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자기들에게도 벌이 내릴지도 모르니까, 카베카미가에 가서 혼사를 없었던 것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뭐야, 웃기지도 않는 미신을 신용하고” 나는 실소했다.
“신벌이다, 그게 틀림없어” 그러나 텟키치까지, 신음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경부님도 보셨죠? 사쿠조의 집 벽에, 완전히 피가 발라져 있었어요. 그래요, 벽신님의 벌이에요.”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너, 자기가 한 짓을 얼버무리려고 그런 말 하는 거쟎아.”
“아닙니다”
“웃기는군. 신벌 따위 있을 턱이 없어.”
“하지만 경부님” 노인 순사가 끼어들었다. “만약 텟키치가 했다면, 튀어오른 피를 뒤집어썼을 텐데요. 하지만 그 때 텟키치의 옷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노친네 주제에 건방진 소리를 지껄여서, 나는 약간 당황했다.
“그런건, 갈아입으면 어떻게든 돼. 그래서 그, 지금부터 텟키치의 집을 수색할 작정이다. 피묻은 옷이 나올게 틀림없어.”
“그런게 나올 턱이 없어요, 제가 아니라니까요” 텟키치가 소리쳤다.
“상당히 수고하고 계시는군요” 그곳에 가볍게 등장한 것이 텐카이치 탐정이다. 덥수룩한 머리를 긁으면서, 빙글빙글 웃고 있다.
“흐응”하고 나는 코소리를 냈다. “아마추어 탐정한텐 볼일 없어” 언제나 하는 대사다.
“뭐,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전 텟키치씨를 변호하러 왔으니까요. 오오가와라씨가 텟키치씨를 체포한 이유는 잘 알겠지만, 그래서야 진범이 노리는 대로 됩니다.”
“자넨 왜 텟키치를 체포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그 제1.....제1의 밀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텟키치씨밖에 없다고 생각하셨지요?”
밀실 하고 말한 순간, 그는 약간 쪽팔린듯한 표정을 했다.
“제1의 밀실?” 나는 반문했다. 나 뿐만 아니라, 노순사와 텟키치도 어리벙벙해 있었다.
“눈 말입니다.” 텐카이치는 안달난 듯이 말했다. “순사님이 달려갔을 때, 눈 위에는 텟키치씨의 발자국밖에 없었습니다. 달리 범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탈출했을까. 완전히....... 완전히....... 그러니까, 밀실입니다.”
“그런 뜻인가” 나는 간신히 납득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는 없어. 사망추정시각을 산출해본 결과, 사쿠조가 살해당한 것은 눈이 내리기 전이다. 그러니까 범인의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이상할 것 없네. 내가 텟키치를 체포한 것은, 동기가 있기 때문이야.”
“눈이 내리기 전...... 아아, 그렇습니까?” 텐카이치는 맥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나서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다른 쪽은 아직 수수께끼가 그대로 있쟎습니까? 사쿠조씨의 집은, 입구에 안쪽으로부터 버팀목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 상태로 범인은 어떻게 탈출했을까. 그거야말로 정말로, 뭐라고 할까.........”
“밀실이겠지”
“그렇습니다.” 텐카이치는 끄덕였다.
나는 턱을 문질렀다.
“그러고보니, 그런 수수께끼도 있었군”
“그런 수수께끼라니........ 그게 이번회의 메인이라구요. 오오가와라씨도, 좀 더 대단하게 다루어 주십시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5)
“그런말 해도 말이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 밀실,밀실 하고 소란을 떠는 것도 창피하거든. 자네에게 맡기겠네. 어차피 마지막에는 자네가 해결할테니까.”
“그런 무책임한” 텐카이치는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어쩔수 없으니까, 마지막은 제가 맡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분위기가 무르익어주지 않으면, 저도 하기가 어렵다구요”
“그 기분은 알겠네만, 이제와서 밀실로 분위기를 띄우라고 하는 것도 심한 소리야.”
“불평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가장 괴로우니까요”
“그렇게나 괴로운가?”
“당연하지요. 밀실 수수께끼 풀이 따위....... 아아, 하고 싶지 않아. 또 미스테리 매니어나 비평가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거야” 텐카이치는 꺼억꺼억 울기 시작했다.
“울지마. 알았어 알았어, 말하는 대로 하지” 나는 태세를 가다듬고서, 어조를 바꾸어 말했다. “으음, 물론 밀실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생각할 작정이다. 어쨌든, 아-, 뭐라고 할까, 밀실은 커다란 수수께끼니까” 너무나 창피한 나머지,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렇습니다, 커다란 수수께끼입니다.” 텐카이치도 확 자세를 바로하고 있었다. “밀실의 수께끼를 푸는 것이야말로, 진상해명의 지름길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네는, 뭔가 알아낸 모양이군”
내가 묻자, 텐카이치는 지팡이로 바닥을 딱딱 두드렸다.
“어느 정도는”
“그럼 그걸 가르쳐주게”
“아니오, 아직입니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닙니다.”
실은 여기에서 시원하게 말해버리면 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되겠지만, 그래서야 이야기가 계속되질 않기 때문에, 이렇게 얼버무리는 것이다. 나도 귀찮게 파고들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가, 그거 어쩔수 없군.”
“그것보다 오오가와라씨, 이제부터 카베카미가에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좀 조사해보고 싶은 것이 있거든요”
“흐음, 뭐 괜찮겠지”
나는 텟키치를 그대로 두고 파출소를 나섰다. 아마추어 탐정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경부가 갑자기 협력적이 되거나 하는 것이, 이 텐카이치 시리즈의 특징의 하나이다.
카베카미가에 가자, 과연 마을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우리들은 그들을 헤치면서 저택에 들어갔다.
카베카미가의 당주는, 사에코(小枝子)미망인이었다. 젊고 미인으로, 아무래도 결혼할 만한 아들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선대 당주의 후처라는 것이었다.
“이거 모처럼의 경사스런 혼사에 마가 끼어버렸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들이, 아니 이 제가 곧 범인을 체포해 보이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망인은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저는 마을사람들에게서 무슨 말을 들어도 상관없습니다만, 서로 좋아서 결혼한 젊은 두사람이 불쌍하니까요”
“예, 그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몇 번이고 끄덕였다.
이 시점에서 독자 여러분은, 이 여자가 수상하군 하고 노려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고전적 추리소설의 패턴에서는, 여자를 보면 범인이라고 생각해라, 라는 것도 있지만, 정말로 그러한 타입이다. 그런 건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역할상 그녀를 의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에코 미망인 다음에는, 어제 갓 시집온 키미코를 만났다. 이쪽도 꽤나 미인이다. 살해당한 사쿠조와는 먼 친척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어두운 기색은 없다.
“사쿠조씨의 집에 무언가 개구멍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텐카이치가 갑자기 물었다.
“개구멍? 아니요” 그녀는 머리를 저었다. “왜요?”
“실은 사쿠조씨는,” 텐카이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밀실상태에서 살해당했습니다.” 하고 한껏 연극조의 어조로 말했다.
“밀실” 키미코는 당혹스런 얼굴을 하고서는 중얼거렸다. “밀실이라는게 뭐지요?”
텐카이치는 크게 당황했다. “밀실을 모르십니까?”
“죄송합니다. 공부가 부족해서.....”
텐카이치는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밀실에 대해서 강의했다.
“뭐야, 그런건가” 설명이 끝나자, 키미코는 웃었다. “그런거, 별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아요?”
텐카이치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밀실 수수께끼를 풀지 않으면, 진상을 알 수 없습니다.”
“어머나, 그래요?” 키미코는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괜찮지 않나요? 범인을 잡고 나서, 어떻게 밀실로 했는지 들으면 되는 거에요. 전 별로 듣고 싶지도 않지만요”
나는 옆에서 듣고 있다가, 혀를 차고 싶어졌다. 이러니까 젊은 여잔 곤란하다. 하지만 키미코는 무신경하게 말을 계속했다.
“무엇보다 트릭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거에요. 밀실 수수께끼? 호호, 진부하다 못해 웃을 기분도 안 나는군요”
텐카이치의 볼은 굳어진 채였다.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6)
이야기는 점점 진행되어, 종막에 다가갔다. 이미 이 마을에서 4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수사가 계속 늦는 것은, 언제나의 패턴이다.
나는 지금까지 텟키치를 포함해 3명의 인물을 체포하고 있다. 어떻게 봐도 범인같지 않은 사람이나, 명백하게 독자를 잘못 이끌기 위해 등장시킨 듯한 인물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수사는 벽에 막혀, 나는 예의 대사를 내뱉고 있다. “이번 사건만큼은, 아무래도 감당할 수가 없군” 이라는 대사이다.
그리고 드디어 텐카이치의 수수께끼 풀이시간이 되었다.
카베카미가의 거실에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이게 되었다. 나도 당연히 출석하는 것이지만, 거기에서 곤란한 일이 발생했다.
텐카이치가 투정을 시작한 것이다. 수수께끼풀이 따위 하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구. 모두 기다리고 있어.”
“그럼 범인만 맞추도록 할게요. 그걸로 되겠죠?”
“이봐 이봐, 그건 말도 안돼. 이번회의 표제는 밀실살인사건으로 되어있다구. 밀실 수수께끼 풀이를 해주지 않으면, 독자들이 용서하지 않을거야.”
“거짓말” 하고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지면을 발로 찼다. “독자들도, 밀실따윈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게 틀림없어.”
“그런 생각 하지 말라니깐. 자 빨리 안으로 들어가. 주요등장인물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구.”
“그 사람들도 심하쟎아요. 조사도중에, 제가 밀실 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마다, 쿡쿡 하고 웃기 시작하는 거에요. [밀실은 트릭의 왕이다] 하고 제가 말했을 때에는, 순사 할아버진 노골적으로 비웃었다니까요.”
“그런말을 했나?”
“했습니다”
그거야 비웃겠지 하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어쨌든 오늘은 참고서 수수께끼 풀이를 해주게. 모두들 정숙하게 듣고 있도록 해둘테니”
“독자가 책을 집어던져도 난 몰라요”
“알았어, 알았어. 그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방에 들어오서, 태도를 싸악 바꿨다. 가슴을 펴고, 거만한 태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말한다. “흐음. 아마추어 탐정이 뭘 한다는 거야”
그때 텐카이치가 들어왔다. 전원의 시선이 모였다.
“그럼, 여러분” 하고 언제나의 대사를 그가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저의 추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텐카이치의 이야기는, 사쿠조 다음에 살해당한 세사람의 일부터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로 설명이 되지만, 요컨대 세사람은 범인을 알고 있어서, 그걸 빌미로 공갈하려고 하다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럼 사쿠조씨는 왜 살해당했는가. 그는 어떤 인물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비밀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예전에 기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숨기기위해, 그 인물은 벽신의 벌처럼 꾸며서 사쿠조씨를 살해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즉 벽에 발려진 피이고, 출입 불가능한 상태-”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방 구석에 있던 사에코 미망인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앗 하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어서, 그녀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어머니” 아들인 타츠야가 달려가서 안아올렸다. “어머니, 뭘 하시는 거에요?”
“타츠야..... 미안...... 해” 사에코 미망인은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범인이었어요?”
“이런일이”
“슬픈 일이로군”
“설마 저 분이 범인이라고는”
마을사람들이 한마디씩 비탄의 말을 했다. 울기 시작한 사람도 있어서, 실내는 소란해졌다.
나는 앗 하고 옆을 보았다. 텐카이치는 아연해져 서 있었다. 수수께끼 풀이 도중에 범인이 자살해버렸기 때문에, 얼빠진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오가와라씨” 그는 멍해져서 말했다. “돌아가도 될까요?”
“안돼” 나는 그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밀실 수수께끼 풀이를 하고 나서 가”
텐카이치는 반쯤 울 듯이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하라는 거에요?”
“어쩔수 없네. 재빨리 해치우면 돼”
그는 불쌍한 표정으로 마을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변함없이 각자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제1장 밀실선언- 트릭의 왕 (7)
“그럼 여러분, 여기서 밀실 수수께끼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는 겨우 각오하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다. 할머니 한 사람이 이쪽을 보았으나, 핑 하고 코를 풀더니, 다시 저쪽을 향했다.
“그날 밤에는 굉장히 눈이 내렸습니다. 실은 바로 이 눈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범인은, 대설이 될 것을 예상하고, 그날 밤을 택한 것입니다.”
“잠깐, 무슨 얘길 하는 거에요?”
“탐정역을 맡은 녀석이야. 밀실이 어쨌다든가 하고 있군”
“뭐야, 그렇담 됐어”
“그것보다 유체를 옮기자구”
청년단의 사람들이 사에코의 유체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모두가 줄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쿠조씨의 집은,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었습니다. 지붕에 눈이 쌓이면, 집 전체가 비뚤어질 정도로 노후화되어있었던 것입니다.” 텐카이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듣고 있는 것은 나와 순사 노인 뿐이다. 실은 노인도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내가 팔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밀실을 만들어 낸 것은 눈이었습니다. 눈의 무게로 집이 미묘하게 비틀려, 그 결과 현관 문이 열리지않게 된 것입이다. 그리고 범인은 그것을 계산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팀목을 끼워놓았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막대기를 문 옆에 두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이것이 밀실의 진상입니다.”
텐카이치가 이야기를 끝냈을때에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으음, 그랬었나” 나는 어쨌든 신음을 내 보였다. “그건 몰랐군. 이번에도 자네에게 한판 뺏겨버린 것 같군.”
나는 순사 노인을 팔꿈치로 찔렀다. 너도 뭔가 말해 라는 신호다. 노인은 천천히 텐카이치를 올려다보았다.
“저어, 요컨대 출입문이 기울어져서 열리지 않았다는 건가요?”
“뭐 그렇습니다.”
“하아아....”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 노친네, 이상한 소릴 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금단의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어쨌다니... 그러니까.....”
정말로 견디기힘든 침묵 끝에, 텐카이치는 와악 하고 울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완전히 손쓸 도리가 없다.
고리타분한 책을 읽게되신 독자들도 불쌍하지만, 수수께끼풀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탐정또한, 상당히 괴로운 것이다.
<역자후기> 코멘트 환영합니다... 전체적으로 패러디적 요소가 많은거 같은데... 잘 모르고 지나가는 부분도 있을 거 같아서요
그나저나 1장이 7개로 쪼개지다니... 어쩐지 도배가 되어버렸군요.. 으음...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1)
우시가미(牛神)저(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라는 보고가 아침 첫 번째로 들어왔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현경본부 수사1과의 경부인 나, 오오가와라 반조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단,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독자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터이다. 이제부터 만날 사건관계자들도, 그런건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우시가미저는 산속에 지어진 북구풍의 단독주택이었다. 살해된 우시가미 사다지(貞治)는 유명한 유화화가라고 했지만, 나는 모르는 이름이었다.
우리들이 달려가자 서양식 거실에 다섯명의 남녀가 모여있었다.
“뭐야, 저 녀석들은” 비싸보이는 가죽 소파에 앉아있는 다섯명을 곁눈으로 보면서, 나는 그 지역순사에게 물었다.
“어제, 이 집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한사람은 가정부, 두사람은 우시가미 사다지의 친척, 다른 두사람은 사다지의 제자이고 나머지 한사람은,” 거기까지 말하고 난 젊은 순사는 어리둥절해 했다. “어, 나머지 한사람이 없네”
“아직 남은건가”
“예. 그게 묘한 남자인데”
“됐어. 그건 나중에. 우선은 현장을 보기로 하지.”
우시가미 사다지는 아틀리에에서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아틀리에는 떨어진 곳에 있어, 안채와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순사의 안내로 아틀리에에 들어가보니, 방 중앙에 사체가 누워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나의 주의를 끈 것은 방안의 상황이었다. 창유리가 전부 부서져서, 그 파편이 바닥에 흩널려있었다. 창문뿐이 아니다. 책장의 유리문도 부수어져 있었다. 게다가 이젤위의 캔버스는 완전히 찢겨져, 거기에 뭐가 그려져 있었는지, 이제는 알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마치 여기만 태풍이 지나간 것 같지 않은가.”
내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손을 댄 순간, 방 구석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보니, 캔버스가 몇 개나 놓여있는 가운데, 구겨진 체크양복을 입은 남자가 바스락바스락 움직이고 있었다.
“이봐” 나는 남자의 등을 향해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나.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금지야.”
남자는 빙글 돌아 이쪽을 향했다. “야아, 이건 오오가와라 경부. 수고하십니다.”
“앗, 자, 자네는” 일부러 나는 말을 더듬었다. 남자는 텐카이치 다이고로, 이 작가의 소설엔 반드시 등장하는 탐정이다. “왜 자네가 이런 곳에 있는 건가?”
“실은 피해자로부터, 어떤 조사를 의뢰받았거든요. 그래서 어제부터 이곳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순사가 말했던 묘한 남자란 것은, 이 녀석을 말하는 것 같다.
“피해자라고 하면 우시가미 사다지로부터인가. 무슨 조사인가?”
“의뢰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규칙이지만, 이런 경우는 어쩔수 없겠지요. 우시가미 화백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 같으니, 범인을 조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뭐라구? 그거 정말인가?”
“거짓말해서 무슨 득이 있겠어요?” 텐카이치는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어떤 식으로 노리고 있었다던가?”
“첫번째는 낮잠을 자고 있을 때에, 목을 졸릴뻔 했다고 합니다. 괴로워서 허우적거리다 눈을 떠보니, 이미 범인은 없었다고. 두 번째는 독약이었습니다. 커피에 설탕을 넣으려고 했을 때, 그 속에 농약이 섞여있다는 것을 직전에 깨달았다고 합니다. 빛이 반사되는 상태가 달랐기 때문에 알았다고 하더군요. 농약은 원예용으로서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경찰에 연락을 안했던건가. 아마추어 탐정따위에게 의뢰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고” 나는 사체를 내려다보면서 소리쳤다.
“화백은 경찰에게도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웬만하면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제게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으음....”
텐카이치의 말에 나는 괴로워하는 얼굴을 하고나서, 옆에 있던 부하들에게 말했다.
“어이, 뭘 꾸물꾸물 하고 있나. 빨리 사체를 조사해”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2)
우시가미 사다지는 물감투성이의 작업복 차림으로, 위를 향해 쓰러져있었다. 그 가슴에는 나이프가 찔려져 있었다. 그 외에는 외상은 없었다.
“경부님, 이걸” 부하가 바닥에서 주워든 것은 네모난 탁상시계였다. 그것도 역시 표면의 유리가 부서져 있었다. 바늘은 여섯시 삼십오분을 가리킨 채 멈춰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범행시각도 이 때쯤인가. 아니, 범인의 위장일수도 있어 - 사체를 발견한 건 누군가?”
나는 부하형사에게 물었지만,
“최초로 발견한 것은, 가정부인 요네씨입니다.” 하고 텐카이치가 옆에서 대답했다.
“하지만 저택에 있던 전원이 발견자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요”
“무슨 뜻인가?”
“여섯시 반경, 그러니까, 그 시계가 부서졌을 때쯤, 저택내에 엄청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거든요. 우시가미 화백의 소리같았습니다. 거기다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도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아직 이불속에 있던 저도 뛰쳐나갔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속속 방에서 나오셨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엔 요네씨의 비명이 들려서, 우리들은 아틀리에에 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체를 발견했습니다.”
“흐음, 그렇게 된 건가” 나는 코밑수염을 문지르면서 잠시 생각한 후에, 이윽고 부하에게 말했다. “좋아, 어쨌든 관계자들에게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 한사람씩 차례대로 여기로 데리고 오게.”
예, 하고 대답한 부하는 안채로 향했다. 그런 부하의 뒷모습을 보고서, 나는 텐카이치 쪽으로 돌아서서,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범인 찾기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군. 현장도 밀실은 아닌 것 같고.”
“그 점에는 안심했습니다.” 텐카이치도 입가의 긴장을 풀었다. “또 밀실이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아틀리에의 문에는 열쇠가 걸려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니까요.”
“용의자가 다섯명인가. 뭐 표면적으로는 자네도 의심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리즈 탐정을 범인으로 할 순 없으니까.”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간 독자가 분노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했다.
“오오가와라 씨는 외부범의 가능성도 검토하시겠지요?” 텐카이치는 눈에 놀리는 듯한 빛을 띄웠다.
“할수 없겠지.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때, 외부범을 검토안하는 경찰은 없으니까.”
이런 설정의 탐정소설에서, 범인은 밖으로부터의 침입자였습니다, 따위의 일은 일단 없지만, 과녁을 벗어난 수사를 질질 반복하는 것이, 이 텐카이치 탐정 시리즈에 있어서 나의 역할이니까 별수 없다.
“으음, 그렇다곤해도 용의자가 겨우 다섯명이라니” 텐카이치는 덥수룩한 머리를 긁었다. “이렇게나 한정된 범위안에서,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할 작정인건지.”
“설마, 자살이었습니다 따윈 아니겠지” 나는 불안을 말했다.
“설마” 텐카이치도 말하더니, 그리고나서 잠깐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래?”
“아뇨, 지금 어쩐지 작가의 얼굴빛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이봐 이봐, 농담이 아냐”
내가 낭패하고 있을 때, 부하형사가 관계자 한사람을 데리고 왔다. 나와 텐카이치는 즉시 소설세계로 돌아왔다.
부하가 데리고 온 사람은, 살해된 우시가미 사다지씨의 사촌인 우마모토 마사야(馬本正哉)라는 중년남자였다. 본인에 의하면, 외국제품의 수출을 중개하는 브로커라지만,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의심스런 분위기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 완전히 모르겠습니다. 어제까지는 그렇게나 건강했던 사다지 씨가, 갑자기 이렇게 되시리라곤...... 에, 짐작이 가는 데 말씀입니까? 그런거, 전혀 없습니다. 누가 그렇게나 좋으신 분을 죽이려고 하겠습니까. 범인은 아마도 돈을 노리고서 숨어들어온 강도일 겁니다. 그게 틀림없습니다. 형사님, 아무쪼록 한시라도 빨리 체포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마사야는 슬프게 울었다. 아니, 울었다고 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건으로 눈을 누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조금도 젖어있는 것처럼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남은 관계자들로부터도 사정청취를 했다. 그걸 일일이 써도 독자는 혼란스럴 뿐일테니까, 탐정소설 첫 페이지에 곧잘 써 있는, [주요등장인물]이라는 란을 가져오기로 하자.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3)
[주요 등장인물]
우시가미 사다지 (牛神貞治) (60)
유화화가. 우시가미저의 주인. 독신으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우마모토 마사야 (馬本正哉) (42)
자칭 해외잡화 브로커. 사다지의 사촌으로, 우시가미저에 살고 있다.
우마모토 도시에 (馬本俊江) (38)
마사야의 처
토라다 쇼조 (虎田省三) (28)
사다지의 제자. 우시가미저에 하숙
타츠미 후유코 (龍見冬子) (23)
사다지의 제가. 우시가미저 근처에서 혼자 삶.
이누즈카 요네 (犬塚ヨネ)(45)
우시가미저의 가정부
오오가와라 반조 (42)
현경수사1과 경부
스즈키 (30) 야마모토 (29)
형사와 순사
텐카이치 다이고로 (연령불명)
명탐정
“와하하하하하”
등장인물표를 보고서, 나는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일개 형사나 순사까지도 쓰여있는 것도 실소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걸작인 것은 텐카이치이다.
명탐정.
푸-하하하하하. 이-히히히히히.
인물소개에, ‘명탐정’ 이라고 할건 없쟎은가. ‘탐정’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쓰지 말라구, 창피하니까. 이 작가는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우시가미저의 응접실에서 내가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으려니, 스즈키 형사가 다가왔다.
“경부님, 이누즈카 요네를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싸악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좋아, 안으로 들여보내.”
스즈키의 재촉으로, 요네가 들어왔다. 새파란 얼굴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자네, 이건 물론 본적이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집어든 것은, 설탕 용기였다. 안에는 정제설탕이 들어 있다. 요네는 묵묵히 끄덕였다.
“여기에 독이 들어있었다는 건 알고 있는가? 독이라는 건 농약일세.”
요네는 눈을 크게뜨고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런 거, 전혀 몰랐습니다.”
“그럴까, 정말로 자네가 몰랐을까나. 이건 보통 어디에 놓아두나? 부엌이겠지? 그렇다면 가장 독을 넣기 쉬운 것은, 언제나 부엌에 있는 자네라는 말이 되네만....”
“그런........ 전 몰라요. 제가 주인님을 죽이다니........ 그런......... 그런 무서운 일을.......” 요네는 얼굴을 부들부들 떨면서 경직했다.
“그럼 묻겠는데, 오늘 아침 우시가미 화백의 비명이 들렸을 때, 자넨 어디에 있었나?”
“방입니다. 제 방에 있었습니다.”
“호오, 그걸 증명할 수 있나?”
“증명이라니...... 그건 못하지만요”
“그렇지? 그런데말야, 자넬 제외한 전원은 비명이 들린 직후에 자기방에서 나와서, 그때 서로를 목격하고 있어. 즉 알리바이가 있는 걸세.”
“저도 비명을 듣고나서 방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틀리에로 가서, 주인님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른 거에요.”
“과연 그럴까. 화백을 죽인 후, 마치 바로 지금 온 것처럼 비명을 지른 게 아닌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에요.” 요네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서, 울어봤자 속지 않아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물론 마음속으로는 이 여자가 범인일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탐정소설에 있어서 우리들 조수역이 가장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결코 명탐정보다도 먼저 진범을 찾아내거나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텐카이치 탐정이 진상에 도달할 때까지, 어긋난 수사를 해서 시간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
이 요네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몇 개나 있다. 우선 먼저 미인이 아니다. 범인이 여자일 경우, 미인이라고 설정하고 싶어지는 것은 작가의 본능같은 것이다. 다음으로 과거가 확실하다. 이래서야 숨겨진 동기라는 것도 나중에 나오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름이다. ‘요네’라는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에게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울며 호소하는 요네를 앞에 두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문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들어온 것은 텐카이치였다.
“요네씨는 범인이 아닙니다.” 탐정은 갑자기 말했다.
“뭐야 자넨. 아마추어 탐정이 나설 자리가 아냐. 물러나게.” 나는 이럴 때 늘 하는 대사를 말했다.
“자아 들어주십시오. 오늘 아침 저는 경부님께, 우시가미 화백이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목을 졸렸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너는 그 때의 알리바이를 조사해봤습니다만, 그 때 요네씨는 마을로 장을 보러 나가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으음” 나는 신음을 흘렸다. 간단하게 범인으로 몰아붙이지만, 모순이 생기면 곧 무너져버리는 것도 우리들 조수역의 역할이었다. “그럼 범인은 이 여성이 아닌가........ 으음...”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4)
“그런데 지금 저기에서 형사님께 들었습니다만, 나이프에는 우시가미 화백 자신의 지문이 찍혀있었다면서요?” 텐카이치가 물었다.
“아아, 그래. 하지만 그건 자살로 보이게 하기 위한 범인의 위장이야. 지문이라고 해도, 왼손 지문이었네. 우시가미 화백이 오른손잡이였다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어”
“하아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범인도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왼손 지문을 찍은 걸까....”
“그거야 분명히 당황했기 때문이겠지”
내가 경솔하게 단언한 때, 부하 형사가 들어왔다.
“경부님, 우시가미 사다지의 그림을 취급하고 있는 화상에게 이런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
부하가 내민 봉투에서 알맹이를 꺼내들었다. 안의 편지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우시가미 사다지의 그림은, 사다지 자신이 그린 게 아니다. 내가 그린 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우시가미 사다지는 죄를 속죄해야 할 것이다.]
“뭐야, 그럼 우시가미는 남의 작품을 훔치고 있었다는 건가?”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 지금까지 울고 있던 요네가, 얼굴을 들고서 단언했다. “주인님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쓴건가?” 나는 편지를 다시한번 읽고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잠깐 실례” 텐카이치가 옆에서 손을 내밀어 편지를 가져갔다. “지저분한 글씨체군요”
“필적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겠지.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이러니까 아마추어는 곤란하다 라는 얼굴을 만들었다.
“으음, 혹시........” 텐카이치는 머릿속으로 추리를 진행시키기 시작했을때의 버릇으로, 덥수룩한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비듬이 흩날렸다.
이미 말했듯이, 이것은 범인맞추기소설(who done it)이다. 그러면 독자가 한손에 메모를 해가면서 읽으면 범인을 알수 있는 건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고, 소설속의 단서만으로는, 아무리 애써도 진상을 해명하는 것 따윈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런 류의 소설의 실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그것은, 작품속의 탐정처럼 논리적으로 범인을 맞추려고 하는 독자따윈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파해내려고 한다.
"나, 도중에 범인 알아냈다-" 라고 말하는 독자가 때때로 있는데, 실제로 추리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고, 이 녀석이다, 하고 적당히 찍어서 맞춘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독자의 범인맞추기는 경마의 예상같은 것이다. 이번 케이스를 예로 든다면, 독자의 예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우승 후보] 다츠미 후유코.
젊고 미인. 이 사람이 범인이라면 그림이 된다. 피해자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고 있지만, 왠지 꾸민듯 하다.
[대항(우승후보와 호각을 다투는 말-역주)] 토라다 쇼조.
호남자로 묘사되고 있다. 가장 수상하지 않으니까 반대로 수상하다.
[다크호스] 우마모토 부부 중 어느 한 쪽.
재산이라는 동기가 빤히 보이기 때문에, 이건 아마도 작가가 독자를 미스리드하기 위한 캐릭터.
[예상외] 이누즈카 요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실은 악녀였다 라는 반전도 있을 수 있다.
[진짜 예상외] 형사 중 누군가.
때때로 이런 소설도 있기 때문에, 일단 고려해두기로 한다.
[번외] 자살 또는 자작극. 또는 전원이 한패.
이상과 같은 예상을 세워놓고, 자 어디 덤벼봐 하고 독자는 단단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범인이 되어도, "역시 그렇군, 그것도 생각했는데" 하고 말하는 것이다.
"어이, 괜찮아?" 나는 출연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텐카이치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그가 수수께끼 풀이를 하기로 되어있는 것이다. "정말로 독자의 의표를 찌를 만한 진상인 거겠지?"
"맡겨주십시오" 텐카이치는 자신만만이다.
"하지만말야, 이 주요등장인물중의 누가 범인이더라도, 독자는 놀라지 않을거라구"
"그렇겠죠"
"진짜 여유가 있군. 이봐, 아무리 이런 타입의 소설이라고 해도, 작가라든가 독자가 범인이었습니다 라는 것 따윈 아니겠지"
"그런 건 없습니다. 게다가 아마도, 그런 것도 최근의 독자들은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정말로 그말 그대로였기 때문에, 나는 신음소리를 냈다.
거실의 문이 열리고, 부하형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모두 모였습니다만."
"좋아, 그럼 갈까" 텐카이치를 데리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관계자 전원이 모여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아-, 이번 사건에 대해서 텐카이치 군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의 추리따위 들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제발 부탁한다고 하기 때문에, 들어보기로 하겠다." 언제나 하는 대사이다.
내가 자리에 앉자, 텐카이치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럼 여러분," 이것도 역시 언제나 하는 첫마디다. "이번의 사건은 정말로 기묘했습니다. 정말로 저도 혼란되고 말았습니다만, 드디어 진범을 발견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구야?"
"누구에요?"
관계자 사이에서 소리가 났다.
"그것은," 텐카이치는 휘익 일동을 둘러보며 말했다. "남성입니다."
오, 하고 술렁임이 일었다.
"당신, 당신이군요"
"아냐, 내가 아냐"
"저도 아닙니다."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관계자를, 자자, 하고 텐카이치가 가라앉혔다.
제2장 의외의 범인 - Who done it (5)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범인인 '그'는, 오랫동인 우시가미 사다지 씨의 그늘속의 존재로서 만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은 우시가미 씨에게 가로채여, 우시가미 씨의 작품으로써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시가미 씨로부터 그에게로, 무엇 하나 보답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드디어 분노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원한을 폭발시켜, 드디어 우시가미 씨를 살해하기에 이르른 것입니다."
"누군가, 그게?" 나는 일어서서 관계자들을 노려보았다.
"누군가요?"
"누굽니까? 빨리 가르쳐주십시오"
"그는," 텐카이치는 젠 체하며 심호흡을 하고나서 계속했다. "그것은, 우시가미 사다지 씨의 안에 사는, 또 하나의 인격입니다."
"................." 전원이 침묵하고 탐정을 응시했다.
"우시가미 씨는 어릴 적, 병치료를 위해서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전문적 기술 생략)......... 우뇌에 별개의 인격이 생겨나, 그 인격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사해본 결과, 우시가미 씨는 오른손잡이일텐데도, 그림붓에는 왼손의 지문이 찍혀있었습니다.왼손의 움직임은 우뇌가 관장하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예의 고발문의 글자가 엉망진창이었던 것은, 왼손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 인격은 우시가미씨의 주된 인격을 증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주된 인격이 자고 있는 사이에, 그의 목을 조르려고 하기도 하고, 커피 설탕에 독을 넣기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잘 되질 않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드디어, 나이프로 가슴을 찔렀습니다."
"아틀리에의 유리가 산산히 부서져있었던 것은 어째서인가?" 왠지 거실 분위기가 나쁜 것을 느끼면서 나는 질문했다.
"그것은 거기에 우시가미 씨의 모습이 비추였기 때문입니다. 착란한 별개의 인격이, 우시가미 씨의 모습을 보고서, 마지막 한조각까지 파괴했습니다. 거울도 시계도 창유리도. 그리고 캔버스도 완전히 찢겨져 있었습니다만, 거기에는 우시가미 씨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으-음" 나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건 자살하고는 다른 건가?"
"다릅니다. 자살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건 살인입니다." 텐카이치는 발끈해서 말했다.
관계자들은, 아직 무언가에 홀린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그랬던 건가" 나는 일어섰다. "별개 인격이 범인이었던 것인가. 이번만큼은 항복하겠네" 나는 필사적으로 텐카이치를 추켜세웠다.
"아니-,이건 오오가와라 씨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날라왔다. 줏어보니, 맥주 빈 깡통이다. 어라,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다음으로는 바나나 껍질이 날라왔다.
"어라라, 어떻게 된 거야?" 텐카이치는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나는 퍼뜩 깨달았다.
"독자들이다. 독자들이 화가나서 던지고 있는 거야"
그리고 부엌쓰레기랑, 분뇨까지 날라왔다.
"우아아, 살려줘-" 텐카이치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 날 두고 가지 마" 나도 또한 허둥지둥 달려나갔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산길 양쪽으로는, 더러워진 면같은 눈이 봉긋하게 쌓여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날도 개었고, 바람도 전혀 없다. 기분나쁠 정도로 조용해서, 지프의 엔진소리와 타이어 체인소리만이 들려왔다.
"아직 멀었습니까?" 운전수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나를 역까지 마중나와 주었던 것이다.
"앞으로 5분 정도 남았습니다." 칼라에 털이 붙어있는 점퍼를 입은 운전수는, 가벼운 어투로 대답했다.
지프는 좁은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올려다봐야 할 급사면, 왼쪽은 굴러떨어졌다간 지옥까지 가버릴 것 같은 낭떠러지다. 눈사태가 일어나면 통행은 불가능하겠군, 하고 언뜻 생각했다. 동시에, 이번회의 스토리가 대강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프가 멈춘 곳은, 경사면을 뒤로 하고 세워진 서양식 저택 앞이었다.
"이야아아, 이거이거. 수고많으셨습니다, 오오가와라 경부님" 나를 맞은 사람은, 이 저택의 주인인 야가타 덴조(矢加田伝三)씨 였다. 적당히 살이 붙어있고, 적당히 나이를 먹은 신사이다. 이 지방에서는 손꼽히는 자산가다. 세금도 잔뜩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 공무원의 좋은 스폰서인 셈이다.
"훌륭한 저택이군요" 나는 진심반, 아부반으로 말했다.
"이거야, 황송하군요. 아무쪼록 편히 지내 주십시오." 야가타 씨는 그렇게 말하고, 다음으로 나타난 손님쪽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이 저택의 완성축하일이었다. 야가타 씨에게는 시내에 훌륭한 집이 있지만, 주말은 자연에 둘러싸여 보내고 싶다고 해서, 여기에 별장을 짓게 된 것이다. 부자는 역시 하는 일이 다르다.
실은 오늘 여기에 초대된 것은 서장이었다. 그런데, 직전에 만성 요통이 도지는 바람에, 마침 비번이었던 내가 대타로 나서게 된 것이다.
널따란 파티 홀에는, 서서먹는 형식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참가자는, 대충 들은 바로는, 수십인정도. 지방 신문에 한번 정도는 얼굴이 나왔던 적이 있는 인물들 뿐이다.
이 기회에 평소 거의 먹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맘껏 먹어주지 하고, 재빠르게 요리를 접시위에 쌓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오오가와라 경부님"
나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구겨진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남자가, 둥근 테 안경 깊숙이에서 이쪽을 보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텐카이치 다이고로다.
"앗, 자네는" 나는 눈과 입을 둥글게 했다. "자네도 초대된 건가?"
"예. 저도 약간은 이름이 팔려있으니까요" 텐카이치는 코를 실룩이며, 저택 안인데도 골동품 지팡이를 휘휘 돌렸다.
"흠, 잘난척하긴. 어쩌다가 두세개 사건을 해결한 것 뿐이쟎아. 아마추어가 재수좋게 어쩌다 맞추는 데 두손들었네" 나는 예의, 사립탐정을 바보취급하는 대사를 말했다. 조수역인 경부, 라는 역할상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텐카이치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기까지 오는 길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좁더군" 나도 역시 소설세계에서 떠나, 빙긋 웃었다. "당장이라도 눈으로 묻혀버릴 것 같았네."
"동감입니다." 텐카이치도 응응 하고 끄덕였다.
"아마 이제 곧 눈이 내리기 시작하겠죠. 그것도 터무니없이 큰 눈일거라고 보고있습니다."
"그리고 통행 불능인가"
"전화선도 끊어지겠죠"
"그렇게 되면, 이 저택은 눈으로 폐쇄된다. 외부와의 연락도 불가능"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그 패턴인 듯 하군요"
"그런 것 같군. 이 작가는, 그 패턴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나는 홀을 둘러보았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점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원이 여기에 묵는 건 아니니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가버리고 남는 사람은 7,8명 정도겠지요."
"그렇담 다행이지만"
"틀림없습니다. 이 작가의 능력으로 미루어보건대, 그 이상 등장인물이 늘어나면, 구별해 쓰는게 불가능해 질테니까요"
"과연" 설득력있는 설명에, 나는 납득했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이윽고 야가타 씨의 인사가 시작되고, 절친한 사이에 있는 인물 몇 명이 축하의 말을 했다. 다음은 게임과 여흥으로 분위기가 띄워져, 잠깐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밤도 깊어가자, 텐카이치가 예언했던대로, 라고 하기보다 이런 소설의 패턴으로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것도 역시 예언대로, 손님의 대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은 사람은 사용인 두사람을 제외하면, 주인인 야가타 씨와 아야코 부인 그리고 나와 텐카이치를 포함한 5명의 손님뿐이었다.
우리들은 파티회장을 나와서, 연결복도로 이어져있는 별채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도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거실이 있어서, 다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마실일이 없을거라고 생각되는 고급술이 죄다 나왔다. 차제에 나는 별로 사양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손님들도, 야가타 씨가 가져오는 진귀한 술, 유명한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몇사람이 있으면 그 중에는 한사람 정도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지만, 오늘밤은 주당들만 모인 듯하다. 텐카이치를 봐도, 점잖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지만, 점점 피치가 올라가고 있었다.
브랜디와 스카치 몇 병이 비었을 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야가타 씨가 수화기를 들었다.
두세마디 말하던 야가타 씨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우울한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약간 일이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에, 그게, 도중의 산길에서 폭발사고 같은게 일어나서, 그 영향으로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군요. 그 때문에 당분간 길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하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텐카이치를 보았다. 그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야가타 씨에게 눈을 돌렸다. "폭발사고라니 묘하군요"
"예. 다만 원인 조사를 하려고 해도, 이렇게 눈이 많이와서는....... 게다가 무엇보다도, 길을 뚫는게 선결문제이고"
"복구하는 데 얼마정도 걸릴까요?" 손님중의 한사람, 오오코시 가즈오(大腰一男)가 물었다. 오오코시는 야가타 씨의 옛친구라고 한다. 돈은 잘 쓰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눈이 그치면 곧 착수할 수 있다는군요. 그래도 내일 하루 꼬박은 걸리겠죠" 그렇게 말하고 야가타 씨는 온화하게 일동에게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1주일 정도는, 여러분이 묵으셔도 될 정도의 준비는 되어있으니까요. 뭐, 이 기회에 편히 쉬다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하고 손님들은 머리를 숙였다.
그 후에도 우리들은, 거실에서 술을 계속 마셨다. 내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인지, 야가타 씨는 나에게 지금까지 해결한 사건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별로 나쁜 기분도 들지 않아서, '카베카미 가 살인사건' 이라든가, '살아있는 목 마을의 저주 살인사건' 이라든가, '무인도 사체 연속소실사건' 등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실은 어느 사건도 텐카이치 탐정의 공훈이지만, 그런 건 잊어버리고 있는 척을 하는 것이다. 텐카이치도 옆에서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오오코시 가즈오가 일어섰다. "저기...." 머뭇머뭇,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다. 소변인 것 같은데 파티 회장과는 건물이 다르기 때문에,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것이리라.
"화장실은 이쪽입니다. 안내하지요" 야가타 씨는 재빠르게 일어서, 오오코시를 데리고 거실을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화장실에 가려고 했을 때에는 하녀에게 안내를 시켰으면서, 오오코시에게는 상당히 신경을 써주는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좀 추워졌지요?" 아야코 부인이 말했다.
"밖엔 눈이 꽤 심하게 내리고 있겠죠?" 손님중의 한사람인, 동그란 코를 가진 하나오카(鼻岡)가 말했다. "여기엔 창문이 없으니까 알 수 없지만"
몇분후 야가타 씨는 돌아왔다. 그리고 하녀에게 명령했다. "술이 떨어졌쟎아. 전부 가져와"
"아뇨, 전 이제 충분합니다." 청년사업가인 아시모토(足本)가 손을 내저었다. "약간 취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젊으시면서" 야가타 씨는 아시모토의 글라스에 브랜디를 따랐다. 그렇게 되면 역시 싫지는 않은지, 이런 곤란한 걸, 하면서도 아시모토는 기쁜 듯이 입으로 옮겼다.
그리고나서도 1시간정도 우리들은 마시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려고 하던 하나오카가 도중에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오오코시 씨는 어떻게 된 걸까?"
"그러고 보니" 하녀가 불안한 듯한 얼굴로 전원을 보았다. "좀전에 화장실에 가신 후로, 돌아오질 않으셨어요"
"이미 방에서 쉬고 계시겠지. 걱정할 필요없어요" 야가타 씨는 이렇게 말하고, 벽시계에 눈길을 주었다. "하지만 일단 상황을 보러 가는 게 좋겠군. 자네, 잠깐 오오코시 씨의 방을 보고 오게" 하고 하녀에게 명령했다.
"어차피 취해서 뻗어있을 텐데요. 무리해서 벌컥벌컥벌컥 마셔댔으니까" 명정 상태 직전의 아시모토가 사돈 남말하듯 말했다.
하녀가 거실에 달려들어왔다. "오오코시 씨는 방에는 계시지 않는데요"
"뭐라고?" 야가타 씨는 몇 센티정도 펄쩍 뛰었다. "좋아, 그럼 저택 안을 찾아보기로 하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도 일어섰다.
“저도요” 하고 텐카이치도 말했다.
결국 전원이 찾아보게 되었지만, 오오코시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별채의 현관에서 밖으로 나가 보았다. 눈은 그쳐있었지만 정원은 새하앴다. 발자국은 하나도 없었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바로 옆에 텐카이치 탐정이 와 있었다. 주저앉아서, 정원의 눈을 만져보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아 잠깐” 텐카이치는 일어서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 같군요”
으음, 하고 나는 끄덕였다. “타이밍적으로도, 슬슬 그럴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술 마시는 장면뿐이라, 독자도 지겨워졌을 때이기도 하고”
“이번은 어떤 트릭일까요? 범인 찾기일까요, 불가능범죄일까요?”
“밀실일수도 있지” 일부러 심술궂게 말해보았다.
예상대로, 텐카이치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것만은 제발.......”
그 때 야가타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부님, 오오가와라 경부님은 어디십니까?”
“예, 지금 갑니다” 나는, 언제나의 엄격한 얼굴로 돌아와 저택으로 들어갔다.
야가타 씨는 나를 보자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그를 따라서, 우리들은 헛간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이 들어오자, 안은 놀랄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곳에 놓여있는 물건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그곳에는 케이블카가 격납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이런 곳에 케이블카가?”
나는 야가타 씨에게 물었다.
“이걸 타면, 뒷산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위에도 전망대를 겸한 오두막집을 만들었거든요. 여름에는 맥주라도 마시면서 아래 경치를 구경할까 하고요”
“하아아, 과연 생각하시는 게 다르시군요”
“그래서 이 케이블카에 무슨 문제라도?” 텐카이치가 질문했다.
“예, 실은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어서요. 혹시 오오코시 씨가 탔던 것은 아닌가 하고”
“으음” 나는 신음소리를 냈다. “좋아, 그럼 우리들도 위에 올라가 보죠”
아야코 부인과 하녀만을 남겨두고, 나와 텐카이치와 야가타 씨, 그리고 두명의 손님이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우와, 굉장한 급경사군요” 아시모토가 창밖을 보고 감탄했다. “이래서야, 걸어서 오르는 건 무리겠군요”
“오오코시 씨도 별나다니까.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에 전망대에 올라가다니” 하나오카가 느긋하게 말했다.
“오오코시 씨는 혼자서 올라간게 아닙니다.” 텐카이치가 말했다. “그렇다면 케이블카는 위에 올라간 채 일테니까요”
모두, 과연 하는 얼굴로 끄덕였다.
케이블카가 위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약 15분정도 걸렸다. 오두막을 나와서 주변을 찾아보았다. 아래와는 다르게, 이곳에는 가루눈이 아플정도로 내리고 있었다.
수색을 시작한지 약 15분 후, 오오코시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오두막 바로 옆에 쓰러져 있었지만 눈에 덮여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오오코시는 후두부를 맞았다.
무인도나, 폐쇄된 산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패턴을, 미스테리의 세계에서는 때때로 볼 수 있다. 이 텐카이치 시리즈에 있어서도, 몇작품이나 있다. 등장인물인 내가 말하는 거니까 확실하다. 당연히 이런 패턴의 작품을 환영하는 독자가 있으니까 쓰여지는 것이다.
단 여기에는, 일본에서는, 이라는 단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평론가에 의하면, 현재 서구에는 이런 작품은 전혀 없고, 이런 것을 좋아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독자뿐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일본에는 일본의 문화가 있는 거니까, 서구인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본의 독자가 유치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쓰고 싶은 작가는 쓰면 되고, 읽고 싶은 독자는 읽으면 되는 거다.
다만--, 하고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잠깐 말하고 싶다.
좀 더 머리를 짜낼 순 없는건가. 언제나 언제나 큰 눈으로 산장이 고립되거나, 태풍으로 무인도의 별장이 고립되거나 하는 걸로는, 독자 여러분들도 질려있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도 역시 어지간히 지겨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고립시키지 않으면, 어떤 점이 곤란한 것인가?
“먼저 용의자를 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의 혼잣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텐카이치가 끼어들어 왔다. “외부범행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으로, 불가능범죄였다는 것을 좀 더 선명하게 독자에게 어필할수 있습니다. 이번 상황만해도 그렇습니다. 전원이 거실에 있었는데도 오오코시 씨가 산 정상에서 살해되어 있다. 하지만 용의자는 그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싫어도 수수께끼가 깊어지게 됩니다. 이건 작가측의 사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점은 그것뿐인가?”
“아직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건 제 입장에서 말하는 겁니다만” 텐카이치는 코를 긁적였다. “탐정역이 고군분투할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겠죠. 경찰이 더해지면, 과학수사라든지 인해전술이라든지, 지능 게임의 분위기가 무너져버립니다. 고립되어 있으면, 순수하게 범인 대 명탐정의 싸움이 되니까요”
자기가 자기를 가리켜 명탐정이라고 하는 인간도 드문데, 하고 생각하고 빤히 텐카이치의 얼굴을 쳐다보았으나, 녀석은 뭔가를 오해했는지 응응 하고 몇 번이고 끄덕이고 있다.
“범인측의 장점에 대해서도 빠뜨릴 수 없겠지요. 무대가 고립되어 있으면 경찰은 개입못하고, 관계자들도 달아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범인은, 차례차례 살인을 실행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럴 마음만 있다면 전원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패턴은 명작에 있습니다만”
“그럼 한사람만 죽일 작정이라면, 고립시킬 필요는 없겠군”
“그렇다고도 단정할 수 없어요. 트릭상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과연. 장점은 잘 알았네. 하지만 단점도 있쟎나. 범인으로서는, 용의자는 많을수록 좋을텐데. 관계자가 한정된 상황 아래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워”
“그건 확실히 그렇지요” 텐카이치는 쓴 얼굴을 했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도대체 범인은 왜 이런 장소를 고르는 걸까. [저택물]같은 걸 읽으면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마을에서, 지나가는 놈한테 살해당한다는 쪽이 훨씬 붙잡힐 가능성이 낮지 않나?”
“으음” 텐카이치는 팔짱을 꼈다. “그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이런 이야긴 싫다구. 하나에서 열까지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세계란 소릴 듣는거야”
“저 하지만, 이번엔 괜찮습니다.” 텐카이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사건은, 경부님의 불만을 해소시킬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렇담 다행이지만”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자아, 보고 있어 주십시오” 탐정은 소리높여 웃으면서 일어섰다.
소설세계 쪽에서는, 나는 각자의 사정청취를 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것들이 밝혀졌다.
․ 아시모토는 오오코시에게 빚이 있어서, 그걸 갚으라고 추궁당하고 있었다.
․ 하나오카는, 오오코시의 처를 사랑하고 있다.
․ 야가타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다.
․ 사용인들은 오오코시와는 초대면이다.
이상의 사실로부터, 나는 아시모토와 하나오카를 의심하기로 했다. 물론 내심으로는, 이 두사람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 두사람에게 혐의를 걸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텐카이치 시리즈에 있어서 나의 역할이니까 어쩔 수 없다.
“으음, 이런” 사건 다음날 아침, 거실 소파에 앉아서, 나는 머리를 긁었다. “이번 사건만큼은,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군” 언제나의 대사이다.
여기에 야가타 씨가 나타났다. “대단한 경부님도, 안되시는 겁니까?”
“이야, 면목없습니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용의자는 좁혀 두었지만, 살해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그 땐 아무도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산 정상까지 가려면, 케이블카를 사용해도 편도 15분은 걸립니다.”
“그럼, 자살이라고는 생각할 순 없습니까?”
“무리입니다. 자기 후두부를 때리는 자살방법 따위, 들어본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는?”
“사고입니까........” 나는 잠시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으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술취한 오오코시 씨가, 장난 반으로 케이블카에 타고, 위의 오두막에서 내리자마자, 어떤사정으로 머리를 부딪혔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사정으로 케이블카의 스위치를 눌러서 텅빈 채 내려왔을지도.........”
어떤 사정, 이라는 말은 나와 같은 조수역 경관에게는 상당히 편리하다.
"맞아, 그래. 틀림없이 그럴거야." 나는 손을 쳤다. "야가타 씨, 그건 사고입니다. 그것밖엔 없어요."
그 때, 거실 입구에서 텐카이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모여주십시오"
그의 목소리에, 저택안에 있던 인간들이 모여들었다.
"무슨일입니까?"
"무슨일이 생겼습니까?"
전원이, 마치 사전에 협의라도 한 것처럼, 텐카이치를 둘러싸고 부채꼴로 앉았다.
"뭐야, 뭐야, 뭐야?" 나는 입을 삐죽이며 소리쳤다. "뭘 할 작정인가, 자네?"
텐카이치는, 이쪽을 보고 빙긋 웃었다.
"물론 수수께끼 풀이지요. 오오코시 씨를 살해한 범인을 알아냈습니다."
"살해라고? 흐음" 나는 코로 웃었다. "그건 사고야. 바로 지금, 그렇게 결정됐네"
"아니요 경부님. 그건 살인입니다." 가는 일동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물론 범인은 이 중에 있습니다."
오오, 하는 술렁임이 일었다.
"누구야?" 라는 하나오카.
"누구입니까?" 라는 아시모토.
모두에 이어서 야가타 씨가 물었다. "도대체 누가 오오코시 씨를 살해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텐카이치는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그 얼굴을 야가타 씨 쪽으로 돌렸다. 둥근 테 안경 안쪽에서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범인은, 당신입니다. 야가타 씨"
야가타 씨를 제외한 전원이, "에에?" 하고 놀랐다. 그리고 야가타 씨에게 주목했다.
이 저택의 주인은, 잠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가슴을 크게 올렸다 내리고는 탐정을 향해서 말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그 때 제가 거실에 있었다는 건 여러분 모두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텐카이치 군." 나도 야가타 씨를 편들었다. "오오코시 씨를 살해할 틈따윈 없었다고"
"글쎄, 어떨지요?" 그러나 텐카이치 탐정은,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오오가와라 경부님도 기억하고 계시겠죠? 최후로 오오코시 씨와 접촉했던 것은 야가타 씨입니다. 분명 화장실을 안내해주셨지요."
"말도 안돼요. 같이 있던 건, 단 2,3분이었습니다." 야가타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2,3분 있으면" 하고 텐카이치는 말했다. "후두부를 내려칠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거야 죽일수는 있겠지만, 정상까지 운반하는 건 무리쟎나" 하고 내가 말했따.
그러나 텐카이치는, 빙글 웃었다. "그게 가능합니다."
"설마"
"정말입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제 뒤를 따라 와 주십시오."
제3장 저택을 고립시키는 이유 - 폐쇄된 공간
텐카이치는, 빙글 하고 방향을 틀어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뒤를 좇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랐다.
그는 복도를 걸었다. 방향으로 봐선 화장실을 향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화장실을 지나쳐 복도의 막다른 곳까지 갔다. 거기에도 문이 달려 있었다.
"자 그럼, 한번 봐 주십시오." 텐카이치는 문을 열었다.
우와와, 하고 놀라는 목소리가 남자들로부터 들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문 밖은 눈으로 덮여진 내리막경사였다. 휘잉휘잉 하고 눈이 섞인 찬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여기는, .........저, 정상이 아닙니까?" 하나오카가 웅얼대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텐카이치가 말했다. "우리들은, 아니 이 별채는, 우리들이 눈치채지 못한 새에 정상에 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저택에는 그런 장치가 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된 건가. 설명해주게" 하고 나는 텐카이치에게 말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즉 이 별채 전체가, 거대한 케이블카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다만 움직이는 속도는, 굉장히 느립니다. 편도 1시간 이상은 걸리겠지요. 그렇기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어젯밤에도, 이렇게 정상에 왔었던 겁니까?" 하고 하나오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 상태로 야가타 씨는 오오코시 씨를 죽이고, 그 비상구에서 밀어떨어뜨린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저택을 원래의 위치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들이 눈치채면 곤란하니까, 거실에서 술을 계속 돌렸던 것입니다. 야가타 씨로서는, 아직 저택이 이동하고 있는 동안에, 우리들이 방으로 돌아가서 창문에서 밖을 보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입니다. 오오코시 씨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에도, 야가타 씨는 일단은 걱정 없다 라는 태도를 취했었습니다. 아직 저택이 원래 위치에 돌아와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시계를 보니, 충분히 시간이 경과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갑자기 크게 난리를 피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야가타 씨. 저의 추리에 틀린 점은 없습니까?"
그러나 야가타 씨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얼어붙은 듯이 꼼짝않고 서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이 사실을 눈치챘나?" 나는 거꾸로 텐카이치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빙긋 웃었다. "오오코시 씨를 찾고 있었을 때, 경부님과 함께 정원에 나갔었지요? 그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건물에 붙어 있는 눈과, 정원에 쌓여있는 눈의 질이 전혀 달랐거든요. 마치 건물만이, 높은 곳에 갔다 온 듯이."
"그리고 실제로 건물만이 이동하고 있었다는 건가. 으-음, 두손들었네. 이번만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