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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중에 하나가 그녀를 죽였다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Hobbit (피안)


1장
1.

편지를 쓰다보니 편지지 두장째에서 글씨를 잘못썼다. 어떻겐가 잘고쳐보려고 그위에다가 다시 써보았지만 오히려 더러워졌다. 이즈미 소노코는 얼굴을 찡그리며 종지를 찢어내 꾸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 쓰기전에 첫번째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결코 잘썼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그녀는 첫번째장도 찢어서 버렸다. 이번에는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았다. 종이를 뭉친것은 벽에 한번 부딪쳤다가 카펫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유리로된 책상 아래로 다리를 뻗은채 몸을 기우리고 왼손을 뻗었다. 편지지였던 구체를 잡을수 있었다. 다시 쓰레기통으로 던졌으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둥근 종이뭉치는 벽가에 떨어졌다.
몸을 일으켜 다시 편지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편지를 쓸마음은 사라졌다. 지금의 이마음을 글로 하는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느꼈다.
소노코는 편지지를 책장에다가 돌려놓았다. 만년필도 피에로 모양을 한 연필꽂이에다가 넣었다. 모자를 씌우면 도자기 인형으로 밖에 안보인다.
그리고난후 그녀는 시계를 잠깐 보고는 책상위에 있는 전화기을 쥐었다. 그리곤 가장 친숙한 번호를 눌렀다.
"네. 이즈미입니다." (역주. 서양사람들처럼 일본사람들은 성(姓)을 부른다.)
"여보세요. 나야."
"어. 소노코냐?" 라고 그는 말했다. "잘지내지?"
평소때와 다름없는 물음이었다. 소노코는 언제나 그랬듯이 "잘지내."라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기력이 없었다.
"아니. 사실 요즘엔 별로 힘이 없어."
"뭐야? 감기라도 걸린거냐?"
"그것도 아냐. 병은 아닌것 같아."
"... 뭔가 일이 있었어?" 갑자기 오빠의 어조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수화기를 한손에 들고 등을 꼳꼳히 핀 상태로 긴장한 모습이 떠올랐다.
"응. 하지만 별일 아니야."
"무슨일이 있었어?"
"여러가지. 하지만 걱정하지마. 난 괜찮으니까. 내일 그쪽으로 놀러가도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너의 집이니까."
"그러면 내일 갈수 있으면 돌아갈께. 오빠는 근무중이야?"
"아니. 그것보다 무슨일이 있었어? 먼저 그것부터 말해라. 신경 쓰이잖아."
"미안. 이상한 얘길했네. 신경쓰지마. 내일은 좀더 나아질테니까."
"소노코..."
수화기의 저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오빠가 화난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배신당했어. 믿었던 사람한테."
"남자냐?" 고 오빠가 물었다.
소노코는 어떻게 답해야할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오빠말고는 더이상 누구도 믿을수가 없게되었어."
"대체 무슨일이야?"
"내가 죽으면." 목소리가 좀 커졌다. "그게 가장 좋은 해결책일꺼야." 침울한 어조로 말을 이엇다.
"야."
"농담이야." 라고 말하며 오빠가 들을수 있도록 웃음소리를 내었다. "미안. 조금 장난이 심했네."
오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농담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걸 느꼈을것이다.
"내일은 꼭 돌아와."
"갈수 있으면."
"꼭이다."
"그래. 오빠 잘자."
전화를 끊은후에도 소노코는 잠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오빠가 전화를 걸어올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오빠는 소노코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더 그녀를 믿고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난 그렇게 세지 않아.'라고 소노코는 전화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강하지 못하니까 아까전과 같은 오빠로하여금 걱정하도록 만드는 전화를 건것이었다. 누군가가 지금 그녀가 느끼는 아픔을 알아주길 바랬던 것이다.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Hobbit (피안)


2.

이즈미 소노코가 츠쿠타 준이치와 처음 만난것은 작년 10월달이었다. 장소는 그녀가 일하는 회사근처였다. 소노코가 일하던곳은 전자부품회사의 동경지사였다. 고층빌딩의 십층과 십일층을 모조리 빌렸고 종업원은 약삼백명이다. 본사는 아이치현에 있지만 회사의 실질적인 중추는 동경지사에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노코는 판매부 소속이다. 부원은 약오십명이다. 그중 여자는 소노코를 합해서 열세명. 대부분 그녀보다 연하이다.
점심시간. 소노코는 혼자서 식사하러 나갔다. 동기가 모두들 퇴직한후로 점심을 남과 같이 먹는일은 드물어졌다. 예전에는 후배들도 자주 같이가자고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일도 없다. 이즈미는 혼자서 먹는걸 더좋아한다,는 것을 그녀들도 알아차린것 같다. 물론 그쪽이 그녀들에게도 더편할것이다.
소노코가 후배들과 점심을 같이 먹기 싫어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메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식을 좋아하지만 후배들은 대체로 양식을 좋아한다. 소노코도 양식을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지만 매일 가게되니 질리고 말았다.
그녀는 국수집에 갈 생각이었다. 걸어서 십분정도 가면 맛있는 국수집이 있다. 그녀는 좋은 국물을 울궈내는 그집의 덴뿌라 소바를 좋아한다. 아이치 출신인 그녀는 원래는 우동을 좋아했지만 동경에서 생활하다보니 소바의 맛도 알것 같았다. 게다가 아직 문을 연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그집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 또한 그녀가 자주 그집에 가는 이유였다. 미소를 지어가며 남들과 장단을 맞추며 식사를 하는것은 고통이었다.
소바집이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어떤 젊은 남자가 길가에 앉아 그림을 팔고 있었다. 라고 말해도 청년은 그냥 접는 의자에 앉아 잡지를 읽고있을 뿐이었다. 그림이 열장 정도 캔버스 상태 그대로 뒤의 빌딩의 벽에 기대어진 상태로 늘어져 있었다. 그게 유화라는건 그림에 밝지 않은 소노코도 알수가 있었다.
청년은 소노코보다 어려보였다. 스물네다섯살 정도로 보였다. 인조가죽으로된 검은 점퍼를 입고 양무릎이 헤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점퍼의 안으로는 티셔츠 한장이었다. 얼굴색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얼굴색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옛날 음악가들처럼 엄청 말랐었다. 그는 소노코가 멈춰서도 잡지에서 얼굴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
소노코는 그림들을 살펴봤다. 그녀의 마음에 든것은 가운데에 있는 그림이었다. 그게 마음에 든거엔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새끼고양이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잘그린건지 어떤지는 전혀 알수 없었다.
잠시 그림을 보다가 청년쪽을 바라보니 어느샌가 그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약간 뾰족한 턱에 수염이 삐죽삐죽 나있었다. 우울한 표정이었지만 그눈에는 순수함이 있는듯이 그녀에겐 보였다. 이손님은 어쩌면 내 그림이 마음에 들었을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기대에 부응할까, 소노코는 잠시 생각을 했다. 대단한건 필요 없다. 그냥 한마디만 말하면 된다. 이거 얼마지요.라고.
하지만 그녀가 막 말하려고하던 그순간 어떤 인물이 눈에 띄였다.
"안녕. 이즈미군." 그인물이 큰소리로 말을 걸었다.
소노코의 상관인 이데계장이었다. 이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체 다가왔다. 키가 작고 머리가 큰 그는 그렇게하면 한층 더 왜소해 보인다.
"여기서 뭐하지?" 라고 물으면서 그는 소노코의 얼굴과 그림들을 보았다.
"저기 있는 국수집에 가려고요."
"오. 이즈미군도 그집을 알고 있었군. 아니, 사실은, 맛있는 집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나도 지금 그집으로 가는 길이였거든."
"그러세요." 억지로 웃으며 이렇게 좋은 집이 하나더 줄어들었다,고 소노코는 생각했다.
이데가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소노코도 그를 따라갈수 밖에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는 다시 잡지를 읽고 있었다. 그녀를 살마음도 없으면서 괜히 건들이고가는 사람이라고 여길것 같아서 소노코는 약간 마음이 아팠다.
"그림에 흥미가 있는건가?" 라고 이데가 물었다.
"아니요. 특별히 흥미가 있는것은 아닙니다. 그냥 약간 좋아보이는게 있어서요."
왜 난 변명을 하고 있는거지?,라고 그녀는 자문했다.
이데는 그녀의 답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것처럼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런데. 저런 녀석들은 어쩔 생각인거지?"
"저런 녀석들이라면?"
"저기. 그림을 팔던 젊은 남자말이야. 아마 미대를 나와서, 요즘의 불황으로 취직에 실패한 것 같은데. 저런걸 해도 괜찮나? 앞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한번 물어보고 싶네."
"그림 그려서 생활하려는거 아닐까요?"
소노코의 대답에 이데는 쓴 웃음을 지었다.
"화가로 밥벌어 먹을수 있는 사람은 일부야. 아니 한움큼이라고 말해야겠군. 그걸 알면서도 저런일을 하는건가? 머리가 딸린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놈이 생산적인 일은 하지않고 예술가를 하고 싶다는거 자체가 어딘가 현실도피적인 요소가 있다는거라고 생각하는데."
상사의 말에 소노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예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라고 마음속에서 욕했다. 그리고 이런 남자랑 점심을 같이 먹게되는 사태에 탄식하였다.
국수집에서 그녀는 오리소바를 먹었다. 먹고 싶었던 덴뿌라 소바는 이데가 먼저 주문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데는 콧물을 들이마시며 덴뿌라 소바를 먹어치웠다. 그와중에도 소노코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화제는 주로 결혼에 관한 것이었다. 이계장은 결혼도 안한 이십대 후반의 여자가 자기의 부하라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는것 같았다.
"일하는것도 물론 좋지만, 애를 키우는것도 인간에게는 중요한 일이야."
소바 한그릇을 먹는동안 그는 이말을 세번이나 했다. 소노코는 계석 억지로 웃었고, 소바의 맛은 전혀 알수 없었다.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Hobbit (피안)

소노코의 회사의 퇴근시간은 5시 20분이다. 하지만 남아서 해야할 일이 있어서 건물을 나선것은 7시가 지난후였다. 그녀는 늘 걷는길을 따라 역으로 향했지만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서 도중에 옆길로 새었다. 점심때 국수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젠 없을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청년이 그림을 팔던 장소에 가봤다. 그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장사를 접으려는지 그림을 치우고 있었다.
소노코는 천천히 다가섰다. 그는 그림을 두개의 커다란 가방속에 넣고 있었다. 새끼고양이 그림은 벌써 가방속에 넣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청년은 뒤돌아봤다. 그는 한순간 놀란듯이 눈을 크게 떴지만 다시 작업을 계속했다.
소노코는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걸었다.
"그 꼬마고양이 그림은 팔렸나요?"
청년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시당한건가, 라고 소노코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은 한장의 캔버스를 꺼냈다. 새끼고양이 그림이었다.
"내그림은 팔린적이 한번도 없었군." 그림을 소노코한테 주면서 말했다. 무뚝뚝한 하지만 왠지모르게 쑥스러워하는 말투였다.
소노코는 다시 그림을 봤다. 그그림은 가로등 때문인지 낮과는 또다른 표정을 보여주었다. 갈색 새끼고양이가 한쪽 다리를 들어서 허벅지를 핥는 모습이었다. 뒤로 넘어지지 않토록 다른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는 모습이 말할수 없을 정도로 귀엽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고개를 들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거 얼마예요?" 그녀는 낮에는 하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역시 무뚝뚝하게 말했다.
"괜찮아. 줄께."
예상외의 대답에 소노코는 그를 다시 봤다.
"왜 그래요? 그런거 미안해서."
"괜찮아. 그그림을 보고 웃어주었잖아. 그걸로 충분해."
소노코는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고 시선을 깔았다가 다시 그를 보았다.
"그래요?"
"난 그걸 그리면서 생각했어. 이그림을 보면서 미소 지을것 같은 사람한테 선물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가방안에서 큰 종이가방을 꺼냈다. "여기다가 넣어 가면 돼."
"정말로 괜찮나요?"
"응."
"고마워요. 그러면 받을께요."
청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그림을 모두 가방에 넣고는 한쪽을 왼쪽 어깨에 다른 한쪽을 오른쪽 어깨에 걸쳤다. 그동안 소노코는 옆에 서있었다. 한마디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기." 소노코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배고프지 않나요?"
그는 약간 오버하면서 배를 눌렀다. "아주 고파."
"그러면 지금부터 뭔가 먹으러가지 않을래요? 그림값 대신에 제가 한턱 쓸테니까요."
"내그림 같은건 라면값도 안될껄."
"하지만 전 그림을 그릴수 없거든요."
"그림은 그릴수 없지만 보다 훌륭한 뭔가를 할수 있겠지. 그러니까 저 국수집에서 점심을 먹을수가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소노코가 점심때 들어갔던 국수집을 가르켰다.
"보고 있었군요."
"저 국수집은 꽤 비싸지. 나도 배가 고파져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가격표 보고 그만뒀어."
"그러면 국수를 살까요?"
그녀가 말하자 그는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아니 스파게티가 좋아."
"OK. 제가 좋은집 하나 알아요." 라고 소노코가 답했다. 후배들따라서 이탤리 레스토랑에 따라가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Hobbit (피안)

체크무늬 식탁보가 씌워진 식탁에 앉아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메뉴는 대부분 소노코가 골랐다. 어폐류를 쓴 전채를 몇갠가 고르고, 메인디쉬로는 농어찜을 선택했다. 와인을 마실꺼냐고 청년에게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후에 "샤브리"라고 답했다. 브랜드를 지정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안았기 때문에 소노코는 상당히 놀랐다.
청년은 츠쿠다 준이치라는 이름이었다. 이데계장의 추측처럼 무직이었다. 하지만 그이유는 이데의 추측과는 달리 단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는거였다. 지금은 대학선배가 하는 디자인 사무실을 도우면서 생활비를 번다고한다.
"내 그림이 액자에 넣어져서 난로가 있는 방에 장식되는걸 바라는건 결코 아니야. 보다 마음편하게 즐길수 있게, 사람들이 내그림을 갖고 놀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어. 예를들자면 티셔츠에다가 프린트를 한다든지."
"새끼고양이를 보면서 웃는다든지?"
"그런거야." 준이치는 포크로 사라다를 말면서 빙긋 웃었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떠오른듯 웃음이 사라졌다. "하지만 모두 꿈이었어."
"무슨 말이야?"
"타임리미트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지."
"타임리미트?"
"약속했거든. 삼년이내에 화가로써의 재능이 돋보이지 않는다면 취직하겠다고."
"누구랑."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부모랑."
아. 소노코는 끄덕였다. "그럼 내년 봄부터 취직이겠네."
"그렇지."
"그림은 그만두는거나요?"
"계속하곤 싶은데. 아마 무리겠지. 그래서 꿈과의 이별을 위해서 이렇게 앉아서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을 파는거야. 하하. 전혀 팔리지 않지만."
"어떤 회사나요?"
"재미없는데." 그렇게 말하곤 준이치는 와인을 들이마셨다. 그리곤 반대로 소노코의 회사에 대해서 물었다.
소노코가 회사이름을 말하자 그는 의외인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자부품회사 같은 이미지가 아닌데. 학교교재라든지. 그런거 만드는 회사가 훨씬 어울려."
"그거, 별로 칭찬하는 말로는 안들리는데요."
"칭찬하지도 비꼬지도 않았어. 회사에선 어떤일을 하는데?"
"판매."
"흐음." 준이치는 약간 고개를 갸우똥 했다. "서무라고 생각했어."
"왜?'
"왠지. 회사에 어떤 부서들이 있는 난 잘모르거든. 그냥 여자니까 서무라고 생각했어. 추리소설 같은데선 대체로 그러니까."
"추리소설 같은걸 읽나요?"
"때때로."
두사람의 대화는 끊임없이 계속 되었다. 신기하다고 소노코는 느꼈다. 이렇게 식사중에 대화를 한적은 처음이었다. 대체로 자기는 말수가 적은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이치와 함께라면 말을 능숙하게 잘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식사는 두시간 정도 걸렸다. 이렇게 천천히 저녁식사를 한것도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얻어먹어서 미안한데." 가게를 나온후에 준이치가 말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괜찮아요. 나도 약간 영양을 보충하고 싶었으니까."
이제부터 뭐하실 생각이세요?.라고 물어볼 생각이었다. 이대로 헤어지긴 싫었다. 얘기를 오랫동안 했지만 결국 준이치의 연락처도 묻지 못했다. 소노코쪽도 가르쳐주지 못했다.
준이치와 걸으면서 소노코는 자기자신에게 말했다. 그가 이즈미 소노코와 같은 연상의 여자한테 연락해야할 필요는 없다. 식사값을 낸건 자기멋대로였고 원래 그건 그림값이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것만으로 만족해야한다. 따분한 일상생활에서 작은 기분전환이 되었다.
역에 도착해서도 준이치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만 할뿐, 소노코의 연락처를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타야할 전차가 다가왔다.
열차에 올라타는 소노코를 보며 준이치는 손을 약간 올렸다. 전차안에는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도 있었다. 소노코는 약간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츠쿠타 준이치와 만난지 사일이 지나도 아직 그를 떠올린다는 사실에 소노코는 놀랐다.
새로운 만남 따위는 더이상 없을것이다, 요즘 소노코는 계속 그렇게 생각해왔었기 때문이다. 극적인 연애 따윈 더이상 없고, 누군가한테 소개받은 남자랑 여러가지를 타협하면서 결혼하게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또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식으로 결혼해버린 친구들을 그녀는 몇명인가 알고있다. 그게 불행한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라마와 같은 연애와는 무관한 삶을 산다는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다수속의 한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음속은 언제나 츠쿠타 준이치만을 떠올리고 있었고, 일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와의 만남은 청량제와도 같았지만 이토록 오래 끌리라곤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소노코는 소바집으로 향했다. 그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가슴이 두군거리는것을 자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사실 좀더 빨리 가고 싶었지만, 계속 참았던 것이다. 그이유는 그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뭔가 대단히 잘못알고 있는 여자,라는 역할을 맡고 싶진 않았다.
만약 그가 있었다고해도 친한척하면서 다가가지 말고 처음에는 그냥 멀리서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서기로했다.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만약 그가 말을 걸어준다면, 그때서야 다가가면 괜찮은것이다.
하지만 그장소에 준이치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쓰레기가 들은 반투명 비닐봉투가 몇개 놓여있었다. 원래 그자리는 쓰레기를 놓는곳인가보다. 소노코는 국수집으로 들어가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다른곳에도 준이치는 없었다. 실망하면서 가게로 들어갔다.
그런데.
소노코가 소바를 먹고있다보니 마주편 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점심때 많이 붐비는 이집에서는 합석이 상식이었다. 그래서 신경쓰지 않았지만 '덴뿌라 소바'라고 주문하는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준이치가 웃고있었다.
"깜짝이야." 라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 왔어요?"
"그래. 하지만 우연은 아니야. 이즈미씨가 들어오는걸 봤거든."
"어디 있었어요? 저도 찾아봤는데." 그렇게 말하곤, 후회를 했다.
하지만 준이치는 그녀의 말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는 않은것 같았다.
"저편에 있는 찻집에 있었어. 일하는 도중에 들렸어. 그런데 감이 좋은데. 오늘은 나도 이즈미씨를 만날수 있을꺼라는 생각을 하고 왔는데."
준이치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소노코는 마음이 들뜨는것을 알수 있었다.
"저한테 뭔가?"
"응. 주고 싶은게 있어서."
"뭐?"
"그건 소바를 먹고나서..." 소바를 앞에 두고 그는 젓가락을 쥐었다.
밖에 나가자 준이치는 옆에 "계획미술"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스포츠백안에서 캔버스를 한장 꺼냈다. 그건 지난번에 받은 새끼고양이 그림과 비슷했다.
"이걸 받아주면 좋겠어."
"왜?"
"저번 그림은 뭔가 납득할수 없는게 있어서. 어디가 나쁜질 곰곰히 생각해본 끝에 답을 찾을수 있어서... 그래서 다시 그려본거야. 그래서 그런데. 잘그린쪽을 받아주길 바래."
소노코는 그림을 자세히 봤다. 확실히 달라진점이 몇군데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난번 그림보다 어떻게 더좋은지 전혀 알수 없었다.
"그럼 지난번 그림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그림은 이미 그녀의 방에 놓여있다.
"버려도 괜찮아. 똑같은 그림이 두장 있어봤자고. 그건 실패작이니까."
"양쪽다 걸어놓을께요. 아직 벽에는 여유가 있으니까."
"그거 뭔가 이상한데."
"괜찮아. 고양이 좋아하니까."
'그래."
그리곤 자연스럽게 회사가 끝난후에 만나기로 했다. 먼저 말을 꺼낸것 준이치였기 때문에 소노코는 텔레파시가 통한듯이 마음이 편해졌다.
밤에는 닭꼬치집에서 맥주와 일본주를 마시면서 식사를 했다. 준이치는 취하면 더욱 말이 많아졌다. 일본에서 예술로 살아간다는건 죄악이다. 라는 의미의 말을 몇번인가 했다. 꿈을 포기하는것을 여전히 후회하고 있는거다고 소노코는 취한 머리로 생각했다.
이번엔 자기가 만든 요리로 대접하겠다고 소노코가 말했다. 그건 준이치가 요즘 몇달동안 제대로된 요리를 먹지 못했다는게 이유였다.
"그거 진심이야?"
"물론." 소노코는 그렇게 답하면서 '당신은 어떤데?'라고 마음속으로 물었다.
그후에 준이치는 자기방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다. 소노코도 명함의 뒷편에다가 자기집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그약속은 일주일후에 이루어졌다. 네리마에 있는 소노코의 아파트로 준이치는 차갑게 식은 샴페인을 갖고 나타난것이다. 소노코는 잘하는편이 못되는 서양요리로 그를 대접했다.
그리고 그날밤은 작은 침대에서 둘이서 잤다.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Hobbit


3.

만난지 세달 가량 지났을 무렵 소노코는 준이치의 집에 갔다. 그가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방이 아니라 그의 부모님이 사는 집쪽이었다. 그집은 고급주택가에 있었다. 대문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멀리에 현관이 보이는 서양식의 고급스러운 저택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택시에서 내려서 대문앞에 섰을때 소노코가 준이치에게 물었다.
그는 쑥쓰러운듯이 웃으며 사정을 말했다. 소노코는 그제서야 그의 아버지가 큰출판업체의 사장이고, 그가 올해봄부터 일하게 된것도 그회사이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장남이라는것등을 말해주었다. 그모든게 처음 듣는 얘기였고 생각치도 못한거였다.
"왜 여태까지 숨겼어?" 소노코는 강한 말투로 물었다. 지금까지 준이치는 그의 집이 작은 서점을 하고 있다고 말해왔던 것이다.
"숨길생각은 없었어. 그냥 제대로 말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어제 말해주지." 소노코는 자신의 복장이 신경 쓰였다. 그녀의 옷중에서 수수한 옷을 차려입고 나온것이다. "나 이런 복장이여도 괜찮나?"
"괜찮아. 우리 부모는 더 서민적이니까."
고민하는 그녀의 등을 준이치가 부드럽게 밀어줬다.
그의 부모님은 준이치가 말한대로 서민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마음의 여유로부터 들어나오는것이라고 해석해야했다. 아버님의 훌륭한 말솜씨도 어머님의 세련된 몸가짐도 소노코로써는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좋았던것은 그들의 태도중에서 소노코를 괴롭게 만드는게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이런곳에서 살수만 있다면, 이라고 상상하며 소노코는 가슴이 뛰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소노코에게 부모님이 없는것은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는게 아니었다. 그것보다도 그들은 소노코의 오빠의 직업을 궁금해했다.
경찰관이라고 말하자 부모님은 안심한듯 보였다.
"견실한 직업이군." 그렇게 아버님은 웃으면서 말하며 그의 아내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아무리 외면적으로는 서민적이여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집이 있는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견실한 직업'을 갖고 있는 오빠에게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때는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즉 결혼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 준이치가 회사원이 되지 않은게 그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소노코는 준이치의 부모님과 만날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뒤에 바로 준이치를 데리고 오빠를 만나러 갔으면 좋았을것이다. 오빠라면 분명 준이치에게 모종의 언질을 요구했을테니 말이다. 그러면 그후의 두사람의 관계도 달라졌을것이다.
하지만 소노코가 준이치에게 소개해준건 오빠가 아니었다.

하나가 그녀를 죽였다 1-3 (2)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Hobbit (피안)


유바 카요코는 소노코에게는 마음을 놓고 사귈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즉 소노코도 아이치현 출신이다. 공립고등학교의 일학년 때와 삼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더욱 친해진것은 대학교에 들어간 후였다. 소노코와 카요코는 동경에 있는 같은 대학의 같은 학부에 들어가게 된것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지방에서 홀로 살게된 사람들에게 있어서 같은 고향의 게다가 같은 학교를 같이 다닌 사람이 있다는건 상당히 마음 편한 사실이었다. 동경에서 알게된 친구들에게는 물어볼수 없는 것들도 마음놓고 물어볼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야, 충견 하치코 동상이 어딨는지 알아?"(역주...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시부야 거리의 만남의 광장에 있는 개의 동상이다...)
이건 카요코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게된 전날 소노코에게 물어본 것이다.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상대가 거기서 만나기로 하자 그녀는 모른다고는 말하지 못했다고 카요코가 말했다.
소노코는 그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녀도 그이름을 들어본적이 있으나 정확한 장소는 알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물어볼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둘이서 동경의 여행가이드를 사와서 동상의 위치를 찾아냈다.
하지만 대학교를 사년 다니는 동안에 카요코는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입학할때는 아직 둘다 비슷하게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카요코는 나날이 변해갔다. 입는것도 화장도 화려해져갔다. 그두사람이 다니던 고등학교는 엄한 분위기여서 더욱 그랬던것 같았다. 소노코도 자기 나름대로는 촌티를 벗고 성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카요코를 보면 자기는 여전히 촌티나는 삶을 살고 있는것 같았다.
둘이서 쇼핑에 가면 카요코는 때때로 소노코를 위해서 옷을 골라주곤 했다. '프리티 우먼'에서 줄리어 로버츠가 입었던것 같은 옷이었다. 소노코는 결국 다른것을 골랐다. 자기가 그런걸 입으면 웃길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옷들을 카요코는 입었다. 그리고 잘어울리기까지 했다. 소노코보다 훨씬 작고 평소때는 그다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런 옷을 입을 때만은 여배우와 같은 화려함이 몸에 베는것만 같았다. 아마 자신감이 몸안쪽에서 튀어나오는 것일수도 있다.
"화장도 중요하지만 좋은 옷을 입는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야." 카요코는 줄곧 그렇게 말하곤 했다. "좋은 옷을 입으면 얼굴이 긴장을 하게 돼. 뺨은 일센치 정도 줄어들고. 이건 사실이야."
외모를 꾸미면 내적인 면도 따라온다는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취직을 할때가 되었지만 두명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특히 카요코는 무조건 매스컴관계라고 우겼다.
소노코는 외가 당숙에게 소개 받아서 아이치현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그회사는 너무 촌스러워"라고 말하긴 했어도 소개장 없이 취직할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카요코도 곧 매스컴을 포기하고 작은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역시 친척의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많은 여대생이 취직을 못하는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해 볼때 운이 좋았다.
그로부터 몇년인가가 지났지만 두사람은 여전히 독신이었다. 상대를 정하면 꼭 보고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렇다. 그건 약속이었다. 그래서 소노코는 쥰이치를 그녀에게 소개하였다.

Written by Keigo Higashino
Translated by P-An


7월의 토요일 저녁. 소노코는 카요코와 함께 신쥬쿠의 호텔 로비에 있었다. 두사람은 쇼핑을 하고오는 길이었다. 회사일을 끝내고 올 쥰이치와 만날 약속을 한것이다.
소노코는 쥰이치에 대해서 아는 사실을 거의다 말해줬다. 가난한 화가지망생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부자집 아들이었다는 얘기를 카요코는 부러워하기 보다는 황당하다는 눈빛을 하며 들었다.
곧 쥰이치가 나타났다. 머리에 힘주고 나온 그는 양복도 잘어울리게 되었다.
"유바씨 얘긴 소노코한테서 많이 들어왔습니다." 쥰이치는 카요코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떤 얘긴지 신경 쓰이는데요." 카요코는 소노코와 쥰이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절세의 미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진짜요? 농담이지요. 사람을 놀리시긴." 카요코는 소노코를 장난스럽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아름다우신 분인것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둬줘요. 두사람 함께 나를 놀린다니까. 정말."
그다음에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술집에 가서 칵테일을 마셨다. 그리고 카요코와 헤어졌다. 쥰이치는 소노코를 아파트까지 바래다 줬다. 같이 가는 동안에 그는 몇번씩이나 같은말을 반복했었다. "너무나 환상적인 여자."라는 말이었다. 물론 카요코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신기한 매력이 있어. 그사람한테는. 사람들속에 있어도, 군계일학이라고나 할까. 눈에 띄거든. 레스토랑에서도 그사람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니까. 그런 사람이 연예계에 들어가는구나 싶었어."
"학창시절에는 노력한적이 있었어. 오디션 같은거에도 응모해보고."
"하지만 안된거야?"
"어느정도 가망은 있어보였지만..."
"어려운 일이구나. 역시. 저런 사람이 여태까지 독신이라는것도... 연인은 있어?"
"지금은 없다던데. 직장에는 좋은 남자가 없다고 투덜거리더라."
"보험회사라고 그랬지?"
"응. 보험 들때는 연락해."
그날의 성과에 소노코는 만족감을 느꼈다. 쥰이치는 카요코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된것 같았다. 소노코는 카요코와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었기 때문에 카요코와 앞으로 남편이 될 쥰이치의 사이가 좋기를 바랬다.
그날의 만남이 곧 파멸을 불러올줄은 몰랐다.

소노코는 옛날부터 약간 멍하고 무난한 성격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외모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결코 살이 찐것은 아니지만, 얼굴의 윤곽이 눈의 착각을 초래해서 통통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대체로 그러한 얼굴형은 멍하다는 통념이 일본인들에게 있다.
멍한 부분도 있다, 고 그녀도 인정한다. 하지만 아마 그것과는 정반대인 요소가 그녀의 마음속에는 더 많이 자리잡고 있다는걸 스스로 느낄수 있다. 신경질적이고 마음이 약하다. 그런데도, 아니 그러니까 더더욱 질투심은 남들보다 많다. 자기의 성격이 싫어질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멍한 타입이라고 할지라도 최근 한두달간의 준이치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닐꺼라고 소노코는 생각한다. 그정도로 그의 태도는 변해버렸다.

우선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바쁘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낮동안에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과 함께, 밤에 불쑥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전화도 줄었다. 줄었다,라기 보다는 준이치가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언제나 소노코가 전화를 건다. 준이치는 말상대가 되어주지만, 그가 새로운 화제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치 전화가 길어지는걸 피하려는듯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느낄수 밖에 없었다. 준이치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보면 위태로운 건물을 쓰러뜨리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 그건물도 알아서 다시 서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어리석은 기대였다는걸 소노코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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