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게시판에 second님이 올려주신 창작 소설입니다.
저작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요청이 있을 시 삭제하겠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과거에만 있을뿐.>
-프롤로그-
[그들과의 만남은....
과거에만 있을뿐...]
프롤로그
커다란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아래에 10개의 그림자가 모였다. 그림자들은 그 곳에 모여있었을뿐- 그곳에 있었을 뿐이었다. 탐식, 탐욕, 나태, 교만, 정욕, 분노, 시기... 그들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탐식 때문에... 탐욕 때문에... 나태함 때문에.... 교만함 때문에.. 정욕 때문에... 분노 때문에... 시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그림자들은 서로를 아는것인가?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던 것인가? ...... 아무 관계가 없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절규, 경악, 외침, 혼돈 이 들리는가? 공포에 찬. 공포에 몰린. 공포의 절규. -- 단지 연노란 불빛을 강열하게 내비치고있는 샹들리에의 화려함에 반사될 뿐이다.
탐정은 움직인다. 생각한다. 대화...생각....대화...생각... 그리고 행동한다. 다시 생각한다. 행동...새각...행동...생각....
그가 알고있는 것은...... 무엇인가.?
-1장-
-- Mystery Novel--
7월 20일 pm 4:30
"어때, 알겠어?"
뜨거운 입김이 목에 닿는 것을 느끼며 나는 황급히 의자의 등받이 깊숙이 파묻고있던 허리를 곤두 세웠다. 순간 건물 밖의 찌는 듯한 열기가 온몸에 와닿는 것을 느낀다. 아쉽게도 2시간전까지만해도 내 앞에서 돌아가던 선풍기의 바람은 느낄수 없었다.
"어때, 뭔가 감이라도 잡히는게 있어?? 혹시 벌써 범인이 누구였었는지 맞춘거야?"
잔뜩 기대에 차 있는 세희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들리는양 몽롱하게 들린다. 난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세희에게 건내받은 A4용지 묶음을 들구 의자에 파묻힌후에..... 이런 멍청한 것!! 그 후부터 지금 까지 잠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아직 잠에 취한 듯 몸을 비틀거리며 곤두세웠던 허리를 이번엔 엉덩이와 일자가 되도록 일으켜 세웠다. 얼굴 가까이에있던 세희가 놀라면서 뒤로 주춤하는 모습이 보인다. 간드러지게 이어지는 기지개...
"모야, 지금 까지 잤던거야??"
"미안미안..... 하지만 어쩔수없었다고. 세희 너도 알잖아. 이 골치아픈 A4용지를 너에게 건
네받기 전까지 밤세워 글을 쓰고 있었다고. "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게 들어난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도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손에 들고있는 A4용지를 읽을 것이고,.....하지만 내가 모른다 하면 그녀는 뭐라 할것인가.?
7월 20일. pm 5:00
정말로 어둡고 칙칙한- 그리 유쾌한 기분을 주는 곳은 아니었다. 복도보다는 지하도에 가까울 것이고 폭또한 매우 좁아서 축축하게 물에젖은 시멘트가 어깨에 살짝 와닿았다. 내 앞에서 가고 있는 남자의 넓은 등이 보인다. 그 남자의 등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 불평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지하도에 가까운 복도가 끝없이 이어질것만 같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하는 겁니까? 정말 이러한 냄새나는 지하도 따윈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군여."
신경질적인 여자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분명 복도로 들어오기전에 보았던 빨간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여자임이 틀림없다. 매력적으로 생긴 여자다. 높은 코에, 짙은 눈썹,. 긴 목부분까지 잘록하게 내려온 검정빛 머리카락 그리고 하이힐에 어울릴만한 기다란 다리. 하지만 외모만큼이나 성격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또한 몸치장에서 보여지는 부 는 진짜일까 아니면 꾸며낸 치장에 불가한 것일까.
문득 그러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앞서 가고있던 덩치의 남자가 멈춰섰다.
덩치의 남자가 멈춰선 곳에서 복도는 막혀있었다. -아니 단지 지금까지 걸어오던 길- 복도의 정면이 막혀 있다는 것뿐이다. 막혀있는 복도의 왼쪽 구멍에서 강렬한 불빛이 세어나온다. 덩치는 그 왼쪽 구멍속으로 손짓을 하며 들어갔다.
"자 모두 이곳으로 오시죠. 이곳이 바로.....`메피스토' 저택입니다."
한순간 숨이 막혀 버렸다. 너무나도 화려한 불빛이다.. 우리들의 머리위에서 태고의 강렬한 햇빛처럼- 전등 불빛이 비쳐 또다른 빛을 만들어내는 작은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커다란 샹들리에 였다.
7월 20일 pm 5:30
A4용지를 읽기 시작할때부터 시작해 소설의 처음 몇장을 넘긴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를 빤히쳐다보고있는 세희의 시선에 잠시 읽는 것을 중단했다.
"몇장 읽어보지 않은것같은데, 흥미는 가는거야?"
"처음 몇장을 읽어보긴 했는데,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닐까? 조금 읽어본걸로 봐선 고립형으로 끌고 갈게 뻔한데...사실 이런 형식은 이제 너무 식상했다고.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끌고가는게 소설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 시킨다던지...좀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몰고온다느니 하지만 결국 작가쪽에서 이야기의 범위를 한정시키기위해서 아닐까? 물런 긴장감이라던지 공포감같은걸 무시할순 없지만말이야. 사실 이러한 형식은 너무 많이 봐와서 말이야.... 하긴 그거가지고 내가 뭐라고 할순 없지만 말이야."
사실 도입부분에서부터 사건을 예측할만한 소지가 충분히 들어난다. 무슨일인지 몰라도-무슨일인가로 인해 모인 사람들. 그리고 `메피스트' 저택이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물론 내가 읽은 것은 여기 까지지만 이 `메피스토' 저택이라는곳에서 피비릿내 나는 연쇄살인 이 일어날 것은 분명한 일이며 또한 저택밖으로 아무도 나갈수 없게 되리라는 것또한 확신할수 있다.
계속 해서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작가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트릭을 사용했느냐에 더 관심을 두는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 친구는 무척 흥미롭다고 했는걸...자신은 이미 범인에대한 간단한 추리를 해보기도했는데- 진상부분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아서 자신또한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고 하는걸. "
"3년??? 그렇다면 3년전의 소설을 나한테 가지고 와서 이러는거였던거야? 그것도 아직까지 작가가 진상부분을 쓰지 않았다고?? 하여튼 너도 참...."
3년 전의 일이라.... 어쩌면 흥미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3년전에 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더군다나 아직까지 진상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소설이라면 소설의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진상규명의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언젠가 이든 필포츠의 유작소설이 출판되었던 것이 문득 생각이 났다. 유작 소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이번에 세희에게 받은 이 소설도 마찬가지겠지만 작가가 추리소설이 끊긴 부분 후에서야 들어내려했던 증거나 혹은 그전의 내용과 이어지는 인과 응보의 관계를 독자가 모른다면 이미 그 소설은 작가가 생각했던 의도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가게되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있을쯤에 문득 몇일전에 인터넷 상에서 벌였던 유작에 대한 논쟁이 생각나면서 머릿속이 뒤엉켜 버렸다. 아무래도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천천히 읽어내려가야 할 것이다.
"간단하게 먹을거라도 좀 먹으러 나가자. 아무래도 손이 튼튼해야 뭐라도 좀 할것같은데. 뭐.. 소설은 저녁먹으면서도 볼수있으니깐...."
pm 6:00
처음 저택에 들어와 보았던 화려한 샹들리에 에 이어 축축하고 좁았던 복도와는 대조적인 넓지도 좁지도 않은 부드러운 복도를 거닐고 있는동안 줄곧 이상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작은 섬마을에 발을 처음 내디딜 때 느낀 것은 분명 -이미 척박해진 땅과 아무도 살고있지않은 쓰러져가는 폐가들에서 느끼는 생명을 다한 땅 과 마을에대한 착찹함이었다.
그러한 마을에 화려한 샹들리에와 부드럽고 따뜻한 복도란 언밸런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른쪽 손목에서 쉴틈없이 돌고있는 시계를 보니 벌써 6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전과의 복도와 마찬가지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복도다. 여전히 내 앞으로 덩치의 널따란 등이 보였고 실타래와도 같이 뒤엉켜 버린 8명의 발걸음 소리가 등뒤에서 들린다. 그들과는 무엇 때문에 이곳 -`메피스토' 저택-까지 오게 된 것일까? 천천히 선착장에서 보았던 9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앞에서 계속해 내 시야를 가리고 있는 덩치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 세상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듯한 -감정없는 무표정의 얼굴. 그가 지금 우리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되는 얼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기분나쁜 복도에대한 불평을 늘어 놓았던 예의 그 여자를 제외하곤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의 얼굴은 없다. 그들은 나를 알고있을까?
어느정도 걸었을까 앞에서 길안내를 하던 덩치가 멈춰섰다. 복도의 끝이었다.
"모두들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이곳부터는 밖과의 출입에 다소 제한을 두겠습니다. 또한 이곳부터는 자신의 방 문에 쓰여있는 이름을 이곳에서의 가명으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점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분들에게 밝힌바가 있으며 여러분들또한 반대하시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에 지금에서라도 이점에 대해 반대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짧은 침묵이 이어진다. 이미 모두들 알고 있으리라. 나또한 이미 자세한 내용들은 알고있는 바이다. 하지만 그에 동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획일화딘 일상에대한 염증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과 욕심때문이었을까. 지금 이러고있는 나 자신의 행동이 마치 나아닌 또다른 나의 행동같이 느껴진다. 두려운 것일까.
"모두 동의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지하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문을 잠가두겠지만 문의 열쇠는 제가 안전하게 소장하고 있을것입니다. 4일간의 식량과 간단한 오락시설등은 모두 안에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으며 지금 이순간부터 여러분들의 게임은 시작된 것입니다.!"
복도끝 왼쪽에 놓여져있던 돌무덤이 열리고 층계가 이어지는 곳 깊숙한 곳까지 어둠이 짙게 깔린듯한 기분나쁜 돌층계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리고... 둔탁한 열쇠소리와 함께 돌무덤은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까지 비쳐온 가느다란 샹들리에의 불빛을 뒤로하며 매몰차게 닫혀 버렸다.
-- 소리의 정체 --
pm 6:30
지하라고 생각할수 없을정도로 매우 활기찬 곳이다. 돌층계를 내려와 또다른 철문하나를 거친후에야 다다를수 있었지만 그리 기분나쁜 일은 아니다. 돌무덤에 이어 철문까지 모두 잠가두겠지만 열쇠는 우리와 함께 이 안에 있을터이니 걱정할만한 것이 못되었다. 일정은 지루할 정도로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는 듯 하다.
"모두들 이 쪽지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쪽지를 받고 펴 보시면 이제 이곳에서 묵으실 방 번호가 적혀있을 겁니다. 그리고 방 번호 아래에 쓰여있는 것은 -물론 방문에 쓰여있겠지만- 각자 이곳에서 사용하실 각자의 가명입니다. 이곳에서는 꼭 가명만을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
각자 정사각형으로 반듯이 잘려진 쪽지를 받았다.
"한가지 잊은 것이 있군여. 보시다시피 지금 여러분께서 서 있는 둥그런 홀을 기준으로 방금 계단을 내려오시면서 지났던 철문을 제외하고 6개의 복도로 현재 이 곳 구조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6개의 복도에는 각자가 묵을 방과 부엌 및 부수적으로 필요한 시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각 복도의 옆 벽에 쓰여져있는 숫자와 각자 받으신 종이 제일 왼쪽 상단에 쓰여있는 번호와 일치시켜 자신의 방이 있는 복도를 찾으시면 되는 것입니다. 숫자는 1~6까지 6개의 복도에 맞추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저녁은 7시 30분에 있겠습니다."
매우 특이할만하다고도 , 또 그렇다고 평범하다고도 말할수 없는 구조다. 중앙의 둥그런 홀을 중심으로 -1~6까지 각각의 숫자가 쓰여있는 6개의 복도가 갈라져 있다.
누구인지 모를 저택 주인의 괴이한 취미 때문일까 아니면 그 자신도 몰랐던 - 어쩌면 건물이 세워졌을때부터 아무도 몰랐던 건축가의 괴상한 걸작품 이었을까. 덩치에게 전해받은 쪽지를 피자 반듯하게 잘린 쪽지와는 어일리지 않게 검정색 만년필로 휘갈겨쓴듯한 성의없는 문체의 글자가 보였다.
ⓛ
<104>호실
"A"
제 1복도는 일전에 지나쳐왔던 철문의 왼쪽으로 길게 뻗어있었다. 방문앞에 걸려있는 작은 램프빛들만이 어두운 복도를 비추고있을 뿐이었다. 어슴푸르한 어둠속에서 -먼지낀 직사각형의 방문위로 <104>라 적힌 숫자가 램프불빛에 비쳐 시야에 들어왔을 때 등뒤에서 허스키하면서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도 이복도에 있는 방을 배정받았나 보군여. 정말 기분나쁜 복도가 아닐수 없습니다. 어린애장난같은 공포분위기를 연출이라도 해보이겠다는 것이 아니고서야...... , 참 당신에겐 어떤 가명을 쓰라 합디까? 전 졸지에 `Z'가 되고 말았지 뭡니까. 제대로된 사람이름도 모자랄 마당에 알파벳 이름이라뇨."
남자가 말을 마치자 대꾸라도 하듯 복도의 천장위로 조금은 환한 불빛이 서서히 어둠을 밝혔다. 매우 호탕해 보이는 남자다. 두손엔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쥔체로 벗겨진 이마 아래로 공솔공솔 맺힌 땀방울들을 훔치고 있는 모슴이 힘에 벅찬 느낌을 준다.
"전 `A'랍니다. 이 지하에서 줄곧 4일동안 이제 이 `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신세가 썩 좋지만은 않군요."
"이름이야 어째됐건 .. 그리 길지않은 시간이지만 잘 지냅시다."
"그래야 겠죠...."
남자와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조금은 환해진 복도를 몇걸음 걸은후 <104>라 적힌 방문을 밀었다.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는지 잔잔한 먼지를 일으키며 6평 남짓한 아담한 방안쪽으로 힘없이 밀렸다. 이제 이곳에서 4일동안 지내야 하는 것이다........
어두운 복도, 먼지묻은 방문과는 달리 방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눈부신 백색불빛을 밝히었다.
1인용 싱글침대, 조그마한 원목책상 , 다용도 수납장, 아무무늬없는 백색의 백지가 6평남짓한 작은방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등뒤로 메고있던 가방을 조그만 원목책상에 내던지고 침대위로 쓰러졌다. 손목시계를 통해 7시를 막 지나고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지긋이 눈을 감았다. 무엇때문일까..... 지금 이곳에 온 것은 정말 일종의 모험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이메일을 받았던 일주일전의 일이 생각 났다. 이메일은 지금 이곳으로나를 오게한 일종의 초대메일 이었다. 특기할만한 것은 메일의 내용인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룰에따라 이루어지는 추리퀴즈의 승자에게 주어지는 -추리퀴즈의 승자에게 내거는 금액치고는 너무나도 큰 액수의- 상금이 회사나 단체가 아닌 어떠한 개인에의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처음 들었던 의심또한 바로 그점때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결국 지금 이곳까지 와 버린 것이다. 사실 룰은 간단했다. 나를 제외한 게임에동이한 9명과 함께 일정한 장소에서 밖과는 격리된채 추리퀴즈를 풀면 되는 것이다. 사고가 생기면 게임은 정지되며 그순간부터 게임진행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실례할수도 위험할수도있는 일에 쉽게 결정을 내렸던 까닭은 무엇일까..... 침대에 실었던 몸을 반대로 돌려 얼굴을 침대 시트에 파묻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7시 30분입니다. 저녁식사가 있사오니 중앙홀로 나오셨으면 합니다. 저녁식사이후 부터는 게임의 주 목적인 추리퀴즈 타임 이 있겠습니다."
피로해진 몸을 일으키며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흥분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일종의 두려움이라고 해야할까. - 그것도 아니라면..........
pm 7:30
복도는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밝은불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복도에는 나와 일전에 잠시만나 인사를 나누었던 예의- 호탕한 대머리 남자-Z-두명 뿐만이 묵고있는 듯 하다. 미리 앞서 복도를 걷고있는 그가 보인다.
"안녕 하세요? 같은 복도를 쓰니 이제부터 자주 뵙겠군요. 방은 어떻습니까? 제쪽은 의외로 잘 정리되어 있더군요."
"이쪽도 방이야 그리 나쁘진 않았지. 어때, 기대되지 않소? 사실 이런 게임은 처음이라오. 더군다나 외딴섬의 커다란 저택지하라니 처음엔 내심 걱정도 됐지만 나쁠건 없잖소."
"예- 그도그렇지만 저는 과연 이런 게임을 계획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궁금하답니다. 메일을 처음받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내심 누군가의 저급한 장난이 아닐까하고도 생각하고 있을정도니깐요."
"그거야..."
Z의 말이 체 이어지기 전에 중앙홀에 도착을 했다. 이미 Z 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 중앙홀에 미리나와 나머지 두 사람을 기다리고있었던 눈치였다.
"다른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지않아요. 더군다나 지금처럼 단체생활을 할땐 더더욱말이죠."
투명한 와인잔을 입으로 갖다대며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전에 지하도같은 복도를 불평했던 여자와는 다른 분위기의 여자다. 매몰차게 생긴 가느다란 입술과 어둠이 밑에 깔린 불만에찬 표정이 그녀를 이지적으로 보이게 했다.
"자 두분도 이리와 앉으시죠. 지금부터는 간단한 식사를 하겠습니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모두들 피곤하시겠지만 아무쪼록 일정에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홀의 한쪽구석에 놓여있는 길다란 대형 시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탁위로 각자의 자리를 알리는 - 알파벳이 쓰여져있는 길다란 냅켄에 따라 `A'라 쓰여져있는 자리에 앉았다. 식탁반대쪽으로 Z가 앉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들 자신의 가명인 알파벳에 따라 식탁에 앉아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A, B. C, D, E, V, W, X, Y, Z 모두 10개의 알파벳이적인 냅킨이 식탁위에 제 자리에 맞추어 놓여있는 것이다. B라 쓰여있는 냅킨 앞에 서있는 덩치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음식접시들을 재빠르게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가명은 A~Z까지 모두 10개의 알파벳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녁 식사와 함께 서로 간단한 통성명 -물론 가명으로 말입니다.-을 한후 다음일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음식이 모두들 입에 맞았으면 합니다만......... 미리 최대한으로 준비를 하고선 왔으니 그리 불편하진 않을겁니다."
말을 마친 덩치도 자리에 앉았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모두들 사회에선 어떤일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하지만 통성명을 가명으로 하는 만큼이나 잔신들의 진짜 얘기들은 성급히 얘기하지않을것임이 분명했다. 저녁은 미트볼을 포함한 간단한 식단으로 이루어졌다. 미트볼을 몇 개 입속으로 집어넣었을 쯤에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던 덩치가 뭔가 생갔났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먼저 자신의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이곳에선 난 A에 불과한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통성명이라 하지만 이곳에서 쓰여지는 가명으로 하는것이니 만큼 자세한-개인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긴장을 한 탓인지 허리뒤에 둔 두손을 계속해서 만지작 거리게 된다.
"우선 제가 이곳에서 근 4일동안 쓰게될 가명은 `A'입니다. 간단하게 A라 부르셨으면 합니다. 뭐...이곳에 오게된 이유는 여러분들과 같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음..지금 이 시점에서 말씀드릴 이야기는 이정도 박에 없겠내요. 이곳에서 함께지내면서 차차 더욱자세하게 알게 되겠죠. "
사실 통성명이라 하지만 너무나도 간단한 소개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긴 8명의 얼굴이 보인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산하고 있는 것일까. 우물쭈물하며 자리에앉자 덩치가 일어섰다.
"저역시 예외일순 없죠. 저는 이곳에서 `B'라는 가명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편하게 B라 부르시면 됩니다. 아무쪼록 남은 4일을 모두함께 재미있게 보냈으면 합니다."
이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매우 거대한 체구가 아닐 수 없다. 게다 항구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일정한 무표정의 얼굴. B자신이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계면쩍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B-덩치-다음으로 일어선 C는 40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숱이많은 짙은 눈썹. 길게 찢어진 입에서 나이에맞지않은 영악함이 느껴진다.
"이앞에 있는 냅킨에 쓰여있듯이 이곳에서 `C'로 불릴 사람이올시다.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자리가 썩 유쾌하진 않습니다만 여기까지온 이상 여러분과 함께할수밖에요. 그럼 모두들 잘 지냈으면 합니다."
말을 마친후 자리에앉는 C의 입가에서 작은 미소가 보였다. 무슨의미의 웃음일까. 아무의미없는 순수한 미소와는 다른 -교활해 보이기까지한 웃임이다.
자연스레 D의 순서가 이어졌다.
"D. 간단히 D로 부르셨음 합니다. 사실 이러한 시간을 가져야 하는것일까요? 지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퀴즈시간이나 갖었으면 좋겠군요. 사실 모두들 모인것도 그 목적에서가 아닌가요?"
아주 자신스럽게 모두의 얼굴을 훑는다. 그녀의 시선에 모두들 고개를 돌릴뿐 뭐라 대꾸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한 모습에 만족이라도 한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앉는 그녀에게서 모두를 격멸하는 듯한 D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보니 일전에 보았던 여자이다. 저녁식사에 늦은 나와 Z에게 핀잔을 주었던 그 여자인 것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투명한 와인잔을 살며시 입으로 갖다대는 모습이 보였다. 매몰차게 생긴 입술이 가느다랗게 떨리는가 싶더니 다시 투명한 와인글라스위에서 안정을 되찾은 듯 보인다. D에의해 이어지던 침묵이 `E'라 쓰인 냅킨이 놓여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사나이에 의해 깨졌다.
"매우 맛있는 저녁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까? 집밖에나왓 j이정도라면 후한 편이죠. 아, 제소개가 늦었군요. `E'라합니다. .... 지하분위기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같고...재미있는 시간이 될것같습니다. "
그때였다. E의 소개가 끝나고 그가 앉을 즈음 6개의 복도 어디선가 둔탁한 무엇인가를 치는듯한 소리가 정확히 2번 울렸다. 그 순간까지 모두들 그 소리에 개의치 않은 듯 했지만 둔탁한 소리에 이은 사람의 비명소리에 모두들 놀라 순간적으로 모두 우왕자왕하게 되었다. 사람의 비명소리는 분명 식사를 하던 바로 그곳에서 들린개 틀림없었다.
"악마의 소리야 악마의 소리.... 틀림없이 악마의 소리가 분명했다고....이제 어쩔수없어..모두들 ...악마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된것이라고....악마의 품으로...."
바로 내앞에 앉아 식사를 하던 V의 비명 소리였다. 오른손에 쥐고있던 포크를 식탁에 박은체 부들부들 떨고있는 V의 모습이 보였다. 얼만큼 손에 힘을 쥐고있었던 것일까. 식탁 유리가 깨진체로 식탁나무에 일자로 꽃혀있는 포크의 주위에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뭐야, 깜짝 놀랐잖아.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소매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내며 신경질적으로 C가 말했다. 매우 화가났음이 분명했지만 계속해서 V는 몸을떨고있을 뿐이다.
"모두들 조용히 해요. 우선 진정부터 시키는 것이 우선 아니겠어요."
어느새 떨고있는 V의 옆으로 다가간 B가 식탁에 꽃혀있는 포크를 뽑으며 말했다.
"악마야 .......악..."
"누구 이리로와서 부축좀 시켜줘야겠는걸요. 기절한 것 같아요."
V의 옆에있던 W가 부추겨 덩치의 넓은 등위로 V를 엎혔다. V를 엎은 덩치는 곧 제5복도를 따라 V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매우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상한 소리에이은 비명소리, 그리고 지금 이순간까지 매우 순식간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pm 8:00
저녁을 먹기 시작한지 벌써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시 한번 꼼꼼하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읽은 부분까지의 내용을 읽은후 한숨을 내쉬었다.
"뭐랄까... 아직 뭐라고 말할수있을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아."
"그래?? 내용전개는 어떤데?"
"아직 까지 초반이라고 말할 수 있어. 몇가지 흥미있는 부분이 있긴한대 작가가 그 부분을 어떻게 이어가는가가 문제겠지."
"그런데...세희너는 아직까지 읽어보지않은건 아니겠지?"
"아... 그게 사실..음..."
"으이구. 진짜 못말리겠내.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나에게 자기도 범인이 도무지 누구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뭉칙한걸 준거였어?"
정말로 못말릴 여자이다. 하지만 늘상있어왔던 일이니..... 의미없이커피잔속의 젓가락을 계속해서 휘젖다 나도모르게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카페내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훑었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커다란 카페의 사이드 유리를 통해 어둠이 점점 밀려오는 것을 확인하자 빨리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 이유없이 들었다.
"세희야 그만 들어가자."
"어, 왜? 마시던 차는 다 안마시고?"
"차는 그냥 내버려두고.. 빨리 가자니깐. 집으로 들어갈꺼지?"
"어...그래."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두르는 건지...나자신도 모를 이유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세희와함께 카페를 빠져나왔아. 매우 후덥지근한 날씨다. 뿌연 먼지들을 일으키며 지나는 차들과 숨막힐 듯이 모여있는 사람들의 냄새가 느껴진다. 카페를 나와 서울 시내의 번화가 속으로ㅡ 사람들 속으로 다시 밀려들어갔다.
세희를 집에 바래다주고 다시 오피스텔로 들어오니 벌써 시계의 분침이 6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희의 집이 카페와-또, 이 오페스텔과 그리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음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오피스텔로 들어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의자에 앉아 축 늘어진 오른쪽손에 계속해서 A4용지묶음이 쥐어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고선 의자옆의 책상위로 힘없이 내던졌다. 편안하게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지만 소설속의 내용이 천천히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수 없었다.
"젠장, 잠은 다잤군..."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책상위에 내던져있는 A4용지를 집어폈다. 계속해서 내용을 읽어내려가는것보다는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을 다시한번 천천히 생각하며 앞으로 있을 내용을 유추해보는것도 소설을 읽는 묘미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선 소설의 전반적인 형식이 흔히있는 형식이기 때문일까...아니면 소설에나오는 저택의 특이한 건물구조 때문이었을까, 문득 한 일본인작가 이름이 떠올랐다. '유키토 아야츠지' 국내에선 관 시리즈작가로도 알려져있는 작가였다. 확실히 이 유키토 아야츠지의 관시리즈와 이 소설의 분위기 자체가 비슷한건 사실이었다. 특이한 구조를 가진 밀폐된 공간에서의 이야기전개..... 문득 <시계관의 살인사건> 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시계관이라는 건물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한 소설내용과 그 분위기상으로 볼 때 흡사하지 않을수 없었다. 더군다나 악마라하는 등의 등장인물의 특이할만한 행동이 나타난 이시점에서 볼 때 시계관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혼령에관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수 없다. 그러고 보니 V라는 인물이 취한 히스테릭한 행동은 무슨의미가 있는것일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막 본격적인 사건의 전개가 시작되려는 듯 하다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소설에대해 생각하던중 나도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전화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있은후 세희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들으니깐 피곤한 듯 한데??"
"어...뭐 별로한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조금 피곤하네.... 무슨일이야? 아까 집앞까지 바래다주어서 잘 들어갔다는 것쯤은 알텐데...하핫..무슨 할말이라도 있는 거야?"
"아...특별히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아차. 이 소설 친구한테 받았다고 했지? 언제한번 그 친구좀 볼수없을까 해서.."
"아하...그러고 보니 그런속셈이었구나?
"어? 무슨 소리야..?"
"니맘 다알았으니깐 그렇게 내뺄필요없어. 이참에 어떻게 잘 엮어볼려는 속셈 아니야?"
정말 어처구니없는 애다. 웃음을 참지못해 수화기를 옆에 두고 한참을 웃은후에야 다시 수화기를 들수있었다.
"참내...누가 이세희 아니랄까봐서....."
"뭐야.! 그럼 무슨일로 친구는 다 보자는 거야?"
"다름이 아니라 지금은 아직 소설을 끝까지 안읽었지만 나중에 끝까지 읽었을때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결말이 나지 않은 소설이라 했으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는 것이고. 그때가서 그 친구와 만나서 이것저것 소설에대해 얘기하면 좋지 않겠어."
"알았어 알았어. 그때되면 같이 찾아가지 뭐."
"그래. 그럼 잘자라... 내일 오피스텔에서 보자."
"알았네,. 내일봐."
수화기를 내려놓은후 잠시동한 멍하니 전화기앞에 선채로 서 있었다. 나도모르게 세희에게 전화를 걸고 친구얘기를 꺼낸 것이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린 오피스텔안을 의미없이 돌아보며 카페를 나왔을 때 느꼈던 이유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pm 8:30
한바탕 소란이 있은후 저녁식사는 그것으로 끝나 버렸다. 모두들 V의 방 앞에모여 침대위에 곤히 잠에든 V에게 시선을 주었다. 비명을 지를 때와는 매우 판이한 모습이다. 둔탁한 소리가 뭐길래 이렇게 기절할정도로 놀란것일까.
"자자, 편히 쉬도록 두고 우리는 모두 나갑시다. 일단 V의 소개는 나중에 듣는걸로 하고 나머지분들의 소개도 들어야 하니..."
"사람이 저렇게 누워있는 참으로 대단하군여."
B에게 핀잔을 주며 먼저 홀을향해 가버리는 E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모두들 그를따라 중앙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깜짝 놀랐는걸요. "
저녁식사시간에 W의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V를 B의 등에 엎힐수있도록 부추겨 주었던 남자다.
"그래봤자 노처녀 히스테리 겠지. 저런여자는 많이 봐왔으니깐."
투명스럽게 C가 말했다. 이미 V를 제외한 9명 모두 저녁식사를 했던 식탁과는 조금 거리를 둔 곳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나는 아무런 의도나 생각없이 D의 옆자리에 앉았다. 모두들 순간 놀랐었겠지만 D는 냉정을 잃지 않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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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의 만남은 과거에만 있을뿐.>
-프롤로그-
[그들과의 만남은....
과거에만 있을뿐...]
프롤로그
커다란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아래에 10개의 그림자가 모였다. 그림자들은 그 곳에 모여있었을뿐- 그곳에 있었을 뿐이었다. 탐식, 탐욕, 나태, 교만, 정욕, 분노, 시기... 그들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탐식 때문에... 탐욕 때문에... 나태함 때문에.... 교만함 때문에.. 정욕 때문에... 분노 때문에... 시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그림자들은 서로를 아는것인가?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던 것인가? ...... 아무 관계가 없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절규, 경악, 외침, 혼돈 이 들리는가? 공포에 찬. 공포에 몰린. 공포의 절규. -- 단지 연노란 불빛을 강열하게 내비치고있는 샹들리에의 화려함에 반사될 뿐이다.
탐정은 움직인다. 생각한다. 대화...생각....대화...생각... 그리고 행동한다. 다시 생각한다. 행동...새각...행동...생각....
그가 알고있는 것은...... 무엇인가.?
-1장-
-- Mystery Novel--
7월 20일 pm 4:30
"어때, 알겠어?"
뜨거운 입김이 목에 닿는 것을 느끼며 나는 황급히 의자의 등받이 깊숙이 파묻고있던 허리를 곤두 세웠다. 순간 건물 밖의 찌는 듯한 열기가 온몸에 와닿는 것을 느낀다. 아쉽게도 2시간전까지만해도 내 앞에서 돌아가던 선풍기의 바람은 느낄수 없었다.
"어때, 뭔가 감이라도 잡히는게 있어?? 혹시 벌써 범인이 누구였었는지 맞춘거야?"
잔뜩 기대에 차 있는 세희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들리는양 몽롱하게 들린다. 난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세희에게 건내받은 A4용지 묶음을 들구 의자에 파묻힌후에..... 이런 멍청한 것!! 그 후부터 지금 까지 잠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아직 잠에 취한 듯 몸을 비틀거리며 곤두세웠던 허리를 이번엔 엉덩이와 일자가 되도록 일으켜 세웠다. 얼굴 가까이에있던 세희가 놀라면서 뒤로 주춤하는 모습이 보인다. 간드러지게 이어지는 기지개...
"모야, 지금 까지 잤던거야??"
"미안미안..... 하지만 어쩔수없었다고. 세희 너도 알잖아. 이 골치아픈 A4용지를 너에게 건
네받기 전까지 밤세워 글을 쓰고 있었다고. "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게 들어난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도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손에 들고있는 A4용지를 읽을 것이고,.....하지만 내가 모른다 하면 그녀는 뭐라 할것인가.?
7월 20일. pm 5:00
정말로 어둡고 칙칙한- 그리 유쾌한 기분을 주는 곳은 아니었다. 복도보다는 지하도에 가까울 것이고 폭또한 매우 좁아서 축축하게 물에젖은 시멘트가 어깨에 살짝 와닿았다. 내 앞에서 가고 있는 남자의 넓은 등이 보인다. 그 남자의 등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 불평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지하도에 가까운 복도가 끝없이 이어질것만 같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하는 겁니까? 정말 이러한 냄새나는 지하도 따윈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군여."
신경질적인 여자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분명 복도로 들어오기전에 보았던 빨간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여자임이 틀림없다. 매력적으로 생긴 여자다. 높은 코에, 짙은 눈썹,. 긴 목부분까지 잘록하게 내려온 검정빛 머리카락 그리고 하이힐에 어울릴만한 기다란 다리. 하지만 외모만큼이나 성격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또한 몸치장에서 보여지는 부 는 진짜일까 아니면 꾸며낸 치장에 불가한 것일까.
문득 그러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앞서 가고있던 덩치의 남자가 멈춰섰다.
덩치의 남자가 멈춰선 곳에서 복도는 막혀있었다. -아니 단지 지금까지 걸어오던 길- 복도의 정면이 막혀 있다는 것뿐이다. 막혀있는 복도의 왼쪽 구멍에서 강렬한 불빛이 세어나온다. 덩치는 그 왼쪽 구멍속으로 손짓을 하며 들어갔다.
"자 모두 이곳으로 오시죠. 이곳이 바로.....`메피스토' 저택입니다."
한순간 숨이 막혀 버렸다. 너무나도 화려한 불빛이다.. 우리들의 머리위에서 태고의 강렬한 햇빛처럼- 전등 불빛이 비쳐 또다른 빛을 만들어내는 작은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커다란 샹들리에 였다.
7월 20일 pm 5:30
A4용지를 읽기 시작할때부터 시작해 소설의 처음 몇장을 넘긴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를 빤히쳐다보고있는 세희의 시선에 잠시 읽는 것을 중단했다.
"몇장 읽어보지 않은것같은데, 흥미는 가는거야?"
"처음 몇장을 읽어보긴 했는데,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닐까? 조금 읽어본걸로 봐선 고립형으로 끌고 갈게 뻔한데...사실 이런 형식은 이제 너무 식상했다고.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끌고가는게 소설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 시킨다던지...좀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몰고온다느니 하지만 결국 작가쪽에서 이야기의 범위를 한정시키기위해서 아닐까? 물런 긴장감이라던지 공포감같은걸 무시할순 없지만말이야. 사실 이러한 형식은 너무 많이 봐와서 말이야.... 하긴 그거가지고 내가 뭐라고 할순 없지만 말이야."
사실 도입부분에서부터 사건을 예측할만한 소지가 충분히 들어난다. 무슨일인지 몰라도-무슨일인가로 인해 모인 사람들. 그리고 `메피스트' 저택이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물론 내가 읽은 것은 여기 까지지만 이 `메피스토' 저택이라는곳에서 피비릿내 나는 연쇄살인 이 일어날 것은 분명한 일이며 또한 저택밖으로 아무도 나갈수 없게 되리라는 것또한 확신할수 있다.
계속 해서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작가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트릭을 사용했느냐에 더 관심을 두는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 친구는 무척 흥미롭다고 했는걸...자신은 이미 범인에대한 간단한 추리를 해보기도했는데- 진상부분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아서 자신또한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고 하는걸. "
"3년??? 그렇다면 3년전의 소설을 나한테 가지고 와서 이러는거였던거야? 그것도 아직까지 작가가 진상부분을 쓰지 않았다고?? 하여튼 너도 참...."
3년 전의 일이라.... 어쩌면 흥미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3년전에 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더군다나 아직까지 진상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소설이라면 소설의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진상규명의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언젠가 이든 필포츠의 유작소설이 출판되었던 것이 문득 생각이 났다. 유작 소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이번에 세희에게 받은 이 소설도 마찬가지겠지만 작가가 추리소설이 끊긴 부분 후에서야 들어내려했던 증거나 혹은 그전의 내용과 이어지는 인과 응보의 관계를 독자가 모른다면 이미 그 소설은 작가가 생각했던 의도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가게되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있을쯤에 문득 몇일전에 인터넷 상에서 벌였던 유작에 대한 논쟁이 생각나면서 머릿속이 뒤엉켜 버렸다. 아무래도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천천히 읽어내려가야 할 것이다.
"간단하게 먹을거라도 좀 먹으러 나가자. 아무래도 손이 튼튼해야 뭐라도 좀 할것같은데. 뭐.. 소설은 저녁먹으면서도 볼수있으니깐...."
pm 6:00
처음 저택에 들어와 보았던 화려한 샹들리에 에 이어 축축하고 좁았던 복도와는 대조적인 넓지도 좁지도 않은 부드러운 복도를 거닐고 있는동안 줄곧 이상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작은 섬마을에 발을 처음 내디딜 때 느낀 것은 분명 -이미 척박해진 땅과 아무도 살고있지않은 쓰러져가는 폐가들에서 느끼는 생명을 다한 땅 과 마을에대한 착찹함이었다.
그러한 마을에 화려한 샹들리에와 부드럽고 따뜻한 복도란 언밸런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른쪽 손목에서 쉴틈없이 돌고있는 시계를 보니 벌써 6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전과의 복도와 마찬가지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복도다. 여전히 내 앞으로 덩치의 널따란 등이 보였고 실타래와도 같이 뒤엉켜 버린 8명의 발걸음 소리가 등뒤에서 들린다. 그들과는 무엇 때문에 이곳 -`메피스토' 저택-까지 오게 된 것일까? 천천히 선착장에서 보았던 9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앞에서 계속해 내 시야를 가리고 있는 덩치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 세상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듯한 -감정없는 무표정의 얼굴. 그가 지금 우리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되는 얼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기분나쁜 복도에대한 불평을 늘어 놓았던 예의 그 여자를 제외하곤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의 얼굴은 없다. 그들은 나를 알고있을까?
어느정도 걸었을까 앞에서 길안내를 하던 덩치가 멈춰섰다. 복도의 끝이었다.
"모두들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이곳부터는 밖과의 출입에 다소 제한을 두겠습니다. 또한 이곳부터는 자신의 방 문에 쓰여있는 이름을 이곳에서의 가명으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점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분들에게 밝힌바가 있으며 여러분들또한 반대하시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에 지금에서라도 이점에 대해 반대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짧은 침묵이 이어진다. 이미 모두들 알고 있으리라. 나또한 이미 자세한 내용들은 알고있는 바이다. 하지만 그에 동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획일화딘 일상에대한 염증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과 욕심때문이었을까. 지금 이러고있는 나 자신의 행동이 마치 나아닌 또다른 나의 행동같이 느껴진다. 두려운 것일까.
"모두 동의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지하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문을 잠가두겠지만 문의 열쇠는 제가 안전하게 소장하고 있을것입니다. 4일간의 식량과 간단한 오락시설등은 모두 안에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으며 지금 이순간부터 여러분들의 게임은 시작된 것입니다.!"
복도끝 왼쪽에 놓여져있던 돌무덤이 열리고 층계가 이어지는 곳 깊숙한 곳까지 어둠이 짙게 깔린듯한 기분나쁜 돌층계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리고... 둔탁한 열쇠소리와 함께 돌무덤은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까지 비쳐온 가느다란 샹들리에의 불빛을 뒤로하며 매몰차게 닫혀 버렸다.
-- 소리의 정체 --
pm 6:30
지하라고 생각할수 없을정도로 매우 활기찬 곳이다. 돌층계를 내려와 또다른 철문하나를 거친후에야 다다를수 있었지만 그리 기분나쁜 일은 아니다. 돌무덤에 이어 철문까지 모두 잠가두겠지만 열쇠는 우리와 함께 이 안에 있을터이니 걱정할만한 것이 못되었다. 일정은 지루할 정도로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는 듯 하다.
"모두들 이 쪽지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쪽지를 받고 펴 보시면 이제 이곳에서 묵으실 방 번호가 적혀있을 겁니다. 그리고 방 번호 아래에 쓰여있는 것은 -물론 방문에 쓰여있겠지만- 각자 이곳에서 사용하실 각자의 가명입니다. 이곳에서는 꼭 가명만을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
각자 정사각형으로 반듯이 잘려진 쪽지를 받았다.
"한가지 잊은 것이 있군여. 보시다시피 지금 여러분께서 서 있는 둥그런 홀을 기준으로 방금 계단을 내려오시면서 지났던 철문을 제외하고 6개의 복도로 현재 이 곳 구조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6개의 복도에는 각자가 묵을 방과 부엌 및 부수적으로 필요한 시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각 복도의 옆 벽에 쓰여져있는 숫자와 각자 받으신 종이 제일 왼쪽 상단에 쓰여있는 번호와 일치시켜 자신의 방이 있는 복도를 찾으시면 되는 것입니다. 숫자는 1~6까지 6개의 복도에 맞추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저녁은 7시 30분에 있겠습니다."
매우 특이할만하다고도 , 또 그렇다고 평범하다고도 말할수 없는 구조다. 중앙의 둥그런 홀을 중심으로 -1~6까지 각각의 숫자가 쓰여있는 6개의 복도가 갈라져 있다.
누구인지 모를 저택 주인의 괴이한 취미 때문일까 아니면 그 자신도 몰랐던 - 어쩌면 건물이 세워졌을때부터 아무도 몰랐던 건축가의 괴상한 걸작품 이었을까. 덩치에게 전해받은 쪽지를 피자 반듯하게 잘린 쪽지와는 어일리지 않게 검정색 만년필로 휘갈겨쓴듯한 성의없는 문체의 글자가 보였다.
ⓛ
<104>호실
"A"
제 1복도는 일전에 지나쳐왔던 철문의 왼쪽으로 길게 뻗어있었다. 방문앞에 걸려있는 작은 램프빛들만이 어두운 복도를 비추고있을 뿐이었다. 어슴푸르한 어둠속에서 -먼지낀 직사각형의 방문위로 <104>라 적힌 숫자가 램프불빛에 비쳐 시야에 들어왔을 때 등뒤에서 허스키하면서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도 이복도에 있는 방을 배정받았나 보군여. 정말 기분나쁜 복도가 아닐수 없습니다. 어린애장난같은 공포분위기를 연출이라도 해보이겠다는 것이 아니고서야...... , 참 당신에겐 어떤 가명을 쓰라 합디까? 전 졸지에 `Z'가 되고 말았지 뭡니까. 제대로된 사람이름도 모자랄 마당에 알파벳 이름이라뇨."
남자가 말을 마치자 대꾸라도 하듯 복도의 천장위로 조금은 환한 불빛이 서서히 어둠을 밝혔다. 매우 호탕해 보이는 남자다. 두손엔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쥔체로 벗겨진 이마 아래로 공솔공솔 맺힌 땀방울들을 훔치고 있는 모슴이 힘에 벅찬 느낌을 준다.
"전 `A'랍니다. 이 지하에서 줄곧 4일동안 이제 이 `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신세가 썩 좋지만은 않군요."
"이름이야 어째됐건 .. 그리 길지않은 시간이지만 잘 지냅시다."
"그래야 겠죠...."
남자와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조금은 환해진 복도를 몇걸음 걸은후 <104>라 적힌 방문을 밀었다.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는지 잔잔한 먼지를 일으키며 6평 남짓한 아담한 방안쪽으로 힘없이 밀렸다. 이제 이곳에서 4일동안 지내야 하는 것이다........
어두운 복도, 먼지묻은 방문과는 달리 방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눈부신 백색불빛을 밝히었다.
1인용 싱글침대, 조그마한 원목책상 , 다용도 수납장, 아무무늬없는 백색의 백지가 6평남짓한 작은방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등뒤로 메고있던 가방을 조그만 원목책상에 내던지고 침대위로 쓰러졌다. 손목시계를 통해 7시를 막 지나고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지긋이 눈을 감았다. 무엇때문일까..... 지금 이곳에 온 것은 정말 일종의 모험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이메일을 받았던 일주일전의 일이 생각 났다. 이메일은 지금 이곳으로나를 오게한 일종의 초대메일 이었다. 특기할만한 것은 메일의 내용인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룰에따라 이루어지는 추리퀴즈의 승자에게 주어지는 -추리퀴즈의 승자에게 내거는 금액치고는 너무나도 큰 액수의- 상금이 회사나 단체가 아닌 어떠한 개인에의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처음 들었던 의심또한 바로 그점때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결국 지금 이곳까지 와 버린 것이다. 사실 룰은 간단했다. 나를 제외한 게임에동이한 9명과 함께 일정한 장소에서 밖과는 격리된채 추리퀴즈를 풀면 되는 것이다. 사고가 생기면 게임은 정지되며 그순간부터 게임진행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실례할수도 위험할수도있는 일에 쉽게 결정을 내렸던 까닭은 무엇일까..... 침대에 실었던 몸을 반대로 돌려 얼굴을 침대 시트에 파묻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7시 30분입니다. 저녁식사가 있사오니 중앙홀로 나오셨으면 합니다. 저녁식사이후 부터는 게임의 주 목적인 추리퀴즈 타임 이 있겠습니다."
피로해진 몸을 일으키며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흥분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일종의 두려움이라고 해야할까. - 그것도 아니라면..........
pm 7:30
복도는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밝은불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복도에는 나와 일전에 잠시만나 인사를 나누었던 예의- 호탕한 대머리 남자-Z-두명 뿐만이 묵고있는 듯 하다. 미리 앞서 복도를 걷고있는 그가 보인다.
"안녕 하세요? 같은 복도를 쓰니 이제부터 자주 뵙겠군요. 방은 어떻습니까? 제쪽은 의외로 잘 정리되어 있더군요."
"이쪽도 방이야 그리 나쁘진 않았지. 어때, 기대되지 않소? 사실 이런 게임은 처음이라오. 더군다나 외딴섬의 커다란 저택지하라니 처음엔 내심 걱정도 됐지만 나쁠건 없잖소."
"예- 그도그렇지만 저는 과연 이런 게임을 계획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궁금하답니다. 메일을 처음받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내심 누군가의 저급한 장난이 아닐까하고도 생각하고 있을정도니깐요."
"그거야..."
Z의 말이 체 이어지기 전에 중앙홀에 도착을 했다. 이미 Z 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 중앙홀에 미리나와 나머지 두 사람을 기다리고있었던 눈치였다.
"다른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지않아요. 더군다나 지금처럼 단체생활을 할땐 더더욱말이죠."
투명한 와인잔을 입으로 갖다대며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전에 지하도같은 복도를 불평했던 여자와는 다른 분위기의 여자다. 매몰차게 생긴 가느다란 입술과 어둠이 밑에 깔린 불만에찬 표정이 그녀를 이지적으로 보이게 했다.
"자 두분도 이리와 앉으시죠. 지금부터는 간단한 식사를 하겠습니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모두들 피곤하시겠지만 아무쪼록 일정에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홀의 한쪽구석에 놓여있는 길다란 대형 시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탁위로 각자의 자리를 알리는 - 알파벳이 쓰여져있는 길다란 냅켄에 따라 `A'라 쓰여져있는 자리에 앉았다. 식탁반대쪽으로 Z가 앉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들 자신의 가명인 알파벳에 따라 식탁에 앉아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A, B. C, D, E, V, W, X, Y, Z 모두 10개의 알파벳이적인 냅킨이 식탁위에 제 자리에 맞추어 놓여있는 것이다. B라 쓰여있는 냅킨 앞에 서있는 덩치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음식접시들을 재빠르게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가명은 A~Z까지 모두 10개의 알파벳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녁 식사와 함께 서로 간단한 통성명 -물론 가명으로 말입니다.-을 한후 다음일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음식이 모두들 입에 맞았으면 합니다만......... 미리 최대한으로 준비를 하고선 왔으니 그리 불편하진 않을겁니다."
말을 마친 덩치도 자리에 앉았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모두들 사회에선 어떤일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하지만 통성명을 가명으로 하는 만큼이나 잔신들의 진짜 얘기들은 성급히 얘기하지않을것임이 분명했다. 저녁은 미트볼을 포함한 간단한 식단으로 이루어졌다. 미트볼을 몇 개 입속으로 집어넣었을 쯤에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던 덩치가 뭔가 생갔났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먼저 자신의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이곳에선 난 A에 불과한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통성명이라 하지만 이곳에서 쓰여지는 가명으로 하는것이니 만큼 자세한-개인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긴장을 한 탓인지 허리뒤에 둔 두손을 계속해서 만지작 거리게 된다.
"우선 제가 이곳에서 근 4일동안 쓰게될 가명은 `A'입니다. 간단하게 A라 부르셨으면 합니다. 뭐...이곳에 오게된 이유는 여러분들과 같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음..지금 이 시점에서 말씀드릴 이야기는 이정도 박에 없겠내요. 이곳에서 함께지내면서 차차 더욱자세하게 알게 되겠죠. "
사실 통성명이라 하지만 너무나도 간단한 소개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긴 8명의 얼굴이 보인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산하고 있는 것일까. 우물쭈물하며 자리에앉자 덩치가 일어섰다.
"저역시 예외일순 없죠. 저는 이곳에서 `B'라는 가명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편하게 B라 부르시면 됩니다. 아무쪼록 남은 4일을 모두함께 재미있게 보냈으면 합니다."
이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매우 거대한 체구가 아닐 수 없다. 게다 항구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일정한 무표정의 얼굴. B자신이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계면쩍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B-덩치-다음으로 일어선 C는 40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숱이많은 짙은 눈썹. 길게 찢어진 입에서 나이에맞지않은 영악함이 느껴진다.
"이앞에 있는 냅킨에 쓰여있듯이 이곳에서 `C'로 불릴 사람이올시다.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자리가 썩 유쾌하진 않습니다만 여기까지온 이상 여러분과 함께할수밖에요. 그럼 모두들 잘 지냈으면 합니다."
말을 마친후 자리에앉는 C의 입가에서 작은 미소가 보였다. 무슨의미의 웃음일까. 아무의미없는 순수한 미소와는 다른 -교활해 보이기까지한 웃임이다.
자연스레 D의 순서가 이어졌다.
"D. 간단히 D로 부르셨음 합니다. 사실 이러한 시간을 가져야 하는것일까요? 지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퀴즈시간이나 갖었으면 좋겠군요. 사실 모두들 모인것도 그 목적에서가 아닌가요?"
아주 자신스럽게 모두의 얼굴을 훑는다. 그녀의 시선에 모두들 고개를 돌릴뿐 뭐라 대꾸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한 모습에 만족이라도 한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앉는 그녀에게서 모두를 격멸하는 듯한 D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보니 일전에 보았던 여자이다. 저녁식사에 늦은 나와 Z에게 핀잔을 주었던 그 여자인 것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투명한 와인잔을 살며시 입으로 갖다대는 모습이 보였다. 매몰차게 생긴 입술이 가느다랗게 떨리는가 싶더니 다시 투명한 와인글라스위에서 안정을 되찾은 듯 보인다. D에의해 이어지던 침묵이 `E'라 쓰인 냅킨이 놓여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사나이에 의해 깨졌다.
"매우 맛있는 저녁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까? 집밖에나왓 j이정도라면 후한 편이죠. 아, 제소개가 늦었군요. `E'라합니다. .... 지하분위기도 그리 나쁘진 않은것같고...재미있는 시간이 될것같습니다. "
그때였다. E의 소개가 끝나고 그가 앉을 즈음 6개의 복도 어디선가 둔탁한 무엇인가를 치는듯한 소리가 정확히 2번 울렸다. 그 순간까지 모두들 그 소리에 개의치 않은 듯 했지만 둔탁한 소리에 이은 사람의 비명소리에 모두들 놀라 순간적으로 모두 우왕자왕하게 되었다. 사람의 비명소리는 분명 식사를 하던 바로 그곳에서 들린개 틀림없었다.
"악마의 소리야 악마의 소리.... 틀림없이 악마의 소리가 분명했다고....이제 어쩔수없어..모두들 ...악마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된것이라고....악마의 품으로...."
바로 내앞에 앉아 식사를 하던 V의 비명 소리였다. 오른손에 쥐고있던 포크를 식탁에 박은체 부들부들 떨고있는 V의 모습이 보였다. 얼만큼 손에 힘을 쥐고있었던 것일까. 식탁 유리가 깨진체로 식탁나무에 일자로 꽃혀있는 포크의 주위에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뭐야, 깜짝 놀랐잖아.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소매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내며 신경질적으로 C가 말했다. 매우 화가났음이 분명했지만 계속해서 V는 몸을떨고있을 뿐이다.
"모두들 조용히 해요. 우선 진정부터 시키는 것이 우선 아니겠어요."
어느새 떨고있는 V의 옆으로 다가간 B가 식탁에 꽃혀있는 포크를 뽑으며 말했다.
"악마야 .......악..."
"누구 이리로와서 부축좀 시켜줘야겠는걸요. 기절한 것 같아요."
V의 옆에있던 W가 부추겨 덩치의 넓은 등위로 V를 엎혔다. V를 엎은 덩치는 곧 제5복도를 따라 V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매우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상한 소리에이은 비명소리, 그리고 지금 이순간까지 매우 순식간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pm 8:00
저녁을 먹기 시작한지 벌써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시 한번 꼼꼼하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읽은 부분까지의 내용을 읽은후 한숨을 내쉬었다.
"뭐랄까... 아직 뭐라고 말할수있을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아."
"그래?? 내용전개는 어떤데?"
"아직 까지 초반이라고 말할 수 있어. 몇가지 흥미있는 부분이 있긴한대 작가가 그 부분을 어떻게 이어가는가가 문제겠지."
"그런데...세희너는 아직까지 읽어보지않은건 아니겠지?"
"아... 그게 사실..음..."
"으이구. 진짜 못말리겠내.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나에게 자기도 범인이 도무지 누구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뭉칙한걸 준거였어?"
정말로 못말릴 여자이다. 하지만 늘상있어왔던 일이니..... 의미없이커피잔속의 젓가락을 계속해서 휘젖다 나도모르게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카페내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훑었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커다란 카페의 사이드 유리를 통해 어둠이 점점 밀려오는 것을 확인하자 빨리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 이유없이 들었다.
"세희야 그만 들어가자."
"어, 왜? 마시던 차는 다 안마시고?"
"차는 그냥 내버려두고.. 빨리 가자니깐. 집으로 들어갈꺼지?"
"어...그래."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두르는 건지...나자신도 모를 이유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세희와함께 카페를 빠져나왔아. 매우 후덥지근한 날씨다. 뿌연 먼지들을 일으키며 지나는 차들과 숨막힐 듯이 모여있는 사람들의 냄새가 느껴진다. 카페를 나와 서울 시내의 번화가 속으로ㅡ 사람들 속으로 다시 밀려들어갔다.
세희를 집에 바래다주고 다시 오피스텔로 들어오니 벌써 시계의 분침이 6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희의 집이 카페와-또, 이 오페스텔과 그리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음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오피스텔로 들어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의자에 앉아 축 늘어진 오른쪽손에 계속해서 A4용지묶음이 쥐어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고선 의자옆의 책상위로 힘없이 내던졌다. 편안하게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지만 소설속의 내용이 천천히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수 없었다.
"젠장, 잠은 다잤군..."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책상위에 내던져있는 A4용지를 집어폈다. 계속해서 내용을 읽어내려가는것보다는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을 다시한번 천천히 생각하며 앞으로 있을 내용을 유추해보는것도 소설을 읽는 묘미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선 소설의 전반적인 형식이 흔히있는 형식이기 때문일까...아니면 소설에나오는 저택의 특이한 건물구조 때문이었을까, 문득 한 일본인작가 이름이 떠올랐다. '유키토 아야츠지' 국내에선 관 시리즈작가로도 알려져있는 작가였다. 확실히 이 유키토 아야츠지의 관시리즈와 이 소설의 분위기 자체가 비슷한건 사실이었다. 특이한 구조를 가진 밀폐된 공간에서의 이야기전개..... 문득 <시계관의 살인사건> 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시계관이라는 건물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한 소설내용과 그 분위기상으로 볼 때 흡사하지 않을수 없었다. 더군다나 악마라하는 등의 등장인물의 특이할만한 행동이 나타난 이시점에서 볼 때 시계관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혼령에관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수 없다. 그러고 보니 V라는 인물이 취한 히스테릭한 행동은 무슨의미가 있는것일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막 본격적인 사건의 전개가 시작되려는 듯 하다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소설에대해 생각하던중 나도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전화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있은후 세희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들으니깐 피곤한 듯 한데??"
"어...뭐 별로한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조금 피곤하네.... 무슨일이야? 아까 집앞까지 바래다주어서 잘 들어갔다는 것쯤은 알텐데...하핫..무슨 할말이라도 있는 거야?"
"아...특별히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아차. 이 소설 친구한테 받았다고 했지? 언제한번 그 친구좀 볼수없을까 해서.."
"아하...그러고 보니 그런속셈이었구나?
"어? 무슨 소리야..?"
"니맘 다알았으니깐 그렇게 내뺄필요없어. 이참에 어떻게 잘 엮어볼려는 속셈 아니야?"
정말 어처구니없는 애다. 웃음을 참지못해 수화기를 옆에 두고 한참을 웃은후에야 다시 수화기를 들수있었다.
"참내...누가 이세희 아니랄까봐서....."
"뭐야.! 그럼 무슨일로 친구는 다 보자는 거야?"
"다름이 아니라 지금은 아직 소설을 끝까지 안읽었지만 나중에 끝까지 읽었을때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결말이 나지 않은 소설이라 했으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나도 모르는 것이고. 그때가서 그 친구와 만나서 이것저것 소설에대해 얘기하면 좋지 않겠어."
"알았어 알았어. 그때되면 같이 찾아가지 뭐."
"그래. 그럼 잘자라... 내일 오피스텔에서 보자."
"알았네,. 내일봐."
수화기를 내려놓은후 잠시동한 멍하니 전화기앞에 선채로 서 있었다. 나도모르게 세희에게 전화를 걸고 친구얘기를 꺼낸 것이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린 오피스텔안을 의미없이 돌아보며 카페를 나왔을 때 느꼈던 이유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pm 8:30
한바탕 소란이 있은후 저녁식사는 그것으로 끝나 버렸다. 모두들 V의 방 앞에모여 침대위에 곤히 잠에든 V에게 시선을 주었다. 비명을 지를 때와는 매우 판이한 모습이다. 둔탁한 소리가 뭐길래 이렇게 기절할정도로 놀란것일까.
"자자, 편히 쉬도록 두고 우리는 모두 나갑시다. 일단 V의 소개는 나중에 듣는걸로 하고 나머지분들의 소개도 들어야 하니..."
"사람이 저렇게 누워있는 참으로 대단하군여."
B에게 핀잔을 주며 먼저 홀을향해 가버리는 E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모두들 그를따라 중앙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깜짝 놀랐는걸요. "
저녁식사시간에 W의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V를 B의 등에 엎힐수있도록 부추겨 주었던 남자다.
"그래봤자 노처녀 히스테리 겠지. 저런여자는 많이 봐왔으니깐."
투명스럽게 C가 말했다. 이미 V를 제외한 9명 모두 저녁식사를 했던 식탁과는 조금 거리를 둔 곳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나는 아무런 의도나 생각없이 D의 옆자리에 앉았다. 모두들 순간 놀랐었겠지만 D는 냉정을 잃지 않은 듯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