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독서도(作家の読書道)는 주식회사 하쿠호도(博報堂)의 인터넷매체인 WEB 책의 잡지(WEB本の雑誌)에서 2000년부터 시작한 기획으로, 작가들에게 그들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기획입니다. 여기서는 추리소설가에 한해 선정하여 번역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제5회 키타가타 켄조(北方 謙三)
2001년 6월자 인터뷰입니다. 출처 링크
Q: 우선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서 가르쳐주세요
역사소설에 관련된 자료겠지. 요 10년 정도, 그런 것만. 다섯권을 읽어도 실제로 소설에 쓸만한 건 두 줄 정도일 때도 있고, 재밌지는 않지 ㅋ
Q: 그러고보니, 슈에이샤에서 <수호전> 4권째가 얼마전에 나왔죠.
응, 그건 당분간 계속 될거야. 20권, 더 가려나? 자료도 계속 읽어야 해. 매일 아침 11시 반에 일어나잖아, 그러고 1시부터 자료를 읽기 시작해. 매일 매일 다양한 원고의 마감이 있으니까, 그 날 그 날에 따라 읽는 시간도 달라져. 길면 6시 정도까지. 짧으면 진짜로 10분 밖에 안될 때도 있어.
Q: 당분간, 독서는 금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료를 읽는 시기가 계속 될 거란...
자료만이 아니야. 문학상 후보작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나오키상도 포함해서, 지금 세가지 기성작가의 문학상 선고위원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읽고 싶다는 이유로 읽는 게 아니지만, 절대로 대충 읽을 수도 없잖아. 금욕적이라 해야하나, 독서의 즐거움은 잃어버린 상태야. 역사소설용 자료나 문학상 후보작이 생활 속에 들어오기 전에는, 번역물을 좋아해서 자주 읽었거든. 그 전에는 온갖 걸 읽었어. 말그래도 남독. 그래서, 책은 꽤 많이 읽은 편이라 생각해. 지금 서고에 책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기도 하고.
Q: 지금 서점에 가는 빈도는 어느 정도이신가요? 말씀을 듣다보니, 가볍게 방문하는 일은 없어보이시네요
내 책이 나왔을 때, 사인회에 참가할 때 정도. ㅎ 지방에 있는 서점도 포함해서, 그곳에 내 책이 어떤 식으로 진열되었나 보거나. 막 데뷔했을 때는 말이야, 일부러 서점에 보러 가서, 누군가 손에 집으면 "제발 사주라"하고 기도까지 했는데 말이야...
Q: 남독하는 타입이라 하셨는데, 첫 독서경험은 어떠하셨나요?
책이라는 건 말이야, 어른이 되고 나서 읽으려고 하면 무리가 있지. 어릴 때 부터 읽어야 해. 그런 의미에서 내 첫번째 독서는 10살 정도였나?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무렵. 당시에는 큐슈에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외국선박의 승조원이었으니까 요코하마에 해가 들어오면 만나러 가기도 했거든. 노자와야라는 백화점에 유린도(有隣堂)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그리로 데려가서 "아무거나 사고 싶은 걸 사"라고 하신거지. <스위스의 로빈슨>이나 <알프스의 소녀>나, <삼총사> <암굴왕>이었어, 지금도 기억나는 건. 책을 고르는게 끝나면, 중화거리에 밥을 먹으러 갔어.
Q: 유린도가 키타가타씨의 독서의 원점이셨던 거군요. 그런데 <알프스의 소녀>요?
왜, 안 어울려? ㅋ 그런데, <스위스의 로빈슨>은 시이나 마코토(椎名誠) 재밌겠다며 찾아다니더라.
Q: 서고를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요?
있을 지도 모르지만, 모르겠네. 스스로 정리를 하지 않는게 잘못이지만. ㅎ
Q: 서고에 있는 것 중에, 본인도 파악하고 계신 책 하면...?
정겨운 책이 잔뜩 있어. 예를 들어,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라던가. 이건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님이 "너한테 딱 맞아"라면서 추천해준 책. 그 선생님의 집은 스미다가와 근처에 있어서, 한 번 놀라갔더니 벽 한면이 책으로 덮여있었어.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어. 그 무렵에는, 학교 수업중에는 교과서에 책을 끼우고 읽었을 정도니까. 그 때는 서점에도 들렀지. 학교는 시바에 있었는데, 근처에 토키오쇼보(時尾書房)라는 서점이 있어서. 거기는 있잖아, 아줌마가 커버를 씌워줄 때, 가위를 가지고 책 사이즈에 딱 맞게 잘라주거든. 뭔가 그걸 바라보는 게 좋았어.
Q: 지금도 가끔 있죠, 그렇게 커버 씌워주는 서점.
아, 진짜? 그런 곳이 아직도 있구나...작가가 되고 나서, 서른 여섯 일곱 때인가, 우연히 토키오쇼보 앞을 지났는데,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있었어. 분명 그 때 그 아줌마였을거야.
Q: 그 당시에 읽은 책 하면?
거듭 말하지만 진짜로 남독이었거든. 주로 문고를 읽었어. 신쵸나 카도카와, 그리고 슌요라던가. 장르도 뒤죽박죽이었지.네무리 쿄시로(眠狂四郎)도 암야행로(暗夜行路)도.센가타 헤이지(銭形平次)는 수학 시간에 한 권 다 읽어버리는 식이었어. ㅋ 그래도 문고 하면, 예전에는 고전이 명작이었거든. 지금 처럼, 갑자기 문고가 나오거나, 읽어봤더니 "손해봤다"하는 건 없었어. 당연히 이와나미문고도 읽었어. 플라톤도 키르케고르도 니체로 마르크스도 <공산당 선언>도 그걸로 읽었어.
Q: 그렇군요, 마르크스 체험을 접하고 학생 운동이 불타오르던 대학으로 향하신 거군요.
근데, 사실은 <자본론> 쪽은 좌절했거든. ㅋ 그래도, 마르크스는 학생운동에는 도움이 안 되었지. 그래도 학생 운동 하고 있는 애들이 운동에 참가하라고 권유하러 올 때, <공산당 선언>에서 얻은 지식으로 박살냈지. 왜냐면, 그 녀석들 대부분은 기껏해야, 자기가 속한 조직의 누군가가 적은 마르크스 해설서를 읽은 수준이었으니까.
Q: 키타가타씨가 게발트봉을 휘두르고 다니실 때, 아버님이 "이쪽 봉도 재밌다고"라 하시면서 골프를 추천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버님으로부터, 독서에 관해 무언가 어드바이스는 있으셨나요?
전혀. 애초에 나는 대학교는 법학부인데, 그것도 아버지가 문학부에 가는 걸 허락해주지 않으셔서였거든. 그래도 그 전에 나는 폐에 구멍이 뚫려서 대학 수험을 하지 못했어. 다음 해에, 건강진단서를 얼버무려서 어떻게든 들어간거야. 그래도 병 때문에, 나는 뭘 해도 된다는 의식이 있었어. 경찰한테 돌을 던져도, 여자애를 범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멍청했지. 그리고,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는 건,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엘리트잖아, ㅋ
Q: 예를 들어 호리 타츠오 라던가?
그런 계보가 있잖아. 뭐, 가슴이 아프단 이유로 문학을 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고, 내 경우에는 우연이었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문장은 적었는데, 자기표현의 하나로서 그 때까지 일인칭으로 적었던 걸, '그'라고 적어봤을 때 그 때까지 몰랐던 부분이 넓어지는 걸 느껴버린거야. 그 때부터, 문학의 길에 빠져들었는데, 가슴의 병이 나아버렸어....엘리트가 아니게 되어버린거지. ㅋ
Q: 그렇다고 호리 타츠오를 읽은 건 아니신가보네요.
역시나 문고가 많았어. 대학이 칸다의 고서점 거리에 가까웠으니까 거기서 뭔가 찾아내거나. 한 권 10엔인가 하는 시장이었어. 여자친구가 아사가야에 살고 있었으니까, 그 근처 헌책방에도 자주 갔었지. 거기서 장 콕토의 시집을 발견하고, 그걸 칸다의 서점에 보여줬더니 "1200엔"이라고 하는거야. 팔지는 않았지만. 문고 이외에는, 왜인지 오오에 켄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을 샀던 걸 기억하고 있어. 380엔인가 400엔인가 했어. 팬은 아니었는데, 왜인지 그냥. 이츠키 히로유키의 <안녕히, 모스크바 불량배>도 발견하고 "아 이거는 팔리겠다" 싶어서 샀지. 초판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사라졌어.
Q: 그 후, 작가 데뷔 무렴에 읽은 책은, 예를들어 라이벌시하는 작가의 작품이거나 하셨나요?
처음에, 나는 순문학을 하고 있어서,라이벌이 아니라 동기라 해야하나 동지라 해야하나, 나카가미 켄지나 다테마츠 와헤이, 카나이 미에코, 다카하시 미치츠나가 있거든. 그 사람들 작품은 독자로서 읽는 경우는 없었지. 너무 생생해서....특히 나카가미는 강렬했어. 가슴의 병이 낫고 문학의 엘리트가 아니게 되고 나서, <곶>을 읽은 충격은 커다랐어. 그래도 나카가미가 쓰는 인간의 오탁같은 걸 내가 쓰면, 그건 오탁하곤 다른게 되어버리거든. 순문학이라기 보단, 이야기가 되어버려. 그렇다면 내 재능을 하드보일드에 살려보자 해서. 이것도 자기표현임에는 다르지 않다고. 나카가미처럼 순문학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있으니까, 그건 그 녀석이 하면 돼. 실제로, <고목탄>에 필적하는 순문학은 그 후에 나오지 않을 것 같거든.
Q: 쓰는 입장에서, 하드보일드는 어떠한 것인가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술 같은 걸지도 모르겠어. 술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있는게 좋은 것. 하드보일드도 그래.
키타가타 켄조 작가는 일본에선 하드보일드와 역사 소설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조금 찾아봤더니 국내에는 소개된 작품이 거의 없는 것 같더군요. 특히 하드보일드쪽은...그래서 생략할까 했는데, 일추협 인터뷰에서도 어차피 나올 작가라서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뭣보다 인터뷰 초반 내용이 너무 공감이 가서...마감 때문에 한달 내내 논문 읽고 원고 쓰고...소설 한 권을 못 읽은 입장에서 너무 공감이 가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