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와 문화(嗜好と文化)' 기획은, 마이니치 신문 2012년 창간 140년 기념 사업으로서, JT와 일본추리작가협회의 협력으로 게재됩니다.
꼼꼼하게 만들어 속인다
이쪽이 준비한 '함정'에 빠질지 어떨지, 그게 큰 즐거움
황거의 눈부신 새싹들을 바라볼 수 있는 빌딩 상층부에 있는 티 룸에 마야씨는 나타났다. <척안의 소녀>로 제64회 일본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참이다. ‘이질적’이라고 지적받기도 하는 작품을 쓰는 그는, 초연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Q: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후, 바뀐점은 있으신가요? 수상 직후에는, 집으로 돌아간 뒤 이불 속에서 실감이 날 지도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죠.
글쎄요, 바뀐 점은 딱히 없네요. 얼마 전에 지방 신문에서 인터뷰를 하고, 지금 이렇게 취재를 받고 있죠. 그런 식으로 실감하는 부분은 있지만요. 분명 기쁘고, 상에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겠다고는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해 나갈 따름입니다.
Q: 마야씨의 작품은 작은 복선을 흩뿌려서, 수많은 장치를 준비하는 정밀한 작품이 특징이라고들 합니다.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는 점이신가요?
그렇죠, 독자들을 어떻게 속일지 몰두하고 있습니다. 쓰던 한 작품이 종반에 접어들면, 저도 모르게 히죽히죽거리게 되죠. 스스로도 신기한게, 이러면 놀래겠구나, 분명히 놀랄거야 라고 생각하면, 무심코 얼굴이 히죽거리게 됩니다. 제대로 속일 수 있을지 없을지, 제가 준비해놓은 ‘함정’에 빠져줄지 어떨지, 그게 큰 즐거움입니다.
교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에서는 동료들의 작품을 읽고, 범인은 이 녀석이다 라는 식의 ‘범인 맞추기’를 해왔습니다. 작가는, 간단하게는 알 수 없도록 이런저런 함정을 깔아놓죠. 그 즐거움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는거겠죠. 제대로 속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집필할 때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Q: 독자를 속이는게 동기부여가 되는군요?
마지막에는 결국 알게 되어버리더라도, 그 때까지 독자들이 파악해버려도 어쩔 수 없다 여기는게 몇 퍼센트 정도인지는, 미스터리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저는 90%를 속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이란 딱딱 나누고 가늠할 수 있는 것. ‘끝까지 불가사의한 캐릭터’는 쓸 수 없다
Q: 공학부를 졸업하신 이과 출신이시죠. 그런 이과적인 사고는 작품에도 반영되어 있나요.
세상이란 딱딱 나누고 가늠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는 어떠한 공통된, 거대한 통일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죠. 지금은 아직 그걸 모른다지만, 그건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으면서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면 “응?”하는 반응이 나와요. 이야기를 제대로 전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제 작품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은 어떠란 원리나 주의주장에 따라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결코 제멋대로 엉망진창이 아니라서, 스토리를 움직이는 폭은 작아집니다. 하지만 “끝까지 불가사의한 캐릭터”는 쓸 수 없습니다.
Q: 집필에 강한 고집이 있으신데, 무언가 모으는 컬렉션은 있나요?
클래식 음악 CD를 모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명한 곡을 다양한 버전으로 연주한 작품이 많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는 마이너한 곡에 흥미가 있어서요. 최근에는 핀란드의 현대작곡가를 자주 듣습니다. 라우타바라 라던가. 애초에 시벨리우스를 좋아했는데, 거기서부터 뻗어나갔거든요. 다만 같은 장르를 1년, 2년 계속 듣는 건 아니고, 좀 건드렸다가 또 다음 이런 식이니까, 말하자면 재핑이죠.
Q: 오랫동안 쓰고 계시는 건 있나요?
일본어 워드 프로세서 소프트인 ‘이치타로’는 20년 정도 쓰고 있습니다. 작가한텐 도표를 작성하는 기능은 필요없고, 루비를 붙이는 건 전용 소프트 쪽이 뛰어나고, 익숙한 게 쓰기 편하니까요. 단지 요즘에는 편집자하고 주고 받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가 늘어서, 점점 호환성이 떨어지고 있는게 고민입니다.
Q: 술이나 담배는 하시나요?
젊을 때는 일본주나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맛있어서 그만 과음 할 때가 있어요. 지금은 고구마 소주입니다. 감촉이 별로고 독특한 향기도 있어서, 두세잔 정도면 질려서 과음할 걱정이 없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 고구마 소주가 맛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해서 난감해요. 고구마 소주말인데, 옛날에 비해 부드러워졌다는 생각 안 드세요? “이게 뭐야, 고구마소주 주제에”란 생각이 들어요. 고구마 느낌이 진하게 나는 고구마 소주를 찾고 있어요. 어디 없으려나?
담배는 피우다가 그만두다가를 반복합니다.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이야기의 전개가 막막할 때 피우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어서, 조금 멋드러진 한마디를 위해 한까치, 같은 느낌입니다.
고집이 있기에 비로소,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게 아닐까.
Q: 기분 전환 겸 산책은 하시나요? 교토에 사시니까, 산책할만한 곳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자택은 교토 북부의 히에이산 산기슭인 다카라가이케 근처입니다. 자연이 풍부한 곳이니까, 여기저기 코스를 바꾸면서 5키로미터 정도 걷기도 합니다. 꽤 머리를 비우고 걷습니다.
Q: 교토에 오래 살고 계신 것도, 특별한 고집이 있기 때문인가요?
교토는 적당하게 느긋하고, 선배 작가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런 곳을 떠나 모르는 땅에서 써야할 동기를 모르겠어요. 가끔 도쿄에 오기도 하는데, 사람에 치여서, 전철에서 내리면 휘청거릴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평일 아침 러쉬 시간에 실수로 지하철을 타는 바람에, 꽉 끼여버렸죠. 난감했습니다.
Q: 마야씨에게 있어서 고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말하기 부끄러운 점도 있는데, 고집하는게 없으면 재미가 없죠. 그게 있기에 비로소, 한 사람의 인격이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들이 보면 왜 그런 거에 집착하나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사람이란 고집하기 마련이니까요.
Q: 마야씨는 예를 들어 어떤 경우가 있죠?
음~, 요상한 이야기지만, 집 화장실 변기 위쪽에 손을 씻는 설비가 있잖아요. 거기서 손을 씻는걸 싫어해요. 그래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데, 그러면 아내가 싫어해요. 그치만 화장실에 있는 타올도 왠지 신경쓰이고...시시한 고집이지만요.
Q: 싸인을 러시아어인 키릴문자로 쓰시는 이유는 뭔가요?
러시아 음악을 사랑한 본격 미스터리의 대선배, 아유카와 데쓰야씨를 좋아해서, 교토 대학 시절에 러시아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했어요. 싸인을 한자가 아닌 러시아어로 한 건, 제 이름은 획수가 많고, 특히 유타카(雄嵩)는 너무 많아서 쓰는게 힘들거든요. 데뷔한 직후를 제외하면 줄곧 러시아어로 쓰고 있습니다.
2011년 6월 6일 마이니치 신문 특별기획 '기호와 문화' vol.3
http://mainichi.jp/sp/shikou/03/01.html
인터뷰어 편집편성차장 나카무라 히데아키(中村秀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