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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제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3~4회 선평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긴 기습좌담회 사건이 있었는데 사이좋게 머리 맞대고 선고할 분위기도 아니었겠지만요...)


수상작: 미즈타니 준(水谷準) - 어느 결투(ある決闘),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 환영성(幻影城)

 

후보작: 오시타 우다루(大下宇陀児) - 암괴(岩塊), 오츠보 스나오(大坪砂男) - 허영(虚影),

기기 다카타로(木々高太郎) - 깊게 들어가다(深入り), 시마다 카즈오(島田一男) - 공풍(恐風),

시로 마사유키(城昌幸) - 욱화(燠火), 시로 마사유키(城昌幸) - 그 집(その家),

다카기 아키미쓰(高木彬光) - 내 일고 시대의 범죄(わが一高時代の犯罪), 츠바키 하치로(椿八郎) - 문(扉),

나가세 산고(永瀬三吾) - 양심의 단층(良心の断層), 미야노 무라코(宮野叢子) - 애정의 윤리(愛情の倫理),

미즈타니 준(水谷準) - 메피스토의 탄생(メフィストの誕生), 야마다 후타로(山田風太郎) - 귀거래살인사건(帰去来殺人事件),

기기 다카타로(木々高太郎) - 내 여학생 시대의 범죄(わが女学生時代の犯罪), 타시마 마리코(田島茉莉子) - 야구 살인사건(野球殺人事件),

요코미조 세이시(横溝正史) - 팔묘촌(八つ墓村)


아래 선평에서는 대상이 된 작품의 내용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안하시고 읽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에도가와 란포

 나는 회원 투표 엽서에, 다카기의 <일고시대> 오시타의 <암괴> 두편을 기입했었다. 위원회에서도 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암괴>는 구성, 묘사 모두 얄밉도록 정교하며, 지난 해의 <돌 아래(石の下)>에서 느낀 듯한 파탄은 조금도 없이 거의 완벽한 작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작년도 최고의 작품이다. 그러나 특출한 창의력이나 열정과 같이, 특별하게 심금을 울리는 건 없었다. 능숙하다고는 느꼈으나, 마음에 남는게 그다지 없었던 것이다.


 <일고시대>는 이 작가의 평소 작풍과는 달리, 꾸밈없는 정감이 직접적으로 와닿는게 있었다. 또 하나는, 헌병에 대한 공포라는 것이 실로 잘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 점에 큰 스릴을 느꼈다. 수수께끼 풀이 이외의 이 두가지 감명이 마음에 남았다. 문장 그 외 여기저기 결점이 있었음에도 이 작품을 추천한 것은, 이 감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록 클라이밍 트릭은 매우 놀랍지는 않으나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최근 미국에서 평판이 좋은 허버트 브린의 <윌더 일가의 소실(Wilders Walk Away)>에 나오는 트릭과 비교해서 크게 떨어진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탑 위의 소실에 대한 착상을 비난하며, 저런 거창한 연극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비판도 많은 듯 하나, 이 '필요없는 연극'이라는 것은 서양의 본격에는 거의 예외없이 포함되는 부분이며, 딕슨 카나 일본의 오구리 무시타로 등의 작품은 <일고시대> 이상으로 불필요한 연극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위원회의 석상에서도 나는 대체로 이와 같은 것을 말했다. 그리고, 한 작품을 고른다면 마음에 와닿았다는 의미로 <일고시대> 쪽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 두작품 외에는, 시마다의 <공풍> 미즈타니의 <메피스토> 기기의 <깊이 들어가다> 시로의 <그 집> 등이 나는 재미있었다. <어느 결투>는 수상작으로서는 나한텐 전혀 안중에 없었기에, 위원회의 결과는 조금 의외였으나, 물론 엉망인 작품은 아닌데다 내 입장에선 <메피스토> 쪽도 포함해서, 이 다수결에 동의한 것이다.


 다카기군의 <일고시대>를 추천하는 위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도, 나한테는 의외였다.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면, 회원투표에서 최고점의 작품이 대체로 수상작이 된다. 그게 이번에 한해, 위원투표에서는 다른 작품을 압도하여 최고점을 얻은 <일고시대>가, 위원회에서는 나 외에는 단 한사람도 추천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이례의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오시타 우다루

 미즈타니군의 <어느 결투>에 상을 주기로 정한 후, 나는 미즈타니군은 뭔가 다른 작품으로 수상하길 원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미즈타니군이 가진 역량이 최고로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정에 마지막까지 반대했으며, 그러나 결국 끝까지 반대하지 못한 것은 좋지 않았던 것 아닌가, 미즈타니군을 위해서건 탐정 문단을 위해서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누구의 어느 작품이 수상의 자격을 가지는가 하면, 유감스럽지만 해당할만한 작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후보 작품들 하나 하나에 관해서는 그 작품에 상처를 입힐 것이 꺼려지므로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이게 수상작품이라고 세간에, 탐정 문단 이외의 문단에 내보낸다면, 세간에서 비웃음을 살 법한 작품도 개중엔 있었다. 결국 이러저러한 사정도 있어서 <어느 결투>로 마무리되는게, 일단은 타당했으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내 마음을 납득시키고 있다.


 클럽상을 선정하는 건 어렵다, 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했다. 올해 작품을 고를 때에는 지금부터 훈도시를 꽉 졸라매야 할 것이다. 허나, 훈도시를 어떻게 졸라매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어찌저찌 결착내도록 결정하는 것은 탐정 소설의 본질론이 될 것이다. 본질이, 만인이 납득되도록 결정되는 때에, 처음으로 수상의 결과라는게 누구나 납득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문학상의 토론이, 만인을 납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클럽상의 결정도 만인을 납득시키는 일은, 역시나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실로 결단을 내리기 힘든, 그러면서도 별 수 없는 일이다.

 


기기 다카타로

 올해의 독자들이 골라 준 작품 서른두세편은 전부 읽었다. 그리고 작년의 독자들이 고른 것 보다 역시나 훨씬 좋았다고 우선 생각했다.


 마침내 선고위원회가 열리고, 처음에 기성 신인 작가를 따지지 않고, 과거의 수상자인가 아닌가도 상관없이, 최고 작품을 말하는 단계가 되어, 내가 생각하는 후보자를 말했다.


 나는 미즈타니 준 <어느 결투>에 100점, 오시타 우다루 <암괴>에 95점, 혹 한편만이라면 미즈타니를, 두편도 괜찮다면 이 두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즈타니가 되었는데, 지금도 나로서는 두편을 내고, 처음에 말했던 대로 과거 수상자인가 아닌가에 상관없이라는 의사를 반영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미즈타니의 <어느 결투>는 홈즈와 비스톤을 합친 듯한 고전적 탐정 단편의 맛이 있다. 지금 이만한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없다. 올해의 상으로서 지금까지의 상에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암괴>는 좋은 작품이다. 시마다 카즈오의 작품들이 최근 <암괴>와 같은 작풍으로 좋은 면이 있으나, 비교하자면 오시타 우다루의 20년 세월이 확실히 빛나고 있다. 그러나 시마다 카즈오에게서는 유망한 전도를 볼 수 있었다고 나는 이번에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느꼈으나, 에도가와 란포의 감상력을 나는 의심하게 되었다. 그것은 주장이나 평론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감상력을, 이 사람은 정치력으로 인해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인상이다. 나는 이 선고위원회에서 돌아가는 길에, 내가 클럽에서 나가야 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혼자 생각했다. 가능한 한 참아볼 생각이지만, 무언가 견디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번 부딪혀 보는게 피차간에 좋으리라 생각하므로, 일단 적어둔다.

 


카야마 시게루

 올해 수상작 후보 작품표를 손에 들고, 나는 읽어 본 작품 중에서는 1위로 <메피스토의 탄생>, 2위로 <암괴> 두편을 골랐다.


 이것을 기초로 두고 혹 읽지 않은 작품 중에서, 적합한 작품이 발견된다면 그것과 비교 검토할 생각으로 골라보니, <어느 결투> 한 편이 걸렸다. 이것은 <메피스토>와 같은 작가였으며, 당연히 나는 그 중 하나를 결정해야만 하는 꼴이 되었다.


 나는 <메피트로>를 다시 읽어봤는데, 병적인 주인공이 뿜어내는 음영의 능숙함에는 역시나 크게 이끌렸으나, 의외의 결말로 끌어가는 작가의 노력이 눈에 들어와서 괴로웠다.


 그것이 <결투>를 보면 의외성은 <메피스토>보다도 강렬한 데도, 그러한 괴로움을 전혀 느끼지 않아도 된다. 바꿔 말하자면 <메피스토>는 독자에게 "이 작가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라는 객관적 흥미를 일으키는데 반해, <결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라는 주관적 흥미로 끌어들인다.


 작품으로서의 절대치에 <결투>가 <메피스토>를 한참 능가하는 점이며, 내가 주저없이 <결투>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투>는 정면으로 임한 순 본격 탐정소설이고, 아름다운 합리성 문핛이다.


 아차하면 놀이 속으로 무너지기 십상인 탐정 소설 중에, 올해 수상작품으로서 <결투>가 결정된 것은, 동시에, 후진을 위한 규범의 한 형태를 제시한 것으로서도 의의가 깊다고 믿고 있다.
 


다카기 아키미쓰

 미즈타니 선생님이 수상하신 것은 당연하다 여깁니다. 단지 저 개인으로서는 일단 문제가 될 만한 작품을 전부 살펴 본 결과, 해당하는 작품은 없다는 결론에 달했으나,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며 감상의 능력 여햐에 의한 것으로, 별 수 없이 기권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저는 올해와 같은 클럽상의 결정 방법에는 이의가 있으므로, 다른 해와 같이 간사회의 결의로 정하던가, 혹은 회장, 부회장, 간사장 세사람의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츠보 스나오

 <어느 결투>가 제5회 탐정 작가 클럽상에 결정된 것은 실로 의의가 있으며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한사람입니다. 나는 미리 읽어두는 역할도 맡았으므로, 매해 발표된 작품을 다수 읽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감상은, 이번에야 말로 '소설로서의 능숙함'이 표창되어야 한다고 믿어, <어느 결투>와 <욱화> 두 작품에 투표했습니다.


 저번 회 상을 얻은 오시타, 시마다 두 사람이 계속해서 작년도에도 좋은 수작을 내었듯이, 미즈타니 선생님도 또한, 더욱 걸작을 계속 발표하여, 이를 통해 수진에게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야마다 후타로

 이번 상의 특징은 두 분다 '대가'이며, 함께 일본 탐정 소설의 창시 이래의 대 공로자라는 점이다. 이 세월에 걸쳐 이 한길로 탐정소설을 사랑하고, 열의를 가지고 집필하고 평론하고 편집해오신 것은, 실로 나와같은 정신박약한 자가 보기에, 절절히 찬양하고 경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즈타니 선생님의 작품에 대해서는, 특히 나같은 집요하고 거친 시골 술집같은 소설을 쓰는 자가 보기엔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를 보는 듯한 선망이 느껴지며, <환영성>의 위업에 대해서는 회원 모두가 하나같이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평론을 클럽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는 듯도 했으나, 나는 전면적으로 찬성했다. 자타 공히 탐정소설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내가, 그럼에도 탐정소설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은, 사실대로 말하자면 란포 선생님의 소설보다도 수필, 평론을 읽었을 때에 더욱 강렬한 효과가 있을 정도이다. 두 선생님이 영원히 건재하시길!


 '상' 그 자체도 이를 통해 한층 권위를 더했다고 봐도 좋으며, 또한 이것을 받은 두 선생님이 해맑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아서, 실로 흐뭇하고 기뻤습니다.

  • 밀실맛카롱 2021.01.21 14:54
    기습좌담회 사건이 3~4회 사이에 있었던 일이군요. 일본은 추리문단의 역사가 길고 탄탄해서 그런지 그런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재미있습니다. 심사위원이나 수상자들이나 고전 작가의 반열에 오른 분들의 이름이 눈에 띄네요.
  • PPL 2021.01.21 23:41
    3회 때 벌어졌던 사건인데, 그래도 일단 선고위원회 자체는 열었다고 기록되어 있더군요. 다카기하고 야마다는 이 선고회 참가하고 얼마 안 있어 마동자 닉넴으로 협회상하고 오츠보 극딜했던거 보면...저 선평들의 진의가 의심스럽죠
  • decca 2021.01.22 22:10
    뭔가 불온한 에너지들을 숨기고, 그래도 성실하게 자기 의견을 꼬박꼬박 말하고 있는 느낌인데.. 다카기 아키미쓰 센세가 확실히 쎄보이네요. ㅎㅎ
  • PPL 2021.01.23 01:03
    저는 대놓고 싫은티 내는 다카기보다 거창한 찬사로 비꼬는거 같은 야마다가 더 무섭더군요...ㅎㅎ 저러고 다카기하고 짝짜꿍해서 클럽상은 줄반장제니 뭐니 욕했다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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