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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와 문화(嗜好と文化)' 기획은, 마이니치 신문 2012년 창간 140년 기념 사업으로서, JT와 일본추리작가협회의 협력으로 게재됩니다.

 


악역이야말로 광채가 있다

 오사카 고(逢坂剛)씨의 작업실은, 일본 최고의 고서 거리, 칸다진보쵸 맨션의 한 방. 거의 매일 이곳에서 원고를 쓰고,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서점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또 원고를 향한다. 이 인터뷰는 아직 오사카씨가 하루의 활동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은 오전 중에 시작되었다.

Q: 학생 시절부터, 줄곧 진보쵸 근처를 근거지로 삼으셨군요.


 응, 집과 학교에 가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진보쵸에 있었지. 책을 읽다 어른이 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고. 그리고 내 경우에는 영화였지. 대학은 진보쵸 건너편의 스루가다이였고, 취직했던 회사는 진보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곳에 본사가 있었지.
 작가로서 독립하고 첫번째 작업실은 스즈란 거리를 내려다보는 빌딩의 한 방이었죠. 여기가 두번째인데, 100미터도 안 떨어져있었죠. 나만큼 이 근처를 어슬렁거린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응.

Q: 서점을 돌아다니는게 취미시군요. 작가 동료중에서도 유별나신가요.


 그렇죠. 아사다 지로씨같은 경우는 진보쵸에서 자주 만났지만, 역시 내가 제일 그렇지. 대체로 11반 무렵부터 점심을 먹어서, 그 다음에 1시간 정도 돌아다니거든요. 고서점에서 책장에 변화가 없나 확인하거나, 도쿄도서점(東京堂書店)에서 최신간의 책장을 바라보거나.
 고서점은 매일 가지 않으면 눈치챌 수가 없는데, 새로운 책이 들어오거나하면, 책의 배치가 미묘하게 변하거나 하거든요. 가지 않으면 그걸 모르게 되어버리니까. 그렇게 돌아다니면, "오!"하는 새로운 발견과 만나거든요. 스페인 현대사 관계로 찾고 있던 책이라거나요. 그럴 때는 "일종의 아우라가 나온다고"라고, 고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들 말하죠. 그런 아우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서점을 돌아다니는 건 빼놓을 수 없죠.

Q: 최첨단 전자책이 번성하면 그런 아우라와의 만남은 연이 없어지겠네요.


 예를들어, 도쿄도서점의 "점장 추천 책장"이라는 걸 보고 있으면, 세상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가, 세상의 움직임이 책등에서 전해져오거든요. 거기서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는거지. 그런 즐거움은,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되는가 생각해요.
 독서라는 행위는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추상적인 영위가 책이라는 형태로서 남는다, 라고. 그렇다면 전자책은 어떨까, 그리고 간단하게 손에 넣어서는 간단하게 잊어버리지 않을까요.

Q: 그런 오사카씨의 가치관이 작품의 등장인물에도 반영되었나요?


 오챠노미즈의 현대 조사 연구소의 오카사카 신사쿠(岡坂神策), 그는 그런 인물이죠.(역자 주:작가의 작품 중에 오카사카 시리즈라는게 있습니다) 사료나 관계자의 기억 등을 더듬어보면 혹시나 그런 감춰진 이야기도 있는게 아닐까를 서서히 조립해나가는거죠. 오카사카를 써서 누구도 모르는, 누구도 쓴 적이 없는 에피소드를, 인간을 쓰는 건 즐겁거든요. 조사한다는 작업 자체를 좋아해요.

Q: 역사적인 사건이나 실재 인물을 등장시키고, 거기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얽혀가는 작품도 매우 많으시죠.


 내가 쓰고있는 건 소설이니까, 역사적 가치라는 점에서는 연구자에게는 묵살당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중시하는 사료가 정말로 역사의 진실을 전하는지는 모르지 않냐고 생각하지 않나요.
 나중 시대에 남겨진 사료같은 건, 결국 승자가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편좋게 써놓은게 많을테니까요.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라 하면 악의 존재라는 역사관이 정착되어 있지만, 단순하게 그렇게 단정지어도 되는 걸까요. 역사라는 것은 사료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이나 추리력을 구사하여 구성해야만 하는 법이거든요.
 일본인의 눈으로 본 유럽에서의 제 2차 대전을 그리려고 하는 때에 부딪히게 되는 건, 일본의 정보기관에 소속된 사람이나 외교관이 남겨놓은 사료가 애당초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에 비해, 유럽의 외교관들은 회고록 등의 형태로 극명하게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일본의 스페인 공사가 스파이 활동을 했다던가, 나치 독일이 영국 국내에 보내놓은 스파이에 자금을 넘기는데 일본의 주재무관을 중개역으로 했다던가. 그 스파이는 이미 영국측에 배신했으니 줄줄 새었던거죠.
 남겨진 글이 없다면, 기억에 의지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어떻게든, 그런 인물의 사료 등을 찾아내서, 현재의 소재지도 찾아보고, 좋아 인터뷰를 할 수 있다, 고 생각했더니 두개월전에 돌아가셨다는 경우도 있었죠.

Q: 다른 얘기입니다만, 좋아하는 플라멩고 기타를 조금 부탁해봐도 될까요?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데요.


 오, 그래? 참~요즘에는 별로 치지를 않아서, 손가락이 완전 굳어버려서.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까.
 
 건조한, 그러면서도 정취가 있는 음색이 실내에 울린다. '솔레아'라 불리는 플라멩고 특유의 리듬. 올해로 네번째를 맞이한 '오사카 고 카디스의 붉은 별 기타 콘서트'를 4월에 도쿄도내에서 열어, 스페인의 권위있는 기타 콩쿨에서 일본인 최초 우승을 장식한 기타리스트 오키 진씨, 일본 클래식 기타계를 리드하는 무라지 카오리씨와도 콜라보레이션 했다.

Q: 좀 무리한 부탁을 드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건맨 모습이 되어주실 수는 있나요?


 괜찮아, 잠깐 기다려봐.
 속사라는 건 말이야, 이렇게 하는거야.

 건벨트에서 슥 뽑은 모델건을 허리춤에 자세를 갖추고, 방아쇠를 재빠르게 당긴다. 철컥하며 격철이 닿는 마른 소리. 오사카씨는 씨익 웃으며 총을 빙글빙글 돌리고, 자랑스런 표정을 보였다.

Q: (일동) 오옷!!

 작업실에는 서부극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여져있다. 명작 '셰인'에서 청부살인업자를 연기 한 잭 팰런스, 그리고 리처드 위드마크라는 알만한 사람은 아는 냉혹한 악역을 연구한 성격파 배우의 것이 몇가지 있었다.

Q: 리처드 위드마크네요. 좋아하세요?
 
 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오랫만에 만났네. 좋아하죠. 존재감이 있지? 히어로 역을 완전히 잡아먹을 정도로 광채를 뿜는 악역이었죠. 너무 빛나서 악역은 세 작품 정도고, 점점 좋은 역도 하게 된 건 유감스러울 정도지.
 그리고 쓰면서도 재미있는건 악역이지, 흐흐흐.

Q: 형사 토쿠토미 타카아키(禿富鷹秋), 통칭 "대머리 독수리". 쓰면서 즐거우신가요?

 뭐 그렇지, 확실하게 백이고 흑이고 하는 인간은 세상에 없다 이거죠. 정의의 용사가 대활약을 하는 그런 건 좀 어떤가 싶어. 인간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해.

 


 

2011년 5월 2일 마이니치 신문 특별기획 '기호와 문화'  vol.2 http://mainichi.jp/sp/shikou/02/01.html
인터뷰어 편집편성차장 나카무라 히데아키(中村秀明)

  • decca 2021.01.18 22:30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니.. 뭔가 작가가 눈에 그려질 듯한 인터뷰네요. 감사합니다.
  • PPL 2021.01.19 13:51
    출처에 들어가면 사진도 있는데, 참 유쾌한 분이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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