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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독서도(作家の読書道)는 주식회사 하쿠호도(博報堂)의 인터넷매체인 WEB 책의 잡지(WEB本の雑誌)에서 2000년부터 시작한 기획으로, 작가들에게 그들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기획입니다. 여기서는 추리소설가에 한해 선정하여 번역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제212회 오승호(呉勝浩)

2019년 11월 인터뷰입니다 원출처


초등학생 때 만난 미스터리

Q: 가장 오래 된 독서의 기억을 알려주세요


 아마도, 초등학생 무렵에 학교 도서관에서 '삼총사'같은 걸 대충 읽었습니다. 한번에 끝까지 읽는 건 못하거든요.

Q: 아~ '달타냥 이야기'는 대 장편이죠. 그 중 일부가 '삼총사'

 아마 당시에, NHK인가 어딘가에서 '삼총사'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그걸 읽고 싶다고 생각해서, 도서관에서 찾았죠. 글자가 빼곡 했으니까 어른용이었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엔 감당하기 힘들었죠. 외국 이름을 외우는 것도 힘들었어요. 달타냥이 상총사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더니 다른 세 사람이 등장해서 혼란스러웠고.

Q: 달타냥이 만나게되는 게 삼총사죠.

 그래도 '뭔가 재미있네'라는 건 있었거든요. 말이 '데굴 데굴 뻥'하는, 그 정도 밖에 기억 안나지만.

Q: ...데굴 데굴 뻥.....?

 대충 그런 액션이 있었다고 상상해주세요 ㅋ. 그 뒤에는 애들용 미스터리같은 걸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누나가 가지고 있던 아리스가와 아리스씨의 '월광 게임'입니다. 일본의 소위 일반소설을 한번에 끝까지 읽은 건 그게 아마 처음일거에요.

Q: 갑자기 본격을.

 완전 본격이죠. 단지, 역시 어렸기 때문에 뭐가 굉장하고 뭔가 복선이고 뭐가 회수되는지 같은 건 몰랐다고 생각해요. 단지 "오!" "헤에!"같은 느낌이었죠. 수수께끼가 있고 그걸 푸는 것 만이 아니라, 화산이 분화하고 서스펜스도 있고 해서, 그래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었던거겠죠. 그 뒤에 바로 아리스가와씨의 '외딴섬 퍼즐'을 읽었습니다. 이런 건 누나의 영향이 커요.

Q: 누나분은 몇살 위세요?

 어디보자, 2살인가 3살 위애요. 그래서 '외딴섬 퍼즐' 때도, '월광 게임'과 마찬가지로 모르겠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암호가 진화해 간다'는 기억이 강렬했죠. 퍼즐이 평면에서 입체가 되어가는게 "우와, 멋지다"라고 생각해서, 미스터리라는게 재미있다고 자각했던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그 흐름대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결정타를 찍었죠. 역시 그 "범인은 당신입니다"에서 "우와, 굉장하다"라고 생각했죠. 당시에는 그런 소설이 세상에 잔뜩 있었겠지만, 저 자신은 처음 읽어본 거였거든요. "미스터리 굉장하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다음에 오사와 아리마사씨의 '신쥬쿠 상어' 쪽으로 빠졌어요.

Q: 초등학생 때요?

 아니, 그건 중학생이 되고 난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TV의 골든 극장 같은데서 타키다 요지로(滝田洋二郎) 감독의 영화를 봤어요. 주연인 사나다 히로유키가 야쿠자 자동차의 전면 유리를 경봉으로 와장창 깨는 걸 보고, 지금 생각하면 그런 짓 하면 분명 무슨 처분을 받겠지만, 나는 "우와, 무지 멋지다"란 생각을 하고 캇파 노벨즈에서 '신쥬쿠 상어'를 사서, 그 다음에 '빙무(氷舞)'까지 용돈으로 시리즈를 계속 샀어요. 그 무렵에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 나왔죠. 그것도 "멋있다!"란 생각을 해서.

Q: 후지와라 이오리씨의. 나중에 고 씨도 받게되는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품이죠.
 
 네, 아직도 그 때 산 책을 가지고 있는데, 띠지가 아직도 에도가와 란포상 띠지거든요. 그 뒤에 우연히 서점에서 보니 '나오키상 수상' 띠지로 바뀌어 있어서, 당시에는 뭐가 뭔지를 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란포상인데, 나오키상이라 된 거랑 같은 작품인가"란 생각을 했죠

 



머릿속에서 연재를 가지다

Q: 스스로 이야기를 공상하거나 쓰거나 하셨나요?

 공상하기는 했어요. 예를들어 원작 오사와 아리마사, 작화 다카하시 츠토무로 형사를 주인공으로 해서, 머릿속에서 그걸 움직였어요. 등하교중이나, 교실에서 청소할 때요. 설정만 빌리고 배껴서 이런 전개에서 이런 캐릭터가 나와서,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거나 하는 걸 계속 머릿속에서 진행시키는 걸, 고등학생 때 까지 했었지 싶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몇편이고 만들었어요. 이 전개는 이런 이야기로 하고, 질리면 다음 이야기로 하고, 이런 식으로.

Q: 후후. 몇편이나 연재를 가지고 있는 셈이네요.

 그렇죠, 그래서, 대체로 끝나지는 않아요. 완결하지 않고 연재 종료해버리죠. 그래서 완결되지 않은 채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같은 느낌으로.

Q: 형사나 경찰 이야기가 많았나요

 기본적으로는 점프계. '드래곤 볼'이 베이스에 있고, 다음은 스포츠물에서 야구, 축구, 농구, 뭐든 했죠. 그래도 캐릭터를 전부 베끼지는 않았어요. 대충 다른 느낌이었죠. '누가봐도 이건 그거잖아'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건 대충 봐주는 식으로.

Q: 글로 써보지는 않았나요.

 초등학생 때는 만화같은 걸 그렸는데, 자를 쓰는게 정말 서툴러서. 그래서 손으로 삐뚤빼뚤 그린 칸 밖에 못 그려서요. 초등학생 3~4학년 무렵이었나, '토끼 거북이 이야기'라는 만화를 계속 그렸어요. 토끼나 거북이가 나오는 이야기인데, 반에서 친구들이 읽어주면서 재밌다는 말을 꽤 들었어요. 그 다음에 유작이 되는 '동물전대 네코마탄'이라는 만화는 장대한 장편이었죠.

Q: 유작이라니, 최후의 만화 작품이란 뜻이죠? ㅋ

 이게 걸작인게, 최종권 10권까지 갔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완결되지는 못했죠. 대학 노트에 그렷는데, 마지막 10권째만 무진장 두꺼운 100장 노트를 사서, 표지만 그리고 "이제 됐다" 싶어서 그만두었어요.

Q: 참고로 그건 타이틀을 보면 동물들이 전대가 되어서 활약하는 이야긴가요?

 그렇죠. 아 근데 진짜, 마지막에는 결국 하드보일드스러운 느낌이 되어버렸죠.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가 되면서, 이런저런 만화에서 베낀 캐릭터가 총출동해서. 재미있었어요.

Q: 재밌어보이네요. 그런데 고 씨는 아오모리 출신이시죠. 어떤 소년 시절이었나요? 장난꾸러기였는지, 아니면...

 초등학생 무렵에는 꽤 바깥에서 놀고, 야구부에도 들어가고, 집에 돌아가면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읽고 영화를 봤습니다. 점점 밖에서 노는 일은 적어졌는데, 뭐, 초등학생 때는 적절한 밸런스였다고 생각해요.

Q: 그 무렵에 장래 희망은?

 장난감 가게. 장난감으로 놀 수 있으니까 라는 흔한 이유 때문이었죠.

Q: 작문을 쓰는 건 좋아했나요?

 초등학교 5~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같은 분이셨는데, 그 선생님이 일기를 쓰게 하는게 취미같은 느낌이여서, 계속 썼거든요. 반애들 전부. 문장을 쓰게 된 건, 그게 베이스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쓴다는 게 엄청 축적된 거겠죠.

 



그 작품으로 영화에 빠지다

Q: 중학교에 들어간 뒤의 독서는 '신쥬쿠 상어'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이후에 어땠나요

 독서는 그런 하드보일드한 방향으로 취미가 향했어요. 단지 그 타이밍에,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세븐'을요, 극장에서 봤거든요. 그건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뭐, 인생을 바꾼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 뒤로 제가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거든요. "장래 희망은 장난감 가게"라고는 했지만 "영화의 세계로 가고 싶다"는 계기는 '세븐'입니다. 그 뒤로는 아예 "장래에는 예술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까지 생각했죠.

Q: 어떤 점이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었나요

 뭐 아무래도 영화가 멋있었어요. 당시에는 저렇게나 어둡고 축축하고 그림자가 짙은 화면이 신선해서, "와아" 했어요. 브래드 피트도 멋있었고, 모건 프리먼도 멋있고, 케빈 스페이시도 멋지고. 그런데 꽤 잔학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도 쇼킹이었어요. 무엇보다 마지막에요, 범인이 하려 했던 범죄의 전모가 밝혀지거든요. 그 구조에 좀 한방 먹었어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 느꼈던 쾌감이 거기게 있었던거죠. 진짜 굉장하다고 느껴서.
 그 뒤에 '파이트 클럽'을 봐도 "굉장하다"란 생각은 했는데, 퍼스트 임팩트는 '세븐'인게 확실해요.
 그 뒤로는 취미가 영화가 되면서, 소설은 그다지 읽지 않는 시기가 되었죠. 그야말로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고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한 것만 가끔 도서관에서 대충 읽는 정도? 당시로 치면 츠지 히토나리 씨의 '해협의 빛'이라거나. 누나의 영향으로 에르큘 포와로같은 건 그 무렵에도 읽었지 싶네요.

Q: 누나분이 상당히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장난이 아니에요, 진짜로. 덕분에, 그 사람 방에 가면 뭔가 있거든요. 그걸 대충 뽑아서 읽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사람이 기본이 되는 걸 모아준거라서, 무척 도움이 되었어요. 아니, 도움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된 걸로 치죠.
 분명 그 무렵에 '신쥬쿠 상어'를 베낀 느낌의 경찰 소설을 쓰려고 했다가, 세줄밖에 못 썼어요. "형사가 거리를 걷고 있다"같은 묘사를 쓰려고해도, 보도 옆에 있는 가로수나 가드레일이나, 아스팔트 길의 질감같은 묘사가 하나도 떠오르지를 않아서. 일단은 명사를 몰랐어요. 마을의 풍경은 떠올라도, 그것들의 명사를 몰라요. "이런 걸 열심히 쓸 바에야 REC 버튼을 눌러서 영샹으로 찍는게 빠르지 않나" 싶어서 영샹 쪽으로 간거죠.

Q: 책은 그다지 읽지 않았지만 영화는 상당히 보신거군요.

 보기 시작했죠. 특히 고등학생이 되면서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여점에서 비디오도 빌리기 쉬워졌죠. 우리 때는 타란티노가 '펄프 픽션'에서 파칭코를 하거나, 이와이 슌지가 있거나, 쿠로자와 키요시가 나오거나, 키타노 타케시가 있거나 해서, 제 기억에는 영화가 꽤 스릴링한 시기였거든요. 기술은 그렇게까지 성숙하지 않고 모색 중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점도 꽤 즐거웠어요. 지금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융합같은게 활발해지기 시작해서, 평범하게 생각해선 나오지 않을 듯한 종류의 작품을 볼 기회가 많았지 않았나 멋대로 생각하곤 합니다.
 단지, 역시나 평범하게 '다이 하드'나 '백 투 더 퓨처'같은 작품이 압도적으로 재미있었지만요. ㅋ '버팔로 66'같은 건 지금 보면 무척 재미있겠지만, 당시에는 아는 척만 했어요, "이런 걸 재밌다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거구나"라는 의식이 있었죠.

Q: 정보는 어떤 식으로 접했나요

 아오모리같은데 살면서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는 사람도, 서점에 가면 '시네마 순보(キネマ旬報)'나 '로드 쇼(ロードショー)', 당시엔 '비디오 나왔다(ビデオでーた)'가 있었고. 뭣보다 '비디오 나왔다'가 정보량이 많았어요. 100편 이상의 작품이 쬐끄마한 사진으로 한번에 실려있는 잡지였으니까요.

Q: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렇죠. 그 당시에는 영화의 어느 부분을 누가 하는지도 전혀 몰랐으니까, 감독이라는 존재도 각본가라는 존재도 카메라를 돌리는 사람들도 잘 몰랐지만, 고등학생 때는 그냥 왠지 감독이나 시나리오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시나리오는 썼나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간신히 워드 프로세서를 사주셔서, 쓸 수 있게 되었거든요. 처음에는 무진장 긴 시나리오를 썼어요. 사이코패스 서스펜스였죠. 서스펜스를 좋아한다는 것도 있는데, 그 무렵 노지마 신지씨의 드라마를 했고, 이이다 죠지씨의 '사쇼 타에코-최후의 사건(沙粧妙子-最後の事件)'같은 계통도 있었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던 사카키바라 사건같은 것도 있다보니, 학교를 무대로 한 싸이코 서스펜스를 썼죠. 그건 꽤 완성도가 있었던 느낌이 들거든요.

Q: 이젠 안 남아있나요

 감열지에 썼거든요

Q: 아~문자가 사라지죠

 아까운 짓을 한거죠. 고등학생 때 장편 시나리오를 3~4편 썼거든요. 신문기자가 나와서 가짜 뉴스에 말려들기도 하고, 꽤 저널리즘 소재가 많았어요. 서툰 건 당연하지만, 발상이 꽤 재밌는게 많았던 것 같아서 지금 보면 베끼고 싶네요.

Q: 과거의 자기 작품을 베낀다고 표현하세요? ㅋ 고등학생 때, 촬영은 안했나요?

 하려고 했던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건 기재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으면 무척 힘들거든요. 무리해서 돈을 모아서 편집기도 샀는데, 진짜 아무런 의미도 없었죠. 지금같으면 컴퓨터로 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비디오 카메라와 비디오 플레이어를 연결해서, 영상을 여기부터 저기까지 녹화하고, 저기부터 여기까지 녹화하는 식으로 해야만 해서. 그런 식이니까 손 쓸 수가 없어서. 영상도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그럭저럭 좋은 그림을 찍을 수 있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건 할아버지의 유품인 카메라여서, 화질도 나쁘고 불편하고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그런 일도 있어서 대학은 예술 대학 영화계에서, 되도록 실천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사카 예술대학이 꽤 실천적으로 영화를 찍는 법을 알려준다는걸 알게되었죠.

Q: 그렇게 진학하면서 아오모리에서 오사카로 간 거군요. 문화가 꽤나 달랐을 것 같은데요.

 아니, 예술대학은 미나미카와치에 있어서 오사카 텐노지에서 킨테츠 전철로 30분 정도 걸리고, 역에서 10분인가 15인가 산을 향해서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거든요. 진짜...경치같은 건 차라리 고향인 아오모리와 비슷하지 않나 싶었어요. 가끔 텐노지나 난바에 가기도 했는데 자주는 못 갔고, 대도시로 나왔다는 걸 의식할 틈도 없이 점점 익숙해져서, 컬쳐 쇼크를 받을 기회를 놓쳤어요.

 



메피스토상에 빠지다

Q: 영화 이야기가 할 수 있고, 실천적인 걸 할 수 있어서 즐거우셨겠네요.

 네, 역시나 대학생 때는 즐거운 날들도 있었어요. 거기서 또 잠시 책으로 돌아가기도 했죠. 물론 하고 싶은건 영화였기 때문에 그렇게 대량으로 읽는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학교 근처 고서점에서 미처 못 읽었던 책을 하나씩 사서 읽거나 했죠.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꽤 특이한 느낌의 책을 읽었거든요. 그야말로 마이조 오타로씨를 좋아한다는 놈이 있어서, 걔가 영화도 꽤 보는 편이라 대화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다 모리 히로시씨의 'S&M 시리즈(S&Mシリーズ)'를 읽게 되었죠. '유한과 극소의 빵(有限と微小のパン)' 까지 나와있었으니까 학교 매점에서 달에 한권 페이스로 사서 읽고, 그러다 모리씨의 데뷔 계기가 된 메피스토상의 존재를 알게되었죠. 친구한테서도 "니시오 이신의 '잘린 머리 사이클(クビキリサイクル)'을 읽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그것도 "와 재밌다"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서, 당시에는 메피스토 메피스토를 반복했죠. 그리고, 그 무렵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야마구치 마사야씨의 '기우(奇偶)'였지만요. 세상에 이런 책도 있나 싶었죠.

Q: 그 무렵에는 어떤 시나리오를 썼나요

 스스로 촬영할 걸 전제로 쓰니까, 촬영할 수 없는 구도는 쓰지 않는다는 좀 좋지 않은 스파이럴에 빠져서. 경찰물을 쓰면 미술의 허들이 높아지고, 나이 많은 배역을 데려오는 것도 힘들고요. 시골이라서 교통비를 내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돈이 많이 나가고. 애초에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그렇게 되면, "내 주변에 있는 것 만으로 가능한 범위의 시나리오를 쓰자"는 생각을 하게되죠. 그래서 이 지점에서 저는 이야기의 즐거움을 하나 버리는 거잖아요. 그건 실패였어요. 이 시기가 가장 안 좋았던 걸지도 몰라요.

Q: 졸업한 뒤에는 어땠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슬퍼지는 수준의 졸업작품을 한편 찍고, 그래도 왠지 그냥 "잘 풀리겠지"싶은 느낌으로 취업활동도 전혀 안하고 미나미카와치에서 히가시오사카 쪽으로 옮겨서, 토끼굴 같은 곳에서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어요. 그 방에는 7년 정도 살았죠. 도중에 공백의 3년 같은게 있거든요. 진짜로 뭘 했는지 기억도 없는 3년이에요. 범죄는 안 저질렀지 싶은데.
 그 뒤에는 파견업체에서 일하거나 했는데, 일하는 중에 야키니쿠 먹으러 갔다가 걸려서 뻔뻔하게 "내가 먹으러 갔다는 증거라도 있어요?"라고 했더니 "보고 있었다"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ㅋ. 그래서 잘리고 실업 상태에서 두 달 정도 뒤에, 선배한테 이제 안 쓴다면서 컴퓨터를 받았어요. 그걸로 처음 소설을 썼죠. 대체로 1달 정도에 원고 용지 700~800장 정도 썼던가?

Q: 그렇게나요?!

 그 때는 그저 소설을 쓰고 있지 않으면 돈이 없다는 생각 밖에 못 해서. 쓸 수 밖에 없었어요. 도피였죠, 완전 도피. 그게 처음으로 완성한 소설이었어요. 일단 미스터리였고, 저택물이고, 불가능범죄가 일어나고, 주인공이 왓슨역이고, 주인공인 여자애가 초능력자고, 탐정도 나오고 하는. 이야기도 구조도 절저하게 메타물이라서 그 주인공이 작가가 된다는 이야기였죠. 완전히 메피스토계였고, 실제로 메피스토에 보냈어요.

Q: '신쥬쿠 상어'를 베끼려고 했지만 세줄도 못 쓴 사람이, 뭘 어떡하면 700~800장 씩이나 쓸 수 있는건가요?

 일인칭으로 했으니까 가능했지 싶어요. 그 덕분에, 뭘 하던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뭔가 쓸 수 있었던거죠. 게다가 그 때에 비해 어휘력도 늘었으니까요.
 그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한번 독서를 하게 되었어요. 그 때는 영업쪽 일을 해서, 현지에서 결과를 낸 다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까지 독서를 했어요. 4~5시간 일하고, 4~5시간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었죠. 그 즈음에 삼대기서를 읽기도 했죠.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黒死館殺人事件)',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虚無への供物)', 유메노 큐사쿠 '도구라 마구라(ドグラ・マグラ)'. 그리고 타케모토 켄지씨의 '상자 속의 실락(匣の中の失楽)'이라던가, 레전드들의 책을 읽기 시작한거죠. 쿄고쿠 나츠히코씨나 이사카 코타로씨도 읽기 시작해서. 계속 독서를 하게 되면서 그래서 "소설 괜찮네"라는 식으로 변한거죠.
 영화는 자신의 자질이라던가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좀 무리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게 되어서, 그래도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어서, 그래서 소설을 발견한거에요. "아, 이거다"라고 완전히 착각에 빠져서, 독서와 병행하면서 쓰는 걸 7년 정도 계속 했죠.

 



자신의 인생을 바꾼 미스터리

Q: 소설을 읽으면서 배운 것도 있나요

 구체적인 테크닉보다는, 구조적으로 보는게 많았어요. 메타적인 구조나, 그런 부분이죠. 그 다음은 미스터리의 문맥에서 어떤 위치를 노린 작품인지, 어떠한 상식을 뒤집는 작품일지, 약간 비평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죠.

Q: 미스터리의 문맥이나, 어떤 선행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어떻게 배웠나요

 기본적으로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메피스토'를 구독하고 있었어요. 후루노 마호로씨가 '천제의 상스러운 과실(天帝のはしたなき果実)'로 데뷔하신 시기부터죠. 요지는 자신도 응모하게 되었을 때부터라는 거지만요. '메피스토' 잡지를 읽고 있으면 꽤나 정보가 단편적으로라도 들어오거든요. "그 작품은 이런 영향을 받았다"라는게 적혀있거나하니까. 그리고 또, 아리스가와 아리스씨와 아야츠지 유키토씨의 '미스터리 자키(ミステリ・ジョッキー)'라는 코너가 있죠. 이게 진짜 걸작 코너라고 생각하는데, 단편 소설을 통째로 한편 수록해서, 스포일러를 상관 않고 두 분이 얘기를 나누는거죠. 그게 최고였어요. "역시 미스터리는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럼 실어버리자"라는 식으로, 독자들은 필히 읽었으리라는 전제로 스포일러 포함한 평론을 했죠. 두 분 다 좋은 작품만 내주셔서 칭찬 대회같은 느낌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무척이나 재밌었어요.
 그런 대담 형식은 참고가 되었어요. 시마다 소지씨와 아야츠지 유키토씨의 '본격 미스터리관(本格ミステリー館)'같은 것도 읽으면, 대체로 고전 작품 중에 읽어야 하는거나 읽는 편이 좋다거나 하는 게 나오거든요. 굶주려있었기 때문에, 신경쓰이는 책은 골라서 읽었어요.

Q: 그 중에서도 역시나 명작이다 싶었던 건 뭔가요?

 재밌는건 잔뜩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이후 중에 골라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씨의 '백야행(白夜行)'이고, 더 말하자면 역시 타케모토씨의 '상자 속의 실락'은 굉장하다 싶었죠.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단 자신은 없지만요 ㅋ. 이사카 코타로씨의 데뷔작인 '오듀본의 기도(オーデュボンの祈り)'는 장난이 아니었죠. 그 발상력은 굉장하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데뷔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충격을 받은 건 요코야마 히데오씨의 '64'에요. 예를들어 교고쿠 나츠히코씨의 '망량의 상자(魍魎の匣)'라던가, 굉장한 작품은 그 외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그래도 인생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에서는 역시 '64'였죠. 뭐가 굉장하냐면, 그렇게까지 트릭키한 건 없는데도 그렇게나 재밌게 소설을 쓸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메피스토계의 폐해라고 해야하나 ㅋ, "트릭키하지 않으면 재미없어"같은 좀 이상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면 '64'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범위의 일만 일어나거든요. 그걸 최대한 재밌게 부풀려서 그렇게 굉장한 소설이 된다는게 충격적이어서.
 그 타이밍에서 직장에서 꽤나 연상인 동료 중에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어떤 분이, 제가 소설을 쓰는 걸 알더니 "너는 재밌으니까 어쩌면 어떻게든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해주셔서. 그래서 아차 한게 "이 사람한테 내가 쓴 메피스토같은 걸 보여주면 재밌다고 할까?"라는 의문을 느꼈어요. "한번 이 사람한테 재밌다는 의견을 듣고 싶다"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처음으로 땅에 발을 붙인 듯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Q: '64'를 계기로 작풍이 바뀐거군요.

 그렇게 해서 쓴 게 란포상에서는 가차없이 떨어졌는데, 조금 손을 본 다음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에 응모했거든요. 그 때 당시에는 제제 젠조라는 이름을 쓰시던 미스터리 평론가 카와데 마사키씨가 1차 심사에서 거론해주시면서, "이건 1차 통과는 당연하다"는 얘기를 적어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처음으로 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제3자에게 공공의 장소에서 칭찬을 받았다는 경험이라서 무진장 기뻤죠. "우와, 어쩌면 이 노선이 맞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그 다음 해에 란포상은 최종선고까지 갔고, 그 다음 해에 수상하는 흐름이 되었죠.
 그래서 '64'는 그런 의미에서도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어요. 만약 '64'를 읽지 않았다면 "땅에 발을 붙인 이야기를 써도 재미있단 생각은 안 들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64'가 있었으니까 "열심히 써서 이런 소설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금방 될 거 같으면 고생할 일도 없지만요. 그래도 하나의 지침, 목표는 되었던거죠.

Q: '64'는 경찰소설이고, 조직내 알력에 고민하는 남자의 이야기기도 하죠.

 그렇죠. 직업 소설적인 면도 있고. 그래서 삶의 방식에 얽힌 문제같은 점도 있고. 사건에 대해서는 의외로 트릭키하지만요.

Q: 조금전에 거론된 '백야행'이 굉장하다 생각했던 포인트는? 그것도 인간 드라마 부분이 재미있죠.

 그건 인간 드라마를 당사자 두 사람을 끝까지 만나지 않게 하는 점이 구조적으로도 좋았고, 그 다음에 진지한 인간 드라마도 능숙했으니까. 단지 처음에 읽은 건 히가시노씨가 무척이나 인기가 많던 고등학생 때여서, 당시에는 솔직히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64'는 타이밍도 좋았죠. 자신이 이래저래 경험을 쌓은 다음에, 좋은 타이밍에 만났으니까 그 굉장함을 피부로 느꼈던겁니다.

Q: 거기서부터 현실 사회를 무대로 한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그래도 트릭키한 수수께끼라던가 구조같은 건 역시나 버리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데뷔를 막 했을 무렵에는 자주 "어떤 작가를 목표로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마야 유타카의 플롯을 요코야마 히데오가 쓴다. 그런게 가능하면 가장 좋겠죠"같은 소리를 했었죠.

Q: 무진장 트릭키하고 무진장 인간드라마 같은 느낌이군요

 그런 걸 쓸 수 있다면 뭔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도 조금 별난 구조의 이야기라는 광고 문구가 있으면 손을 대고 싶어져요. 역시나 "놀래키고 싶다"는 욕구는 아직 남아있으니까요.

 



메피스토 출신인가 그렇지 않은가

Q: 본인이 쓰는 작품은 독자를 놀래키기는 해도, 그게 메인은 아니시죠. 신작인 '스완'도 점점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날카로운 이야기고.

 메인은 아니게 되었죠. 그 점은 매번 매번, 밸런스를 생각하면서. 그래도 가까운 장래에는 놀래키는 걸 메인으로 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것도 있어요. 최근에는요, '십각관의 살인(十角館の殺人)'를 다시 읽었는데 역시 굉장하다, 싶어서. 이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십각관이 굉장한 점은, 마지막에 깜짝 놀랄 한 줄이 있어서, 그 뒤에 거의 설명이 없어요. 수수께끼를 푸는 분량이 말이에요, 적거든요. 주절주절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해서 그게 그렇게 되었다"같은 설명을 쓰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작품이 많은데, 역시나 십각관은 그 점에서 굉장하구나, 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중간 내용도 재밌구요. 거의 마지막에 놀라는 부분만 기억에 남았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사방에 신경 쓴 부분이 있어서, 무진장 재밌어서. 역시나 굉장한 작품이라고 새삼 생각했어요. 그 날카로운 맛은 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죠. 할 수 있나 없나는 둘째치고.
 매 작품마다 자기 나름대로 컨셉을 만들면서 쓰기 때문에, 반드시 인간드라마를 쓴다거나 사회가 어쩌고 하는 건 아니지만요. 단지, 그런 걸 전혀 쓰지 않을 정도로 뿌리칠 수 있을까 하면 어렵겠죠.

Q: 동시대 동세대 작가들의 작품은 자주 읽나요

 이건 일단, 있잖아요,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분이 계셔서 말이죠.

Q: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ㅋ

 이 분이 젊어서 메피스토로 데뷔하시고, 심지어 저와 거의 동세대라는 걸 어느 날 알게 되었어요. 그 때는 이미 여러 작품을 내셨는데, 나는 뒤늦게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꽤나 충격을 받았어요. 예를들어 아사이 료같은 저보다 연하이고 빨리 데뷔해서 히트작을 내시는 분들도, 메피스토상 출신은 아니죠. 그 부분이 꽤 중요해요 ㅋ. 메피스토가 아니면 상관없어요.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하지만 메피스토 출신에게 당하면 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츠지무라씨는 메피스토상 출신이죠.
 
 게다가, 소위 말하는 일반문예적인 질도 높아요. 예를들어 메피스토상 출신 중에서도 니시오 이신씨 같은 작풍이면, 저하고는 너무 달라고 아무런 생각도 안 들지만, 츠지무라씨는 미묘하잖아요. 그 분은 절묘한 포지션이니까. 그래서요, 제가 꾸물꾸물대는 타이밍에 나오키상도 받으시고, "우와아아"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마 그 즈음부터, 동세대에 대한 르상티망도 완전 찍소리도 못하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ㅋ
 그 외에는 아시자와 요도 그렇고, 하마나카 아키도 그렇고, 시모무라 아츠시도 그렇지만요. 그런 사람들은 저하고 다루는 소재도 비슷해서 무시할 수가 없어요. 역시 좋은 작품을 쓰는 걸 보면 분해지기도 하지만, 다들 좋은 작품을 쓰니까 난감해지니까요.

Q: 그 분들이 신작을 내면 읽나요?

 대체로 읽어요. 하마나카씨같은 경우는 정말로 분해서 읽지 않는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읽게 되었어요. 평범하게 재미있고, 공부라는 의미도 있어서지만, 뭐, 적진 정찰같은 느낌도 있죠 ㅋ. 소재가 겹치면 쪽팔리기도 하고.

Q: 아, 고씨의 신작 '스완'에서는 무차별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소녀가 발레를 배우고 있는데, 아시자와 요씨의 신작 '카인은 말하지 않았다(カインは言わなかった)'가 댄스 컴퍼니라는 얘기를 듣고, 겹친다고 초조해하셨다면서요

 맞아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때는 아직 아시자와씨하고는 한번 밖에 면식이 없어서 세이프라고 생각했지만요. 시모무라 아츠시하고 겹쳤으면 "니네 좀 징그럽다"같은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그것 만큼은 조심하고 있어요.

Q: 시모무라씨하고는 그렇게 사이가 좋으세요?


 사이가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꽤 빈번하게 만나요. 동업자 중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건 시모무라씨려나. 란포상 동료기도 하고, 같은 관서고.

Q: 그 외에 신작이 나오면 읽는 작가는?

 우선은 물론 아리스가와씨. 아마 대부분의 저작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역시나 요코야마 히데오씨. 많이는 안 내는 분이지만, 나오면 삽니다. 히가시노씨도 사죠. 가가 쿄이치로 시리즈나, 유카와 시리즈나. 히가시노씨의 소설은, 제 안에서는 무척이나 기본기가 뛰어나다고 해야하나. 제가 장편을 쓰고 마지막으로 원고를 고칠 때, 병행해서 읽거나 하거든요. 히가시노씨의 꾸밈 없는 문장의 느낌을 어떻게 입력하고 제 원고를 읽어보면 "아, 나는 이 부분은 좀 지나치다"싶은 게 보여요. 빙빙 꼬우고 싶은 기분을 억제하는거죠. 그래서, 히가시노씨의 소설은 저에게는 무척이나 편리해요 ㅋ. 메트로놈같은 사용법인거죠. 물론 작품도 재밌지만, 그런 부분에서 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얀 충동(白い衝動)'을 쓸 때는 '몽환화(無幻花)'를 병행해서 읽고 있었고, 이번에 '스완'을 쓸 때는 '희망의 실(希望の糸)'을 병행해서 읽기도 했고. 그래도 '스완'때는 '나루토'도 병행해서 읽었어서, 조금 나루토스러운 느낌도 나왔으려나.

Q: 아하하. 만화도 읽으세요?

 한가하거나, 좀 막히거나하면 만화를 읽는 쪽으로 도피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만화를 읽기 위해 아이패드를 샀거든요. 역시나 재미있고, 만화 중에는 생각도 못 한 발상도 있으니까요. 개그만화도 읽고, 의료물이라던가, 저하고는 연이 없는 걸 잔뜩 읽죠. 최근에는 쿠사미즈 빈씨와 메구미 사부로씨의 '프래질(フラジャイル)'같은 것도 읽었고, 오시기리 렌스케씨의 '하이스코어 걸(ハイスコアガール)'같은 대중적인 것도 읽었고.

 



미스터리 이외의 독서

Q: 그 뒤로도 영화는 보세요?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로, 전혀 보지 않았던 10년 정도가 있어요. 집에요, 그런 설비가 없었거든요. DVD 플레이어를 사려해도 돈이 없어서, 컴퓨터도 그렇게 좋지가 못해서 좀체 볼 수가 없어서요. 간신히 최근에 데뷔하고 남들만한 설비가 모여서, 한꺼번에 30작품 정도를 한두달만에 보기도 해서,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신작을 극장에서 보기도 하죠. 역시나 최근엔 '조커'가 재밌었어요. 데뷔하고나서 극장에서 본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았어요. 멋있었어요. 그런 문답무용으로 멋있는 점은, 서설에서는 어떻게하면 가능할까 생각하게되죠. 물론 같은 문법일 수는 없으니까.

Q: 멋있다는 건 영화 전체를 말하시는 건가요, 와킨 피닉스를 말하는건가요?

 영화 전체도 멋있지만, 와킨도 역시 멋있었어요. 역시나 그 유명한 계단 장면을 봤을 때, 이미 이야기나 그런 건 상관없이 체감적으로 "멋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 문답무용적인 느낌을 소설에서도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바라는 바라는 생각이 들죠. 뭐 상당히 어렵다고 해야하나, 거의 불가능하겠지만요.

Q: 독서나 영화감상을 한 기록은 하시나요

 한 때 하려고 했는데, 계속 이어가질 못 해서. 일단 비망록같은, 이걸 읽었다는 것 정도는 올해부터 해볼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간 100권도 안되니까요. 50~60권 정도려나? 다른 분들의 책을 읽고 재밌다고 생각하고 끝나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Q: 얘기하시는 걸 보면, 독서는 국내 미스터리 작가가 역시나 많으신가요?

 대체로 일본 작가네요. 조금 별난 작가하면, 대학생 때 읽은 가와카미 히로미씨의 '빠지다(溺レる)'에 있는 '포슬포슬(さやさや)'이란 단편이 있는데, 그걸 엄청 좋아했어요. 친구한테 추천받고 읽었는데, 진짜, 엄청 좋았어요. 여자가 주인공인데, 메자키라는 남자한테 식사 초대를 받고 갯가재를 먹으러 가서, 그걸 먹으면서 어릴 적에 좀 못난 숙부에 대해서 회상하는거죠.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려서 "나 오줌 누고 싶어졌어"라면서 풀숲에서 오줌을 누면서 "뭔가 쓸쓸하다"라는 걸 말하는 장면이 정말 멋지거든요. 우와, 했어요. 그런거에 가끔 만나죠.
 프로가 된 뒤에는, 오토가와 유사부로씨의 '로고스 시장(ロゴスの市)'라거나. 토쿠마 서점의 담당께서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 타입의 책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무척이나 좋았죠. 진짜 문장이 좋다는 느낌이라서. 그래서 보통 스스로는 읽지 않을 책을 읽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으니까, 독서의 폭을 좁히는 건 좋지 않구나 생각하게되어요. 뭐 그래도, 9할은 미스터리지만요.

Q: 논픽션은 읽으세요

 아, 가끔씩은 읽어요. 얼마전에 '살인의 야나가와 일한전후비사(殺しの柳川 日韓戦後秘史)'라는, 오사카의 재일 야쿠자에 관한 논픽션이 있어서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저도 재일이지만, 한국에 대한 생각이 너무 없어서 역사나 그런 것도 전혀 몰랐거든요. 그걸 읽고 "아~"싶었던 구석이 잔뜩 있어서. 한국에 군사정권이 있었다거나 왜 군사정권이 있었는가 같은 일반 싱식 수준의 역사도 몰랐기 때문에 "아,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그 다음은 뭐, 시미즈 키요시씨의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殺人犯はそこにいる)'는 역시나 걸작이었죠. 뭔가 읽는 논픽션이 좀 살인자한테 몰려있네요.

 



두편의 영화가 계기가 된 신작

Q: 프로 작가가 된 뒤의 일상의 리듬은?

 없어요.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자고 싶으면 자요. 진짜로 엉망인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거의 일년 두작품이라는 페이스를 아슬아슬 유지할 수 있는 동안에는 이러고 살자 싶은 느낌이네요.
 최근에 이사를 갔는데, 집 앞이 유치원이고 바로 뒤가 초등학교거든요. 낮이 되면 걔들이 온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그런 걸 들으면서 밀실살인이 어쩌구는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밤중에 쓰는 일이 많아졌죠.

Q: 신작인 '스완'은 쇼핑몰에서 대량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훗날, 살아남은 몇 명이 수수께끼의 인물로부터 모임에 초대를 받죠. 그 중에 한 명인 여고생 이즈미를 시점 인물로서,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조금씩 발혀져갑니다.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두편의 영화입니다. '폴리테크닉'과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이 두편이 거의 외곽이라고 해야하나, 그 다음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Q: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스완'....의외네요.

 제가 꽤 다양한 작품이나 영화나 만화에서 영향을 간단하게 받고, 그걸 떠벌리고는 하는데, 그래도 출력했을 때는 거의 원형이 없어진다는 자신은 있어요. 좀 전에 히가시노씨의 이야기도 그렇고, 나오는 건 같아지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해서, 서슴없이 영향을 받고는 하죠. 저로서는 '스완'은 '맨체스터 파이 더 씨'를 표절한 거나 다름없다는 감각이긴 하지만요 ㅋ.

Q: 불합리한 큰 사건이 생기고, 그 후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은 있죠. 단지 '스완'은 쇼핑몰의 무차별 살인사건을 결정하고 그 뒤의 전개는 계획이 없었다고 하면서요. 그렇게나 스릴있고 그렇게나 읽는 사람을 때려눕히는 듯한 진실에 도달하는데 말이에요. 놀랍습니다.

 처음에는 쇼핑몰 장면밖에 없었어요. 이즈미라는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되겠다같은 느낌이 들고,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곳이 스카이 라운지라는 내용이 된 다음부터는 이건 이야기가 잘 풀리겠다 싶었죠. 그래도 거기서부터가 정말로 괴로웠어요. 두번째 모임이 되기까지가 진짜 힘들어서, 밤중에 산책을 하면서 "내일이야말로 편집자한테 전화해서 그만두겠다고 말하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줄곧 그런식이었죠. 그래도, 뭐 대체로 어떤 작품이건 그렇지만, 일단은 쓰고 쓰고 쓰다보면 주인공이나 메인 적 캐릭터가 어떻게되는 되겠다는게 보이기 시작하죠.
 이번 작품에 대해 말하자면 두번째 모임에서 이즈미가 여기까지는 대충 예상대로라는 독백을 하죠. 그 즈음에서 "아, 그렇구나" 했죠. 이 주인공은 이 이야기 중에서 이런 걸 하고 싶구나 라는게 알게된다고 해야하나. 거기서부터는 물론,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쓰기로 하지만요.

Q: 마지막에 점차 드러난 심리라던가 감정을 쓰고 싶어서 그리로 향해서 쓰고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역시나 그건 가슴에 다가왔으니까요.

 과연 ㅋ. 일단은요, 이상이라고 해야하나 작품의 컨셉으로서, 비극을 마주할 때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건 물론 있었기에, 최종적으로 그걸 쓰고 싶었나 어떤가 하면 쓰고 싶었던 거죠. 단지, 왜 그런 장면이 되는가는 쏙 빠져있어서, 그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그저 "어떻게 하면 재밌어지나"라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씁니다. 꽤 어려운 건 정보를 어떻게 읽게 할 것인가, 그야말로 요코야마 히데오씨의 '빛의 현관(ノ-スライト)'같은 건, 건축이라던가 잡지식같은 부분도 무척이나 재미있거든요. 그런점은 역시나 문장력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일들에 대한 요코야마씨의 시점이라던가, 여러가지 요소가 있기는 있지만요. 제가 쓴다면 정보 밖에 안 되는 걸 제대로 소설로 만들고 있죠. 미야메 미유키씨의 '이름 없는 독(名もなき毒)'같은 것도, 시작 부분에 할아버지가 걸어가다 죽는 것 만으로 장면이 엄청 재밌어지죠. 어째서일까 신기할 따름이에요. 그런거에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전개만으로 재밌어지게 만드려해도,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나, 침착하게 천천히 쓰는게 좋은 때나, 그런 걸 어떻게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건 꽤나 생각을 하면서 쓰게 되죠. '스완'에 관해서는, 과거의 반성도 포함해서 저 스스로는 꽤나 노력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Q: 그 결과 좋은 평판을 얻고, 발매전에 중판도 결정되었죠. 단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서, 허들이 또 높아졌겠네요.

 실제로 난감합니다. 좀처럼 역시나, 달리기 시작할 때 까지가 힘들어요. 아직 좀 보이질 않는다, 싶은 느낌입니다. 역시나 쓰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라서. 일단은, 빠르면 내년 여름에 내는게 이상적이기는 한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한 작품이란 말이죠....

Q: 기대하고 있습니다 ㅋ


'작가의 독서도' 시리즈는 원래 1회부터 한 주 하나씩 연재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추리소설 갤러리에서 오승호 작가의 스완이 2020년 베스트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물 들어 올 때 노 젓자는 의미에서) 예정에 없던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주말 내에 '기호와 문화'에 실린 오승호 작가의 인터뷰도 올려볼까 합니다.

 

앞으로도 두 시리즈의 인터뷰 번역은 한주 한편씩 순서대로 올리되, 이번처럼 화제의 인물이나 신간에 얽힌 인터뷰가 있다면 먼저 손을 대볼까 합니다.

 

그나저나 양이 끝장나게 많네요. 어제자 유퀴즈를 틀어놓고 보면서 타이핑을 쳤는데 유퀴즈 끝날 타이밍에 타이핑도 끝났으니 딱 한시간 40분 정도 걸렸군요. 오역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오타는 많을 듯 하니 차차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 decca 2021.01.08 21:44
    이 엄청난 양을 번역해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오승호 작가의 공중에 뜬 발을 요코야마 히데오의 '64'가 잡아 내렸다니 그 부분이 참 인상적이네요.
  • PPL 2021.01.09 00:59
    어차피 평소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손이 심심해서 뜨개질같은 걸 깨작거리는데, 그 시간에 번역을 해본 거라서요. 저도 한 때 메피스토에 미쳐있다가 하라 료의 작품을 읽고 취향이 많이 가라앉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오승호 작가의 경험에 공감이 많이 가네요
  • 밀실맛카롱 2021.01.08 22:35
    작가가 어떻게 해서 그런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짚어볼 수 있는 인터뷰네요. 오승호 작가가 메피스토상 스타일로 쓴 작품도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합니다ㅋㅋㅋ 번역 감사합니다.
  • PPL 2021.01.09 01:00
    오승호 작가가 메피스토 스타일의 저택물을 낸다면 서점을 향해 개처럼 달려갈 자신이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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