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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와 문화(嗜好と文化)' 기획은, 마이니치 신문 2012년 창간 140년 기념 사업으로서, JT와 일본추리작가협회의 협력으로 게재됩니다.

                                                                                                           

심플한게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씨와의 인터뷰는 도쿄도내의 시티 호텔 상층에 위치한, 개점 전의 라운지 바에서 행해졌다. 서서히 기울어가는 저녁해에서 비쳐들어오는 빛을 블라인드로 차단한 구석가에서, 히가시노씨는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조용히 말했다.

 
 Q: 히가시노씨에게 있어서 '관심'이나 '집착' 혹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물질적인건가요? 나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가지는 욕심, 물욕이 없거든요. 뭔가 모은다던가, 어딘가에 장식하고 감상한다던가, 그런건 전혀 없어서...

 단지, 그런 집착이 없어서 그런가,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새로 사지 않는, 계속 쓰고 있는 건 있네요.

 
 Q: 예를들어?

 

 스노우 보드가 취미인데, 동료들과 당일치기로 갈 때는 항상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을 보러갔다가 받았던, 약간 큼직한 가방을 하나 들고가거든요. 여기에 필요한 걸 전부 담아서요. 그냥 평범한 가방이에요, 2002 피파 월드컵 로고가 작게 그려져있고...

 가방하니 생각난건데, 우리 집에 17살인, 인간 나이로 치면 100살 정도 먹은 수컷 고양이가 있어요. 고령이라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야하는데, 그럴 때면 고등학생때부터 쓰던, 아마 나이롱 재질이지 싶은데, 그 딱히 특별한게 없는 가방에 넣어서 가죠.

 
 Q: 특별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거나,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있다거나 하는건 아니라는거군요?

 

 전혀, 그런 감각은 없어요.

 지금 차고 있는 이 손목 시계 전에 쓰고 있던건, 대학생 때 취업 축하 선물로 아버지한테 받은건데, 25년 정도 계속 쓰고 있었어요.

 본가가 시계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받은 신품 시계였죠. 그 때까지는 중고만 썼거든요. 손님이 수리하려고 맏겼다가 돈을 지불하지 못해서, 결국 가지러 오지 않는게 생기거든요. 1년 정도 지나서, 이제 안 오겠구나 싶은 중고를 받았었죠.

 
 Q: 아이들은 이것저것 모으는걸 좋아하기 마련인데, 물욕이 적은건 어릴 때부터 그랬나요?

 

 그렇죠. 애초에 집이 좁아서, 제 방도 없었고, 물건을 두고 장식할만한 공간이 없었어요.

 어릴 때 썬더 버드 프라모델을 좋아해서 자주 만들었는데, 어머니가 바로 버려버리는거에요. "버려도 돼?"라고 묻지도 않고. 썬더버드는 1호부터 5호까지 있는데, 전부 프라모델을 만들었지만 다 모은 적은 없었죠, 만드는 족족 버려져서.

 
 Q: 어머니의 그런 교육이 지금도 남아있는건가요?

 

 그게 교육이려나. 단지 물건은 하나 아니면 둘 있으면 된다는 사고를 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하나, 둘을 오래 쓰고 있으면, 거기 얽힌 많은 추억을 가질 수 있는건 좋아요.

 2002 월드컵 가방도, 남들이 보면 "아직도 그런걸 써?"라며 우습게 보이겠지만, 그 가방에는 이런저런 추억이 담겨 있거든요. 어딜 갔거나, 누굴 만났다거나, 무얼 했거나같은 걸 떠올리죠.

 

 Q: 하지만, 세상에는 물건들이 넘쳐나고, 새로운 것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예를들어서,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버전의 스노우 보드가 나온다면, 가지고 싶어지지 않으세요?

 

 별로요. 그렇게 기능이 업그레이드 될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보다 자기 실력을 올리는게 중요해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게 저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없는게 당연하다고 해야하나. 살고 있는 것도 없는게 보통이 아닐까하는 생각조차 할 때가 있어요. 물건이 있으니까 편리하고 없다고 불편한 것 보다는, 물건이 있기에 자유롭지 못하거나, 없기에 자유로운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Q: 있으니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고, 없는 편이 자유롭다는 생각이시군요

 

 그렇죠. 예를들어, 오늘도 그렇지만, 나는 가능한한 물건을 들고다니고 싶지 않거든요. 집 열쇠와 지갑만 있으면 돼요. 휴대폰도 딱히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와서, 도중에 눈치 채도, 아무렴 어떤가 싶어서 돌아가지는 않아요.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으면, 잃어버려도 잃어버린 걸 눈치채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열쇠와 지갑만 있으면, 금방 눈치채서 어떻게든 합니다. 가능한한 심플하게 있고싶어요.

 
 Q: 작품의 등장인물 중에, 뭔가 강한 집착을 하거나, 혹은 취향이 확고한 캐릭터는 있나요?

 

 '백야행' 주인공의 키리에(切り絵)나 갈릴레오 시리즈 중 '용의자 X의 헌신'에 등장하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의 수식같은게 그렇겠죠.
 
  Q: 스스로도 수식이라고 해야하나, 수학적인 사고를 하시나요?

 

 확률 계산 정도는 하죠. 어느 집단에 같은 생일인 사람이 둘이 있을 확률이라거나. 그런 경우에 남들은 "굉장한 우연이네"하고 놀라지만, 의외로 확률적으로는 높거든요. 그런 걸 몰래 계산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트럼프를 하다가, 안 좋은 패나 좋은 패가 계속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남들은 "나쁜 흐름이다" "흐름이 나에게 왔다"고 말하고는 합니다만, 확률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패가 계속 되는 경우도 있겠죠.

 
 Q: 흐름같은 건 없다, 는 의미인가요?

 

 흐름이 자기한테 향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점은 있을수도 있겠죠.

 흐름 하니 생각난건데, 보도나 광장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위에서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져서, 언제까지고 보는 일도 있네요.

 
 Q: 네?

 

 처음에는 무질서하게 뒤섞여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점점 질서있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멈추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누군가가 지시하거나, 선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째서인지 아시겠어요?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를 적게하는 것은 선택하고 있는겁니다. 돌아가거나, 부딪히거나 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구요.

 

 Q: 30년 전, 기술자로서 취직했을 무렵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뭔가 새로운걸 시작하거나, 새로운 취향을 가지셨나요?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어요. 운동 부족이 될 게 뻔했거든요. 철 아령을 사서, 독신 기숙사에 들고 갔죠. 한쪽은 5kg, 다른 한쪽은 6kg. 친구가 왼손은 무거운 걸 사라고 조언을 했어요. 지금도 가끔 하고있죠.

 
 Q: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새로 사회인이 되는 사람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일을 하면 다들 명함을 가지게 되죠? 거기에 회사명이 적혀있는데, 그 회사명에는 힘이 있어요. 무척이나 거대한...

 그걸 자기 힘이라고 착각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언제나 자신에게 경고할 것. 그리고, 명함이 없을 때 자신이 뭘 할 수 있는가, 명함이 없는 자신은 무엇인가, 그걸 잘 살펴보는게 중요해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2011년 4월 1일 마이니치 신문 특별기획 '기호와 문화'  vol.1 http://mainichi.jp/sp/shikou/01/01.html

인터뷰어 편집편성차장 나카무라 히데아키(中村秀明)

 

  • 밀실맛카롱 2021.01.05 04:01
    확률을 계산하는 습관이라니 공대 출신 작가다운 발언이어서 재미있네요ㅋㅋㅋ 덕분에 작가의 여러 면모를 알 수 있어 좋았어요.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PPL 2021.01.05 08:12
    작품들은 감상적인 낭만이 있는데 사람됨은 참 드라이한 분 같습니다. ㅎ 어쩌면 이게 담백하게 읽기 쉬운 문체의 근원인가 싶기도 하네요
  • decca 2021.01.06 05:11
    명함 얘기가 무척 인상적이네요. 말씀하신 대로 담백함이 느껴지는 분이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PL 2021.01.07 04:05
    명함 얘기는 저도 언제 한번 써먹어볼까 생각중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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