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타임즈에서 유전자 조사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몇 편 봤는데, 미스터리 장르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서 넘어갔다가
오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나온 김에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두 편의 팟캐스트 인터뷰인데, 몇몇 부분만 발췌해 소개합니다.
https://www.nytimes.com/2019/06/06/podcasts/the-daily/dna-genealogy-crime.html?module=inline
https://www.nytimes.com/2019/06/07/podcasts/the-daily/genealogy-dna-crime-privacy.html?module=inline
최근 사법 당국이 유전자 계보 조사를 수사에 활용하면서, 범죄자 등록 데이터베이스에 없거나 수사망에 오른 용의자가 아닌 사람도 수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척을 찾기 위해 유전자 계보 사이트에 자신의 DNA 프로필을 등록한 사람들을 통해 범죄 수사의 피해자나 가해자를 특정해 내는 것입니다.
GEDMatch라는 서비스의 협력으로, 미 사법당국이 30년간 정체불명이었던 연쇄살인강간마 Golden State Killer를 체포한 인터뷰의 주요 골자를 소개합니다.
Golden State Killer는 최소 12건의 연쇄 살인. 최소 45번의 강간. 100건이 넘는 강도짓을 저질렀고,
주요 단서는 범행 현장에서 찾은 DNA였지만 30여년이 넘게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GEDMatch는 무료 유전자 계보 사이트로,
사용자들이 개인적으로 의뢰해 분석한 자신의 DNA 프로필을 업로드해서 자신의 혈연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였습니다.
(다른 유전자 계보 사이트와의 차이점:
다른 사이트는 자기들한테 유료 분석을 맡긴 사용자들끼리만 데이터 매치를 했기에 이용자 수가 적고,
GEDMatch는 누구나 자기 DNA 분석 결과를 무료로 등록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매치해보도록 서비스를 구축함.)
이런 족보 사이트는 본디 입양아가 생물학적 부모를 찾는 등, 자신의 혈통을 조사하는 사이트입니다.
범죄 수사에 사용하게 된 사례로, 기사에서는 Lisa 케이스를 소개합니다.
딸(Lisa)이 아버지에게 오랫동안 성적 학대를 당하는 걸 눈치챈 이웃들이 딸아이를 구조했는데, 아이의 유전자를 조사해보니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남자와 유전자가 불일치했습니다.
남자는 실제로는 유괴범이었고, 아이의 부모를 찾을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수사진은 족보 사이트 GEDMatch를 통해 Lisa의 생물학적 할아버지를 특정해냅니다.
Lisa는 두 살 때 납치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고, 리사가 아버지라고 여겼던 사람은 실제로는 그녀의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살해하고 아이를 납치했던 연쇄살인마였습니다.
Lisa 케이스를 해결한 뒤, Golden State Killer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족보 사이트를 통해 수사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사법당국은 이를 부정했습니다. (사람들은 족보 사이트로 이용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를 이용할 뿐, 강간 살인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게 걱정이었어요. 그런 위험이 있을지 없을지, 제가 직접 판단해야 했죠."
"결국 어떻게 판단을 내리게 됐나요?"
"시간이 해결해줬어요. 수많은 밤을 지샜죠."
결국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과 수사진은 GEDMatch의 데이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운영진은 사용자 동의를 다시 작성하여, 성폭행 및 살인사건의 수사 목적으로 자신의 프로필을 사법당국이 검색할 수 있도록 동의를 받았습니다.
사용자들이 떠날 거라는 등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하네요.
(수사 협조에 직접 동의한 사람들의 프로필만 사법당국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말 그대로 제로에서부터 시작했다고...)
그러고 나자, 사건 현장에서 추출한 DNA로 눈 색깔, 머리카락, 인종을 유추해 몽타주를 만드는 회사 Parabon가 수사에 동참했습니다.
Parabon은 수십 곳의 사법기관이 소유한 Golden State Killer의 DNA를 토대로 그의 몽타주를 다시 작성했고, DNA 프로필을 GEDMatch에 업로드했습니다. (이 시점에 GEDMatch는 백만여 개의 DNA 프로필을 보유)
"그래서, Parabon이 그 데이터 원본을 금요일 저녁에 업로드했어요. 그런 다음엔 DNA를 대조해보는 작업이 진행됐죠.
알고리즘이 대단히 무거웠어요. 대조 작업은 8시간에서 최장 이틀까지도 걸리는 작업이었죠. 그래서 저는 뭐...아시다시피 그 시간동안 가시방석을 걷고 있었고요.
결과만을 기다리면서 계속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결국엔 곯아떨어졌어요.
깼을 때 로그인을 해 봤다가 곧바로 침대에서 굴러나왔어요. 컴퓨터를 열고, 다시 로그인을 한 다음 유력한 매치 두 건이 나온 걸 확인했죠.
두 건 모두, 해당 범인의 DNA와 대략적으로 6촌 관계였어요."
30년간 그 정체를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던 Golden State Killer 범인의 6촌 두 명이 GEDMatch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심지어 그 두 명의 6촌은 서로 DNA를 공유하지 않았기에, 각각 친가/외가에서 나온 6촌이었습니다.
이후 두 명과 이어지는 남자가 특정됐고, 수사관들은 남자의 집 주변에서 잠복하다가 남자가 내다버린 컵을 가져와 유전자 프로필을 분석했습니다.
30년 전의 연쇄살인강간마 Golden State Killer와 일치하는 DNA를 수사당국이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해당 범인은 재판을 앞두고 있고, 이제는 DNA 유전자 계보 수사가 법정에 처음으로 적용될 시점입니다.
이전까지 DNA는 수사를 계속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용의자를 제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경찰이 이용하는 범죄 DNA 데이터베이스 Codis는 본인(DNA 100% 일치)이 아닌 경우 매치가 뜨지 않았습니다.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이미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에 그 사람이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해당 주(州)에서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어야 했습니다.
Golden State Killer는 중범죄로 체포된 적이 없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따라서 잡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제까지의 경찰 범죄 DNA 데이터베이스는 흑인 및 유색인종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지만, 유전 계보 조사를 통해 달라질 기미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유전자 계보 조사 사이트에 자신의 데이터를 등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퇴직자 계층이며, 게다가 유전 계보 조사를 통해 체포되는 이들 중 다수는 범죄 체포 이력이 없는 백인 중산층입니다. (경찰의 DNA 데이터베이스의 인종적 편향을 보충합니다)
기사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 유전자 계보로 특정해낸 DNA 프로필만으로 Golden State Killer의 그 많은 범죄들을 기소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는데 저는 일단 흥미가 가는 부분만 먼저 가져왔어요.
이외에도 최근 모근이 없는 머리카락에서 DNA를 유의미하게 추출하는 데 성공하는 등, 유전자를 이용한 수사는 점점 발전하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