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한 달 동안 읽은 책입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읽으면서 레버스 경위의 매력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800만가지 죽는 방법'의 스커더처럼 말이죠.
회의 도중 자신의 상관에게 머그 잔을 집어던져 괘씸죄로 교정 교육을 받게 된 레버스 경위는 경찰판 필립 말로를 보는 듯 합니다. 그의 이죽거림, 그의 당당함, 그의 외로움에 쉽게 매료되더군요.
이언 랜킨의 작품은 처음인데 작가의 글 쓰기 스타일이 마음에 듭니다. 호흡이나 묘사가 긴 편이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재치는 지루함을 날려버립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심사숙고하여 정성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대화는 깔끔하고 독설적이며 적절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레버스가 내뱉는 대사를 즐기기 위해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레버스라는 인물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레버스가 담배 한 대 빼어 물면 저도 담배 생각이 났고, 레버스가 술을 홀짝이면 저도 술 생각이 나더군요. 레버스는 다소 우울증 환자같다가도 범죄자를 대할 때는 누구보다 거침없고 현명합니다. 그의 우울한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다가 그의 용감한 모습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또한 그의 동물적인 명민함은 본 받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이 작품은 세 개의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사건들은 어떤 형태로든 맞물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를 찾기는 힘 듭니다. 인물은 영상을 보듯 살아 움직이고 사건의 얼개는 빈틈없이 견고합니다. 특히 비리 경찰 그레이나 어둠의 거물 카퍼티는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그들의 이미지가 눈 앞에 선합니다.
이언 랜킨은 레버스 경위가 등장하는 많은 작품을 써왔는데, 이 작품처럼 뛰어난 구성과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을 끝내고 나면 다음 작품 쓰기가 상당히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전의 작품들도 ‘부활하는 남자들’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 작가는 정말 대단한 작가이고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사건의 추이를 나열하는 방식이나 풀어가는 방식도 훌륭합니다.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군더더기가 없어요. 미넷 월터스의 고전적 분위기와 미국식 하드보일드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시리즈 더 이상 읽을 기회는 없는 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