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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04.11.23 04:44

포이즌 - 에드 맥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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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맥베인

이 작품은 1987년에 출간된 87지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1987년에 출간된 작품이 국내 번역된 87지서 시리즈 중에는 가장 최근작이라는 현실이 안타깝군요.
이 작품을 끝으로 제 수중에 있는 87지서 시리즈는 다 읽게 된 셈인데요, 해문에서 발간 예정인 <10플러스1>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과연 나올까요?)

87지서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 분위기로 나뉘어지는 것 같군요. <레이디 킬러>나 <찢겨진 사진>, <살인자의 선택>과 같은 다소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작품들이 있는가하면, <경찰혐오자>, <알리바이>,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이 작품 <포이즌>과 같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겁고 암울한 작품으로는 <알리바이-Blood Relatives>를 꼽겠습니다. 이 작품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별로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알리바이> 마지막 장을 덮고 한 잔하고픈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그만큼 깊은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라도 간간히 섞여있는 맥베인의 난데없는 재치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포이즌>은 이른 아침 자신의 집에서 독살당한 남자의 시체 묘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으로는 구토를, 뒤로는 배변을 흘리며 험악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한 한 남자에 대한 묘사는 실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듯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맥베인은 현실감 있는 묘사를 추구함에 있어 글자를 아끼며 상당히 무덤덤한 방식을 취합니다. 특히 끔찍한 장면을 묘사할 때 이런 절제된 관조적 자세를 여실히 드러내 역으로 더욱 소름  돋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딱딱 끊어지는 간결한 대화 속에서 독자가 상황과 분위기를 상상하게끔 만듭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어체와 동문서답 식의 엉뚱한 대사들을 읽다보면 정말 감칠맛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두 번째 피해자가 속출하게 되고 피해자의 공통점이 발견되면서 수사의 초점은 마릴린이라는 한 여자에게 맞추어지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는 재미는 마릴린이라는 여자와 87지서 윌리스 형사의 애정행각을 따라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윌리스에게 털어놓는 마릴린의 사연이 너무 애절해서 가슴이 뭉클뭉클해집니다.

경찰에게 있어 금기사항 중 하나인 ‘용의자와 사랑에 빠지지 마라’를 어기게 된 심약한 윌리스 형사는 87지서를 거쳐 간 또 다른 특이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군요. 맥베인은 경찰로서 설정될 수 있는 모든 캐릭터를 등장시키는가 봅니다. 용의자와 사랑에 빠져 카렐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윌리스도 그렇고, 이 작품에 언뜻 언급되는 형사 중에는 일본인도 있구요. (아마 이 일본인 형사는 다른 작품에서 활약하지 않을까요?) <찢겨진 사진>에는 빈민가 출신 흑인 형사 아서 브라운이 주인공 격으로 나오기도 하죠. 흑인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주요 증인을 상대로 공작을 펼치는 장면도 있습니다.

맥베인 작품은 대개의 경우 페이지가 몇 장 남지 않았는데도 사건의 가닥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 ‘도대체 어떻게 끝내려는 것일까’하고 조바심을 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결말 부분이 일순간에 봇물 터지듯 확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마도 맥베인은 구구절절 에필로그 달거나하는 일은 구차하다고 여기는 듯 합니다. 여운이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감상에 젖지 마라. 그저 단지 또 하나의 사건이 해결된 것뿐이다’ 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마지막 윌리스의 한마디는 왠지 기분을 꿀꿀하게 만드는군요.

맥베인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경찰이 행하는 수사방식이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수첩이나 메모지에 적혀있는 지인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수사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아 조금 답답한 탐문 과정이 이어지죠.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비협조적인 용의자들과 나누는 뒤엉킨 대화나 형사들끼리 주고받는 쓸데없는 농담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렇듯 복잡하지 않은 전형적인 수사과정 속에서도 식상하지 않게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맥베인의 재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에게 감식을 의뢰하고 감식 결과를 분석하는 과학적 수사 과정이나 수색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판사와 나누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들, 책에 제시되는 각 종 보고서 견본들은 수사의 생생한 현장을 간접 체험하게끔 해줍니다. 맥베인은 87지서 형사들에 대한 내면 심리 묘사에 있어 상당히 인색한 편이라서 형사들이 자칫 피상적인 존재로만 묻혀버릴 수도 있는데, 작가의 그러한 의도적인 무관심이 오히려 형사 개개인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현재까지 맥베인 옹은 정력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경찰 소설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정보화 시대의 미국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져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카렐라는 늙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데 과연 5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카렐라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 나혁진 2004.11.23 07:29
    어제 새벽 4시 30반까지 읽은 게 이 책인데...아주 잘 읽었습니다. 윌리스와 마릴린은 아무래도 다음 시리즈에서 부부로 나올 거 같아요.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은 추리에 의한게
  • 나혁진 2004.11.23 07:30
    아니라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케인즈님 말대로 그런 게 리얼한 사건 수사 일지겠죠...실제 형사들의 수사 방법을 가장 잘 묘사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마릴린의 가슴아픈
  • 나혁진 2004.11.23 07:31
    과거이야기가 매우 흥미롭죠. 맥베인이야말로 현존하는 마지막 거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물에선 적수가 없죠...
  • 케인즈 2004.11.23 17:36
    포이즌은 범행동기가 약하다는 점이 눈에 거슬립니다. 뭐...그런 정신 나간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서도..
  • maettugi 2004.11.23 20:26
    멕베인 옹은 다작하시는 작가 답게 작품 편차가 좀 큰 듯 하여 조금 아쉽더군요. (개인적으로 호프 변호사 시리즈 한권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 maettugi 2004.11.23 20:26
    그런데 87분서 시리즈는 어쨌건 항상 기본은 해 주는 것 같아 다행이죠. 작가도 애착이 상당한 듯 합니다.
  • 케인즈 2004.11.23 21:36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레이디 킬러'입니다. 단편 '한밤중의 공허한 시간'도 좋았고요. 제 기준으로 '포이즌'은 시리즈 중 범작 군에 속합니다. 매슈 호프 시리즈는
  • 케인즈 2004.11.23 21:38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네요. 언제고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지만 큰 기대는 안하고 있습니다.
  • 나무 2004.12.05 02:10
    레이디킬러와 찢겨진사진, 파실 생각 없으신가요? 맥베인의 책을 수집중입니다. 호프 시리즈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백설과 붉은장미)와 세마리의 눈먼쥐,장화신은 고양이가 있는데,그럭저럭.
  • 케인즈 2004.12.05 23:26
    제가 워낙 아끼는 책이라서 팔 의향이 없습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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