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살인>은 추리소설 황금기에 속하는 1929년에 발표된 크리스토퍼 부시의 처녀작입니다.
1929년에 선 보인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는 반다인의 <비숍 살인사건>, 엘러리 퀸의 <로마모자의 비밀>, 앤소니 버클리 콕스의 <독 초콜릿 사건>, 더실 해미트의 <피의 수확>, 그 전해에는 반다인의 <그린 살인사건>, 서머셋 몸의 <비밀 첩보부원>, 그 다음해인 1930년에는 딕슨 카의 <밤에 걷다>, 얼 데어 비거즈의 <찰리챈의 활약> 등 기라성 같은 황금기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져 나올 때여서 부시의 이 작품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즉 훗날 거대 작가들의 출발선이 되기도 했던 그 시기에 부시도 함께 작품 활동을 시작한 셈이지만, 워낙 쟁쟁한 작가 군과 함께 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미권의 추리소설 명작 표에도 부시의 작품은 다루어지지 않는다는군요. 70살이 넘도록 작품 활동을 한 그는 어찌 보면 비운의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완전살인>은 국내에서도 별로 회자되지 않는 작품인데, 국내 번역된 부시의 작품이 이 작품이 유일한 이유도 있겠지만, 내용 자체도 그리 큰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크로프츠의 걸작 <통>을 읽어 본 분이라면 부시의 <완전살인>은 <짝퉁 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어떻게 알리바이를 깨뜨릴 것이냐'가 이 작품의 주된 관심사란 점과 알리바이를 깨뜨리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방식은 <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천재 탐정이 아닌 발로 뛰는 우직한 탐정 ‘프랭클린’을 통해 <통>에서 활약하는 경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치밀한 사건 풀이 과정에 감탄하면서 <통>을 읽었는데, 동 작가의 <프렌치 경감 최대 사건>은 <통>과 비슷한 패턴때문에 지루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알리바이 철저지 깨부수기’ 스타일은 <통> 한 작품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프렌치...>는 <통>의 또 다른 지루한 버전이었을 뿐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프렌치...>에 한 번 지친 저로선 <완전살인>을 읽기가 다소 힘들었습니다. 크로프츠와 비슷한 문장,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사건 풀이 방식은 서너 차례 반복해서 읽을 만큼 그리 유쾌한 방식은 아니니까요.
<완전살인>이 <통>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살인사건을 예고하는 편지가 신문사와 경찰청에 날아든다는 것과 밀실살인을 다룬다는 것이겠는데, 별다른 긴장감이나 수수께끼 풀이의 묘미는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을 꼽아본다면, 작품 첫 머리에 차후 일어나게 될 살인사건과 연관된 에피소드 세 가지를 소개하는 구성의 참신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세 가지 에피소드는 사건 풀이에 있어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들입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펼치는 페어플레이인 것이죠. 또 하나, 결말 부분의 서스펜스는 <통>보다 뛰어납니다. 사건의 결말을 거치면서 탐정 프랭클린의 인간적인 모습과 호워튼 총경의 듬직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되죠.
작품의 내용이야 그렇다 치고 저로선 황금기의 한 작품을 읽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