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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평 마스카라

by kyrie posted Oct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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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파두라입니다.

'쿠바 혁명정부의 가면을 벗긴 미학적 추리소설'

라고 표지에 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조금씩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지요. 당연히 '추리소설'의 형태를 갖춘 것은 이 작가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은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통추리의 재미로 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1959년 혁명이후 70년대 들어 부패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른 쿠바혁명정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는 이만한 도구가 없습니다. 작가는 200% 성공하였다고 봅니다.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모두를 힘들게 하는 못된 전염병, 그건 더위다. 붉은 비단스카프가 육체, 나무, 물체 할 것없이 감싸 숨을 막고 암울한 절망의 독, 느리지만 확실한 죽음의 주사를 놓는 것처럼, 더위는 가시적인 모든 세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고 용서조차 허용되지 않는 하나의 벌. 운명의 회오리바람은 이단의 도시, 저주받은 동네에 불었어야 했다..................... 에이 씨, 더럽게 덥네....................

이러한 아바나의 밤 한적한 공원에 연극의 여주인공 복장을 하고 빨간 스카프에 목이 졸려 숨진 여장남자가 발견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콘데 형사는 비판적 성향 덕분에 감시당하며 살고 있고 게이는 벌레만큼 싫어합니다(여자를 좋아한단 뜻도 됨). 그런데 수사도중 피해자 여장남자의 정신적 지주인 연극연출가 마르케스(이또한 게이....)를 만나고 그가 쿠바정부로부터 당한 예술인 탄압을 듣게 됩니다.
마르케스는 프랑스 유학중 실력을 이미 인정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연극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초연이 있기 갑작스런 들이 닥침과 자아비판에 이은 잔인한 숙청을 당하고 맙니다. 일개 도서관 도우미로 전락한 그는 스스로 침잠하여 자신의 집에서 아무도 몰래 대작을 써 감추어 놓고 복수의 날 (새시대가 언젠진 몰라도 열리는 날......)만을 기다립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사를 진행하면서 콘데는 쿠바의 절망적인 진실, 희망없는 미래, 그냥 숨쉬고 있으니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통감합니다. 그리고 게이에 대한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나 그저 한 인간으로서 마르케스를,  살해된 여장남자 알렉시스를 바라보게 됩니다.....그리고...........드디어 불행한 살인사건은 우연한 곳에서 실마리를 만납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타나는 범인의 모습은 추악하기 짝이 없으며 그는 피해자는 물론이고 쿠바를 살해한 장본인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사실 저는 미학이 뭔지 모르고(학부때 미학 강의를 선택하지 않은 관계로....ㅋㅋ) 이 작가가 추구했다던 포스트모던적인 '상호텍스트'라는 것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18금, 19금 적 내용(야하고 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습니다'!!! 작가의 언어적 유희가 휘황찬란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한구절 한구절에 영혼이, 쿠바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바다가 발 아래 있었다. ...미소가 태어나기 전에 죽였다........."그래서 성당에 그렇게 자주 가니?" " 그럼, 거기서는 적어도 사람들이 큰소리로 떠들지 않잖아." ...........
책은 온통 제 뇌리에 깊숙이 박힌 인상적인 말들로 아직도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씩 야금야금 읽게 되나봅니다.

'마스카라' 는 가면이란 뜻입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데 오직 살해당한 여장남자 로 대표되는 동성연애자들은 가면을 쓰지 않고 핍박을 받고 사는 계층으로 표현됩니다. 사실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하고 많은 계층 중에 왜 게이들을 내세웠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동성연애자에 대한 시각이 유별난 편이라 이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머나먼 쿠바라는 나라의 정치적 현실을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동성연애자도 그냥 하나의 인간일뿐이라는 것에 수긍할 수 있으며
범인의 가면을 벗겨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듯
콘데형사가 타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가면을 벗듯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짓되고 불필요한 가면을 벗고
당당하고 용감하고 진실되게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 다음 품평은 글쎄요.........'사나운 새벽'을 손에 들었답니다. 무려 4권짜리를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