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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미발간
2004.10.02 21:44

딕슨 카 - 유다의 창 (the Judas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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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작입니다. 메리베일 경이 나오는 작품이니 카터 딕슨 명의로 발표된 것이겠죠. 추리소설 황금시대가 가장 절정에 달한 시기가 바로 30년대 후반이라고 하겠는데 카의 작품들 중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들도 이 시기에 나왔던 것들입니다
외국에서 추리소설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세 개의 관’과 함께 ‘유다의 창“을 카의 작품들 중 최고로 꼽는다고 하는군요. 두 작품 모두 플롯의 정교함이나 트릭의 치밀성, 특히 불가능한 밀실범죄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 있어 정말 막상막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불가능한 상황이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죠.
소설은 집안 좋고, 전도유망하고, 결혼까지 앞두고 있어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었던 짐 앤스웰이 살인 용의자로 몰리는데서 시작됩니다.
약혼녀 메리의 결혼반지도 마련할 겸, 예비 장인도 찾아뵐 겸 런던을 방문한 앤스웰은 런던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예기치 않게 장인이 될 애버리 흄의 전화를 받습니다. 6시에 자신의 집을 방문하라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막상 애버리 흄을 방문해 서재에서 이야기를 해보니 예비 장인의 태도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만나자마자 화살이나 궁술에 대한 이야기나 늘어놓고, 도저히 처음보는 사위를 대하는 태도라고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거죠. 흄이 권한 위스키를 마신 앤스웰은 술에 뭔가가 들어있다는 것을 직감하지만 이미 늦었고 바로 정신을 잃게 됩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져 있습니다. 서재 안에는 자신과  흄밖에 없는데 이미 흄은 등에 화살이 꽂힌 채 죽어있었던 거죠. 화살에는 앤스웰 자신의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 있고, 뒷주머니엔 누군가의 권총이 들어있으며, 자신이 마신 위스키와 술잔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문과 창문은 모두 안에서 걸쇠로 잠겨 있어 외부인이 드나들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거죠.

마치 ‘황제의 코담배케이스’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이죠. 주인공은 살인 누명을 쓰는데 상황상 살인혐의를 벗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설정입니다.
앤스웰이 살인범이라는 것 외에 다른 가정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흄이 자살했다는 가정은 화살이 꽂힌 위치로 볼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외부의 제3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정만이 남는데.... 문과 창문을 밖에서 잠그는 건 불가능합니다. 서재의 벽, 천장 어디고 약간의 갈라진 틈도 없습니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밀실 때문에 아무리 앤스웰이 무죄를 주장해도 선뜻 변호를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메리베일 경이 선뜻 앤스웰이 변호를 자임하고 나섭니다.

매리베일 경은 처음부터 이 사건의 트릭에 대해 뭔가 짐작을 하고 있었던 거죠. 소설 초반에 이미 매리베일 경에 의해 트릭에 대한 힌트가 주어집니다. 그 힌트는 바로 소설 제목이기도 한 ‘유다의 창’을 말합니다.
‘유다의 창’이라니 다소 생소한 용어군요. 간수가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 감방문에 달아놓은 덮개가 덮인 조그마한 창을 말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살인이 일어난 장소는 감옥도 아닌 집안의 서재인데 이게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요? 메리베일 경은 ‘이 사건에서 밀실의 힌트는 ‘유다의 창’에 있으며, 이 유다의 창은 런던의 모든 방마다 존재한다. 다만 이걸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아리송한 이야기를 합니다. 분명히 문, 창문, 벽, 천장 어디고 약간의 갈라진 틈도 없다고 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유다의 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니...... 물론 결말부분에 트릭의 실체가 밝혀지지만 알고 보면 정말 놀랄 만큼 단순한 트릭입니다. 모양은 좀 다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제 방에도 유다의 창이 존재한다니 신기한 일이군요.

밀실트릭이 핵심이기는 하겠지만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건 정말 정교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짜임새 있는 플롯입니다. 국내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라 좀 더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죠.

우선 왜 앤스웰이 음모의 희생양으로 선택되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군요. 앤스웰이 깨어났을 때 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온 권총은 사실 앤스웰의 사촌 레지널드의 것이었습니다. 사촌지간인 앤스웰과 레지널드는 런던에서 같은 아파트를 사용했죠. 살인이 있던 날 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의 대상은 앤스웰이 아닌 레지널드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흄과 레지널드는 무슨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요? 레지널드는 사실 앤스웰이 메리와 약혼하기 전 메리와 관계를 가졌던 사이였고, 이를 미끼로 메리와 흄을 협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흄은 정신과의사인 동생 니콜슨과 공모해 레지널드를 정신병자로 몰려는 계락을 꾸밉니다. 약을 탄 위스키와 이후 사라진 술잔, 뒷주머니의 권총 등은 모두 이러한 음모의 일환이었죠. 하지만 앤스웰이 갑자기 런던으로 오게 되어 흄의 전화를 받게 된 사실, 흄이 앤스웰과 레지널드 어느 쪽의 얼굴도 모른다는 사실이 일을 꼬이게 만들어 버렸네요.
그런데 흄이 살해된다는 건 도저히 이러한 음모에 포함될 수 없는 일이겠죠. 딕슨 카 소설의 장기인 복잡한 플롯을 정교하게 짜맞추는 능력이 잘 발휘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레지널드를 정신병자로 몰려는 음모의 이면에는 흄의 살해라는 이중의 음모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 모든 음모 속에서 앤스웰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살인누명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법정소설로 분류될 수 있고, 소설 대부분 장면은 법정에서의 진술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100% 승리를 확신하는 검찰측의 자신만만한 논리전개에 맞서 메리베일 경은 전혀 의외의 증거들을 내세우며 반론을 펼쳐나가는데 이게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얼핏 보면 사건의 본질과는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사소한 물증인 화살 끌 깃털조각, 골프복 주머니 속의 잉크패드의 행방 같은 것들이 결정적 증거로 바뀌는 장면은 정말 짜릿한 묘미를 보여주네요.

‘황제의 코담배케이스’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이보다 더 정교한 플롯을 자랑하는 이 작품에 열광할 수 있을텐데 하루빨리 국내 번역 출간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decca 2004.10.03 01:22
    원서로 읽으셨군요. 부럽습니다. 저 줄거리.. 정말 흥미진진하죠. 꼭 보고 싶은데;;
  • 케인즈 2004.10.03 04:36
    줄거리만 봐도 정말 흥미진진하군요. 잘 읽었습니다. 근데 동서에서 과연 나올까요?
  • 나혁진 2004.10.03 07:23
    이야! 보고 싶다...죽을만큼 보오고 싶다~~ 요즘 퍼즐풀이식의 본격물을 못 봐서 갈증이 장난아닙니다. 이거 나오면 진짜 가뭄끝에 단비겠는데..
  • carr 2004.10.03 18:49
    정말 숨막히게 재밌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 이영진 2004.10.06 06:45
    이것도 옥문도와 같이 동서미스터리북스 후반부 목록에 있는데.. 동서출판사는 요새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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