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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RDER ON THE LINKS (1923)

Christie의 23년 작품입니다.
원제는 Murder On The Links이지만, 시체가 골프 코스의 벙커에서 발견될 뿐, 실제로 골프라는 스포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크리스티는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이란 본격물로 데뷔를 한 후, ‘비밀 결사’라는 모험물을 거친 후, 다시 본격물인 이 작품을 써내고 있습니다.
포와로가 등장하는 두번째 작품이고요, 작가의 세번째 장편입니다. 초기의 소설다운 미스터리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재미있는 읽을거리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포와로에게 보내져 온 의뢰인의 편지입니다. 그 수사 의뢰를 받고 의로인이 사는 프랑스로 찾아간 포와로를 맞는 것은 다름아닌 의뢰인의 시체였습니다.
이런 사건의 발단은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약간 흔한 것이어서, 홈즈의 단편 시리즈나 작가의 37년 작인 ‘벙어리 목격자; Dumb Witness’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다지 작품의 서두가 스릴 넘치거나 충격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범죄의 여러 가지 상황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갖가지 단서, 그리고 등장 인물들간의  얽히고 섥힌 관계는 사건을 매우 다이내믹하고 roman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줍니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서두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발견된 시체의 상태입니다. 피해자는 파자마가 아닌, 단지 속옷 위에 코트를 걸쳤을 뿐이며, 그 코트는 그 자신의 것이 아닌듯, 매우 길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코트의 주머니 속엔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가 발견되며, 또한 피해자는 자신의 무덤을 직접 판 듯이 보이는 벙커의 구덩이 속에서 발견됩니다.
여러 용의자의 증언과 갖가지 증거들이 드러나며, 포와로는 20년 전에 발생한 ‘브롤디 사건’과의 공통점을 찾아 냅니다. 피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정부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며, 사건은 바야흐로 두번째 시체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기할 점은 작품의 구성적인 면입니다. 과거의 잊혀진 사건, 혹은 미결 사건을 현재로 이끌어 와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은 크리스티 여사의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작가 자신이 매우 즐겨 사용해 왔던 구성방식입니다. 20년 전에 일어난 사건, 쌍둥이, 그리고 있지도 않은 기밀 문서와 미녀 협잡꾼등을 통해 한 작품 안에서 매우 다른 느낌이 나도록하는 필력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는, 그러한 이야기 전개에서 과거의 어떤 죄라도 반드시 응징된다는 매우 철저한 정의관을 보여줍니다. ‘신의 물레 방아는 천천히 돌지만 모든 곡물을 곱게 갈아 준다’라는 서양 속담이 생각납니다..
작가는 그런 구성을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시도했습니다. 잊혀져가는 미결의 사건과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포와로는 범죄자들의 창의성의 한계등을 운운하며, 독창적이지 못한 아둔함을 한탄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범인은 그런 것들을 역이용한, 아주 교묘한 범죄자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의 휴양지인 메를랭뷰 지방의 쥬느비에브 저택입니다. 무대는 크리스티의 습관대로 커다란 저택으로 되어 있지만, 영국과 프랑스를 두세번 오고 가는등, 상당히 배경을 넓게 다루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렇게 비교적 스케일이 큰 무대에서 다루어진 인물들은 사업가와 그의 처자, 오지의 경험이 많은 비서, 미지의 여인과 그녀의 딸등.. 인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기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로 인해 범인을 추적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저로서는 결말 부분에서 제공한 작가의 ‘깜짝쇼’ 부분에선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는… 다시 읽기를 한 작품이었지만, 첨 이 작품을 읽었던 때를 생각하면, 단서와 증언들, 그리고 포와로의 추리 과정을 잘 좇는다면, 그다지 의외의 범인이 아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은 읽히는 속도가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서도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장면 변환도 빠르고, 대화들도 포와로가 설명하는 부분을 뺀다면, 상당히 짧고 명쾌합니다.
반면, 독자들의 주의를 빼앗는 추리적인 장치들은 데뷔작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에서 보여준 세심한 면들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같습니다. 제시된 단서들의 필연성이 약간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단서들도 서로 유대되어 있지 못하고 각기 떨어져 있다는 인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살인의 도구였던 작중 인물 잭 르노의 전쟁 기념물인 핸드 메이드 단검의 갯수가 3개였다는 사실도 이야기가 거의 결말에 치닫고 나서야 밝혀집니다. 그것은 매우, 꽤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와로가 작품 초반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던 납으로 된 파이프 조각의 용도 또한, 별다른 실제적인 증명없이 포와로의 추측으로 마무리 되어 집니다. 작가는 작품의 높은 재미와 빼른 전개감과는 달리, ‘단서’와 ‘증언’들의 당위성들에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작가가 제공한 포와로와 지로 형사의 대결 구조 입니다. 물론 승부는 뻔할지라도, 작가가 미리 계산해 놓은 함정에 지로 형사가 어떤 식으로 발을 들여 놓는지, 그리고 의기 소침해 하던 포와로와 헤이스팅즈 팀이 어떻게 승리를 이끌어 내는지 바라보는 일은 작품의 재미를 더욱 증가 시킵니다.
이 작품에서 또한 은은한 분위기의 러브 스토리가 이야기 전체에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우리의 조연 헤이스팅즈 대위가 사랑에 빠져 버리는데,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용의자인지, 아니면 결백한지 결정도 못내린채, 포와로의 수사를 방해하고 맙니다. 열정에 빠져 올바른 생각을 못해내는 그이 어리버리한 모습도 이 소설의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그 로맨스가 행복한 결혼으로 엔딩되는 것도 당연한 결말이겠지요…

크리스티는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용감한 여성 한 명을 탄생시켰습니다. 데뷔작의 메어리 캐븐디쉬, 그리고 두번째 작품의 터펜스 처럼 말입니다. 강하고, 재치있고 몸 안의 온 여력을 가족에 대한 사랑에 쏟고 있는 르노 부인이 바로 그녀입니다.
크리스티는 작중의 한 인물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 내지는 ‘사랑의 승리’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르노 부인 또한 이 작품의 마지막 작품을 덮고서도 잊혀지지 않는 강력한 매력을 지닌 등장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과거 범죄자였던 남편을 돕고, 거짓 증언을 하고, 그리고 남편과 공모한 범죄가 어긋나, 엄청난 결과를 몰고 왔음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여준 자제력.. 게다가 결말 부분에서 범인 검거를 위해 보여준 큰 용기.. 그런 것들은 모두 가정을 지키려는 소중한 마음에서 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소설 속에서라도 그녀의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초기작 답게 재미있고 스피드감 넘치지만, 약간은 어수선한, 마치 얼 데어 비거스의 ‘열쇠 없는 집; The House Without A Key’를 다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이 작품 후에 또 한 권의 모험물을 집필한 작가는, 아마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글쓰기를 찾기 위해 몹시 바빴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코끼리는 기억한다’에 인용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 과거의 죄는 긴 그림자를 남긴다’ 아주 무시무시합니다.

님들… 착하게 삽시다.
  • kyrie 2004.05.30 10:44
    가정의 달 5월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네요...ㅋㅋ
  • 나혁진 2004.05.31 05:52
    저는 제 1작인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 더 잼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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