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읽다읽다 이런 특수설정을 만난다.
먼저 비버잇츠라는 배달앱을 통해 모둠견과류, 떡국, 똠얌꿍, 콩고물을 묻힌 떡이라는 이상한 음식조합을 이상한 고스트 레스토랑에 주문한다. 이것은 사건의뢰를 나타내는 암호이고 배달기사가 음식을 배달하고 나서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셰프에게 전한다. 셰프는 듣고 나서 구미가 당기면 수사를 시작한다. 이때 자질구레한 수사 또한 배달기사에게 비싼 알당을 주고 시킨다. 여차저차해서 진상을 알게 되면 고객과 약속한 암호의 요리를 엄청난 가격(=성공 보수)을 붙여 메뉴에 올린다. 고객이 그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하면 배달기사가 usb를 전달한다. 이런 시스템 뭔가 많이 해괴하고 찜찜하다. 정리를 해보자.
먼저 왜 셰프는 탐정이면서 셰프의 탈을 써야 하나? 왜 직접 탐정사무소를 차리고 활동하지 않나? 이에 대한 추리로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또는 '해결을 위해서는 불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으려고' 또는 '어릴 적 셰프의 꿈을 이루려고'가 있겠다. 두번째 이유가 유력한 것 같다. 왜냐하면 세번째는 냉동만두를 데워 파는 요리실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셰프는 배달기사들에게 어디가서 얘기하면 죽여버린다고 한다. 후덜덜.....그리고 진짜 그렇게 사라지는 인간이 나타난다. 일의 목적, 수단, 방법 모두 참으로 껄끄럽기 짝이 없다.
가장 껄끄러운 것은 해결의 지향점이다. 셰프는 고객이 이미 원하는 답안에 대해 논리만 맞추어준다는 영업 철학을 강조한다. 진실 따위는 관심 없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을 원한다. 많은 돈을 내더라도 아니 어쩌면 큰 돈을 냈으니까 더 신빙성 있으리라(=더욱 교묘한 거짓말이리라) 믿는다.....는 논리. 인간의 약하고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적극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으로 이용한다고? 아마도 이것이 가장 찜찜한 점이 아닐까?
1장 '넘어져도 빈손으로는 일어서지 않는 완두콩 싹 달걀 수프 사건'은 6장 '모르는게 약인 완탕 고추장 수프 사건'과 연결되어 셰프의 비밀스럽고 무시무시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소제목만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일단 재미는 있다. '추리의 신' 인 셰프의 논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어이없이 쏠쏠하다. 그리고 배달기사들의 개인적인 얘기를 통해 약간의 먹먹한 감동도 있다. 그렇다. 이 희한한 특수설정을 눈감아줄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독서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