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집을 읽으면서 괴담집은 왜 읽는걸까 생각했다. 그냥 흥미 위주라면 읽을 때만 재미있고 책장을 덮는 순간 모두 잊어버리게 되겠지... 한여름 같으면 그순간은 더위를 잊을 수 있으니 그것도 좋겠다... 그럼 한겨울에는 추위도 잊게될까? ㅎㅎㅎ
이 책에는 총 11편의 괴담이 실려있다. 그런데 그 중에 어떤 작품은 잊어버렸고 어떤 작품은 자꾸 내용을 곱씹게 되었다. 왜 그럴까 싶어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공포의 정체' 때문인 것 같다. 단순히 귀신이나 괴이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은 진짜 공포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 무엇일까 라는 관점에서 몇 편을 얘기해 본다.
<침하교를 건너자>에서는 내가 저지른 악행이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돌아오는 공포를 말하고 있다. 실제로 모든 악행이 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래서 신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이 나의 문제라면? 나는 얼마나 깨끗한가? 정말로 신을 원하는가? 그저 공포스러울 뿐이다.
주인공은 원했던 모든 것이 끝나고 어릴적 고향으로 돌아가 침하교라는 옛 다리를 건너 지금은 폐허가 된 옛집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시고 그렇게 알고 싶던 진실을 접한다. 침하교는 요단강 같은 곳이었나보다. 그는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과연 편안했을까?
<보름달이 뜬 마을>에서도 같은 공포를 다루는데 주인공이 더 확실한 악인이라 좀더 환상적이고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진실을 전달하고 깨달음과 동시에 가차없이 소멸시켜 버린다. 그 소멸 장면은 마치 손오공의 호리병에 요괴가 수욱~ 빨려들어가는 시원함이었다면 뜬금없으려나?ㅎㅎ이렇게 악의 스케일이 커지면 어느새 무뎌지는 내 양심도 공포스럽다.
<어머니의 자화상>에서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곧 유토피아' 라는 좀 억지스러운 주제를 다루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속에도 공포가 담겨져 있다. 인간의 쓸데없는 후회, 미련 같은 것이 현재의 인생을 좀먹어 미래를 망치는 나약함이 바로 그것이다. 주인공은 현재의 불행함을 과거의 부모의 선택때문이라고 여기고 우연히 맞닥뜨린 일종의 평행우주를 엿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처음에는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결과만을 따진 것 뿐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세계의 삶이 현재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라 절대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이기적인 욕망, 얄팍한 호기심이야말로 삶을 망치는 공포 그 자체다.
귀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역시나 진짜 무서운 건 (나를 포함한) 사람이다. 착하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그래서 나 자신이 괴담이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