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한 여자가 자신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은 불치병에 걸렸으며 그런데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참으로 극단적인 세가지 설정이다.
첫째, 아무리 어릴 때 학대를 받았고 고아원에서 생활했다고 해도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갑자기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가 생각난다. 그는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호감이라는 것도 느끼고 슬픔도 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도 꿈많은 여고시절에 우정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를 하나도 아닌 셋이나 만나게 되면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다. 그렇게 계속 살았으면 어땠을까.......그러나 작가는 그 친구들을 한순간에 없애버리는 희대의 사건으로써 주인공을 극한의 상황에 밀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둘째, 불치병에 걸리기는 쉽나? 작가는 주인공이 행복해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형편 없는 결혼을 시키고 직업적인 성공을 맛보자마자 뇌종양을 등장시켜 희망의 싹을 잘라버린다. 남편은 정말이지 벌레만도 못하고 주변에 아프다는 호소조차 할 사람 하나 없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이 아주 기가 막힌 복수를 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꼭 복수여야 했을까?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꼭 그렇게? 그리고 그 대상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는 하나? 또는 정말 그렇게 사는 것이 그 사람때문인가?
셋째,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니.....자신의 억울하고 불행한 죽음을 예견했다는 것이 아닌가? 불쌍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학대를 이겨내고 홀로 살아남아 생존해왔는데 그녀는 이런 비참한 죽음외에 선택지가 없었을까?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려고 작가가 아주 몸부림을 친 것이고, 죽은 사람이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해도..... 이건 그저 추리소설일뿐이라고 생각해도....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왜일까나........
진정한 복수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그 모든 악이 절대 이루지 못할. 자유롭게 평화롭게 그렇게 충만하게. 이것이 그저 감정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었던 일, 모든 가능성을 품었던 시간, 누군가는 간절히 꿈꾸었던 능력들도 인생을 지탱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소모되는 인생은 소설 속에서도 아쉽고 슬프다. 어쩌면 소설이라서 더 슬프다.
이 슬픔을 잊기 위해 다음 책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