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관의 살인』 독후감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가 지은 기묘한 건물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다룬 시리즈이다. 일본 미스터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시리즈이자 화려한 범죄, 환상적인 트릭, 고도의 논리로 대표되는 신본격 미스터리를 상징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 특징으로는 무인도의 십각형 건물, 시계로 가득 찬 시계 모양의 건물처럼 비현실적인 공간, 환상적인 분위기, 가벼운 듯 흡인력 있는 문체를 들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십각관의 살인』을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감탄했다. 전작 『십각관의 살인』이 미스디렉션으로 결말부에 ‘한 방’을 노리는 변칙적인 작품이었다면 본작은 본격 미스터리 본연의 요소에 충실한 작품이다. 단서와 복선을 곳곳에 배치하고 독자와의 공정한 게임을 유도한다. 물론 겹겹이 쌓인 수수께끼들을 풀고 짜맞추어 진상을 알아맞히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구성, 시점의 사용 등 작품의 모든 요소는 트릭을 위해 안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역량에도 감탄했다. 수차가 돌아가는 성채 같은 저택, 가면을 쓴 저택 주인, 바깥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미소녀…. 모두 자칫하면 유치하게 보이기 십상인 소재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을 본격 미스터리 속에 훌륭히 녹여내어 자신만의 작풍을 만들어냈다. 비현실성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환상적인 트릭, 그리고 그것에 도전하는 명탐정의 논리. 관 시리즈는 그야말로 본격의 ‘로망’을 담은 작품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