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추모 독서 감상을 이제야 올린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에이스>와 <면책특권> 2권을 빌렸지만, 짐작한대로 이것은 같은 책이었다. 원제목은 <No Comebacks>. 10편이 수록된 단편집이고 에드거상 수상작이다.
<No Comebacks>는 두 권의 책에서 각각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와 <목격자>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있었다. 반전의 교과서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유명한 내용이라 다들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 허탈함, 괘씸함, 안타까움 등등이 떠오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1. 가진 것이 돈밖에 없는 부자가 드디어 첫눈에 반한 여자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는 유부녀이고 남편 곁은 떠날 수 없다며 아련히 떠나간다. 부자는 어떻게 하였을까?
그리고 이 작품만큼 유명한 <There are no Snakes in Ireland(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가 있다.
2. 가난한 인도 유학생은 자신을 인종차별하는 아일랜드 공사판 감독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없는 돈을 빌려 자신의 나라로 날아가 한번 물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독사를 몰래 가지고 돌아온다. 과연 이 복수는 어떤 반전을 낳게 될까?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일 좋아하는 단편 <The Emperor>이 있다. 2권에서는 각각 <황제>, <제왕>으로 번역되었다. 엎어치나 매치나....ㅋㅋㅋ 읽다보면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지만, 포사이스를 오헨리 다음으로 칠 수 밖에 없는 전개와 반전이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다.
3. 아내에게 쥐어사는 영국의 소도시 은행의 부지점장은 모리셔스섬으로 포상휴가를 온다. 휴가 마지막날 용기를 내어 아내 몰래 참여한 배낚시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낚고 하루종일에 걸쳐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대결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과연 물고기를 잡았을까요, 못잡았을까요?
그런데 내가 빌린 2권의 책은 각각 <Privilege(면책특권)>와 <Sharp Practice(마지막 에이스)>를 표제작으로 하고 있다. 이 두 편도 앞선 작품들과 비교하여 충분히 재미있고 기발하다. 또한 포사이스의 작품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삶의 달콤쌉쌀한 비밀과 회한도 빡세게 다루고 있다. 나라면 어떨까? 나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겠지.........
4. 기레기의 무책임한 신문기사로 사업에 큰 손해를 입은 사람이 합법적인 고소고발로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없음을 깨닫고 이른바 <면책특권>을 이용하여 복수에 성공한다. 과연 어떤 면책특권일까요?
5. 존경받는 판사가 기차에서 어리숙하게 카드점을 치는 옆사람을 보고 한수 가르쳐주다가 태어나서 한 번도 카드를 잡아본 적이 없다는 신부님까지 끌어들여 인원을 맞추고 포커를 치게 된다. 누가 사기꾼일까? 누가 마지막 에이스일까?
6. <협박>으로 번역된 <Money with Menaces>는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협박 당하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한 남자의 비극적인 최후.................를 그릴 것 같지만 역시 포사이스답게 멋진 방법으로 깔끔하게 탈출한다. 어떤 방법일까?
7. <A Careful Man(치밀한 남자)>에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꼴보기 싫은 친척에게 단 한 푼도 남겨주지 않기 위해(성공적으로 사회적 기부를 하기 위해) 벌이는 치밀하고 감동적인 작전이 펼쳐지고
8. <There Are Some Days(재수없는 날)>에서는 제대로 된 코믹 범죄물을 만난다. 경찰에게 두 손을 들고 울먹이며 “사실 제가 고백할 게 있습니다.”라고 자진납세하는 멍청한 범죄자의 이야기이다. 다시 생각 해도 불쌍하고 웃기다.
9. <Used in Evidence(증거)>는 사실 많이 다루는 소재인데, 이 작품이 처음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1982년작인데 어떨까나??
한 노인이 모두가 떠난 재개발지역에서 집을 비우지 못하고 굶주림을 견디며 버티고 있다. 드디어 집이 철거되고 미라가 된 시체 한 구가 나온다. 노인이 집을 떠나지 못한 이유가 이것 때문일까? 정말? 진짜?
10. 마지막으로 <Duty(임무)>가 있다. 이 작품은 한 권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다른 작품에 비해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여 가독성이 떨어질 수는 있겠다. 하지만 조금씩 진실이 밝혀지면서 눈 앞에 나타나는 괴물의 모습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되는 장면에서는 상황을 점점 구석진 곳으로 몰아가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포사이스는 살면서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한 작가이지만, 그보다 글을 쓰기 전에 매우 치밀하고 꼼꼼한 사전 조사를 했다고 한다. 단편이지만 내용이나 문장을 보면 그런 느낌이 물씬 다가온다. 그렇다면 장편은 어떨까? 얼른 <자칼의 날>을 읽어야 겠다. 그리고 두 번째 단편집<베테랑>도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
참으로 읽고 싶은 책이 많기도 하다. 재미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