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더러워진 손을 거기에 닦지 마>를 읽고 기억나는 감상을 아주 짧게 말해보라면, '찜찜하다', '구태의연하지 않다', 그리고 '문장이 좋다' 정도 이다. 하지만 워낙 첫번째 느낌이 강했어서 이 책을 고르기가 주저스러웠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이건 꼭 감상을 남겨야 해!' 이다.
빛이 없는 캄캄한 밤을 걷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초등학생이란 것이 믿기지 않는 주인공 하루. 아버지에게 자해공갈을 강요당하며 굶주린다. 그런 친구의 비밀을 알고 휘말리고 괴로워 하는 친구 요스케. 그리고 은사를 살해한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으나 자의반 타의반 숨어 있는 아쿠쓰. 무슨 이유인지 자기집 반지하에 숨겨주고 스스로 고립되는 여자. 비정한 하루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인 아쿠쓰의 어머니도 이들 모두 캄캄한 밤 속을 헤맨다.
그 어두운 밤과 그 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잘못된 이정표는 '일본' 이라는 나라를 말하는 것 같다. 스포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사건의 진상이 좀 뜬금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996년이란 숫자를 본 순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옛날도 아니지 않는가?! 30년전이면 옛날 맞다고요? 진상을 알게 되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얘기를 꼭 쓰고 넘어가야겠다는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학생시절에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의 순서를 매겨보라고 했을 때, 나는 첫번째가 '자유'였다. 행복이나 건강, 가족 등이 아니라서 다들 고개를 갸웃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아마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자유' 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자유를 침해받기 쉬운 약자들의 슬픈 이야기, 슬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선택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야기, 그 선택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애쓰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뭉클한 이야기.............그리하여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내주위에 있던 하지만 놓쳐버린 것 투성이의 작은 이야기들.
내가 누군가의 이정표가 될 일은 절대(!) 없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요스케처럼. 물론 아쿠쓰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도와주는 장면이 클라이맥스이고 뭉클했지만, 더 중요한 건 요스케였다고 생각한다. '들어주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내 마음이 조용해야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 아쿠쓰의 이야기도 옆에서 조용히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