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에도 시대. 정월그믐날 저녁. 어느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 극장 뒤편에서 복수가 행해진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소년은 아버지의 원수를 베고 새빨갛게 흰 옷을 물들인 채 원수의 잘린 머리를 들고 사라진다. 항간에서는 이를 '고비키초의 복수'라고 불렀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후 한 남자가 고비키초의 극장으로 찾아와 목격자들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의 내막을 묻는다. 문전 게이샤 잇파치, 무술 연기 담당 요사부로, 의상방의 호타루, 소도구 담당 규조 부부, 각본 담당 긴지. 목격자 다섯은 각각 바라본 복수극을 이야기한다.
극장이라는 악처에 흘러들어온 사람들의 1인칭 진술로만 구성된 작품. 서로 다른 말투와 사연 속에서 멀게 느껴지는 에도 시대의 정취가 물씬 되살아난다. 작품 곳곳에 담겨 있는 휴머니즘도 인상적이지만, 이야기에서 시작돼 이야기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구성이 참으로 절묘하다.
맞다. 우리는 역시 이야기에서 구원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