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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마을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ばらのまち福山ミステリー文学新人賞)' 통칭 '후쿠미스'는 작가 시다마 소지가 본격 미스터리의 재부흥을 위해 2008년부터 발족한 미스터리 신인상으로, 그의 고향인 후쿠야마시가 후원하는 지역 문학상입니다. 수상작의 최종 선고를 시마다 소지가 혼자서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키 아키코(深木章子)의 귀축의 집(鬼畜の家)은 2010년 후쿠미스 3회 수상작입니다.

 

전직 형사인 사립탐정 사카키바라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촌으로부터, 얼마 전 출소하여 자립생활을 시작한 키타가와 유키나라는 소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원래 가족 대대로 동네병원을 경영하던 키타가와가였으나, 십수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유키나의 언니 오빠 등 일가친척들이 차례차례로 죽었습니다. 사카키바라를 만난 유키나는 그들의 죽음이 보험금 사기를 노린 어머니의 범행이었으며, 자신마저 어머니에게 살해당할 뻔 하다가 시설에 보호를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작품은 사카키바라가 키타가와가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을 알고있는 주변 인물들을 차례차례로 만나 증언을 듣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작품에서 사카키바라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딱 두세번의 파트를 제외하면, 작품 전체가 상대방이 사카키바라에게 증언을 하는 모놀로그 방식으로 서술됩니다.

 

서늘한 제목과 소재, 작품의 서술 구성으로 보면 의외일 정도로 왕도적인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차례차례 등장하는 인물들의 증언들을 모아 그 속의 사소한 묘사나 증언들간의 모순에서 보이는 감춰진 사실들을 추려내어, 십수년전부터 계속되어 온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나가는 구성은 왕도적인 걸 넘어서 고전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모놀로그 형태의 추리소설이란게 으레 "A라는 사람은 B가 봤을 땐 천사, C가 봤을 때는 악마"라는 식으로 증언이 꼬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알 수 없는 서스펜스가 강화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도 그러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본격으로서의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증언의 신뢰성을 흔드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이 점을 본격으로서 장점이라 볼 지, 소설적 재미에서 단점으로 볼 지는 사람 취향에 따른 문제겠죠.

 

한편 이 작품의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은 제목에서도 쉬이 감지할 수 있는 '이야미스'에 있습니다. 이야미스적인 요소로 강화된 서스펜스성 덕분에 고전적 본격 특유의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다만 이 이야미스가 좀 농도 조절이 애매합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야미스 작품을 하나 읽고 싶어서 읽었다면 그냥저냥 한 수준일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본격 미스터리에 이야미스 조미료를 좀 친 것 정도라 생각하고 읽었거든요. 왜냐면 이건 시마다 소지가 뽑은 본격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작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읽으면 좀 과합니다. 저는 그냥 소주 한잔 하고 싶었는데 입에 털어놓고 보니 보드카였던 느낌이랄까요.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 범주에서 본다면 이야미스 농도 조절에는 실패한 작품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고는해도 상당히 재미있고 잘 써진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미키 아키코 작가는 예순까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은퇴 후 이 작품으로 데뷔하신 분인데, 이후로도 매년 한권 정도의 페이스로 준수한 수준의 본격 장르 신작들을 꾸준히 내면서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마다 소지보다도 한살 연상인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건강 무탈하게 오랫동안 집필활동을 이어가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4회 수상작인 지넨 미키토(知念実希人)의 '레종데트르(レゾン・デートル)'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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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실맛카롱 2021.01.16 02:49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이 생각나는 구성이군요. 왕도적인 본격이라니 재미있어 보입니다.
  • PPL 2021.01.17 10:22
    아, 그러고보니 비슷한 구성이네요. 본격스러움을 살리려다보니 우행록같은 맛은 덜한 작품이란게 아쉬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 decca 2021.01.17 07:15
    잘 읽었습니다. 이 또한 리스트에서 제목으로만 접한 작품인데, 무시무시한 제목;에 주눅 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구성 자체가 매우 흥미로워서 국내에 꼭 소개됐으면 좋겠네요.
  • PPL 2021.01.17 10:24
    미키 아키코 작가님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는 못되어도 그래도 나름 꾸준히 팔리시는 듯 하던데, 국내 독자들에게도 소개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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