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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마을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ばらのまち福山ミステリー文学新人賞)' 통칭 '후쿠미스'는 작가 시다마 소지가 본격 미스터리의 재부흥을 위해 2008년부터 발족한 미스터리 신인상으로, 그의 고향인 후쿠야마시가 후원하는 지역 문학상입니다. 수상작의 최종 선고를 시마다 소지가 혼자서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카노우 시키(叶紙器)의 가라의 다리(伽羅の橋)는 2009년 후쿠미스 2회 수상작입니다. 가라교(伽羅橋)는 오사카에 실재하는 다리인데, 옛날에 강을 건너게 해주는 뱃사공인 척을 하며 강도질을 하던 한 사내가, 어느날 자신이 죽인 젊은이가 어릴 적 헤어진 자신의 아들임을 깨닫고 참회하여, 그 강에 최고급 침향인 가라로 만든 다리를 세워 속죄하고자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1994년의 오사카입니다. 노인 복지 시설의 직원인 노리코는 새로 입소한 마사오라는 노인을 당당하게 됩니다. 마사오는 1945년 오사카 공습 당시, 혼란 속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하였으나 전후 혼란 탓에 입건되지 않았고, 그러나 실성하여 정신병원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 최근 치매 증상마저 나타나는 탓에 시설에 들어오게 된다는 이력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아들의 냉랭한 시선과, 살인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퇴소시켜야 한다 주장하는 직원 및 환자 가족들을 상대로, 노리코는 마사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아직도 살아있는 소수의 증인들과 과거의 기록들을 쫓기 시작합니다.


본격 추리소설 운운 이전에, 보편적인 추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장력도 특별히 나쁘지는 않지만 단조로운 탓에 꽤나 지루한데, 이러한 단점은 시마다 소지 역시 선평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행본으로 460페이나 되기 때문에 그냥도 분량이 많아서 더욱 읽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작품을 가장 읽기 힘들고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이유는 화자이자 탐정역인 노리코라는 캐릭터의 행보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서 노리코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열심히, 일과후와 휴일을 전부 쏟아부어가며, 때로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가면서 마사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뛰어다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저는 읽는 중에 마사오와 노리코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몇차례나 앞페이지로 돌아갔을 정도입니다. 제가 작가라면 글쎄요, 초면인 노인이 저지른, 기록도 거의 없는 수십년 전의 끔찍한 살인사건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는 이유에 대해, 적어도 "사건 전에 찍은 가족 사진을 봤더니 행복해보였다. 이런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리가 없다"는 것 보단 제대로 된 이유를 마련하려고 노력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게 작품 초반인데다 작품 내 시간상으로도 노리코와 마사오가 만나자마자 보이는 모습이라서 더더욱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노리코의 초인적인 탐정 행보도 선뜻 납득하기 힘듭니다. 작품은 노리코의 시선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노리코가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성격이고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가진 인물인지 간파하기 쉽습니다. 무척이나 선량한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큰 어려움없이 온갖 증언을 얻어낼 정도로 붙임성이나 화술이 있지도 않고, 그런 증언들을 종합하여 굉장한 추리력을 발휘할 정도로 지성적인 인물이란 인상도 없습니다. 노리코는 추리를 해야 할 대목이 되면 갑자기 똑똑해지는데, 작가는 이에 변명하듯 노리코는 그런 인물이란 설명을 하지만 썩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본격 추리물에서 탐정을 화자로 삼기가 얼마나 힘든지, 왓슨 역할이 왜 필요한지 새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소설로서 졸작이냐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1945년 8월 14일에 시작하여 1995년 1월 17일 그날로 이어지는 마사오의 질주는 무척이나 훌륭하고 벅찬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은 저를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흔히 십각관의 살인은 '그 한줄'에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이 작품은 이 전개 만으로도 수상할 자격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시마다 소지의 이름으로 선정된 본격 미스터리라는 기대에는 반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저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들에까지 손을 댈 생각은 안 들더군요. 적어도 노리코가 주인공인 차기작은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가지 않았습니다. 카노우 시키 작가는 본업이 따로 있어서인지 작품 활동이 왕성하지는 않지만, 그 뒤로도 두 작품 정도를 더 내었고 앞으로도 활동이 이어질 듯한 느낌이기는 합니다.


읽은지 제법 되는지라 기억을 더듬어가며 써서 제대로 된 감상을 적었는지 자신이 없군요. 다음에는 3회 수상작인 미키 아키코(深木章子)의 '귀축의 집(鬼畜の家)'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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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cca 2021.01.09 06:52
    시마다 소지 센세가 좋아하실 작품이긴 하네요. 수상작을 쭉 종단하신다니 기대하겠습니다.
  • PPL 2021.01.09 12:36
    그분 취향이라면 납득할만한 작품이긴 했죠. 좋아하는 신인상이라 소개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네요
  • 밀실맛카롱 2021.01.09 06:59
    어떤 소설들은 소설의 모든 난점을 연출과 전개의 힘으로 극복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이 그런 유형인가 보군요.
  • PPL 2021.01.09 12:37
    마지막 전개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절반만이라도 그렇게 끌고나갈 수 있었다면 명작이라고 서슴없이 말했을텐데...참 아쉬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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