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마을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ばらのまち福山ミステリー文学新人賞)' 통칭 '후쿠미스'는 작가 시다마 소지가 본격 미스터리의 재부흥을 위해 2008년부터 발족한 미스터리 신인상으로, 그의 고향인 후쿠야마시가 후원하는 지역 문학상입니다. 수상작의 최종 선고를 시마다 소지가 혼자서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마츠모토 칸다이(松本寛大)의 '유리의 집(玻璃の家)'은 2008년 후쿠미스의 1회 수상작입니다.
작품은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한 도시가 배경이며 등장인물 대부분은 미국인입니다. 과거 유리 사업으로 부를 쌓았으나 집안의 유리를 전부 깨부수고 변사한 부호가 남긴 폐저택에서 시체 유기 및 방화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소년 코디는 안면실인을 앓고 있습니다. 범인의 방화로 인해 피해자의 신원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대학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일본인 유학생 토마는 경찰의 의뢰를 받아 소년의 증언을 재구성하고, 폐저택의 주인이었던 부호의 가문에 얽힌 과거의 사건들을 재검토하여 현재 사건의 진상을 쫓습니다.
작품의 핵심적인 소재는 '증언의 신뢰성'입니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코디는 안면실인으로 인해 타인의 얼굴이나 표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어린 코디의 기억은 초동수사 단계에서 접한 어른들과의 대화로 인해, 전문가인 토마가 등판했을 때는 이미 왜곡되어있습니다. 독자들은 토마와 마찬가지로 코디의 증언에서 무엇이, 어째서, 때로 누구에 의해 어떤 식으로 왜곡되었는가를 분간해내면서, 한편으로 과거 3개의 시대에 얽힌 사건들과 종합하여 범인을 추리해내야 합니다. 사실 범인이 누구인가는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각기 다른 시대의 사건들이 얽히고 설킨 동기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게 더 재미있더군요.
단점은 다소 올드한 취향의 본격이라는 점입니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개성적인 인물들이 차례차례 등장하여 해결편에서 강렬하게 터뜨리는 신본격 이후 세대의 본격 미스터리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사건을 정석적으로 차근차근 밟아가는 내용이 다소 고루할 수 있는데, 심지어 단행본으로 380페이지라는 제법 두꺼운 분량인지라 더욱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데뷔작임을 감안하면 문장력이 수려하며, 작품 전체의 논리적인 흐름 역시 치밀하여 이런 올드한 본격이 취향인 독자들은 즐길만한 작품입니다. 안면실인이라는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어서 얼마나 정확한 묘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소설 속 '설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모순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격 미스터리로서 꽤나 훌륭한 수작이라고 할 만 합니다. 좋은 본격 소설가가 나오는가 했는데, 2013년에 한 작품을 더 낸 뒤 소식이 없더군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읽은지 제법 되는지라 기억을 더듬어가며 써서 제대로 된 감상을 적었는지 자신이 없군요. 다음에는 2회 수상작인 카노우 시키(叶紙器)의 '가라의 다리(伽羅の橋)'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