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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이야기의 기본적인 구성은 미스터리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익숙하다. 설산에 갇힌 죄 지은 사람들 여섯 명이 모두 죽어버리는 클로즈드 서클물로, ‘현대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있다. 범인은 과연 살해당한 여섯 명 안에 있을까, 아니면 ‘일곱 번째 사람’이 존재할까? 만일 존재한다면 그는 왜 살인을 저질렀으며, 빙벽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밀실 안에서 무슨 수법으로 도망쳤을까? 

이야기의 골자는 이토록 단순하지만 그 뼈대를 둘러싼 배경은 상당히 유니크하다. 때는 1980년대 초반, 가상의 국가 U국과 R국(근데, 아무리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해도 이래서야 대체 무슨 소용이…)이 서로 군사적 대척점에 놓인 가운데 U국에서는 초거대 진공기낭 밑에 곤돌라를 매달아 하늘로 띄워 올리는 비행선 ‘젤리피시’가 한창 유행하고 있었다. 커다란 흰색 덩어리 아래로 여러 개의 발이 달린 모양이 해파리와 똑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UFA 기술개발부에 소속된 희생자 여섯 명은 당시 며칠간의 여정으로 새 기체를 시험비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우연히도 항행장치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젤리피시가 설산에 추락하게 되고, 그들은 모두 시체로 발견된다.

U국 A주(아니 이거 쓸 때마다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소속 경찰인 마리아 솔즈베리 경부와 그 부하 쿠죠 렌(은 J국 출신…)은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수사하려 하지만, 산맥에 추락한 젤리피시의 잔해를 갑자기 달려온 군이 몽땅 수거해 가 버리는 바람에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된다. 게다가 검시의의 말에 따르면 이들의 죽음은 젤리피시의 추락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살육극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니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초반에는 무대에 익숙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누가 윌리엄이고 누가 크리스인지) 상황이 차츰 이해되는 후반부에 가서는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마치 설산에서 눈덩이 굴리듯 점점 이야기에 가속이 붙고, 뒤늦게 알고 보니 복선도 꽤 섬세하게 깔려 있어서 오랜만에 복기하는 재미도 충분했다. 사실 장점만 있는 작품은 아닌 게 재미는 있는데 스토리에 구멍이 많아서 자꾸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나 독자가 읽다가 의문이 느껴지는 부분에서의 설명이 부족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캐릭터 묘사가 부족해서 이입이 잘 안 되는 것, 그리고 중요한 상황에서의 연출력이 떨어져서 여기다 싶은 부분이 확 와 닿지 않는 건 좀 아쉽긴 했는데 그렇게 단점이 굉장히 노골적으로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독서 자체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아유카와 데쓰야 상 신인상 수상작인 점도 감안해서, 전체적으로 ‘데뷔작이 이 정도라니 놀랍다’인 느낌. 군데군데 엉성한 느낌이 있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골자가 확실하게 잡혀 있어서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다. 

사실상 현대를 배경으로 경찰까지 넣어서 특히 하우더닛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를 쓰는 일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요즘은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긴 한데, 그 속에서도 80년대 초반이라는 시기적 배경은 상당히 특수한 편이다. 덕분에 냉전시대 스파이물의 냄새도 희미하게 풍기고, 젤리피시와 관련된 풍부한 이공계적 지식들을 보다 보면 기술개발의 초기에 얼마나 많은 애로사항과 허점들이 있었는지가 엿보인다.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은 맨 마지막에 있었다. 결말까지 읽고 나서 자 이제 아유카와상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들어 볼까… 하는 순간 맞닥뜨린 [전자판본에는 심사평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라는 선고. 아… 다음부터는 전자책으로 사는 일을 세 번 생각해 봐야겠다. 이럴 수가….

  • decca 2017.03.10 00:14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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