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사관장>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충실히 따랐습니다. <사관장>에서 새어머니 “도미”의 달걀귀신 같은 낯짝에다 결국은 죽어서 “다쓰미”가 탕관의식을 치르는 중에 일어난 괴이 현상은 정말 후덜덜 했었죠. 당장에 벌떡 일어나 쫓아왔더라면, 각오했었기 때문에 그나마 덜 무서웠을지도 모르는데 뭔가 조짐이 보일 듯 말 듯 하며 숨통을 조여오던 긴장감은 일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벌어진 사단은 굳이 언급 않겠습니다.
우야동동 이 가문과 야릇한 ‘백사당’에 얽힌 이야기를 “미쓰다 신조”에게 들려준 “다쓰미 미노부”. 처음부터 “미쓰다”를 거꾸로 나열하면 “다쓰미”가 된다는, 결코 대단치도 않는 발견가지고 뿌듯해하면서 이거 혹시 했는데 후반부에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셈입니다. 소설가 지망생과 편집자역할을 맡은 두 사람의 공생관계 같은 데서 공포도 전이되려 하는 구나 같은 느낌도 당연히 들었어요. 이러면서 공포체험담을 엮은 원고를 읽은 “미쓰다 신조”가 괴이 현상을 겪게 되는데 <사관장>에서도 섬뜩했던 하얀 발의 재등장에 소름끼쳤습니다. 부러진 것 같은데다 양말도 신지 않은... 발 시렵겠다. 역시 복사본을 읽은 여자 후배가 사라지는 까닭도 나중에 어떻게 해명될지 궁금했구요.
일단 명탐정 “고스케”의 생각은 좀 다르죠. 발상의 전환은 “작자미상”에서도 맘에 들었었는데 괴이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를 이번에도 따져보자고 합니다. 괴이의 실체가 실제가 아닌 마음의 허상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을 원했던 저로서는 이런 시도를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질 끌려다니며 진땀 빼는대신 깔끔한 속풀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인과 의미에 대한 해석은 “미쓰다”와 “고스케”의 의견이 좀 다르지만 점차 좁혀나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호러로서 괴이 현상을 받아들이면 신기할 것도 뭣도 없는 현상이
미스터리라는 관점에서 사건으로 파악하면 밀실에서 인간이
사라진 수수께끼가 된단 말이야.
신이치로가 자주 말하듯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p.169>
허구와 현실이 넘나드는 메타픽션의 구조 속에서 저 논리가 과연 먹혀들었느냐?
대체로 “미쓰다 신조”의 호러는 일정부분 합리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미스터리가 해소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 점을 오히려 즐기는 편입니다. 해석과 해석불가, 합리와 비합리...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미스터리는 공포라는 감정으로 무마해도 언제든 만족스러워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미묘하면서 관능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사관장>에서도 이와 비스무리한 전개가 있었죠. “다쓰미”가 혼자 자고 있는데 처자 하나가 몰래 들어와 므훗한 분위기로 달구던...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걸 뒤늦게 알고 몸서리치게 하던 그것이 이번에는 “미쓰다”에게 새로운 유혹으로 다가 왔습니다. 집중에 또 집중하며 입 벌리고 읽었던 이야기는 역시나.
무서워서 잠 못 이루고 야릇해서 잠 못 이루게 한, 완결편 <백사당>은 여전히 “미쓰다 신조”의 전성기는 아직 진행형임을 잘 보여준 모범답안이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