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시리즈의 전작인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과 <작자 미상>은 읽은 지 꽤 되어 슬슬 후속 출간이 기다려지던 차에 <사관장>과 <백사당>의 2단 콤비로 다시 돌아왔군요. 우선 모든 수수께끼는 <백사당>으로 이어진다고 띠지에 나와 있어서 분위기부터 감 잡아 본다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앞 이야기_하쿠미가에서 보낸 나날은 아버지 본가인 햐쿠미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의 체험이자 기억이고 그 당사자는 당시 다섯 살이었던 소년 ‘나’입니다. 첩의 자식이었으니 냉대 받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새어머니에 대한 첫인상은 예사롭지 않네요. ‘나’는 요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가면 같은 얼굴에 공허한 눈동자, 억양 없는 소리로 슥 나타나서 “뭐하니?”라고 말할 때 방안 온도가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는 “뭐하니?”란 말 한마디가 나중에 그렇게 소름끼치는 상황 연출에 사용될 줄은 몰랐지만 이미 새어머니의 존재는 확실히 어딘지 모르게 두렵습니다.
어쨌든 아무도 따뜻한 손길 내미는 이 없는 삭막한 햐쿠미가에서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가 유일하게 있었는데 ‘다미’ 할멈입니다. 대대로 이 가문에서 아버지를 비롯하여 많은 식구들의 유모로 살았던 ‘다미’는 ‘나’를 도령이라 부르며 살뜰하게 대해주지요. 손주에게 매를 들며 정도 없던 엄한 외할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정을 ‘다미’가 대신 한 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미’ 할멈이 들려주는 무서운 옛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설화라 치부하기에 오싹오싹한 내용도 많았는데 특히 계단이라 착각하고 오르내렸는데 알고 보니 비석이었더라는 식은 전설의 고향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그냥 들은 이야기에서 끝냈더라면 무사히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나’가 당집인 백사당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스멀스멀 기어오는 ‘그것’을 만난다든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장례를 지내기 위해 가문 대대로 전해져 오던 ‘장송백의례’ 가 치러지던 중에 상주였던 아버지가 밀실상태였던 백사당에서 실종된 사건 등은 호러와 미스터리로 각각 구분 전개되는 형태였습니다.
그 후 30여년이 지난 ‘나’는 어른이 되어 새어머니가 위중하단 소식을 듣고 내키지 않지만 다시 햐쿠미 가로 돌아오는데요. 결국 돌아가신 새어머니의 시신을 탕관하기 위해 백사당에 머물다 또 다른 괴이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새어머니의 시신도 홀연히 사라져버린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탕관의식이야말로 이번 책에서 가장 공포스러워 숨통을 조여 오는 느낌이랄까, 현실과 괴이의 경계가 과연 어디쯤일지 모호할 정도였습니다.
우선 <사관장>은 호러에 충실했고 그 재현은 <백사당>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보여 지구요, 거기서 제기된 밀실 수수께끼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공포의 실체가 실제가 아닌 마음에 깃들어 있는 허상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이면 더 좋겠구요. <산마처럼 비웃는 것>이 문득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물론 다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