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44>의 작가 “톰 롭 스미스”의 작품이 오랜만에 노블마인에서 출간되었네요.
<차일드44>에서 보여준 가족의 비밀과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은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었고 흡입력 또한 굉장했었죠. 이 작품 또한 화두는 “가족”입니다. 그것도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허구와 결합하여 만만찮은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미쳤다고 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끔찍한 범죄자라고 한다.”
그 날 “다니엘”이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스웨덴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엄마가 망상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아버지의 흐느낌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고 “다니엘”은 곧장 스웨덴으로 가려 하죠. 그런데 그보다 앞서 엄마는 병원을 탈출하여 아들이 있는 영국으로 건너옵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끔찍한 범죄자이니 자신의 말을 믿어 달라고 합니다.
어쩌면 엄마가 여기 있는 걸 알아내서 건너올지도 모른다며 “다니엘”이 부모님과 같이 거주하지 않았던 스웨덴에서의 체류생활을 털어놓기 시작해요. 부모님들은 부동산 투기에서 손실을 보자 엄마의 고향인 스웨덴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하는데 정착하려 했던 마을 분위기가 어딘지모르게 수상쩍습니다.
마을은 “하칸”이라는 남자가 중심이 되어 장악하고 있으며 그의 주도로 마을 사람들이 엄마를 배척했다고 주장합니다. 엄마의 말을 계속 들어보니 “하칸”과 아버지가 공모해 엄마 따돌리기에 합심했으며, 엄마가 판단했을 때는 “하칸” 일파와 어떤 폭력적인 죽음이 연루된 검은 음모가 분명 숨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엄마는 진실을 캐고 들어가다가 오히려 “하칸” 일파에 의해 정신병자로 몰려 병원에 강제 입원 당했다는 겁니다.
“하칸”과 아버지의 공모가 낳은 범죄 이야기에 “다니엘”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의 말대로라면 아버지가 범죄자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아버지의 말을 믿으면 엄마는 미친 것이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진실을 의심합니다. 이미 어느 쪽이든 가족은 붕괴되는 결과가 기다릴 것만 같았죠. 그렇게 엄마의 일방적 토로는 많은 페이지들로 넘쳐흐르고 흘러 꾸준히 따라가면서도 정신분열이 올 것도 같은데다 한쪽의 입장만 들어준 꼴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동반됩니다. 아버지의 말씀도 들어봐야 무엇이 진실일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 과정은 다소 지루한 편입니다. 장황해 보이기도 하구요. “다니엘”이 안 되겠다 싶어 직접 스웨덴의 현장으로 건너가기 전까진요.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가? 과거 엄마가 소녀적 알고 지냈던 “프레야”라는 소녀의 죽음, 현재 실종되었는지, 죽은 지 알길 없는 “하칸”의 딸 “미아”라는 소녀... 두 소녀와 엄마의 연계, 그리고 계속 등장하는 ‘트롤 신화’가 서서히 터널의 끝을 향해 다가갈 때 점차 터널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 무엇인가의 실체가 궁금해집니다.
마침내 어둠을 벗어나 빛이 있는 바깥세상으로 나오면 꽝 하고 폭발하는 반전이 충격적이었네요. 머리를 쇠망치로 내려맞은 듯 얼떨떨한 기분, 그것을 위해 크게 2단계를 준비해 놓고 독자들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이 찝찝함.. 인간의 추악한 욕망, 위선.
결국 가족의 분열은 음산하고 기괴해서 승자, 패자의 이분법은 무의미했죠. 픽션과 넌픽션의 조화를 통해 작가는 의도합니다. 삶에서 어두운 것과 싸워서 극복하는 것이라고요. 그리하여 중반까지의 평행선 같은 전개가 후반에 긴장감으로 달아오르게 하는 솜씨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