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졸업>은 형사가 되기 전, 가가 형사의 대학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가가 교이치로는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못했고 경찰관이 아닌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교사로 지내다가 한 사건으로 경찰관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가가 형사 시리즈 중 평이 좋은 <악의>와 <붉은 손가락>을 먼저 읽고 있어서 그런지 약간 아쉬움과 부족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아마 순서대로 읽었다면 만족했을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을 말하자면 가가 교이치로의 풋풋함과 형사로서의 자질을 볼 수 있는 청춘 미스터리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국립 T대학 4학년 사회학부이자 검도부원인 가가 교이치로, 가가의 첫사랑이자 문학부인 이시하라 사토코, 사토코의 절친이자 가가와 같은 검도부원인 가나이 나미카, 이공학부인 도도 마사히코와 문학부 영문학과인 마키무라 쇼코, 테이스부원인 와코 이사미와 문학부인 이지와 하나에. 이들은 고교 동창이면서 대학 동창이다. 고교 시절 은사인 미나미사와 마사코는 현재는 정년퇴직을 해서 부정기적으로 제자들과 함께 다도 모임을 가지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 다도 모임에서 다도를 소재로 만든 게임이 설월화 게임이며, <졸업>의 부제가 '설월화 살인게임'이다. 설월화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 자료가 첨부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아서 2번 본 후에 게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글로만 설명되어 있었다면 이해하지 않고 그냥 읽었을 것 같다.
도도의 연인인 쇼코가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손목이 그어진 채 피투성이로 발견되어 자살인지 타살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던 나미카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던 중 고교 시절 은사였던 미나미사와 선생님의 생일이 다가와서 그들은 선생님 댁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평소처럼 다도 모임을 가졌고, '설월화 게임'을 했다. 그런데 게임 중 나미코가 죽었다. 그녀의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으로, 친구이기에 믿고 있던 자리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용의자는 게임 규칙상 독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사토코가 지목되었다. 가가는 사토코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가가의 추리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만, 독자들이 추리하기 힘든 이야기이다. 과학적인 지식인 풍부한 작가이기 때문에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용어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로맨스는 아니지만, 첫 장면은 가가가 사토코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당당하면서 여자를 곤란하게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들어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숲>에서도 가가 형사가 멋있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에서도 은근슬쩍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졸업은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슬프지도 않는 애매모호하고 어중간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된 그들의 '졸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지만, 가능하면 순서대로 읽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나 이야기 구성에서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가 형사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꼭 순서대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