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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04.10.28 07:08

인생을 훔친 여자 -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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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넘 뜸했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연애 사업에 골몰하느라 아무래도 방문을 자주 할 수 없더라구요. 연애 사업의 결과는??? 제가 이 곳을 다시 찾은 거 보면 짐작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T.T 여튼 저뿐 아니라 다들 바쁘신지 글이 뜸하네요. 하긴 올해도 벌써 다 가는데 이룬 일도 없고 허무하기도 하고 머 그래서 저부터도 요즘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오더군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작가의 <인생을 훔친 여자>입니다. 명성을 익히 들은 책이라 기대했는데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일전에 영국의 여성 작가들이 뛰어나다고 했는데 일본 여성 작가들도 못지 않네요.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기리노 나츠오, 다카무라 카오루...전부 나름의 기품과 특색을 갖춘 거장급의 작가들입니다.

<화차>는 부상을 당해 휴직중에 있는 혼마 형사에게 그의 처조카가 찾아와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합니다. 평범한 실종 사건이겠거니 했지만 역시나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한 여자의 실종이라는 어찌 보면 평범한 사건의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는 사실들은 자못 충격적이고, 또한 담배가 절로 생각날만큼 우울하고 애절합니다.

이 작품은 거대 자본주의에 매몰된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건 크레디트 카드를 이용한 손쉬운 대출과 대출금을 막지 못해 젊은 나이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가련한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건 그리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카드 회사의 카드 남발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도 파탄 직전에 이르렀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1993년에 나왔다는 겁니다. 우리 나라가 크레디트 카드로 인한 경제 위기를 맞은 것이 얼추 2000년 넘어서이니 한국과 일본의 경제는 얼핏 잡아서 한 10년쯤 벌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건 그냥 문외한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공히 일본 추리 소설의 전통이라 할 사회파 추리 소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작가는 그 어느 작품보다 예리하게 자본주의의 본질에 접근합니다.
특히 혼마 형사가 수사하면서 만나는 변호사는 크레디트 카드와 금융사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데,  아주 일품입니다. 저는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사회 병리 폭로에만 그치는 딱딱한 작품은 물론 아닙니다.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단서없는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은 일급 추리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 개성이 넘치고,  심리 묘사도 완벽에 가깝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작품을 단 한편 읽어 봤지만 그녀의 실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소설가다운 눈을 지니고 있습니다. 진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가 작품 내내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말 한국의 소설가들은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해요...무거운 주제일수록 흥미롭게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주제가 좋으면 머합니까? 재미가 없어서 아무도 안 읽으면 소용없잖습니까...그런 면에서 무거운 주제도 흥미롭게 요리할 줄 아는 미야베 미유키야말로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대 자본주의라는 괴물같은 사회속에서 망가져 가는 개개인들을 묘사한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이 이렇게 사장되어 있다는 건 정말 비극입니다. 특히 카드 대란으로 인해 사회가 아수라장이 되고, 범죄율이 급증한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는 정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 생각에 광고를 좀 더 빵빵하게 때리고 입소문만 잘 탔으면 100만부는문제없었으리라 봅니다. 이렇게 소외되어 있을 책이 아닙니다. 추리 소설 매니아가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읽어 보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 걸작입니다. 미래의 추리 소설이 지향해야 할 모범이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과장인가요? 그만큼 훌륭합니다....

사랑하는 약혼자와의 결혼식을 준비하던 한 젊은 여자가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요...그녀는 왜 타인의 '인삼'도 아니고 '인주'도 아닌 '인생'을 훔쳐야만 했을까요...(이렇게 썰렁할 수가..-_-;;;) 그 이유가 밝혀지는 마지막 30페이지부터는 정말 가슴이 저릴듯히 애절합니다. 한 편의 추리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정서적 감흥을 주며, 이렇게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안목까지 길러줄 수 있다니요...언급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오셔서 혹시 이 글을 읽을 기회가 되신 분들은 모두들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만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별점: **** 1/2

P.S/ 읽으신 분만....마지막 장면 그렇게 찾던 그녀를 발견한 타모츠는 과연 무슨 말을 먼저 꺼냈을까요???
  • bono 2004.10.28 07:31
    저도 사두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 나혁진 2004.10.28 07:34
    앗! 벌써 리플이...반드시 읽어 보세요. 정말 좋은 책이랍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고요...
  • 책읽어주는남자 2004.10.28 16:03
    이작가의 이코도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작품입니다..플스게임의 명작을
  • 책읽어주는남자 2004.10.28 16:04
    소설화 시킨 것인데 일본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 decca 2004.10.28 16:44
    아껴두고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아아 이코.. 아 참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자가 아닐걸요? 여자인가?
  • 케인즈 2004.10.28 21:32
    미야베 미유키... 일본의 굵직한 문학상을 많이 수상했더군요. 글을 잘 쓰나 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남자죠...
  • 나혁진 2004.10.29 07:15
    몰랐습니당..-_-;;; <비밀>하고 <백야행>을 읽었는데 이름도 왠지 여성스럽고...또 글 문체가 완전 여자였는데..-_-;;; 확인하지 않고 글 써서 죄송합니당..^^;;
  • 책읽어주는남자 2004.10.29 15:17
    피디박스 뒤져보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모방범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영진 2004.11.03 05:01
    일본은 10년이라는 기나긴 불황을 이제야 탈출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이제 장기불황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 이영진 2004.11.03 05:03
    10년전 일본소설의 배경이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과 너무나도 일치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우리도 길고긴 장기불황으로 가는 걸까요?
  • 이영진 2004.11.03 05:03
    직업상 이런 걱정이 앞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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