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시리즈물 중 하나다. (장편만 86편..) 얼 스탠리 가드너는 다작 작가였고, 가명으로도 적잖은 작품을 남겼다. A. A. 페어 명의의 '쿨 앤 람 시리즈'도 유명하다.
오래 살았고(80세) 작품이 워낙 많은 데다(100편 가까이..) 드라마 등(CBS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으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작가 같지만, 변호사였던 얼 스탠리 가드너가 첫 책을 출간한 시기는 1923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펄프 잡지와 하드보일드 시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이다.
시리즈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국내에 그렇게 많은 작품이 소개되지는 않았다. <비로드의 손톱>, <토라진 아가씨>, <기묘한 신부>, <말더듬이 주교>, <익사한 오리>, <행운의 다리 미녀>, <의안 살인 사건> 등이 아주 옛날에 국내 소개됐는데, 대부분 동서, 자유추리문고, 문공사 등에서 출간됐다. 물론 동서를 제외하면 대부분 찾기 어렵다. 어마어마한 시리즈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정식 소개되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매그레 시리즈를 생각해보자..)
HBO의 페리 메이슨 리부트 소식은 재작년쯤이었는데, 당시에는 로다주가 제작뿐 아니라 페리 메이슨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로다주가 등장하는 티저도 유튜브에 올라왔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아무튼 여러 일들이 있었는지 로다주는 총괄 제작으로, 함께하기로 한 닉 피졸라토도 <트루 디텍티브 시즌 3>로 가면서 팀다우니가 제작하고 매튜 리스와 타티아나 마슬라니 등이 참여한 지금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강박적으로 범죄물을 보기 때문에, 웬만하면 범죄 드라마에 압도(?)당하지 않는데, 이 시리즈는 보는 내내 푹 빠져 있었다. 작품의 시대 배경이 1931년~32년 미국인데, 대공황 금주법, 재즈시대 말, 그 막장 시기를 정말 잘 살렸다. 배우들의 연기, 평이하지만 영리한 플롯,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까지, 시청자들을 달라붙게 하기 위해 정말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 그 점이 좀 아쉽기도 했는데, 모든 요소의 상향 평준화를 지향하고 있어서 딱히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시즌 1은 프리퀄에 해당하니, 다음 시즌에서는 페리 메이슨, 델라 스트리트, 폴 드레이크 VS 지방 검사 해밀턴 버거의 구도로 진행될 것이다. 제작은 확정됐다니 언젠가 또 볼 수 있겠지.
